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은 무엇이냐?"

모든 시리즈를 경험한 팬들 사이에서도 아마 답이 갈릴 질문일 것이다. 서사에 중심을 둔다면 이탈리아에서 펼쳐지는 '에지오 트릴로지'의 손을 들어줄 것이고, 시스템 리부트 이후 오픈월드에서의 만족감을 중시하면 아마 '오디세이'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이에 끼었음에도 이 못지 않은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 있다. 어쌔신 크리드의 오랜 서브 콘텐츠였던 '항해'를 완전히 정립한 작품. 최고의 어쌔신 크리드 후보로도 간혹 꼽히는 녀석.

바로 '어쌔신 크리드4: 블랙 플래그'다.

3편의 주인공인 '코너 켄웨이'의 조부이자, 캐리비안을 무대로 활동하던 해적 '에드워드 켄웨이'가 우연찮게 템플러와 암살단 사이에 엮여 해적이자, 암살자로 거듭나는 이 이야기는 다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대비 딱히 엄청난 이야기가 아님에도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게임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찢어지는 포성과 함께 진행되는 대항해시대의 해상 포격전을 너무나 훌륭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랑을 받은 '어쌔신 크리드4: 블랙 플래그'가 '리싱크드'라는 이름을 더해 오는 7월 9일 출시된다. 그리고, 리메이크의 과정에서 과거의 작품을 그대로 가져 오는 경우는 없다. 무엇이 바뀌고 더해졌는지, 유비소프트의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 사항들을 하나씩 점검해보자.


'전투, 파쿠르, 스텔스' - 2026년의 감각으로


우선 가장 체감이 큰 변화는 전투 시스템이다. 원작 ‘블랙 플래그’의 전투는 카운터 중심의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면, 이번 리메이크는 이를 완전히 액션 지향으로 재구성했다. 패링을 기점으로 적을 무력화하고, 이후 연계 처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핵심이며, 한 번의 대응이 다수의 적을 정리하는 ‘리듬감 있는 전투’로 재설계됐다.

여기에 환경 활용 요소가 더해진 점도 눈에 띈다. 단순히 검과 권총만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벽이나 난간,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까지 전투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결과적으로 전투는 ‘타이밍’과 ‘위치 선정’이 동시에 중요한 구조로 바뀌었다.

▲ 보다 능동적으로 변한 전투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난이도 상승이라기보다는, 전투를 하나의 선택 과정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과거와 같이 카운터를 위해 무작정 상대 공격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로 이동한 셈이다.

파쿠르 역시 최신 시리즈의 흐름을 반영해 크게 개선됐다. 기본적인 이동 속도와 반응성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다양한 입력에 따른 세밀한 동작이 가능해졌다. 특히 자유 점프, 후방, 측방 회피 등 고급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도시와 자연 환경을 가로지르는 경험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전보다 더 나은 암살 경로를 자연스럽게 짜고,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스텔스 또한 구조적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후대 시리즈에서 도입되었던 '상시 웅크리기'의 추가다. 원작에서는 제한적이었던 은신 행동이 이제는 플레이어의 기본 선택지로 확장되면서, 보다 정교한 잠입이 가능해졌다.

▲ 최근 작품들처럼 상시 웅크리기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미션 설계의 변화가 더해진다. 기존의 도청·추적 미션은 발각 시 즉시 실패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며 플레이어가 대응해야 한다. 즉, 도청과 추적에 실패하더라도, 이후 플레이어의 대응에 따라 미션을 실패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성공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투, 파쿠르, 스텔스 모두 공통된 방향성을 갖는다. 과거의 ‘정해진 해법’에서 벗어나,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법을 구성하는 경험으로 재정의된 셈이다.

▲ 나무에 매달아버리는 스파이더맨식(?) 암살도 가능


'오픈월드와 해상전' - 보다 심화된 블랙 플래그의 무대


블랙 플래그에서 바다는 이미 핵심 요소였지만, '리싱크드'에서는 그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단순한 이동 공간이나 전투 무대가 아니라, 플레이 자체를 규정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대표적인 변화는 환경 요소다. 파도와 날씨는 이제 시각적 연출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항해와 전투에 영향을 준다. 거친 파도는 배의 조작을 어렵게 만들고, 폭풍은 전투의 양상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해상 플레이를 보다 예측 불가능한 경험으로 만든다. 동일한 적을 상대하더라도 환경에 따라 전투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 반복이 아닌 상황 대응이 요구된다.

▲ 해상전의 역동성은 그대로, 비주얼은 훨씬 좋아졌다

주인공 에드워드의 기함인 '잭도(Jackdaw)' 역시 단순한 업그레이드 수준을 넘어선 변화를 맞는다. 각 무기에는 새로운 ‘대체 사격 모드’가 추가되며,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 화력 강화가 아닌, 상황에 맞춰 무장을 갖출 수 있다.

여기에 '부관'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된다. 세 명의 부관은 각각 고유 능력을 지니며, 특정 전투 상황에서 강력한 변수를 제공한다. 부관은 '루시 볼드윈', '신부(Father)', '데드맨 스미스'로 총 세 명이며, 각자 배경 서사와 영입 퀘스트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신뢰를 얻어 잭도에 합류시킬 경우, 새로운 기능을 얻거나 무장을 해금할 수 있다.

오픈월드 역시 기술적 진보를 기반으로 재구성됐다. 블랙 플래그 리싱크드는 최신 앤빌 엔진으로 다시 다듬어져 카리브 해 전역은 고해상도 텍스처와 개선된 라이팅을 통해 완전히 새롭게 표현되며, 동적 날씨 시스템이 더해져 환경 자체가 살아 움직인다.

▲ 변화무쌍한 날씨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도시와 지역 간 이동이 더욱 심리스하게 연결되면서, 세계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는 원작이 추구했던 ‘끊김 없는 경험’을 한층 강화한 결과다.

또한 수중 탐험 역시 확장됐다. 단순한 수집 요소를 넘어, 위험과 보상이 공존하는 독립된 플레이 영역으로 기능하며, 세계의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 해상 백병전도 과거 느낌 그대로다


서사는 더해지고, '멀티플레이'는 빠지고


모든 구작의 리메이크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느냐’다. 이번 작품은 이 선택을 비교적 명확하게 가져간다.

우선 신규 콘텐츠는 분명 존재한다. 새로운 미션과 챕터가 추가되며, 기존 서사를 보완하는 장면들이 포함된다. 특히 에드워드와 그의 아내 캐롤라인과 관련된 신규 장면은 캐릭터의 감정선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기존 인물들의 서사 역시 확장된다. 블랙비어드 등 주요 캐릭터와 관련된 새로운 서사 곡선이 추가되며,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시점을 제공한다. 개발진은 이 '추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렇게 자문했다. “이 장면이 원작에 있었어도 자연스러운가” 그리고 이 질문에 통과한 콘텐츠만 '리싱크드'에 더해졌다.

▲ 이번 작품의 서사 중심이 되는 에드워드 켄웨이, 아데웰, 검은 수염, 앤 보니

즉, 신규 콘텐츠는 독립적인 확장이 아니라, 원작과 완전히 이어지는 연장선으로 설계됐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새로운 장면’을 보면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구성됐다.

반면 과감하게 제거된 요소도 있다. 대표적으로 멀티플레이와 기존 DLC는 이번 리메이크에서 제외된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축소가 아니다. 개발진은 이번 작품을 ‘순수 싱글 플레이, 스토리 중심 경험’으로 재정의했다. 즉, 분산된 요소를 정리하고 핵심 경험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현대 파트 역시 재구성된다. 기본 구조는 유지되지만, 그 비중과 역할이 달라진다. 이번 작품에서 현대 파트는 프랜차이즈 전체를 설명하는 장치라기보다, 에드워드의 내면을 보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 주 무대인 '하바나'도 기술의 수혜를 받았다

이는 이야기의 중심을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복잡한 외부 서사 대신,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구조다. 여기에 음악 역시 중요한 확장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항해가는 여전히 유지되면서도 새로운 곡이 추가되고, 신규 테마 역시 제작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리메이크의 콘텐츠 변화는 단순하다. 더 많은 것을 추가하기보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제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게임은 다시 한 번, 에드워드 켄웨이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