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7 출시 당시 가장 큰 화두는 문명 전환이었다. 고대-대항해-근대, 세 시대를 거치며 플레이어가 문명 자체를 바꾼다는 발상은 시리즈 내에서 유례없는 시도였다. 여러 이유와, 개선 목표가 있는 변화였다. 다만 이런 거대한 변화의 평가가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나 파이락시스는 그 시도 자체를 되감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의 문명을 바라던 플레이어들을 향해 손 내밀었다.

바로 '시간의 시련(Test of Time)' 업데이트다. 하나의 문명으로 세 시대를 모두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을 견딘 문명부터, 새로운 목표로서 게임 플레이를 획일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유산의 길을 전면 교체했다. 승리 시스템과 대성공은 변화는 보다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대규모 수술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Sid Meier's Civilization VII
문명7 시간의 시련 업데이트 이미지 ©Firaxis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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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전환과 한 문명 고수, 둘 다 살린다


시간의 시련은 무료 업데이트지만, 게임 출시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업데이트다. 출발점은 팬들과 함께 개발 중인 기능을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파이락시스 피쳐 워크숍'이었다. 이를 통해 문명7의 플레이 느낌, 플레이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결정됐다. 목표는 최고의 문명 경험이었다.

그 첫 변화가 시간을 견딘 사회다. 세 가지 시대와 플레이를 통해 그 시가의 변화를 경험하는 플레이어 문명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하나의 문명으로 다음 세대를 플레이할 경우 새로운 '융합주의' 매커니즘을 통해 현재 정점기 시대에 있는 다른 문명의 고유 유닛이나 인프라를 채택해 새로운 빌드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수용'을 통해 자신의 문명 고유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세대 변화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문명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의 연속성을 부여한다. 당연히 세대 시스템이 그대로 존재하기에, 기존과 같은 문명의 변경 역시 그대로 가능하도록 했다. 문명7이 세대 변화를 핵심으로 내세웠고, 그에 맞춰 문명 변경 시스템을 내걸었던 만큼, 한 문명을 고수하는 게 실제로 경쟁력 있는 선택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Sid Meier's Civilization VII
융합주의로 문명 고유의 특성을 강화하거나, 다른 문명의 특징 일부를 채택할 수 있다 ©Firaxis Games

이에 대해 개발진은 정점기 상태의 문명이 다소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문명을 유지하며 일관된 경험과 집중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앞선 융합주의와 수용 시스템의 추가 역시 단일 문명의 정점기 이외의 시기 약점을 보완하는 요소기도 하다. 개발진은 파이락시스 피쳐 워크숍을 통해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균형 있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냈다고 봤다. 특히 모든 게임 플레이에서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이 통하는 균형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성공, 무한한 가능성을 실제로 느끼게 하려면


유산의 길을 대체하는 대성공은 이번 업데이트에서 개발진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꼽힌다. 기존의 유산의 길이 획일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목표로 플레이 다양성을 낮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발진 역시 개편의 이유를 기존 유산의 길에서 '무한한 가능성'이나 재플레이 동기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점을 들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Sid Meier's Civilization VII
유산의 길이 사라지고 추가된 대성공 ©Firaxis Games

새 시스템의 설계 방향은 각 시대의 100턴 동안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성공은 각 시대 안에서 중간 목표 역할을 하며, 군사·문화·과학·경제·외교·팽창주의 6가지 속성과 연결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원하는 대성공 세트를 직접 고를 수 있어 매 플레이마다 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직접 해보면 하급 대성공의 즉각적인 보상이 주는 성취감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대성공 세트는 향후 계속 추가될 예정이며, 모드 커뮤니티를 통해 유저들이 직접 새로운 대성공을 제작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게임의 목표를 정하는 유산의 길 개편과 게임 진행 방향성 변경은 자연스럽게 승리 시스템의 변경으로 이어졌다. 게임 전반에 걸친 지배력을 보상하는 구조로, 플레이어의 여러 행동이 점수로 누적돼 승패를 가리는 방식이다. 근대 시대까지 도달해야 승리할 수 있었던 게임도 이제 그 이전에 빠르게 끝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론상 그렇지 실제로는 드문 일이다. 낮은 난이도, 작은 맵에서 플레이할 때 맵의 상당 부분을 손쉽게 정복해 이미 승패가 확정된 판을 굳이 길게 끌고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설계 의도다. 끝난 게임을 더 빨리 끝내주는 장치인 셈이다. 물론 플레이어의 노력과 경험을 보다 명확하게 수치화해 직관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Sid Meier's Civilization VII
승리 시스템이 수치화를 통해 개편 ©Firaxis Games


단순 회귀가 아니라 시리즈의 본질이 넓어진 것


출시 전 개발진은 새로운 것, 개선, 유지를 1:1:1로 맞추는 법칙을 내세웠다. 1년이 지나 결과적으로 시리즈 전통 쪽에 무게가 실린 방향이 됐고, 이를 과거로의 회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발진은 시간의 시련을 혁신과 유연성 사이의 훌륭한 균형점을 찾았다고 자평했다. 시대마다 문명을 전환하는 방식과, 샌드박스 스타일 플레이어를 위해 하나의 문명으로 끝까지 가는 방식을 모두 지원함으로써 어떤 플레이 스타일이든 자신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시대 시스템을 즐겨온 플레이어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고, 보다 전통적인 문명 경험을 원하는 플레이어에게도 익숙한 길이 열렸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Sid Meier's Civilization VII
©Firaxis Games

흥미로운 대목은 개발진 스스로가 '시리즈의 본질'에 대한 시각이 넓어졌다고 인정했다는 점이다. 문명 커뮤니티가 그 어느 때보다 성장했고,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수많은 플레이어를 아우르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의 범위 자체를 넓혀야 했다는 것이다.

문명의 정체성은 수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음악이 얼마나 잘 따라오느냐, 건물과 유닛이 그 문명답게 보이느냐가 몰입감을 좌우한다. 문명 VII는 원래 중간에 문명이 바뀌는 구조였고, 음악과 비주얼도 그에 맞게 설계돼 있었다. 이번에 한 문명 유지가 가능해지면서 이 부분도 손을 봤다.

음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발전하고 새로운 악기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정 문명의 정점기가 아닌 시대에 플레이할 때도 해당 시대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문명 시리즈가 음악적으로 쌓아온 역사가 두터운 만큼 이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썼다. 비주얼 쪽에서는 모든 문화권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문화별 건물 세트를 추가 제작해 각 문명에 걸맞은 건축 양식을 갖췄다.


확장팩 수준의 무료 업데이트, 추가적인 지원도 더 있다


파이락시스는 문명5와 문명6를 거치면서 출시 후 지속적인 지원이 게임 성공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직접 체감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그 필요가 나타나는 영역이 달라진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번처럼 핵심 메커니즘 자체를 손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 뜻이다.

이에 향후로도 문명7을 위한 추가 지원이 준비돼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이지만, 조만간 더 많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간의 시련'이 문명 VII의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 중 하나라면, 올해 어떤 모습이 더 나올지 지켜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7 Sid Meier's Civilization V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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