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스팀 머신과 함께 공개됐던 스팀 컨트롤러의 목표는 '스팀을 거실로'였다.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콘솔과 마찬가지로 TV로 넓히고자 하는 계획이었는데, 이 계획에는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스팀 게임들이 게임 패드보다는 키보드와 마우스(키마) 조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에야 많은 게임들이 멀티 플랫폼 전략을 유지하면서 게임 패드 조작은 반쯤 필수가 되었다. Xbox가 빠른 키마 조작이 필요로 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를 콘솔로 출시하기 위해 패드 조작을 추가했듯, 이제는 장르마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이게 뭐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느냐만은, 분명한 건, 예전에는 스타크래프트64나 헤일로 워즈처럼 키마 필수 게임의 게임 패드 조작은 모험에 가까운 것처럼 여겨졌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미 키마 조작이 정립된 게임을 거실로 옮기는 데 있어서 이 조작의 변화는 밸브에게 큰 도전이었다. 게임의 조작 체계를 패드에 맞추는 게 아니다. 키마 조작 자체를 패드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당시 스팀 컨트롤러의 목표는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이건 스팀 컨트롤러만의 참신하면서도 해괴한 패드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십자키와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대신한 트랙패드. 이건 마우스 조작을 패드로 옮겨내는 데에는 훌륭하게 성공했지만, 기존의 패드 경험 자체는 무너트렸다. 묘하게 쓸 데가 있는데, 또 어찌 보면 제대로 쓸 데는 없는 그런 패드.
그렇기에 2026년의 스팀 컨트롤러는 분명 달라졌다. 순수하게 그냥 게임 패드 자체로의 경험을 더하고, 두 개의 트랙패드로 마우스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11년 전의 그 애매함이 사라졌다. 게임 패드도, 트랙패드도 아닌 오묘한 경험이 게임 컨트롤러라는 명확한 카테고리로 재정립됐다.
이번엔 진짜 게임 패드다
기초부터 달라진 스팀 컨트롤러
스팀 컨트롤러의 기본적인 경험 자체는 이제 온전한 게임 패드다.
전에는 없던 십자키를 달아두고, 오른쪽에는 아날로그 스틱을 살렸다. 범퍼, 트리거 등 필수 버튼은 그대로 갖췄고 컨트롤러 그립부 뒤로 양쪽에 2개씩 있는 백그립 버튼까지 가지고 있다. 누르고 떼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버튼 수는 충분하게 갖췄다. 어찌 보면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나 싶겠지만, 분명 지난 스팀 컨트롤러에서는 그게 없었으니까.

기초 공사가 탄탄하게 되니 일단 '이 패드를 대체 어디다 써먹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사라지게 됐다. 두 개의 트랙패드를 빼도, 일반적인 게임 패드 자체의 체급으로 다른 패드들과 견줄 만한 만듦새를 갖췄다는 이야기다.
기본 조작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기기 외형도 이미 게임 팬들 손에 잘 익은 게임 패드와 비슷하다. 트랙패드 부분 탓에 사진으로 볼 때는 이게 얼마나 거대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정작 실제 크기는 다른 회사의 것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작됐다. 마냥 작은 편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도 아니다.
무게 역시 290g 정도로 듀얼센스보다 약간 무거운 수준이다. 단, 스팀 컨트롤러의 버튼 구성 상 하이엔드 컨트롤러가 비교 대상이 될 텐데, 300g을 넘어가는 듀얼센스 엣지나 Xbox 엘리트 시리즈2보다는 분명 가벼운 편이다.
그리고 이게 -크지 않다-, -무겁지 않다-로 그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작 방향을 바깥으로 밀어나가는 식으로 꽤 영리하게 구현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스팀 컨트롤러는 Xbox 패드나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과 프로콘처럼 아날로그와 십자키를 각각 엄지 라인에 일자로 두는 비대칭 레이아웃 대신, 아날로그 스틱 두 개를 십자키와 일반 버튼 아래에 두는 시메트릭(대칭) 레이아웃이다.

PS 듀얼쇼크-듀얼센스 스타일의 대칭 레이아웃이 편한지, Xbox 패드 스타일의 비대칭 레이아웃이 더 편한지는 사람마다 플레이 경험이나 손에 익은 정도에 따라 차이날 수 있는 부분이다. 단, 그립부 사이에 커다란 트랙패드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십자키보다 더 높게 튀어 나온 아날로그 스틱이 트랙패드 바로 위에 있다보니 아날로그 스틱을 누를 때 손바닥으로 트랙패드를 덮을 일이 적어진다. 십자키나 일반 버튼을 누를 때도 자연스럽게 엄지 손가락 아래 부분이 아날로그 스틱보다 높게 있거나, 아날로그 스틱들보다 바깥쪽으로 위치하게 된다. 조금 복잡하게 들린다면, 간단하게 말해 이 대칭 형태가, 다른 조작을 할 때 트랙패드가 실수로 눌릴 가능성이 가장 낮은 형태라는 뜻이다.
기기 외형과 버튼의 배치는 그립감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이것이 나름 준수하다. '나름'이라고 평가한 건 독특한 기기 형태와 기능을 감안하면 분명 좋지만, 반대로 최고 수준의 그립감을 추구해나가는 여타 하이엔드 패드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건 스팀 컨트롤러에만 있는 기능을 넣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있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스위치 프로콘2 정도가 손에 딱 맞을 만큼 손이 작은 편이기에 -크지 않다- 정도의 스팀 컨트롤러도 분명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손에 쥐면 꽤 손에 감기는 느낌인데 아래 그립부를 바깥으로 빠지는 형태 대신, 수직에 가깝게 내려오는 형태로 만들어진 덕이다. 여기에 안으로 파이는 부분도 꽤 넉넉하게 있어 손에 비교적 꽉 쥐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처음 만졌을 때는 조작부, 특히 아날로그 스틱이 그립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플레이하면서 그런 감정이 줄어드는 것도 이 그립부 디자인을 통해 비교적 패드를 느슨하게 쥐는 구조에 익숙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트랙패드 부분이 크게 있어 그립부를 손으로 꽉 쥐는 형태의 게임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대신 범퍼니, 트리거나 검지와 중지를 멀리 뻗어야 하는 요즘 패드 특성상 그립부를 살짝 쥐어주는 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트랙패드 때문에 그립감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걱정은 실제 플레이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재질이나 전체적인 만듦새도 좋아졌다. 특히 어딘가 살짝 어긋난 듯한 마감이나 장난감 느낌으로 조악했던 마감도 이번에는 고급형 게임 패드로서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다.

물리적인 버튼의 눌림이나 반동은 아래 따로 다루더라도, 재질이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지금의 재질 자체가 전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고, 패드 전체를 마찰력이 높은 재질로 선택했다간 트랙패드, 아날로그 스틱, 일반 버튼을 오가기 위해 패드에서 손이 살짝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 불리할 수 있다. 그래도 듀얼센스처럼 적절한 질감 처리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정도는 남는다.
이러한 재질의 단일화는 앞서 말한 기능적인 부분에서의 특징을 살리려 한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그건 이번 스팀 컨트롤러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기능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 중 하나인 그립 센스다.
쥐는 것만으로 달라지는 조작
그립 센스·자이로·트랙패드가 만드는 가능성
그립 센스는 말 그대로 그립부를 손으로 쥐고 있는지 감지하는 기능이다. 이게 스팀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업으니 꽤 다양하고, 재미있는 조작을 가능하게 만든다.
일단 그립 센스는 그립부를 어느 정도 '쥐는' 상태가 되어야 인식된다. 손가락으로 터치하거나, 패드를 여기저기 잡고 있는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컨트롤러를 쥐고 있을 때, 그 부분을 인식한다. 그리고 이걸 가장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바로 자이로 조작이다.
자이로 조작은 여러 축을 기준으로 패드의 상하좌우, 전진 후진, 회전 등을 감지해 실제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션 센서 기능이다. 보통 슈터 등에서 아날로그 스틱만으로 빠른 조준점 이동, 반대로 정밀한 이동이 필요한 경우 이 자이로 센서를 활용한다. 잘 쓰이는 부분에서는 효과가 좋은데, 패드 자체를 조작에 쓴다는 점에 여러 문제점도 생긴다.

패드를 잠시 손에서 내려두거나, 자세를 바꾸거나, 심지어 다른 조작을 위해 패드를 살짝 움직이는 것마저도 자이로는 인식한다. 스팀 컨트롤러는 패드를 쥔 손을 풀면, 자이로가 작동하지 않는다. 자이로를 켜고 끄기 위해 별도의 버튼을 누를 수고로움도 없다. 당연히 손을 쥐고 쥐지 않는 것만으로 자이로를 작동시킬 수 있으니 조작 속도도 그만큼 높아진다.
화면을 계속 오른쪽으로 돌리는 등의 회전 플레이에서도 효과적이다. 오른쪽으로 계속 시점을 올리려면, 기존에는 컨트롤러를 오른쪽으로 계속 이동시켜야 했다. 서서 플레이하지 않는 이상, 또 서서 플레이해도 화면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면 컨트롤러를 계속 이동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패드를 옮긴 뒤, 잠시 손을 떼 패드를 몸 가운데로 가져오면 된다. 마우스를 잠시 들어, 중앙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자이로에서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실 '패드를 쥔 손을 풀면, 자이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반만 맞는 말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자이로를 특정 버튼을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만 동작하게 만들도록 설정해야 한다. 즉, 그립부 쥠 인식이, 일종의 버튼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한 쪽 그립만 잡아서 인식시킬 수도 있고, 그립 자체를 아예 다른 역할을 하는 버튼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마우스의 클릭 버튼으로 활용하면 쥐고 떼는 것만으로도 총을 쏘거나, 미세한 마우스 조작을 자이로와 함께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날로그 스틱 역시 터치를 인식, 버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날로그 스틱을 꾹 누르는 기능, 흔히 R3나 L3 기능이 아니라, 아예 살짝 손을 대는 터치에도 따로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식이다. 스팀이 워낙 자유로운 맵핑이 가능하다보니,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조작법을 창조해낼 가능성이 열렸다.

그리고 이 조작의 다양성은 또 다른 조작부인 트랙패드와 함께 더욱 다채로워진다. 스팀 컨트롤러의 트랙패드는 스팀 덱의 그것을 완전히 옮겨온 느낌이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별다른 피드백이 없지만, 전원이 들어온 상태에서는 약간의 진동과 함께 내가 트랙패드를 직접 터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낸다. 당연히 클릭감도 이 진동으로 들어온다. 실제로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 더해지는 식인데, 스팀 덱을 플레이해봤다면 그것과 동일하다. 아니라면 맥북이나 아이패드 매직 키보드의 포스 터치 시스템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스팀 덱에서도 그랬지만, 이 트랙패드가 마우스 조작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다. 기술적인 변화 자체가 큰 건 아니지만, 트랙패드를 두 개의 보다 손에 딱맞는 배치로 마우스 조작 자체가 더 유연하게 가능해졌다. 하나의 트랙패드에서는 이동 거리에 제한이 있지만, 트랙패드 두 개를 양손 엄지로 연달아 조작하면 쉬지 않고 먼 거리로 포인트를 옮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트랙패드 조작 자체는 다른 아날로그 스틱이나 버튼 입력처럼 스팀 앱에서 매우 상세하게 조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체험에서 왼쪽 트랙패드에만 좌클릭 입력을 주고, 오른손으로 아날로그 스틱을 조작하듯 트랙패드로 마우스 포인터를 조작하면 마우스만큼은 아니어도, 훨씬 유연한 조작이 가능했다. 이것도 버티컬 마우스나 노트북 트랙패드를 쓰는 것처럼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가지면 더 자유롭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에 트랙패드는 기본 아날로그 스틱보다 살짝 아래로 파여진 부분에 놓여있고, 스팀 덱과 달리 살짝 기울어져 있다. 패드를 쥐는 방향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쏠리다보니, 오히려 이쪽이 더 자연스럽게 트랙패드를 조작할 수 있는 방향이었다.
또 트랙패드 양쪽은 바로 위, 아날로그 스틱과의 조작 연결성도 가지게 됐다. 1인칭 슈터 게임 등에서 둘을 동시에 활용하면 정밀한 조준이 가능하다. 아날로그 스틱의 감도를 좀 높여 빠르게 화면을 조작하고, 손가락을 살짝 내려 트랙패드에서는 그 감도를 낮춰주는 식이다. 이런 조작의 연동성을 위해 비대칭 대신, 각각의 트랙패드 위로 아날로그 스틱이 올 수 있는 시메트릭 레이아웃이 한 몫하기도 했고 말이다. 여기에 자이로 기능까지 그립 센스와 엮어 쓰면 화면 조작 자체는 그 어떤 컨트롤러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가능하다.

트랙패드를 꼭 스틱이나 한 개의 버튼으로만 쓰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눌러 여러 버튼으로 쪼개 쓰는 옵션도 있다. 스팀에는 버튼 하나에 다른 작업을 더하거나 순서대로 버튼을 입력하고, 상황별로 버튼 배치까지 바꿀 수 있는 기능이 기본으로 담겨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수많은 조작을 스팀 컨트롤러 하나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셈이다.
전체적인 진동의 강함은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대신 트랙패드의 진동처럼 기기 전체 진동도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피드백에 집중한 방식으로, 세밀한 조작 반응에서 더 강한 몰입감을 준다.
퍽부터 커스터마이징까지, 스팀답게
무한한 가능성, 그만큼 배워야 하는
스팀 컨트롤러는 기기와의 연결성 부분에도 꽤 신경을 썼다. 기본적으로 추천되는 조합은 퍽(Puck)이다. 퍽은 USB-C 방식으로 기기와 연결하고, 포고핀으로 스팀 컨트롤러 뒤에 붙는다. 약간의 자성이 있어, 퍽에 연결된 선만 들어도 크게 흔들지 않는다면 떨어지지 않는 정도로 연결된다.
그리고 처음 퍽과 스팀 컨트롤러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기기와 연동된다. 퍽으로 한 번 연결된 기기와는 이후 퍽으로 연결하지 않고서도 무선 상태에서 기기와 자동으로 붙는다. 퍽이 해당 기기와 연결된 상태라면 말이다. 즉, 이게 기기 연결 앱, 그리고 수신기로도 쓰이는 셈이다. 퍽 하나에는 최대 4개의 스팀 컨트롤러를 연결할 수 있어 스팀 컨트롤러를 여러 대를 쓰더라도 퍽 하나로 모두 등록할 수 있다. 퍽 덕분에 초기 컨트롤러 설정은 블루투스 연결이나 앱에서의 복잡한 작업 없이 스팀에서 몇 번의 단계만 거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퍽은 기기 연결 외에도 충전 역할도 한다. 퍽과 기기가 케이블로 연결되고, 작은 퍽이 컨트롤러에 달라 붙는 형태인 만큼, 충전을 하면서도 사용할 수 있다. 퍽은 작고, 케이블을 고정할 정도로 무겁지 않다 보니, 컨트롤러를 거치하는 크래들 형태보다는 케이블이 비교적 난잡하게 퍼지는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퍽 연결 상태에서도 게임 컨트롤이 가능하다. 물론 충전은 꼭 퍽이 아니라 일반 케이블을 스팀 컨트롤러의 USB-C 포트에 연결해도 가능하다.
이러한 퍽 연결은 스팀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윈도우 스팀 앱 외에도 맥 버전 스팀 앱에서도 동일하게 작동 가능했다. 블루투스 연결도 가능한데, 이 경우에도 퍽으로 연결한 것과 동일하게 스팀 앱에서 다양한 옵션이나 기기 설정이 가능하다. 연결도 기기마다 두 개 저장 가능해, 퍽과 블루투스 하나씩 설정해두고 다른 기기에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편리한 연결과 달리 퍽과 블루투스 전환은 조금 번거롭다. 오른쪽 트리거와 A, 혹은 B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전원을 켜면 버튼에 맞게 퍽, 블루투스가 다른 버전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대신 기기 전환 자체가 많지 않고, 방식이 명확해 콘솔사의 컨트롤러보다는 유연한 편이다.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는 스팀 앱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이다. 스팀 컨트롤러는 듀얼센스 엣지, Xbox 엘리트 무선 컨트롤러 등 여타 고급형 컨트롤러가 모듈이나 스틱 등을 변형하게 만드는 대신 기기 자체의 마감을 높였다. 커스터마이징은 넉넉한 백그립 버튼에 조작 다양성을 높이는 2개의 트랙패드로 만든 수많은 버튼과 입력 방식을 스팀 앱에서 직접 조작 가능한 형태로 풀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스팀 앱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복잡하다. 이는 너무나 다양한 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스틱 감도부터 데드존 설정, 액션 기능이나 매크로까지 존재하고 이걸 또 마우스나 키보드 버튼 조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버튼 변경까지 지원한다. 그리고 이게 2015년 스팀 컨트롤러 버전보다는 훨씬 개편됐지만, 여전히 직관적이지 않고 각기 따로 만들어 더해진 듯한 구성을 가진다. 어느 패드보다 강력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가졌지만, 그만큼, 최적화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덕분에 스팀 덱에서 그랬던 것처럼 직접 내 입맛에 맞는 컨트롤러 설정법을 만들기보다는, 커뮤니티 제작 설정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체험에서도 일부 컨트롤러 설정을 최적화하는 데 꽤 시간을 들였는데, 그걸 내가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 만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이번에도 오래 플레이할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커뮤니티 설정을 다운받아 몇몇 기능만 수정하는 방식으로 즐기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마우스 조작 시 키마 조작, 패드 조작 시 패드 조작으로 자동으로 변하는 게임의 경우 마우스와 패드 조작을 동시에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발더스 게이트3 같은 게임을 보면, 키마 UI와 컨트롤러 UI가 다르다. 그리고 이건 입력 기기에 따라 자동 전환된다. 트랙패드로 마우스 설정을 넣어 패드와 동시에 쓰려고 해도 마우스 입력 시 키마 UI, 패드 입력 시에는 컨트롤러 UI가 표시돼 정상적인 게임이 불가능하다. 물론 스팀 컨트롤러의 모든 버튼 맵핑을 키보드 키와 동일하게 맞추면 마우스와 패드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건 게임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마우스와 게임 패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스팀 컨트롤러의 특징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게임사에서 스팀 컨트롤러에 대한 공식 레이아웃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주요 게임에 대한 밸브 측의 지원이 있다면 컨트롤러의 기능과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스팀 덱의 기능 설명을 위해 제공된 '애퍼쳐 데스크 잡' 같은 무료 게임 제공 역시 도움이 될 수 있고 말이다.
실제로 밸브 역시 트랙패드를 비롯해 튜토리얼, 예시 템플릿을 제공하고 사용 가이드 역시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마우스와 패드 동시 조작에 대한 혼합 입력 이점을 개발사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알렸다. 앞서 언급한 발더스 게이트3 같은 형태의 UI 문제 역시 밸브 측이 알고, 또 개발사들에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더 많은 게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어 보인다.
스팀 컨트롤러는 2015년 스팀 컨트롤러와 이름도 같고, 스팀의 모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한다는 조작부 제공 목적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다르다. 앞선 실패와 스팀 덱을 통해 배운 경험, 그리고 여러 기기에 보다 오픈된 접근성을 제공하면서 달라진 게임 컨트롤에 대한 인식 변화. 그건 스팀 컨트롤러를 그저 마우스 조작이 가능한 스팀 전용 조작 기기에서, 진짜 게임 컨트롤러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덕분에 적어도 스팀에서 이용할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구매할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기기가 됐다.
그리고 이 변화는 유저와 가장 먼저 맞닿는 기기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스팀은 스팀 컨트롤러와 함께 다시 한 번 거실 진출을 노리는 스팀 머신, VR 경험의 확장을 그리는 스팀 프레임, 이 둘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물론 여러 외부적인 요인으로 출시 시기가 스팀 컨트롤러와 맞물려 이루어지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전에 공개된 대로 이 둘이 전략적인 성능과 가격까지 겸비한다면 그걸 조작하는 스팀 컨트롤러는 단순히 게임 조작을 넘어, 스팀 시스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밸브의 스팀 확장 전략은 그렇게 스팀 컨트롤러부터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스팀 컨트롤러는 현지 시각으로 5월 4일 99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스팀 덱 판매 서비스를 제공한 코모도를 통해 코모도 스테이션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상세한 가격 및 정보 역시 곧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