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지옥과는 또 다른, 중국 특유의 사후 세계관이 있다. 죽은 자가 귀문관(鬼门关)을 지나 황천로(黄泉路)를 따라 걷고, 내하교(奈何桥) 위에서 맹파탕(孟婆汤)을 마신 뒤 윤회로 돌아간다는 중국 신화 속 지부(地府)의 풍경이다. 한국 플레이어에게는 다소 낯선 이 세계가 이번에는 메트로바니아 액션 게임의 무대로 등장한다.

'카르마 엑소시스트(Karma Exorcist)'는 중국 신화의 지부를 기반으로, 개발팀이 직접 보강한 오리지널 설정을 더해 빚어낸 동양 판타지 액션 게임이다. 8인의 소규모 팀이 2년 넘게 개발해온 이 작품은 11개의 주요 구역과 20종 이상의 법보(法宝) 시스템, 그리고 인차(阴差)가 영혼을 포박할 때 쓰던 구혼쇄(钩魂锁)를 차용한 독특한 이동 메커니즘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인벤은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진행되는 스팀 체험판 공개를 앞두고 마련된 '빌리빌리 퍼스트룩' 현장에서, '카르마 엑소시스트'의 프로듀서를 만나 게임의 세계관 설계와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준(Sijun, 李思君) 프로듀서

개발 배경부터 간단히 소개해달라. 팀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개발 기간은 얼마나 되나.

" 현재 팀은 8명 규모고, 지금까지 약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중국의 지부(地府, 저승) 설화를 배경으로 한 서사 자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중국 고대 설화에 대해, 그리고 이를 게임의 무대로 선택한 이유를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을까?

" 중국 고대 설화(또는 신화)에는 인간 세계(양계)와 음계가 나뉘어 있다는 세계관이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서양의 지옥 개념과 닮은 면도 있다. 중국의 신화와 관련한 문헌과 자료가 방대하지만, 동시에 그 내용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것을 우리 게임의 세계관에 가져오기 위해, 신화 자체가 가진 논리적 허점들을 메우는 오리지널 설정을 더해야 했다.

또한 지부는 중국 민속의 상당 부분을 품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변방 지역의 다양한 미신들이 담긴 영역이라 신비로운 색채가 짙은데, 메트로바니아라는 장르과 본질적으로 탐험을 지향하는 만큼, 이 신비로운 색채가 탐험의 재미를 증폭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속적 요소들을 단순히 배경으로 두는 것을 넘어, 게임 속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했나?

"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사람이 죽어 윤회로 돌아갈 때, '내하교'위에서 '맹파탕'을 마셔 기억을 지우고 환생한다는 민속 전설이 있다. 이런 설정에 덧붙여, "전생의 부부가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면, 맹파탕을 마시지 않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된다. 강 속의 수많은 악귀에게 고통을 당하게 되지만, 상대방도 똑같은 선택을 할때까지 기다리면 함께 환생해 전생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민간 설화들이 우리 게임에서 서브퀘스트로 포장되어 있다. 어떤 NPC는 실제로 그 선택을 했지만, 결국 아내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민속의 한 조각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확장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최근 이 장르 게임들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성취감과, 반대로 반복되는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 사이 균형은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성취감은 도전 그 자체를 완수하는 것에서 오는 긍정적 피드백이다. 도전을 성공시키면 그에 상응하는 콘텐츠 보상이 따라오는데, 이것이 플레이어에게 탐험과 보스 재도전의 동력이 된다. 게임 안에는 수치 성장만이 아니라 앞서 말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소재와 콘텐츠에 흥미를 느낀 플레이어에게는 그 자체가 계속 도전할 이유가 되어준다.

좌절감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도 여러 수단을 준비해두었다. 다만 이번 체험판은 비교적 초반 빌드이기도 하고, 전반적인 폴리싱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또 하나는, 체험판 구간에서는 플레이어가 확보할 수 있는 전투 전략 수단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어려움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폴리싱도 개선되고,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면 문제 해결 방식 또한 풍부해져 좌절감이 훨씬 덜해질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플레이어의 학습과 성장이기도 하다.



체험해본 바로는 세이브 포인트가 다소 적다고 느낀 경우도 있었다. 이동 경로가 반복되면서 피로해지는 지점이 있었는데, 드문 세이브 포인트 배치가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 이 부분은 관문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만약 선형적인 흐름의 게임이었다면 10분 간격 같은 식으로 일정한 간격마다 세이브 포인트를 배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은 탐험 비중이 높은 비선형 구조이기 때문에, 세이브 포인트 배치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어떤 구역의 세이브 포인트는 처음에는 도달하기 어렵지만, 나중에 다른 경로를 통해 돌아왔을 때 엘리베이터 같은 장치로 해당 지점을 다시 활용하게 되는 식이다. 우리가 고민한 부분은 이 세이브 포인트가 관문 설계상 비선형적이고 탐험의 자유도를 주면서도, 플레이어가 스스로 발견했을 때 효과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다만 플레이어가 해당 포인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확실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보스 앞에는 음혼등(隐魂灯)이라는 임시 부활 지점을 배치했다. 다만 이 음혼등은 순간이동 기능은 없다.


발표에서 주인공이 후토의 손가락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다른 손가락에서 태어난 여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 캐릭터에 대해 더 설명해줄 수 있는가. 또 어느 시점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가.

" 여주인공은 지부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 자체는 주인공과 같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길을 택한 존재다. 주인공은 "모든 악업을 참하여 돌려놓겠다"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것이 실제로는 악업을 더 생산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방식이기도 하다. 설명이 다소 복잡한 부분이지만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여주인공은 여신 후토의 방식, 즉 "진압과 소멸"을 택한 쪽이다. 악업을 참하는 것이 아니라 억제한다는 접근이다. 이 때문에 두 캐릭터는 게임 초반에 만났을 때 서로 대립하는 관계로 그려진다. 상대가 하는 일을 서로 인정하지 못하는 상태다.

플레이어는 점차 여주인공 역시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후 여주인공의 방식 또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다. 참고로 이른바 "가짜 엔딩"은 그녀와 협력하지 않은 채 대립 관계를 끝까지 이어간 경우의 결말이며, "진정한 엔딩"은 그녀와 함께 협력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결말이다.


여주인공을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가.

" 현재 계획으로는 일부 콘텐츠에 한해 조작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전체 구간에서 선택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녀와 협력하게 되는 스토리 시점 이후의 일부 파트에서 조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발표에서 공개된 맵은 최종 버전에 가까운가, 아니면 앞으로 확장될 예정인가.

" 공개된 맵은 초안이다. 맵이 무조건 더 커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앞으로 조정 폭은 꽤 클 것이다.


십팔층지옥(十八层地狱)이라는 공간도 따로 존재하는데, 여기에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게임 후반부의 콘텐츠다. 하나의 독립된 구역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개념 자체는 이미 명확하게 잡혀 있고 개발도 이미 진행 중이다. 다만 메인 스토리 진행상 필수 구간은 아니고, 상당히 숨겨진 요소로 설계되어 있다. 탐험을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부분이다. 완벽 엔딩과 관련된 콘텐츠라고 이해하시면 된다.


그곳의 경로나 보스는 메인 스토리보다 더 어려운가.

" 그렇다. 난이도는 더 높게 설정될 것이다. 일종의 최종 도전 콘텐츠에 해당한다.


엔딩까지의 플레이 타임은 대략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 메인 스토리만 진행하는 경우 현재 약 20시간 정도로 계획 중이다. 모든 수집 요소까지 포함하면 30시간에서 40시간 정도가 될 것이다.



엔딩 이후에 추가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있는가.

" 물론이다. 하나는 서로 다른 완벽 엔딩을 위한 반복 탐험이 필요한 요소들이다. 또 하나는 서브 퀘스트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메인 진행에 필수적이지는 않아 엔딩 이후에 다시 돌아가 탐험할 수 있다. 이런 콘텐츠에는 세계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부연 설명이 담긴 것들도 있고, 흥미로운 서브 스토리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엔딩까지 도달한 시점에 경험하게 되는 콘텐츠는 전체 볼륨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모두 엔딩 이후에 즐길 수 있는 부분이다.


한 번에 장착 가능한 법보가 8개, 그중 3개를 퀵 슬롯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구조인데, 특정 조합을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특정 보스전에 특정 법보가 더 유리한 식인가.

" 우리가 설계한 로직은 기본적으로 모든 조합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각 법보는 자기만의 고유한 전투 모듈을 가지고 있어, 서로 다른 전투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조합 선택은 어떤 전투 스타일을 선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위 "최적의 빌드" 같은 것을 우리 쪽에서 과하게 만들어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적 유형별로 유리한 법보는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움직임이 빠르고 덩치가 작은 적에게는 추적형 공격을 가진 법보가 잘 맞고,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느린 적에게는 자신 주변을 회전하며 지속 데미지를 주는 법보가 어울린다. 이 경우 적과 근접 상태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보충하자면, 8개의 법보 슬롯 중 3개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이유는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전투 환경에서 자신의 전투 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플링 훅 역할을 하는 구혼쇄(钩魂锁)는 보스전이나 일반 탐험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이 도구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 구혼쇄는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도구다. 탐험 측면에서는 이것 없이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 다수 존재한다. 전투에서는 필수는 아니지만, 특정 적과의 전투에서는 매우 유효한 대응 수단이 된다.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공중에 있어 직접 공격이 어려운 적을 끌어내리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8명이라는 소규모 팀은 인디 기준으로도 작은 편이다. 개발 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부분이 있는가.

" 이번 작품은 우리 스튜디오가 처음 만드는 싱글 플레이어 패키지 게임이다. 다만 팀원들 각자가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경력자들이다.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기술 인력들이 탄탄한 편이라, 실제 제작 공정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많이 든 부분은 세계관 구축이었다. 제대로 된 세계관을 만들려면 중국 고대 신화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조사해야 했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부분들을 우리가 직접 보완해가며 정돈해야 했다. 이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또 하나는 아트 스타일 방향이다. 중국 신화 소재의 감각을 살리면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비주얼을 동시에 구현하고 싶었다. 수묵화 스타일처럼 지나치게 동양적 색채가 짙으면 글로벌 수용도가 떨어질 수 있었고, 그렇다고 색채를 완전히 뺄 수도 없었다. 이 부분에서 아트 방향성을 여러 차례 갈아엎어 가며 지금의 스타일에 도달했다.


개발자로서, 플레이어가 보스에게 당하는 장면과 일반 이동 중 가시나 함정에 걸려 죽는 장면 중 어느 쪽이 더 보람찬가.

"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공들여 설계해둔 장치를 플레이어가 발견했을 때가 가장 즐겁다. (웃음)


한국어 지원은 이루어지는가. 한국에서의 정식 출시도 예정되어 있는가.

" 둘 다 예정되어 있다.


정식 출시 시점과 외부 테스트 계획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면 알려달라.

" 개인적으로는 가능한 한 빨리 출시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 계획 기준으로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그 사이에 외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조정이 생길 수 있어 확정된 일정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외부 테스트는 올해 안에는 분명히 진행될 예정이다.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진행되는 체험판도 그 일정 중 하나이며, 단계를 나눠 여러 차례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스팀 상점 페이지를 통해 테스트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플레이한 체험판의 난이도가 정식 출시 시점에도 그대로 유지될 예정인가.

" 정식 출시 기준으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