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더 워킹 데드' 시리즈로 어드벤처 장르에 한 획을 그었던 개발사 '텔테일 게임즈'조차도 이 IP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사이아나이드 스튜디오가 2012년에 선보였던 '왕좌의 게임 RPG'는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IP의 무게가 크면 클수록 그것을 제대로 게임으로 옮겨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두 작품이 잘 보여주죠. 그렇기에 '왕좌의 게임 : 킹스로드'가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다섯 왕의 전쟁 이후, 가장 혼란스러운 시점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가 선택한 배경은 드라마 시즌 4 후반부, '다섯 왕의 전쟁'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웨스테로스 대륙입니다. 루스 볼턴이 북부 영주로 자리를 잡았고, 존 스노우와 밤의 경비대(나이트 워치)는 장벽 너머의 위협에 대비해 막 소집령을 내린 참입니다. 원작 팬이라면 이 시점의 긴장감을 잘 알 것입니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막 권력을 잡았죠. 아직 아무것도 결말을 향해 수렴되지 않은, 어쩌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플레이어는 이 혼란 속에 티레(Tyre) 가문의 서자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밤의 경비대의 일원이자 삼촌인 케넷을 만나기 위해 캐슬 블랙으로 향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죠. 주인공의 설정은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이지만, 게임의 무대는 원작의 설정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습니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의 이야기는 원작 소설이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면 반가운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음에 만날 인물들, 방문할 지역들에 대해 계속해서 기대하게 만들죠. 프롤로그 시퀀스에 잠깐 등장하는 세르세이의 모습, 인게임 캐릭터로 등장하는 존 스노우와 샘웰 탈리 같은 반가운 얼굴들부터, 브랜 스타크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윈터펠 내부의 모습까지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는 스타크 가문이 아닌 볼턴 가문의 치하에 있긴 하지만요.


웨스테로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
넷마블네오 장현일 총괄 PD는 개발 초기부터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확실히 옳았습니다. 제가 시연 빌드를 체험하면서 가장 긍정적으로 느낀 부분이기도 했죠.
게임 초반부에 방문하게 되는 캐슬 블랙, 윈터펠은 물론이고, 아직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월드맵 최남단에 위치한 도르네 공국까지. 드라마에서 카메라가 훑고 지나쳤던 웨스테로스 대륙의 공간들을 이제는 플레이어가 직접 발로 걸으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벽 아래에 서서 고개를 들었을 때, 엄청난 높이의 그 거대한 구조물이 화면 위로 아득하게 솟아오른 풍경은 꽤 오래 멈춰서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개발진이 HBO와의 협업을 통해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은, 그러니까 설정으로만 존재하던 지역까지 구현했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원작 팬들이 실제로 보지 못한 웨스테로스라는 세계의 빈칸을 직접 채워놨죠. 그렇기에 이 세계관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재미는 물론이고,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지역들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마법이 귀한 세계관, 절제와 호쾌함 살린 전투
킹스로드의 전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없는 것'입니다. 칼에 화염을 두르는 등의 간단한 효과들은 존재하지만, 화염구를 던진다거나, 하늘에서 번개를 떨어트린다거나 하는 판타지적인 효과들은 찾아볼 수 없죠. 제가 시연했던 구간에서는 그렇습니다. 대신 있는 것은 냉병기가 부딪히는 경쾌한 타격감과 현실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절제된 움직임입니다.
세 가지 클래스(용병, 기사, 암살자)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기사는 대검과 쌍검으로 스탠다드한 육각형의 근접 전투를 펼칠 수 있고, 용병은 대형 도끼를 휘두르는 묵직한 공격과 건틀릿을 사용한 호쾌한 전투를 펼칠 수 있죠. 암살자는 단검 두 자루와 레이피어로 스타일리시한 전투가 가능합니다.



세 클래스 모두 평타와 강타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액션을 구사할 수 있고, 조합마다 딜레이와 대미지, 그리고 모션도 다르기에 자신만의 콤보를 이어나갈 수도 있죠. 여기에 패링과 회피, 그리고 스킬들을 적절히 조합해 상대의 공격 모션을 직접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전투가 기본이 됩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무기 교체 시스템입니다. 시연 빌드에서는 모든 클래스가 2개의 주무기와 1개의 원거리 무기를 갖추고 있었는데요, 세 클래스 모두 빠른 무기와 묵직한 무기 2종류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떤 클래스를 선택하더라도 본인 취향에 맞는 무기가 하나 정도는 있을 겁니다. 그리고 추후에도 클래스를 늘리는 대신 다양한 무기들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된다고 하니 무기에 따른 더 색다른 전투들을 기대해봐도 좋겠습니다.

탐험, 협력, 도전까지 - 웨스테로스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 중심의 오픈월드 탐험입니다. 메인 시나리오를 따라 웨스테로스 곳곳을 누비고, 원작 캐릭터들과 만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게임의 주축이죠. 그런데 그것 외에도 꽤 다양한 콘텐츠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연 빌드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기억의 제단'입니다. 최대 4인 파티를 구성해 특정 보스를 처치하는 협력 콘텐츠로, 매칭이 여의치 않을 경우 봇과 함께 입장할 수 있어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핵심 보상은 '유물'로, 일반 장비와는 별도의 전용 장비창이 존재하는 독립적인 카테고리입니다. 강력한 유물 장비를 파밍하는 것이 이 콘텐츠의 주된 목적이 되겠죠.

두 번째로 '장벽 너머 원정'은 말 그대로 장벽 밖으로 나간다는 설정의 로그라이크 콘텐츠입니다. 단계를 넘길 때마다 강화 효과 선택이나 체력 회복 등의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진행할수록 추위 게이지가 쌓이고 이것이 가득 차면 원정이 종료됩니다. 주간 보상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정기적으로 소화하는 주간 콘텐츠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벽 너머라는 설정을 게임과 연결한 아이디어가 세계관 몰입감을 자연스럽게 유지시켜 준다는 점이 인상적인 콘텐츠입니다.


시연 빌드에는 4인 협동 레이드인 '심연의 제단'도 열려 있었습니다만, 매칭이 잡히지 않아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습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화로에 불을 붙여 화살에 옮기거나 발리스타를 조작해 보스를 무력화하는 등 파티원 간 유기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설계입니다. 시연 환경의 한계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콘텐츠의 규모와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엔드 콘텐츠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비는 직접 파밍으로, 시연 빌드에서 확인된 BM 구조
시연 빌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유료 상품은 월정액 형태의 '월간 지원' 두 종류뿐이었습니다. '월간 생활 지원'과 '월간 전투 지원'으로 나뉘며, 내용물은 대부분 편의성 향상이나 시간 단축 성격입니다. 콘텐츠 입장에 소모되는 RP(행동력 자원)를 추가로 지급받거나, RP를 2배 소모해 보상을 2배로 받거나, 인벤토리를 확장하는 식입니다.

시연 빌드에서는 인벤토리가 가득 찰 만큼 플레이를 하지 않아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확인된 범위 안에서는 과금 유도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경쟁 요소가 없는 게임인 만큼, 본인 템포에 맞춰 플레이하면 되니까요.
장비 측면에서는 뽑기 요소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장비는 고급 등급부터 전설 등급까지 전부 대장간에서 제작이 가능했으며, 강화 역시 인게임 재료만으로 진행됩니다. 장비 세트 효과를 강화하는 세트 연구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연 빌드라는 제한된 환경인 만큼 전체 BM 구조를 단정하기는 이릅니다만, 확인된 범위 안에서만큼은 킹스로드는 꽤나 정직한 편이었습니다.


충분히 기대할 만한 웨스테로스 대륙
이 게임을 구성하는 시스템들은 대부분 장르 안에서 이미 익숙한 요소들입니다. 패링 시스템이라던가, 로그라이크 콘텐츠라던가, 장비를 제작하고 강화하는 육성 시스템조차 말이죠.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은 건 이것들이 세계관 안에 무리 없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전투의 타격감도 원작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잘 조율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웨스테로스 대륙의 구현입니다. 드라마에서 카메라가 스쳐 지나가던 공간들을 직접 발로 걸으며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원작에서 설정으로만 존재하던 지역들까지 실제로 구현해 놓았다는 점은 원작 팬 입장에서 꽤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얼굴들과 장소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지, 어떤 지역을 방문하게 될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됩니다. 원작 팬이라면 게임 안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Winter is coming"이라는 대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왕좌의 게임 : 킹스로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왕좌의 게임의 세계를 어떻게 게임에 녹여냈는지, 개발진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공식 포럼 개발자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