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6 Grand Theft Auto VI

11월이 비었다. 한 해 게임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연말 성수기, 그 황금기를 통째로 비워둔 채 대작들이 두 달을 앞당겨 9월로 모여들었다. 방아쇠는 'GTA6'가 당겼다. 9월 한 달에 대작 일곱 편이 몰렸고, 그중 9월 24일부터 사흘간 작품 셋이 잇따라 나온다. 거기에 혼전을 피해 발매를 한 달 미룬 작품까지 나왔다. 발매 일정표를 둘러싼 발매사들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 'GTA 6' 11월 발매 피해 대작들이 9월에 집결
- 9월에만 일곱 편, 24~25일 사흘간 대작 셋 잇따라 발매
-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홀로 10월 말 출시 선택

본래 11월은 피하는 달이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출발점이자, 대형 3A 게임이 한 해 판매고와 '올해의 게임'을 놓고 맞붙는 최대 격전지였다.

그 11월을 락스타게임즈가 가져갔다. 'GTA 6' 발매일을 11월 19일로 확정하면서다. 'GTA 6'는 한 작품만으로 매체의 지면과 이용자의 지갑, 여가 시간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작품으로 통한다. 같은 시기에 신작을 내봐야 관심도 판매도 이 한 편에 밀린다. 그래서 11월은 물론 12월 초까지, 정면으로 부딪치는 선택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업계에 자리 잡았다.

이 회피는 짐작이 아니다. 6월 2일 소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발매일이 공개된 작품은 하나같이 11월을 비켜 8월 중순부터 10월 사이에 몰렸고, 11월 발매작은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한 게임사 대표는 외신 인터뷰에서 'GTA 6'를 "거대한 운석"에 빗대며 "폭발 반경에서 비켜서겠다. 우리 작품 발매를 3주 앞당기거나 뒤로 미루겠다"고 말했다. 발매를 아예 이듬해로 넘긴 사례도 잇따랐다. 1편 리메이크 '툼레이더: 레거시 오브 아틀란티스'는 2027년 2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페이블' 리부트도 가을에서 2027년 2월로 밀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페이블'에 "걸맞은 단독 무대를 주기 위해서"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연말 황금기였던 11~12월이 도리어 '무인지대'가 됐다. 발매사들이 찾은 활로는 두 달 앞이었다. 'GTA 6'의 여파는 피하면서도 크리스마스 소비 흐름에는 올라탈 수 있는 9월이다.


GTA6 피하려다... 전쟁터가 된 9월


GTA6 Grand Theft Auto VI
©INVEN

문제는 모두가 9월을 택했다는 데 있다. 6월 2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 나온 게임 출시일들을 보면 '붐빌 것 같다'는 예감이 '겹친다'는 현실로 굳어졌다.

포문은 9월 3일 '블러드 오브 더 던워커'(The Blood of Dawnwalker)가 연다. '더 위쳐3' 핵심 개발진이 세운 레벨 울브즈의 다크 판타지 RPG다. 닷새 뒤인 9월 8일에는 마이클 마이어스 한 명이 시민 넷을 쫓는 1대4 비대칭 공포 게임 '할로윈'(Halloween: The Game)이, 9월 15일에는 인섬니악 게임즈의 PS5 독점작 '마블 울버린'이 차례로 나온다. 9월 17일에는 니혼 팔콤의 RPG '영웅전설 하늘의 궤적 2nd Chapter'도 가세한다.

정점은 후반부다. 9월 24일,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컨트롤: 레조넌트'(Control Resonant)와 코나미의 공포 신작 '사일런트 힐: 타운폴'(Silent Hill: Townfall)이 같은 날 나온다. 결은 다르되 분위기와 서사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이용자층이 겹치는 두 작품이다. 하루 뒤인 9월 25일에는 캡콤의 '귀무자: 검의 길'까지 가세한다. 사흘 사이 대작 셋, 9월 한 달로 넓히면 모두 일곱 편이다. 한 주에 한 작품이 아니라 며칠에 한 작품씩 나오는 달이 된 셈이다.

10월로 넘어가도 여진은 남는다. '에이스 컴뱃8 윙스 오브 테베'는 10월 2일 발매지만, 디럭스 에디션 선행 해금이 9월 28일이라 9월의 영향권을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레이맨 레전드 리메이크'와 코에이의 '진·삼국무쌍2 with 맹장전 리마스터'도 10월 1일로, 혼전에서 겨우 일주일 비켜선 정도다.


제 발로 빠져나온 한 작품


팬텀 블레이드 제로 Phantom Blade Zero
©S-Game

모두가 9월로 뛰어든 것은 아니다. 이 혼전에서 발을 뺀 작품도 있다.

S-게임의 중국산 액션 RPG '팬텀 블레이드 제로'(Phantom Blade Zero)다. 당초 9월 9일 발매로 혼전에 합류할 참이었으나, S-게임은 6월 3일 발매일을 10월 29일로 미뤘다. 9월 9일에서 50일 늦춘 것이다. CEO 소울프레임 량은 "50일이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해도, 이용자가 게임을 켜는 순간 체감할 핵심 개선을 마무리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며 캐릭터 모델 업그레이드와 환경 재작업을 연기 사유로 들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영리한 선택이다. 9월의 혼전을 피하면서, 'GTA 6' 발매 직전인 10월 말 공백을 메우게 됐다. 회피 행렬이 9월로 몰리는 사이, 비어 있던 10월 말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닌텐도의 행보는 아직 안갯속이다. 닌텐도 역시 회피 대열에 합류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닌텐도가 이런 우려에 개의치 않고 10월 또는 11월에 3D 마리오 신작으로 추정되는 대작을 내놓을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갑도 시간도 빠듯하다, 승자는 아직 모른다


남은 것은 이용자의 몫이다. 9월 한 달에 최상급 대작이 일곱 편 몰리는 사이, 같은 기간 이용자가 쓸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은 그대로다. 작품 수가 늘어난 만큼, 이용자 한 명이 이를 모두 사들이고 즐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같은 날, 혹은 사흘 안에 나오는 작품끼리는 매체 리뷰와 스트리밍, 이용자의 관심이 갈린다. 9월 24일 '컨트롤: 레조넌트'와 '사일런트 힐: 타운폴'은 분위기와 서사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이용자층이 겹치고, 하루 뒤 '귀무자: 검의 길'까지 더해지면 셋이 같은 주목도를 나눠 갖는 구도다. 일정이 겹칠수록 일부 작품은 흥행과 평가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발매사들은 저마다 다른 길을 골랐다. 한쪽은 9월에 모여 정면으로 부딪치는 길을, 다른 한쪽은 한 달을 미뤄 빈자리를 차지하는 길을 택했다. 닌텐도처럼 정면돌파를 저울질하는 곳도 있다. 치열한 9월의 승자는 누가될 것인가? 고래를 피하려다 병목을 맞이한 게임사들에게 잔인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