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가 열광하는 e스포츠, 그 중심에 선 LCK는 이제 단순한 게임 대회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선 선수들은 방송과 SNS를 통해 수백만 명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공인으로서의 위치에 올랐고, 그만큼 이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룰러' 박재혁 선수의 세무 논란을 매듭지은 LCK의 '무징계' 결정은,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던 '프로페셔널리즘'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LCK 사무국은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본 사안을 '통상적인 세무 행정 절차'로 정의했다. 조세포탈이라는 형사적 책임이 확인되지 않았고, 징계 시효마저 경과했기에 제재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는 논리다. 법리적으로는 결함 없는 완결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법 위반 여부가 아니다. 국세청은 명의신탁에 따른 과세를 결정했고, 조세심판원은 선수 측의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최종적으로 추가 과세가 확정된 이상, 이를 단순한 행정적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공정'과 '신뢰'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e스포츠 리그에서 "법적 처벌이 없으니 문제없는 일"이라는 논리가 과연 팬들에게 납득될 수 있겠는가.
조세범처벌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서 그 행위의 부적절성까지 휘발되는 것은 아니다. 과세 당국이 명의신탁에 따른 과세를 결정하고 조세심판원이 이를 지지했을 때, 팬들의 반응이 싸늘했던 것은 단순한 감정적 반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편법은 통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 의식의 표출이었다. 시효 경과가 LCK의 의도적 선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신속한 조사와 제도적 대응 없이 결과만을 기다린 셈이 되었고, 리그는 결국 유사 사례에 대한 도덕적 통제력을 스스로 상실했다.
"프로 선수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LCK 사무국의 마무리 멘트는 공허한 메아리에 가깝다. 규정의 한계로 인해 제재가 불가능했다면, 적어도 그 미비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약속했어야 했다. 세무 관련 품위 유지 조항 신설, 징계 시효 기산점 재검토, 조사 착수 시점을 명문화하는 절차 규정 마련 등은 충분히 논의 가능한 방향이다. 말뿐인 유감 표명이 아니라, 제도로 답하는 것이 리그의 책임이다.
징계는 단순히 벌을 주는 수단이 아니라 리그가 지향하는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이번 결정이 "세금만 추가로 내면 그만"이라거나 "시효만 지나면 면죄부를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나쁜 선례가 될까 우려된다. 둑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작은 균열을 방치할 때, 그리고 그 균열을 메울 의지를 보이지 않을 때 서서히 무너진다.
아이러니하게도, LCK 사무국이 내놓은 무징계 결정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제재'였다. 제재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제재'라는 단어가 7번 넘게 반복된다는 사실은, 이번 결정이 LCK 스스로도 결코 편치 않은 선택이었음을 방증한다. LCK가 이번에 방치한 것은 한 선수의 세무 문제가 아니라, 리그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공정이라는 둑의 균열이다. 그 균열을 메울 책임은 규정집이 아니라 리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