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아케이드 Crazy arcade

넥슨이 게임 하나를 접을 때의 절차는, 솔직히 말하면 우아하다. 상점을 먼저 닫고, 모든 아이템을 공짜로 푸는 '프리데이'로 전환하고, 결제 내역은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전액 환불해 준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좋아하던 음식을 마음껏 차려 주는 호스피스의 마지막 만찬처럼. 공지문도 한결같이 단정하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장기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석하면 이렇다. 돈이 안 돼서 끕니다.

그 손길이 한층 매서워진 건 사람이 바뀌고 회사의 전반적인 기조가 변하면서부터다.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못을 박았다. 수익성이 기준에 못 미치는 프로젝트는 규모를 줄이거나 정리하겠다고. 누군가는 이를 '군살 빼기'라 불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칼이 살을 베다 보면, 어느 순간 뼈에 닿는다.

올해 그 칼끝이 닿은 자리를 보라. 크레이지 아케이드, 2001년에 문을 연 게임이다. 올해로 꼭 스물다섯 해. 넥슨 마스코트 다오와 배찌가 처음 나온 출발점이자, 카트라이더도 버블파이터도 여기서 갈라져 나온 크레이지 파크 계보의 첫 작품이다. 한때 국내에서만 2000만 명이 거쳐 갔다고 한다. 그 오래된 근본이 8월에 문을 닫는다. IP를 물려받은 버블파이터는 17년을 살고 6월에 먼저 떠났다.

다오와 배찌가 누구냐면, 메이플스토리와 함께 '넥슨' 하면 떠오르던 얼굴이자 지금의 넥슨을 있게 한 국민게임의 주인공이다. 여기에 원작 카트라이더까지 더하면, 다오·배찌가 뛰놀던 운동장이 통째로 밀렸다. 회사가 제 얼굴을 분기 실적표의 '기준 미달' 칸에 옮겨 적은 것이다. 그 스물다섯 해를 떠나보내는 결정은, 브리핑 한 번으로 끝났다.

물론 반론이 있다. 넥슨은 못 살리는 회사가 아니지 않냐고. 맞다. 지난해 연 매출 4조 5,072억 원, 역대 최대. 2년 연속 4조 클럽. 메이플스토리는 더 커졌고, 던전앤파이터는 스무 살에 한국 매출이 두 배 넘게 뛰었고, FC온라인은 굳건하다. 곳간은 터질 듯하다. 그런데 바로 그게 답이다. 넥슨이 지키는 건 '돈이 되는 것'이지 '근본인 것'이 아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떠받들면서, 정작 그 회사를 낳은 어미는 채산성 표로 잰다. 효율을 끝까지 밀어붙인 자리에서, 회사는 제 출생의 기록부터 지운다.

정반대로 하는 곳은 멀리 있지도 않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 차기 개최지를 소개할 차례가 오자 무대 한가운데서 솟아오른 건 다름 아닌 일본의 총리였다. 초록색 파이프에서 빨간 공을 들고, 슈퍼마리오 복장으로. 1980년대에 태어난 게임 캐릭터 하나가 한 국가의 명함이 된 순간이었고, 그 짧은 쇼에 일본 정부가 쓴 돈은 1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흔이 넘도록 마리오가 한 번도 은퇴당하지 않은 건 그렇게 수십 년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 결과다.

넥슨은 보내는 솜씨도, 되살리는 솜씨도 분명 일류다. 하지만 근본은 시들었다고 막 뽑아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뿌리를 들어낸 텃밭에 생기는 곧 돌겠지만 정통성까지 다시 돋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