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Blue Archive
넥슨게임즈 차민서 부본부장 ©INVEN

  • 주제: '블루 아카이브' 포스트 모템 - 게임 디렉터의 관점에서
  • 강연자 : 차민서 - 넥슨게임즈
  • 발표분야 : 프로덕션 / 운영 / 기획
  • 권장 대상 : 게임 디렉터를 지향하거나 신작 개발 포스트모템에 관심 있는 개발자
  • 관심태그 : #NDC26 #블루아카이브 #프로덕션


  • [🚨 강연 주제] 블루아카이브 개발 과정에서의 잘한 것과 못한 점을 설명하고,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블루 아카이브'의 게임 디렉터를 지낸 차민서 넥슨게임즈 IO본부 RX스튜디오 PD가 무대에 올라 자신이 만든 게임의 개발기를 가감 없이 복기했다. '블루 아카이브 포스트모템 - 게임 디렉터의 관점에서'라는 제목의 이 세션에서 그는 "잘한 것"뿐 아니라 "못한 것"까지 솔직하게 펼쳐 놓으며, 속도와 위임, 그리고 끊임없는 자체 검증으로 요약되는 개발 방법론을 공유했다. 마케팅성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를 전면에 내세운, 진행자의 표현처럼 "넥슨스럽고 NDC스러운 재기발랄하고 가감 없는" 발표였다.

    차민서 PD는 넷게임즈(현 넥슨게임즈) 시절부터 약 10년간 '히트(HIT)'와 '오버히트(OVERHIT)'를 거쳐 '블루 아카이브'를 만들었고, 현재 IO본부 RX스튜디오에서 신작 '프로젝트 RX'를 개발하며 부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발표에 앞서 "익숙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다소 긴장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이런 게임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경험과 감동을 주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서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 포스트모템을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 1부 최종편 마감 무렵 작성했지만 한동안 내부에 공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라이브 중인 게임이고 어느 정도 제 손을 떠난 부분이 있어, 이런 이야기가 다른 영향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지금이 마음 편히 말씀드릴 수 있는 시점이 됐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발표는 개발 시작부터 라이브 약 1년까지를 중심으로 잘한 것 세 가지, 못한 것 세 가지를 짚는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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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토타입 때의 '블루 아카이브' ©NEXON

    차민서 PD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은 비전 빌드를 명확히 만든 것이다. 그가 합류했을 당시 개발진은 전투 프로토타이핑과 전투·연출 영상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고, 연말 마일스톤에서 실행부터 전투까지 흐름을 담은 비전 빌드를 완성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구현을 최소화하고 일부 요소는 영상 처리로 대체해 마치 완성된 게임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타이틀·로비·스테이지 선택·편성·전투 등 단 다섯 화면으로 구성된 단순한 빌드였지만, 작은 게임 하나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이 빌드가 "게임이 완성되는 시점에도 절대 변하지 않을 진짜 비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실제로 그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시로코 등 캐릭터의 시선 처리, 스테이지 선택과 대화 연출, 탱크 소환·탑승 같은 전투 기믹의 기본 골격이 현재의 블루 아카이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함께 만든 빌드를 모두가 플레이해 본 뒤 "이야기도 아트도 좋아 출시만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섰고, 그렇다면 판매 가능한 게임으로서의 조건을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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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방법은 '빠른 위임'이었다. 무엇을 만들지 모두가 확신하게 된 이상, 누가 무엇을 할지 잘 나누는 일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트 디렉터와 시나리오 리드에게 많은 권한을 넘기는 대신, 게임 완성을 위한 '최저선'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 타임·계정 레벨·캐릭터 수·배경 수 같은 기준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게임 프레임워크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지점을 두고 계속 협의·타협했다는 것이다. 그는 "블루 아카이브의 상당 부분은 김용하 본부장과 아트 디렉터, 시나리오 리더들이 만들어 주셨고, 저는 그 모든 것을 하나의 게임으로 보이게 하는 게임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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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일정을 지킨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 일본 출시는 2021년 2월 4일로, 2018년 4월 개발 시작 시점부터 약 34개월이 걸렸다. 당초 목표였던 2020년 11월 말에서 다소 밀렸지만, 신작을 3년 안에 내놓은 셈이다. 이후 글로벌 버전은 2021년 11월 9일, 중국 버전은 2023년에 차례로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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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일정 준수의 핵심을 '선점 효과'에서 찾았다. "게임이 완성돼 사랑해 줄 사람들에게 도착하는 시기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그 예측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상된 일정에 게임을 내놓는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일정을 지키는 비결로 단순하고 확실한 단기 목표 제시를 들었다.

    FGT에서는 2시간 플레이, CBT에서는 20시간 플레이처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한 명의 게이머로서 하루에 몇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그 시간을 채울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픈까지 약 한 달 분량의 플레이와 3개월 치 라이브 스케줄을 준비한다는 기준을 두고, FGT 마감 뒤 곧바로 CBT 마감을 제시하는 식으로 마감을 무한히 반복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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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개발 과정에서 불안과 공포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테스트와 플레이, 피드백'을 강조했다. "망하면 어떡하나, 누군가는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무한한 공포를 낳기 때문에, 직접 테스트하고 외부 피드백을 받아 확인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고쳤으면 하는 것은 다음 버전에 반드시 반영하고, 마일스톤마다 고칠 것을 적어 꾸준히 고쳐 나갔다고 했다. 그는 이를 소프트웨어 공학의 '개밥 먹기(도그푸딩)'에 빗댔다.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것을 직접 플레이하고 테스트해 고치는 일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매우 괴로운 일이라며, "그럼에도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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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동시 론칭 대신 일본·글로벌·중국 순으로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당시 70여 명 규모로 전 세계 동시 출시는 어려웠다"며, 동시 출시를 고집했다면 일본 퍼블리셔 요스타와 협업하기 어려웠거나 중국 일정을 기다리다 출시 자체가 늦어져 선점 효과를 잃었을 수 있다고 봤다. "할 수 있는 것, 중요한 지역부터 천천히 해 나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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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는 장기 서비스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는 직전 프로젝트 '오버히트' 경험을 토대로, 많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 '강함'을 수단으로 삼는 흐름을 경계했다고 했다. 그는 '드래곤볼' 원작과 모바일 게임 '도칸배틀'을 비교하며, 원작 팬은 누가 더 센지 알지만 장기화된 게임에서는 인플레이션 탓에 강함의 위계가 흐려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수집형 게임의 과제로 유저가 한 파티만 운영하려는 경향을 들며, 삼국지에서 촉의 유비·관우·장비만 쓰고 싶어 하는 것에 빗대 "여러 파티를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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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답으로 그는 '상성 중심'을 제시했다. 누가 봐도 동일한 규칙이라면 다소 복잡해도 유저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만 그 근간에는 멋진 스토리와 아트가 있어야 했다. 그는 김용하 본부장이 물·바람·땅·불 같은 원소 시스템을 제안했을 때 "그러면 손에서 물이 나가느냐"고 반문했다는 일화를 들며, 그럴듯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으려면 맥락과 내러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공격·방어 속성의 상성 시스템과 경쟁형 엔드 콘텐츠 '총력전'이다. 그는 처음 게임을 켠 사람도 장갑 타입을 생김새로 직관적으로 유추하고, 캐릭터 색으로 상성 관계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파티를 쓰게 하는 전략 맵은 '소녀전선'에서, 경쟁형 총력전은 '프린세스 커넥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디어 착안 시점과 실제 만들면서 재미있어지는 지점은 다를 수밖에 없어" 결과물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설계가 "쉽게 배우지만 통달하기는 어려운(Easy to learn, hard to master)" 구성으로 장기 리텐션에 큰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며, 루리웹 등 커뮤니티 반응과 지표를 근거로 "처음 의도대로 잘 동작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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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그는 "블루 아카이브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라며 부족했던 부분을 꺼냈다. 첫 번째는 빌드 안정성이다. 그는 나무위키 '블루 아카이브' 사건·사고 문서를 거론하며 초기 일본 버전의 점검·보상 공지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원인으로는 외부 퍼블리셔와의 첫 협업을 꼽았다.

    그는 "넥슨게임즈가 만든 게임들은 대부분 넥슨 QA를 거쳐 출시해 그 환경에 익숙했는데, 외부 퍼블리셔와 일한 것이 처음이라 준비가 미흡했다"며 "퍼블리셔의 문제라기보다 내부 QA 기준을 더 단단히 세우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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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을 크게 웃돈 흥행도 역설적으로 부담이 됐다. 목표 대비 DAU(일일 활성 이용자)를 500% 이상 달성한 것은 꿈 같은 일이지만, "막상 당해 보면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에 AWS 도쿄 리전 장애까지 겹쳐 서비스 초기 안정성에 영향을 받았다.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였다. 계약부터 론칭까지 퍼블리셔와 대면 회의를 하지 못했고, 그는 "글이나 메일 외에 직접 소통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없는 채로 시간이 흐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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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일상 콘텐츠 부족이다. 그는 김용하 본부장과 "능력과 애정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두고 나눈 문답에서 답이 '애정'이었고, 비슷한 콘텐츠를 정리해 보니 결국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투 외에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고, 모모톡이나 카페 같은 기능이 그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콘텐츠는 끝까지 폴리싱·개선이 필요했다.

    그는 이런 작업이 "개발에서 가장 비싼 자원"이라고 표현했다. UI·아트·연출·시나리오가 모두 들어가는 데다, 미소녀 게임의 일상 콘텐츠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인력 자체가 드물고, 양질의 글과 그림을 원하는 시장(픽시브·팬박스·팬시아, 웹소설 플랫폼 등)이 이미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비싸다'는 것은 단순히 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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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신규 학생(캐릭터)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기존 모든 학생의 교감 콘텐츠까지 만들어야 해, 단순히 한 부분을 예쁘게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게임 전체의 '체력'을 키워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데이트 축이 늘어날 때마다 굉장한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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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는 업데이트다. 차민서 PD는 이 대목에서 준비된 업데이트 분량이 모자랐던 점을 자조하듯 '업데이트'를 비튼 "없데이트"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썼다. 그는 '에덴 조약 편' 업데이트 이후 지표가 반등한 사례를 들며, 그 직전 구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업데이트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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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최소 1~3개월 치만 미리 만들면 무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6개월 이상 만들어 뒀어야 했다"며, 런칭 전 이미 출시 후 3개월 치 이벤트 소개 문서를 준비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분량이 모자랐다고 회고했다. 선행 제작이 따라가지 못해 한동안 콘텐츠 공백이 생겼다는 점을, 그는 '없데이트'라는 말로 꼬집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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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민서 PD는 프로젝트를 옮길 때마다 잘한 것과 못한 것을 정리한다고 했다. "전보다 더 나은 게임, 더 나은 개발자가 되려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못하는 것을 덜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그가 강조한 원칙도 단순했다. 우선 만들고, 다 같이 확인하고, 고칠 것을 함께 정하고, 다시 만들고 또 확인하는 회전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는 "멋진 아젠다를 제시하는 타입이 아니라, 단순한 기준과 이야기로 많은 사람이 같은 목표와 가치를 향해 일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그는 현재 만들고 있는 신작 '프로젝트 RX'를 이 원칙의 연장선으로 설명했다. 하나의 게임을 만든 뒤 거기서 느끼고 고치고 싶었던 것을 다음 게임에 적용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블루 아카이브 유저들을 향해 "지금 블루 아카이브에는 저보다 훌륭한 개발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응원해 달라"며 "저 또한 뒤에서 함께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발표는 김용하 본부장이 '내년 NDC에서는 RX 이야기를 하고, RX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해 만들게 됐다"며 "지금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다르고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RX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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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의응답에서는 한 유저가 일일 퀘스트가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서브컬처 게임의 재미가 어디로 향하는지 물었다. 차민서 PD는 "숙제처럼 느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매일 게임 클라이언트를 만지는 행위 자체가 신성하고 숭고한 것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일일 퀘스트를 하며 버튼을 누르고 캐릭터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자잘한 경험이 중요하다며,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의 경험에서도 괜찮은 것을 만들기 위해 집중한다"고 답했다.

    '고칠 것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문제만 말하고 해결책은 말하지 않는 사람은 논의 테이블에 들어와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문제를 고치는 데 필요한 것이 시간인지 돈인지 결정인지 정책인지를 가려 조직이 수행할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는 "고민하는 시간조차 비용이므로, 고민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처리하라"고 했다. 100점 만점에 70점인 게임에 고칠 것이 500개 있다면, 점수 효율은 낮더라도 고민 없이 바로 고칠 수 있는 50~100개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점수는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의 게임 개발은 100~150명이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각자가 훌륭한 게이머이자 개발자로서 스스로 고칠 만한 것을 고치며 가지 않으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블루 아카이브 같은 IP로 그랑블루 판타지처럼 단편이나 콘솔 패키지 게임을 만들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패키지 게임을 매우 좋아하지만 내가 잘할 재주가 있는지는 더 고민해 봐야 한다"며 "어떤 게임이든 만들 수 있어야 오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여러 사정이 맞으면 만들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던바의 수(약 150명)'를 인용해, 학생(캐릭터)이 100~150명을 넘어 계속 늘어날 때 유저의 인지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마음의 서랍장을 늘리거나, 서랍장의 다른 것을 빼내는 두 방법이 있는데, 서랍장이 늘어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기술로 인지 용량을 늘리기보다, 순간적으로 더 강렬한 체험을 하게 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게임에서는 해볼 수 없던 경험을 주는 식으로 더 크게 각인시키는 것 외에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있는 서랍장이나 잘 지키자는 타입"이라고 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미래 전망과 RX의 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기술의 한계를 넘어 누구나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접하는 세상이 올수록, 좋은 취향과 멋진 것,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고 답했다. 그는 "시장 흐름의 부침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만드는 것으로 남과 다른 경험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과거 MMORPG 전성기에도 '이제 끝'이라는 이야기가 늘 있었듯 모든 흐름에는 회전이 있고 "자기만의 숭고한 가치를 갖고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는 "게임이 내 인생을 구원했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인생도 구원하고 싶어 게임을 만든다"며 "그 정도 온도와 허들로 만들고 있어 앞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다소 나이브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작 RX를 왜 미국 애니메 엑스포에서 처음 공개하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어른들의 사정"이라며 웃은 뒤, "개발에서 무언가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 왔고, 그에 맞는 일정의 행사 중 하나가 선택된 것일 뿐 특정 지역 공략 의도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일정이 맞는 행사가 있으면 대부분 나가려 한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RX는 NDC 직후인 7월 2~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리는 애니메 엑스포 2026에서 글로벌 이용자들과 처음 만날 예정이다.

    개성 강한 창작자들이 모이면 의견 충돌이 생기는데 불화를 어떻게 최소화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불화를 최소화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창작의 고통은 본질적으로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되며, 불화는 그 열의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가 책임진 부분이 안 좋을까 봐 그 불안을 해결하려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화라면 정당하다"며, 다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부분을 다 기록하고, 그 기록을 기준으로 과거의 결정을 따르거나 기준을 바꾸는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 불화가 있더라도 중요한 것은 제한 시간 안에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정해진 시간 안에 마감하지 못하는 창작자는 가치가 없다는 쪽"이라는, 다소 단호한 지론으로 답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