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자유와 책임의 딜레마 - Permissioned 체인이 만든 역설
강연자 : 류기혁 넥스페이스 블록체인 총괄
발표분야 : 프라이빗 블록체인
권장 대상 : 블록체인 기반 게임 또는 서비스를 개발,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개발자, 서버 개발자, 게임 서비스 기획자(PD/PM)
관심태그 : #NDC26 #블록체인 #메이플스토리
[🚨 강연 주제] 본 세션에서는 라이브 과정에서 직면한 세 가지 현실의 벽(Approve 해킹 위험, 가스비로 인한 편의성 저하, 컨트랙트 배포 규제 의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공유합니다.
블록체인은 흔히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자유'로 요약된다. 그런데 실제 게임 서비스를 1년 넘게 운영해 보니, 그 자유가 오히려 유저를 보호해야 할 회사의 '책임'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NDC 2026 강연에 나선 넥스페이스의 류기혁 블록체인 총괄은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5년간 만들고 1년 넘게 서비스하며 겪은 이 딜레마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강연 제목부터 '자유와 책임의 딜레마 - Permissioned 체인이 만든 역설'이다.
먼저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메이플스토리 N(MSN)'은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만든 블록체인 게임으로, 2025년 5월 글로벌 출시 후 1년 넘게 서비스 중이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MSU)'는 이 게임을 포함해 마켓플레이스, 토큰, NFT 아이템, 외부 개발자(빌더)들이 만드는 앱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올라가 있는 블록체인 인프라가 '헤네시스 체인'이다. 류기혁 총괄은 게임이나 토큰 경제 설계가 아니라 "기업이 블록체인을 쓸 때 어떤 가치를 추구할 수 있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대한 회고라고 발표의 성격을 못 박았다. 이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 "블록체인의 자유와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은 양립할 수 있는가"였다.

투명성과 신뢰성: 블록체인이 약속한 자유

류기혁 총괄은 블록체인의 매력이 '자유'에 있지만, 그 자유는 두 가지 기반 위에서만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바로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투명성은 한 번 기록된 데이터를 누구도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 설령 바꾸려 해도 곧바로 들통나 유저와의 신뢰가 깨지기 때문에 사실상 변조가 불가능하다. 기록 과정이 모두 공개돼 있어 의도치 않은 버그 같은 문제도 쉽게 발견되고, 운영사가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도 쉽다. 데이터의 진실성이 운영사의 약속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로 보장되는 셈이다.
신뢰성은 규칙이 코드로 못 박혀 있다는 데서 온다. 기존 게임이라면 이미 받아 놓은 약관 동의가 있으니 바꾸고 패치 노트에 적으면 그만이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운영사가 "오늘부터 정책이 바뀌었습니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영역을 미리 코드로 공개하고, 그것으로 신뢰를 '계약'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류기혁 총괄은 이 두 가지가 모여 블록체인을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합의된 인프라'로 만든다고 봤다. 그 위에서는 누구나 토큰을 만들고, 스마트 컨트랙트(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계약 코드)를 올리고,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이 자유가 만든 가장 강력한 결과가 바로 '확장성'이라는 것이다. 넥스페이스 역시 이 꿈을 꾸며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라이브가 다가오자 이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마주친 '세 개의 벽'

그가 말한 첫 벽은 '어프루브(Approve)'였다. 블록체인에서 자산을 자유롭게 거래하려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유저에게 "특정 조건이 되면 내 지갑에서 자산을 꺼내가도 좋다"는 서명을 미리 받아야 한다. 은행 자동이체와 비슷한 개념으로, 마켓플레이스 거래나 게임 내 이벤트 처리에 꼭 필요한 기능이다.
문제는 이 어프루브가 블록체인에서 대표적인 해킹 통로라는 점이다. 공격자가 정상처럼 위장한 악성 스마트 컨트랙트를 띄우면, 유저가 무심코 '허용'을 눌러 자산을 통째로 빼앗기는 식이다. 자유에 따라온 새로운 책임인 셈.
넥스페이스는 자사 자산만큼은 '회사가 허용한 컨트랙트와만 거래되도록' 코드에 못 박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대응했다. 해커가 악성 컨트랙트를 올려도 승인이 없으면 피해를 줄 수 없다. 깔끔한 해결로 보였지만, 당시엔 부작용을 미처 몰랐다. 생태계가 커져 외부 빌더가 늘어날수록, 그들이 올리는 컨트랙트를 일일이 분석하고 승인해야 해 운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두 번째 벽은 '가스비'다. 블록체인에서는 토큰을 보내거나 NFT를 발행하는 등 모든 행동에 수수료(가스비)가 든다. 금액 자체는 예전보다 많이 저렴해졌지만, 류기혁 총괄은 진짜 문제가 '편의성'이라고 짚었다.

예를 들어 신규 유저가 게임에서 인게임 재화(NESO)를 얻어 아이템을 거래하려면, 가스비용 토큰인 NXPC를 별도로 구해야 한다. 기존 게임이라면 구매 버튼 한 번으로 끝날 일이, 블록체인에서는 '가스비 조달'이라는 사전 준비가 붙는 것이다. 류기혁 총괄은 "실제로 거래소에서 토큰을 출금한 뒤 쓰려다 가스비 때문에 한 번 더 출금하거나, 커뮤니티에서 10원 남짓한 가스비를 얻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해결법은 여럿 있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든 결국 서비스 제공자가 그 비용을 계속 떠안아야 한다는 함정이 있었다. 넥스페이스는 가스비를 100% 회사가 흡수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여기서 나온 결론이 핵심이다. "억지로 무늬만 개방형(퍼미션리스)인 체인을 흉내 내지 말고, 차라리 폐쇄형(퍼미션드) 체인으로 가서 우리가 직접 가스비 수입을 거둔 뒤, 그 돈을 다시 유저 지원에 쓰자"는 순환 구조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누구나 검증에 참여하는 개방형 체인도 실상은 소수의 자본력 있는 기업만 검증자(밸리데이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개방형을 고집하는 이점보다 유저 경험 개선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넥스페이스는 검증 노드 13개를 직접 운영하는 폐쇄형 구조를 택했다. 가스비 허들을 낮추려다, 자유의 또 다른 얼굴인 '탈중앙화'를 양보한 결정이었다.

폐쇄형 체인을 택하자 새로운 의무가 따라왔다. 본인 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다. 개방형 체인에는 없는 부담으로, 지갑별 일일 출금 한도를 감시하고 자산 흐름을 추적해 이상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 개방형 체인에서는 한 노드가 막아도 유저가 다른 노드에 부탁해 우회할 수 있어 책임을 회피할 여지가 있지만, 노드 13개를 모두 직접 운영하는 폐쇄형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책임을 온전히 회사가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누구나 스마트 컨트랙트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두면, 한도 감시와 자산 추적을 우회하는 경로가 생길 수 있었다. 결국 넥스페이스는 선택을 했다. 스마트 컨트랙트 배포 자체를 제한한 것이다. '누구나 올리고 누구나 거래한다'는 블록체인의 본질적 자유를, 회사가 스스로 닫아버린 셈이다.
세 결정은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하나의 도미노였다. 해킹을 막으려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했고, 가스비를 해결하려다 폐쇄형 체인을 택했으며, 폐쇄형이 되자 규제 의무가 생겨 컨트랙트 배포를 막았다. 그런데 배포를 막으니 첫 번째 결정(어프루브 보호)마저 무색해졌다. 해커도 어차피 컨트랙트를 올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류기혁 총괄은 "도달한 자리는 저도 괴상하다고 느낀 구조였다"고 회상했다. 유저를 보호하려던 모든 선택의 끝에서, 정작 처음 꿈꿨던 생태계 확장이 발목을 잡혀버린 것이다.

"블록체인 안 써도 됐던 거 아닐까?" 5년간의 회의감

여기까지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이 정도면 블록체인을 안 쓰는 게 낫지 않나(Why Blockchain)?" 류기혁 총괄도 5년간 매주 이 회의감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것은 토큰 경제나 NFT의 가치를 의심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주식을 토큰으로 만드는 실물자산(RWA), 탈중앙 거래소 등 블록체인 금융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고 본다. 그의 회의감은 '게임의 세세한 영역까지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게 의미가 있나'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고백한 가장 회의적이었던 순간은 라이브 1년 전이었다. 지켜야 할 영역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기업이 블록체인에 서명하는 방식인 '세이프룸(Safe Room)'은 상상도 못 한 수고를 안겼다.
기업은 개인이 쓰는 일반 지갑을 쓸 수 없어,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밀실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상위 결재권자의 승인을 받은 뒤 최소 다섯 명이 그 밀실에 들어가 금고를 열고 컴퓨터를 꺼내 인터넷을 연결한 다음, 정해진 절차대로 서로를 감시하며 전자 서명을 한다.
빌더가 한 명 늘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류기혁 총괄은 "개인 키가 탈취될 확률은 2의 256승이다. 천문학적으로 낮은데, 굳이 이런 비효율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오히려 그에게 기존 웹2 기업이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 왔는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블록체인이 말하는 자유는 너무 이상적이었던 게 아닐까. 세상은 이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서비스 제공자는 유저를 보호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때부터 그의 질문은 "지켜야 할 것은 지키되, 그 안에서 블록체인의 가치를 어떻게 살릴까"로 바뀌었다. 이 질문의 전환이 뒤에 등장할 해법의 출발점이 됐다.
회의감을 잠재운 끝에, 류기혁 총괄은 넥스페이스가 블록체인에서 진짜 원했던 가치가 두 가지로 모인다고 정리했다.

첫째는 '인정의 인프라'다. 가스비나 컨트랙트 배포 같은 것들은 자유를 구현하는 방식일 뿐, 진짜 원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게임 A에서의 활동이 게임 B에서도 인정받고, 크리에이터의 기여가 체인 위에 투명하게 쌓이며, 이 데이터들이 한 회사의 폐쇄된 DB가 아니라 누구나 인정하는 공공 인프라 위에 놓이는 것이다. 여러 서비스와 크리에이터가 서로 교차하며 인정받는 이 기반이야말로 블록체인을 쓰려던 본질적 이유였다.
둘째는 '결제와 데이터의 공존'이다. 2025년 5월 코인베이스가 발표한 'x402' 프로토콜이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쓰이지 않던 인터넷 결제 신호(HTTP 402)를 되살린 것으로, AI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의 데이터나 기능을 호출하며 아주 적은 금액을 암호화폐로 자동 결제하게 해준다.

류기혁 총괄이 주목한 건 AI보다 '소액으로 데이터를 사고파는 일이 블록체인이라서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AI에게 어떤 사건을 조사시키면 여러 신문 기사가 필요한데, 모든 언론사를 구독할 수는 없으니 특정 기사 하나만 소액으로 결제하는 식이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결제와 데이터가 진짜 하나로 묶이려면, 즉 결제가 성공하면 데이터도 반드시 함께 전달되려면, 둘이 같은 체인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제는 블록체인에서 하고 데이터는 외부에서 가져온다면 결제만 성공하고 데이터 전송은 실패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단순한 '결제 통로'로 쓰는 것과, 결제가 가능한 체인 위에 데이터 자체를 올려두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넥스페이스는 실제로 방대한 데이터를 헤네시스 체인에 올리고 있으며, 그래서 이 체인은 토큰을 주고받는 곳을 넘어 '데이터와 결제가 한 공간에서 맞물리는 환경'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책임은 모듈로, 자유는 조합으로" - 고민 끝에 도달한 '액션 모듈'

그렇다면, 막아둔 컨트랙트 배포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폐쇄형을 개방형으로 되돌리지 않는 한 규제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류기혁 총괄의 판단이었다. 고민 끝에 도달한 답이 '액션 모듈(Action Module)'이다.
액션 모듈의 핵심은 검증된 기능 블록을 회사가 미리 제공하고, 빌더는 그것을 레고처럼 조합해 자기 서비스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비유하면, 아무나 운영체제 권한으로 앱을 만들면 위험하니 검증된 API만 열어주고, 개발자는 그 위에서 앱을 만드는 방식과 같다. 통제의 기준이 '누가 컨트랙트를 올릴 수 있는가(주체)'에서 '어떤 행동이 허용되는가(행동)'로 바뀐 것이다.
액션 모듈은 네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유저 확인과 소셜 로그인을 통합해 처리하는 '인증 레이어', 검증된 행동 블록을 제공해 빌더가 조합하게 하는 '실행 레이어', IP 자산을 제공하는 '리소스 레이어', 수수료를 자동으로 걷고 빌더에게 자동 정산하는 '정산 레이어'다.
가령 '토큰 전송 모듈'과 '아이템 전송 모듈'을 결합하면 마켓플레이스 같은 거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자산 이동에는 반드시 유저의 서명이 필요해 보호 장치는 유지된다. 류기혁 총괄은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운영 비용의 평탄화'를 꼽았다. 예전에는 빌더가 늘수록 검토와 세이프룸 작업이 비례해 늘었지만, 모듈이 미리 검증돼 있으면 빌더가 아무리 늘어도 운영 비용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는 이를 "책임은 모듈로, 자유는 조합으로 연다"고 요약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류기혁 총괄은 지난 5년간의 빌딩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블록체인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려 하면, 유저를 지킬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과 반드시 충돌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이 주는 자유와 확장의 가치는 유저,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능하다고 봤다.
동시에 그는 웹3 프로젝트가 빠지기 쉬운 함정도 짚었다. 웹2의 규제와 절차를 그저 '비효율적'이라 치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웹2가 가진 법적·제도적 이점을 취하면서 블록체인의 확장 가치를 얻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해킹 사례들도, 예전엔 비효율로 여겨 지키지 않았던 부분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처음 던진 질문, '블록체인의 자유와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은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그의 답은 "양립할 수 있다"였다. 단, 블록체인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그 가치를 다시 정의하며 취하는 방식으로.
끝으로 류기혁 총괄은 "과거의 문법으로 보면 우리가 만든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진짜 블록체인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평가에는 실체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라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