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인공지능(AI) 분야 병역특례 제도의 수혜 범위에 들어왔다. 병무청이 AI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면 대기업까지 전문연구요원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문호를 열면서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속한 디지털경제연합은 12일 환영 입장문을 내고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AI 기술 혁신과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분야임을 정책적으로 인정받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게임사도 'AI 전문연구요원' 받는다, 병역 특례에 포함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INVEN

병무청은 지난 10일 '2027년도 병역지정업체 선정 및 인원배정 기준'을 고시했다. 2027년도 산업지원인력은 전문연구요원 2,300명, 산업기능요원 3,200명, 승선근무예비역 800명 등 총 6,300명 규모다.

이번 고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AI 분야에 대한 우대다. 병무청은 '글로벌 인공지능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대기업을 포함해 전문연구요원 병역지정업체 선정 대상에 명시했다. 그동안 석사급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사실상 중소·중견기업 부설연구소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 연구조직에 길을 터준 것은 제도 운영 방향의 전환에 해당한다.

인원 배정도 별도로 마련됐다. 대기업 부설 연구기관과 정부출연·방위산업 연구기관에는 AI 분야에 한해 전문연구요원 240명(대기업 120명, 정부출연·방산 120명)이 배정된다.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 한시 운영이다. 아울러 AI 분야 연구기관에는 병역지정업체 선정 평가 시 추천권자가 가점을 부여하며, AI 관련 중견기업 부설연구소는 인원 배정에서 우대받는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대기업에 해당해 그간 석사급 전문연구요원 확보가 어려웠던 주요 게임사들이, AI 연구조직을 앞세워 병역지정업체 선정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이미 AI 전문 조직을 운영 중이다. AI 연구개발 법인이나 사내 AI 조직을 갖춘 게임사들이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병역지정업체 선정과 인원 배정을 희망하는 업체는 6월 30일까지 추천권자에게 선정 신청서와 필요 인원을 제출해야 한다. 신청한 모든 업체가 선정되는 것은 아니며, 지원인력 규모와 추천 등급, 종합평가 결과에 따라 배정이 결정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AI 연구개발 역량'이라는 선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선정 이후에도 AI 분야 기준에 미달하면 인원을 배정받지 못한다. 객관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 기업 위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디지털경제연합은 입장문에서 이번 조치의 의미를 '인력'에서 찾았다. 연합은 "국내 우수 AI 연구 인력은 그동안 병역 문제로 연구 경력이 단절되거나 해외로 유출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청년 인재들이 연속성 있게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디지털경제 각 분야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산업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도 강조했다. 연합은 NPC 행동 고도화, 이용자 경험 개인화, 콘텐츠 생성, 운영 자동화 등을 거론하며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는 개발 전 과정에 AI를 접목한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게임 개발이 AI 연구개발과 분리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인식이다.

디지털경제연합은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등 7개 협단체로 구성된 협의체다. 연합은 "정부의 신뢰와 지원에 부응해 적극적인 AI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병역특례 제도는 국가가 어떤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울 것인지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AI가 소재·부품·장비, 반도체, 방위산업과 나란히 가점 부여 대상에 오르고, 대기업에까지 한시 배정이 이뤄진 것은 AI 인재 확보를 국가 안보·산업 정책의 일부로 다루겠다는 신호다.

게임산업 입장에서는 그 'AI 전략산업'의 범주에 스스로를 포함할 근거가 생겼다. 게임은 오랫동안 규제 담론 속에서 소비재나 여가 콘텐츠로 다뤄져 왔지만, 이번 제도 개선 국면에서 게임업계는 'AI 연구개발의 실전 무대'라는 정체성을 앞세웠다. 글로벌 AI 경쟁이 인재 확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병역이라는 한국 특유의 변수를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향후 3년 한시 운영 기간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실제 게임사가 얼마나 선정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AI 연구개발 역량'의 구체적 판정 기준, 대기업 몫 120명의 업체별 배분 방식 등은 추천기관 공고와 실태조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첫 선정 결과가 공개되는 오는 11월이 게임업계 AI 연구조직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