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게임. 상황에 따라, 그리고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이는 게임에 있어서 극찬 중의 극찬으로 쓰이곤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성우들의 열연에 더해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연출에 이르기까지, 그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를 이 한 문장보다 더 잘 설명하는 표현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교 대상은 비단 영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만화일 수도, 때로는 소설일 수도 있다. 셰이프팜의 '오비탈스'에 있어서는 애니메이션, 그것도 이제는 레트로라고 해야 할 80~90년대 애니메이션이 바로 그 비교 대상이다. 지난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오비탈스'는 다른 무엇도 아닌 레트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비주얼로 뭇 게이머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하지만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여러모로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했던 '오비탈스'의 실제 게임 플레이 감각은 어떨지, 일본에 위치한 셰이프팜 본사를 방문해 누구보다 앞서 직접 플레이해보고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 기사에 사용된 B-롤 영상은 영문판이지만, 시연 빌드에서는 한국어 자막을 지원했습니다.


과장이 아닌 '진짜' 애니메이션을 하는 듯한 감각



시연 시간은 약 1시간 가량 주어졌으며, 다른 한국 매체 기자와 함께 하게됐다. 서로 합을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게임인 만큼 의사소통이 중요했는데, 그런 면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한국 기자와 함께한 건 여러모로 다행이었다.

시연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게임의 프롤로그 컷신을 시청한 뒤, 프롤로그 게임 플레이 파트를 체험하고, 마지막으로 개발사가 별도로 준비한 데모 챕터를 플레이하는 순서였다.

프롤로그 컷신에 대해서는 스토리와 직결된 부분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셰이프팜이 80~90년대 레트로 애니메이션에 쏟은 애정만큼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셀 애니메이션 특유의 작화부터 어딘지 투박하고 거친 느낌까지, 그때 그 시절 애니메이션의 정취가 화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이는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컷신의 비주얼을 게임 그래픽으로 그대로 구현한 덕에,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하는' 듯한 독특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카툰 렌더링이나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 아니라면, 대체로 누구든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을 비주얼이었다.

다만 애니메이션 느낌을 살리고자 한 시도가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 가지 우려가 됐던 부분은 바로 프레임이었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24프레임으로 제작된다. 이를 의식한 듯 '오비탈스'는 닌텐도 스위치2의 향상된 하드웨어 성능에도 불구하고 화면 프레임을 30프레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캐릭터 등의 애니메이션 프레임은 24프레임으로 설정되어 있다.

▲ 30프레임/24프레임은 게이머에 따라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 느낌을 살린다는 취지에는 부합하는 선택이지만,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어 보였다. 실제로 플레이 중에 끊긴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으나, PS5 같은 현세대 콘솔이 퍼포먼스 모드로 60프레임을 지원하고 PC는 120프레임 이상도 흔한 요즘 기준에서는 확실히 다소 느릿하다는 인상을 주는 건 사실이다.

모 만화의 어느 캐릭터의 말을 빌리자면 4K라느니, 60프레임이라느니, 운치가 없다고 생각지 않느냐!! 라고 한다지만, '오비탈스' 역시 애니메이션 비주얼을 표방하기 이전에 게임인 만큼,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못내 들었다.


게임 플레이 감각 자체는 기존의 협동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다른 협동 게임에서는 각 플레이어의 역할이 고정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오비탈스'는 역할 배분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레이저와 워터 캐논 두 가지 도구를 활용해 풀어야 하는 퍼즐이 있을 때, 누가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특정 조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익숙한 쪽이 해당 역할을 맡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역할 분담의 유연성과는 별개로, 전반적인 난이도는 기존 협동 게임에 비해 다소 높은 편으로 느껴졌다. 기존 협동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트-스톱 방식, 즉 한 명이 스위치를 밟고 대기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이동하는 식의 협동과 달리, '오비탈스'는 두 명이 동시에 움직이며 합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 얼핏 쉬워 보이는, 플랫폼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진행하는 퍼즐이지만...

이번 시연에서 모든 기자들이 혀를 내두른 구간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으로 직진하는 플랫폼을 타고 진행하는 이 파트는, 두 플레이어의 좌우 균형을 맞춰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좁은 통로를 직진하다 왼쪽으로 틀고, 다음 구간에서는 바로 오른쪽으로 급커브를 해야 하는 등 정밀한 조작이 요구됐기에, 번번이 벽에 부딪혀 수십 번을 재시도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구간 일부에는 퍼즐 요소까지 결합되어 있었다. 급커브만으로는 지나칠 수 없는 구간에서 한 명이 레이저로 특정 장비의 전원을 켜 손잡이를 꺼내면, 다른 한 명이 그래플링 훅으로 손잡이를 잡아 원심력으로 방향을 크게 트는 2중 퍼즐 구조가 대표적이었다.

▲ 몇 번이고 죽으면서 어떻게 움직일지 서로 합을 맞춰야 하는, 제법 난이도가 있는 구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자동 저장 기능이 촘촘하게 구현되어 있어, 특정 구간을 통과하면 그 지점부터 곧바로 재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난이도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로 느껴졌으며, 실제로도 한참을 되돌아가는 식의 불합리한 상황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난이도를 제외하면, 두 플레이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핵심 설계는 분명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시연 전 개발진이 직접 밝혔듯, 기존 협동 게임에서는 스타트-스톱 구조 탓에 한쪽이 퍼즐을 풀기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잦았다.

반면 '오비탈스'는 이인삼각처럼 두 명이 끊임없이 호흡을 맞춰야 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실제로 시연 현장에서는 플랫폼 균형을 잡으며 "왼쪽! 왼쪽!", "오른쪽 급커브!" 같은 외침이 절로 터져 나왔고, 개발진이 의도한 커뮤니케이션의 재미가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약 1시간의 시연을 마치고 나니, 셰이프팜이 '오비탈스'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게임 외적으로는 단순히 함께하는 것을 넘어 서로 소통하고, 때로는 함께 연구하며, 필요에 따라 역할을 바꾸는 식으로 눈앞의 퍼즐을 풀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협동. 그리고 게임 내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아닌 '하는' 듯한 감각. 이 두 가지 목표가 이번 시연에서만큼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인상이었다.

보통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듯하다'는 식의 표현은 다소 과장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오비탈스'에 한해서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임으로서 '하는' 애니메이션. 협동 게임을 즐기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라면, 특히 80~90년대 레트로 애니메이션에 추억이 있는 이라면, '오비탈스'는 분명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게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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