지난 더 게임 어워드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셰이프팜의 '오비탈스'는 공개와 동시에 많은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임입니다. '잇 테이크 투', 그리고 '스플릿 픽션'을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로 자리 잡은 화면 분할 협동 게임. 물론, 이것뿐이었다면 그렇게까지 관심을 끌지는 못했을 겁니다. '오비탈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비주얼이었죠. 80~90년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비주얼은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지닌 게이머라면 반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개발사인 셰이프팜이 사실상 무명에 가깝다는 점이었죠. 혜성처럼 등장한 개발사와 그들의 신작에 많은 게이머들은 기대와 동시에, 이 매력적인 게임이 과연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셰이프팜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수많은 게임의 외주에 참여하며 탄탄한 개발력을 쌓아온 개발사였습니다.

창업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마침내 자신들의 게임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 셰이프팜. 이보다 더 철저하게 애니메이션다운 게임을 만든 개발사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12/24프레임의 캐릭터 움직임부터 스튜디오 마스켓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한 2D 컷신까지 게임 전반이 하나의 애니메이션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됐습니다. 올여름 출시를 앞둔 시점에 셰이프팜의 일본 본사를 찾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스, 게임 디렉터 제이콥, 리드 애니메이터 요하네스, 운영 관리자 메구미를 만나 '오비탈스'가 품은 열정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바르메달 메구미 운영 관리자, 제이콥 룬드그렌 게임 디렉터
마르코스 라모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바르메달 요하네스 리드 애니메이터/아트 디렉터


8090 애니메이션을 향한 향수, 플레이하는 애니메이션을 빚다


▲ 셰이프팜 바르메달 메구미 운영 관리자, 바르메달 요하네스 리드 애니메이터/아트 디렉터


Q. 먼저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요하네스 : 요하네스라고 합니다. 배경 그래픽과 테크니컬 아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메구미 : 바르메달 메구미입니다. 운영 관리자를 맡고 있습니다. 사내에서는 '오비탈스' 개발과 관련해서 일본 클라이언트를 위한 프로덕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2D 컷신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스튜디오 마스켓(STUDIO MASSKET)이나 성우 더빙 스케줄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오비탈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80~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화풍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애니메이션 비주얼이 아닌 80~90년대 화풍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요하네스 : 그 부분은 아무래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르코스가 답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개발팀 모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저희 셰이프팜이 참여한 프로젝트를 보면 주로 스타일라이즈드 계열의 아트 스타일이 많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의 하청 업무를 많이 맡아왔던 만큼, 팀의 노하우 자체가 애니메이션 스타일 구현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게임 개발 초기 프로토타이핑 단계부터 팀원들 모두가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니 "언젠가 꼭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 80~90년대 화풍으로 비주얼을 확정한 후에는 그 당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렌더링 방식 등을 연구하고 워크플로우를 구축했고, 그 결과 지금의 비주얼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Q. 여담이지만, 80~90년대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다고 했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요하네스 : 개인적으로 그 시절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영화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입니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고 특히 아트가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BGM도 아주 좋아하고요. 물론 80~90년대 애니메이션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최근에는 장송의 프리렌을 즐겨 봤습니다.

메구미 : 방금 요하네스가 말한 작품은 저도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에반게리온'입니다. 그 외에는 세일러 문부터 원피스, 그리고 나름 최신작인 귀멸의 칼날까지 꾸준히 보고 있을 정도입니다.


Q. 80~90년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니 나우시카라든가 그 시절 지브리 애니메이션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의도한 건가요?

요하네스 : 아트 디렉션을 설정할 때 정말 다양한 작품을 참고했습니다. 배경 아트,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각 파트에서 좋아하는 요소들을 여러 영화(애니메이션)에서 가져와 설정했기 때문에 특정 한 작품만을 참고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배경의 분위기나 퀄리티는 아키라나 공각기동대 같은 SF 계열의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들을 참고했습니다. 반면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은 80년대의 좀 더 매력적이고 귀여운 시리즈들을 참고했어요. 특히 마르코스가 초창기 드래곤볼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런 캐릭터 특유의 매력이 많은 영감이 된 것 같습니다.




Q. 아무래도 이런 식의 독창적인 비주얼을 게임으로 구현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요하네스 : 질문하신 대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80~90년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팀원 모두 애니메이션 팬이긴 했지만, 정작 '오비탈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그 시대의 느낌을 살리는 데 필요한 80~90년대 쇼와 시대 애니메이션을 깊게 접해보지 못한 팀원이 꽤 있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개발팀이 본사인 일본을 비롯해 유럽,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흩어진 점 역시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아트 디렉션의 방향성을 맞추고 최종 퀄리티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소통과 피드백에 많은 시간이 걸렸을 정도입니다. 초기에는 이런 부분이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5로 개발 중인데, 애니메이션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렌더링 값을 일일이 조정하면서 80~90년대 애니메이션 느낌을 주는 최적의 값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그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퀄리티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메구미 : 스타일을 확립하기까지 조사하고 연구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즐기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Q. 플레이어블 캐릭터, 주인공에 대해 얘기해보죠. 마키와 오무라, 어떤 캐릭터들인가요?

메구미 : 성우 더빙을 위해 캐스팅을 진행할 당시, 이미 스토리와 게임 배경, 컷신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캐릭터성 역시 확립된 상태였죠. 마키는 아주 활기차고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고, 오무라는 약간 냉소적인 면이 있으면서 조용하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열정을 품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성이 잡힌 상태에서 성우 캐스팅을 진행한 덕분인지, 성우를 정할 때 "이 목소리는 정말 마키 같네", "오무라는 이 성우로 해야겠네" 하면서 아주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마키와 오무라의 캐릭터성을 단박에 엿볼 수 있는 요소로는 작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공개한 트레일러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레일러 마지막에 마키가 "닌텐도로 나온대! 야호!" 하면서 신나하는 반면, 오무라는 옆에서 조용하게 "예이~"라고만 하는데, 거기서 두 사람의 성격이 아주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Q. 뭔가 CRT 모니터로 해야 더 제맛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혹시나 싶지만, 내부에서 그렇게 즐기시는 분은 없겠죠?

요하네스 : 최근에는 어떤 모니터로 하든 상관없이 저희가 의도한 비주얼이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각종 모니터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래된 CRT TV로 플레이도 해봤습니다. 질문하신 대로 확실히 레트로한 감성이 훨씬 강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이 외에도 옛날 LCD 모니터로도 해봤는데 이 역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Q. 게임인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감각이던데 의도한 게임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메구미 : 의도한 디자인입니다.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췄을 때 팀에서 정한 목표가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2D 컷신과 실제 게임 플레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얼마나 심리스하게 전환하느냐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 마스켓과 협업할 때도 요하네스 같은 테크니컬 아티스트나 콘셉트 아티스트들이 마스켓 측 기술팀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중간에 프로듀서가 끼지 않아도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거였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Q. 직접 해보니까 의도적으로 30프레임으로 한 것 같은데 맞나요? 혹시 60프레임은 없나요?

요하네스 : 네, 맞습니다. 협동 플레이 시 화면 분할 렌더링을 구현해야 하므로, 처리 부하를 고려하여 30프레임 유지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일본에서 개발 중인 글로벌 개발팀이라는 점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개발팀이 워낙 글로벌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개발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일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감의 원천이라거나?

요하네스 : 우연인 부분도 있지만, 처음 셰이프팜이 설립될 당시 팀원들이 모두 일본에 있었습니다. 도쿄에 있는 게임사들의 하청을 받아 아트 작업을 수행했었죠. 무엇보다 팀원들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일본에 오게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에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메구미 : 일본 문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이 좋아서 일본에 온 개발자들이 모여서 설립한 회사다 보니 일본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영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나루토 등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을 공동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으면서 "언젠가 우리만의 IP를 만들고 싶다"고 늘 말해왔는데, 그 꿈이 이번에 '오비탈스'를 통해 마침내 이루어진 셈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점점 키워왔는데, 애니메이션 팀 리더는 '오비탈스' 시작 직후에 합류했을 정도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서 꼭 일본에서 일하고 싶어 했고, 자격을 갖추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을 정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문화 그 자체가 하나의 영감이 된 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셰이프팜 사내에 있는 각종 애니메이션 이미지, 콘셉트 자료, 디자인 문서를 통해
80~90년대 애니메이션에 대한 개발진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Q. 주인공을 포함해서 게임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군가요?

메구미 : 아, 어렵네요. 솔직히 전부 다 좋아하는데, 그래도 굳이 정하라고 한다면 저는 고양이인 히로토려나요. 정말 귀여운 고양이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굳이 하나를 정하라고 하니 정한 거고, 오무라도 엄청 좋아합니다. 쿨한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여담이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알겠지만 다들 최애 캐릭터가 하나쯤은 있을 텐데, '오비탈스'도 그런 식으로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성과도 연관된 부분으로, 마키의 경우 플레이하면서 기본적인 반응부터 커피를 마시는 동작, 반응까지 오무라와는 전혀 다른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다들 마키와 오무라, 그리고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Q.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면서 기대하는 게이머가 제법 있습니다. 그런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합니다.

메구미 : '오비탈스'는 아주 섬세하고 귀여운 애니메이션이 가득한 게임입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며 만나는 작은 생명체들의 움직임도 정말 귀여우니, 그 부분까지 주목해서 즐겁게 플레이해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요하네스 : 플레이어 여러분이 '오비탈스'의 세계를 함께 탐험하며 퍼즐에 웃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가슴 뛰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협동을 넘어, 함께 극복하는 즐거움을 담은 게임


▲ 셰이프팜 제이콥 룬드그렌 게임 디렉터, 마르코스 라모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Q. 먼저 회사인 셰이프팜 및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마르코스 : '오비탈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마르코스라고 합니다. 셰이프팜에는 10년 전, 그러니까 창업할 당시부터 함께했습니다. 셰이프팜은 그동안 여러 AAA급 게임의 외주를 맡아온 개발사이며, 저 역시 여러 외주 작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마침내 셰이프팜의 첫 자체 개발 게임으로 '오비탈스'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이콥 : 게임 디렉터 제이콥입니다. 4년 전에 합류했으며, 셰이프팜에 합류하기 전에는 7년 정도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에서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에서는 '웨이 아웃'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회사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잇 테이크 투'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전 과정을 담당했으며, '스플릿 픽션' 역시 1년 정도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셰이프팜에서도 화면 분할 협동 게임인 '오비탈스'를 만들게 됐습니다(웃음).


Q. 2010년도에 설립한 개발사치고는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마르코스 :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주로 외주, 그러니까 백그라운드에서 움직이다 보니 아무리 많은 게임에 참여했어도 겉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못한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게임의 경우에는 전체의 50% 정도를 셰이프팜이 만들었을 정도인데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예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있을 정도였죠.

물론 외주를 위주로 했던 만큼,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큰 불만이 없고요. 그래도 항상 '우리 게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랬던 바람이 이번에 '오비탈스'를 개발하면서 이루어졌는데요. 셰이프팜이 설립된 직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항상 '언젠가는 우리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드디어 우리 이름으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된 만큼,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공동 개발과 외주 등을 주로 맡았던 것과 달리 '오비탈스'는 셰이프팜이 단독 개발한 사실상 첫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듣고 싶습니다.

마르코스 : 계기라고 하긴 그렇지만, 타이밍이 맞았다고 해야 할까요. 여러 게임 개발에 참여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경험과 스킬이 계속해서 발전했는데, 문득 이 정도 레벨이면 이제 우리가 원하는, 우리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멤버들의 실력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환경 아티스트부터 콘셉트 아티스트, 그리고 작곡가까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멤버가 갖춰져 있었을 뿐더러, 부족했던 애니메이션이나 '오비탈스' 특유의 표현에 필요한 멤버까지 시기적절하게 모이면서 점점 '오비탈스'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었죠.

물론 그렇다고 당장 '오비탈스' 개발을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항상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마지막 한 발자국을 나아가지 못했던 건데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큰 계기가 됐던 건 케플러 인터랙티브의 서포트였습니다. 저희의 스킬과 열정을 깊이 믿어주었고, 저희가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서포트를 해주면서 본격적으로 '오비탈스'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일본에서 개발 중인 글로벌 개발팀이라는 점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개발팀이 워낙 글로벌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개발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일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감의 원천이라거나?

마르코스 : 지금은 회사를 떠난 창업자부터 저희 팀원 모두가 일본과 연이 깊은 편입니다. 창업자의 경우 일본이라는 나라와 사랑에 빠졌고, 여기서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렸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에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신기한 건 이게 비단 창업자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저희 초기 멤버 모두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리는 등 일본에 애착을 갖고 있으며, 다른 멤버들 역시 비슷하죠. 해외 거점에 있는 멤버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거나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내세웠던 콘셉트 중 하나가 일본의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에 거점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일본에 본사를 두게 됐습니다.



▲ 셰이프팜 사내에 있는 각종 설정화 등을 통해 80~90년대 애니메이션에 대한 개발진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Q. 분할 화면, 코옵 협동 게임이라는 점에서 잇 테이크 투, 그리고 스플릿 픽션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비주얼을 제외한 '오비탈스'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이콥 : 물론 저희 역시 '오비탈스'가 잇 테이크 투나 스플릿 픽션과 비교될 거라는 건 당연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의 디렉터인 저부터가 그 게임 모두에 손을 댔던 만큼,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분할 화면이나 코옵 협동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게임의 첫인상이나 장르적 특징이 비슷한 건 맞지만, '오비탈스'만의 요소도 상당히 많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서 확실히 말하고 싶습니다. 게임의 디자인 방식도 그렇고 실제 플레이했을 때의 감각, 경험 역시 달라서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임의 스토리텔링이나 오디오에 대한 것 역시 사뭇 다른데요. 잇 테이크 투나 스플릿 픽션의 경우 할리우드 등 서양권의 영향을 받은 작품인 반면, '오비탈스'는 정반대입니다. 아주 일본답죠. 80~90년대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이를 재현하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인 만큼, 직접 플레이하는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의도적으로 30프레임으로 한 것 같은데 맞나요?

제이콥 : 일본 애니메이션을 콘셉트로 한 만큼, 프레임 역시 거기에 맞췄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프레임은 30프레임으로 고정되며,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30프레임으로 동작합니다. 다만, 이건 카메라 움직임에 대한 것이고,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나 움직이는 물체의 움직임은 모두 12프레임 또는 24프레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비탈스'를 상징하는 요소가 80~90년대 애니메이션 스타일인 만큼, 거기에 맞춰 그러한 애니메이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프레임을 고정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르코스 : 기본적으로 30프레임 고정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30프레임으로 고정인 건 아닙니다. 게임 내 일부 구간은 60프레임 이상의 성능이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부 구간이며, 기본적으로는 30프레임으로 고정됩니다.

▲ 애니메이션 느낌을 살리기 위해 30프레임/24프레임을 의도했다


Q. 확실히 애니메이션 느낌은 제대로 살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비탈스'가 결국은 게임인 이상 30프레임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위치2의 성능이라면 60프레임도 가능할 텐데, 게이머들이 원한다면 추후 60프레임 패치를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제이콥 : 저희로서도 사실 고민이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각각 지향하는 프레임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프레임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한때는 아예 애니메이션 콘셉트에 맞춰서 게임의 전체 프레임을 24프레임으로 고정해서 만들려고 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이건 게임으로서 너무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너무 높은 프레임 역시 '오비탈스'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80~90년대 레트로 애니메이션을 콘셉트로 하는 게임인데 프레임이 높으니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그런 여러 테스트와 튜닝 끝에 나온 게 바로 지금의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전체적으로는 30프레임으로 하되 움직임은 12/24프레임으로 표현한 것으로, 정말 애니메이션 안에 있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60프레임 지원은 계획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게임을 개발하면서 애니메이션 측면에서, 그리고 게임 측면에서 각각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르코스 : '오비탈스'를 만들면서 어떤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복사한 카피캣이 되지 말자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80~90년대 애니메이션을 연구하면서 '오비탈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만큼, 아마 게임을 하면 그런 여러 애니메이션의 느낌과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을 거로 생각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오래된 세계를 그리기에 기계나 메카닉은 녹슬고 낡은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비너스 전기나 도론죠(타임보칸 시리즈) 등을 참고했습니다.

캐릭터의 경우에는 아이들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란마 1/2, 세일러문, 이누야샤처럼 특징이 뚜렷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목표로 했습니다.

스토리의 경우 초기 드래곤볼처럼 모험 중심의 두근거리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묘한 생물을 만나는 신기한 경험부터 때로는 슬프거나 어두운 장면도 있는, 누구에게나 공감 가는 심플하고 설레는 스토리 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감을 받은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말하고, 게임에 대한 건 제이콥이 답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이콥 : 게임의 경우 어느 하나를 꼽기 힘들 정도로 개발팀 모두가 좋아하는 게임이 다양한데요. 개인적으로 협동 게임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감을 준 게임이라고 한다면 '포탈2'의 코옵 DLC가 많은 참고가 됐습니다.

그리고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마리오 파티'도 참고했습니다. 특히 '마리오 파티'의 경우 스토리 중심 게임은 아니지만, 미니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끼리 대화를 하는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플레이어가 중심이 되는 구조를 연구하는 동시에 이를 스토리 중심 게임에 녹여내면 어떨까 항상 고민했습니다.

여기에 퍼즐 디자인이나 어드벤처 느낌을 살리는 측면에서 젤다의 전설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Q. 아무래도 플레이어 두 명이 협동해서 퍼즐을 풀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보니 서로 다툴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협동을 내세웠는데 오히려 불화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책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이콥 : 많은 부분을 고안하긴 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믹을 푸는 장비가 캐릭터에 귀속된 게 아니기에 서로 도움을 주기 수월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다른 협동 게임에서는 장비가 캐릭터에 귀속된 경우가 꽤 있는데, 이 경우 도움을 주기 위해선 서로 컨트롤러를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비탈스'에서도 일부 구간은 장비가 고정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유롭게 장비를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만큼, 퍼즐을 풀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바로 도구를 바꾸면 그만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협동 플레이의 난이도를 낮추는 요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도전 또한 게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비탈스'는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인 만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대화를 하고 함께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느끼길 바라고 있습니다. 다투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실패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면서 쉽게 시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어려운 기믹에서 실패해도 죽자마자 순식간에 실패한 구간 직전부터 재개되도록 만들어서 도전과 반복 플레이가 괴롭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Q. 게임의 전체적인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이콥 : 그 부분은 아직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Q.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면서 기대하는 게이머가 제법 있습니다. 그런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합니다.

제이콥 : 무엇보다도 '오비탈스'를 즐겨주셨으면 좋겠고, 그 시간이 소중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문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어릴 적부터 가장 좋아한 게임 중 하나가 스타크래프트였고, K-POP이나 드라마도 많이 봅니다. 18살 때 한국에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보러 갔던 여행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 분들이 '오비탈스'를 친숙하게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르코스 : 셰이프팜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인 스튜디오입니다. 저는 아르헨티나, 제이콥은 스웨덴 출신인데, 이 모든 팀을 잇는 것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대한 열정입니다. '오비탈스'를 즐기는 분들 중 어린 시절 친구와 게임을 했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나 애니메이션 팬분들이 저희 개발팀과 유대감을 느끼듯 연결되었으면 합니다. 이 게임은 일본 애니메이션 전체와 게임에 대한 러브레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오비탈스'를 통해 그런 연결 고리를 가져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