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채정원 차우진
(왼쪽부터) 차우진 대표, 채정원 본부장, 김성회 유튜버 ©INVEN

  • 주제: 연결의 시대, 게임은 어디로 가는가 - 게이머의 일상에 접속하다
  • 강연자 : 채정원 '넥슨코리아' 본부장, 김성회 'G식백과' 유튜버, 차우진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
  • 발표분야 : 사업 / 마케팅
  • 권장 대상 : 게임과 유저가 만나는 접점을 고민하는 기획자·마케터·운영자라면 누구나
  • 관심태그 : #NDC26 #사업 #마케팅


  • [🚨 강연 주제] 게임은 더 이상 ‘게임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유저는 플레이하고, 보고, 이야기하고, 다시 플레이합니다. 스트리밍과 커뮤니티, 크리에이터와 팬덤이 게임과 유저 사이에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대담에는 세 개의 시선이 모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 측에서 넥슨 채정원 본부장, 게임을 ‘알리는’ 크리에이터로서 G 식백과 김성회 대표, 그리고 게임 ‘바깥’ 엔터 산업의 관찰자로서 차우진 소장입니다. ‘시성비 전쟁’의 시대에 게임사·크리에이터·팬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 — "어떻게 함께 게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세 당사자의 목소리로 풀어냅니다.

    게임은 더 이상 게임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유저는 플레이하고, 보고, 이야기하고, 다시 플레이한다. NDC 26 마지막 날 열린 대담 연결의 시대, 게임은 어디로 가는가에는 게임을 만드는 쪽의 채정원 넥슨 본부장, 게임을 알리는 크리에이터 김성회 G식백과 대표, 그리고 게임 바깥에서 엔터 산업을 관찰해 온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한자리에 모였다.

    세 사람은 사용자의 시간을 두고 게임이 넷플릭스·유튜브·쇼츠와 경쟁하는 시성비(時性比) 시대를 진단하며, 게임이 만드는 것에서 키우는 것으로 바뀐 흐름, 크리에이터가 게임사의 마중물이자 동반자가 된 현실, 20년 앞서 같은 길을 걸은 K-POP·엔터 산업의 교훈, 그리고 AI라는 양날의 검을 차례로 풀어냈다. 결론은 한 단어로 모였다. 과잉의 시대에 남는 무기는 결국 서사와 맥락, 그리고 그것이 쌓아 올린 신뢰라는 것이다.



    연결의 시대, 무엇이 달라졌나 — 시성비 전쟁

    게임 생태계를 짚는 세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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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진(모더레이터): 저는 게임 업계에 가까운 사람이라기보다 K-POP을 비롯한 음악 기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는 입장입니다. 솔직히 게임은 잘 모릅니다. 보스 깨는 걸 너무 힘들어해서 직접 플레이는 어렵지만, 게임을 보는 건 정말 좋아해요. 오늘은 게임을 보는 사람, 만드는 사람, 비평하는 사람이 모인 자리입니다.

    이 세션을 준비하며 핵심으로 잡았던 건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콘텐츠의 퀄리티와 완성도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사용자의 시간을 어떻게 점유하느냐, 더 과격하게 말하면 어떻게 뺏느냐의 싸움입니다. 그래서 게임의 경쟁자는 다른 게임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K-POP, 유튜브, 뮤직비디오일 수 있어요. 게임 업계에 계신 채 본부장님은 이 변화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채정원: 저는 게임을 직접 만들기보다, 만들어진 넥슨 게임들을 많은 유저에게 연결하고 잘 즐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변화는 최근 여러 연구와 칼럼에서도 많이 언급됩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줄고 있는데, 그들이 어디로 갔는가를 알아야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일상에서 성취감을 느끼기가 무척 어려웠죠. 좋은 성적을 내고, 돈을 벌고, 스포츠로 누군가를 이기려면 엄청난 수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게임은 집에서 PC 앞에 앉아 적은 시간으로도,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출발선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크게 유행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제 게임보다 더 쉽고 가볍게 성취감을 주는 콘텐츠가 나왔다는 겁니다. 쇼츠나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게임이, 제가 어릴 때 스포츠를 바라보던 것처럼 진입 장벽이 높은 위치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게임에 어떤 요소를 넣어야 할지, 어떤 플랫폼이나 크리에이터와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넥슨에 합류한 지 이제 1년 남짓인데, 그 1년을 그런 고민에 쏟고 있습니다.

    김성회: 제가 영상에서 시성비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니라 시성비, 시간 대비 성능이죠. 옛날엔 놀 게 없어서 "뭐 하고 놀지?"였는데, 지금도 같은 질문을 합니다. 놀 게 너무 많아서요. 영양 과잉처럼 놀거리 과잉, 그것도 무료 놀거리 과잉의 시대입니다. 넷플릭스 1만 원대 요금제 하나면 나머지는 거의 공짜죠.

    인류가 아무리 발전해도 하루 24시간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이 안에서 게임만의 파이를 확보해야 하는 타임 스펜트(Time Spent) 경쟁입니다. 예전엔 게임이 너무 단순하고 접근성이 높아 쉬운 성취감 탓에 중독된다는 논리까지 있었는데, 이제는 반대예요. 쇼츠가 너무 편하니 게임이 오히려 어려운 콘텐츠가 됐습니다.

    차우진: 음악이든 웹툰이든 모든 콘텐츠가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평론가식으로 말하면, 예전엔 콘텐츠를 만드는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키우는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잘 만들어 시장에 던지면 끝이었지만, 지금은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고민하게 됐죠.

    채정원: 넥슨은 라이브 게임을 잘하는 회사고, 주력 IP들도 아주 오래 서비스합니다. 예전 게임이 잘 만들어 내놓으면 끝이었다면, 넥슨은 그 흐름을 많이 바꿨다고 봅니다. 하나의 게임을 라이브로 유지하면서, 즐기는 유저와 만드는 게임사, 2차 창작을 하는 크리에이터와 플랫폼이 결합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됩니다. 마을이나 학교, 단톡방처럼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는 커뮤니티가 있듯, 메이플스토리나 FC 온라인 같은 게임 하나로 소속감을 느끼고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지금의 흐름이에요.

    그래서 예전엔 잘 만들고 업데이트를 잘하면 됐다면, 지금은 그것을 어떻게 잘 보여주고, 어떤 의도로 업데이트했으며 앞으로 어떤 로드맵으로 갈지를 설명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마치 마을 이장이 주민에게 설명하듯이요. 그 로드맵을 듣고 유저가 이 마을에 살 만하다고 느껴야 게임을 계속 즐기게 됩니다. 패키지 게임 시대와 라이브 게임 시대는 요구되는 역량이 그만큼 다릅니다.



    크리에이터의 시선 — 시성비 시대의 마중물

    게임 생태계를 짚는 세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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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진: 커뮤니티 안에서 크리에이터의 역할과 존재가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본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채정원: 어마어마하게 중요해지고 있죠. 중요하다는 수준을 넘어 저는 아예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꼭 옳은 말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믿고 동조하려는 속성이 있어요. 크리에이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면서 좋은 정보를 많이 가졌고, 시청자가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줍니다. 어떤 산업이든 크리에이터를 빼고는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작 김성회 님이 20분째 말씀을 못 하셨네요.

    김성회: 차우진 소장님이 "게임은 잘 모른다"고 하셨지만, 대기실에서 얘기해 보니 트럭 시위든 인디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든 우리가 지금 겪는 문제들을 엔터 업계는 이미 10~20년 전에 다 겪고 해결책까지 알고 계시더라고요. 게임 업계가 가장 많이 배워야 할 분이라고 샤라웃을 보냅니다.

    그리고 제게 와야 할 질문은 이거였어요. "게임사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는데, 크리에이터는 게임사를 어떻게 보는가?" 저는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과거 김대훤 전 넥슨 부사장이 G식백과에 나와, 넥슨이 정상원 대표 시절부터 인디 게임을 비롯한 씨앗을 뿌려 왔고 그것이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아크 레이더스, 그리고 곧 나올 낙원까지 발아하고 있다는 의미로 "넥슨 씨(앗) 발아"를 외친 적이 있습니다. 비속어처럼 들리는 말장난이었죠.

    직원이 1만 명에 가까운 넥슨의 부사장이 어느 언론에 가서 그런 표현을 쓰겠습니까. 그런데 크리에이터의 채널에서는 합니다. 언론에서 할 수 없는 더 솔직한 소통을 크리에이터 앞에서는 하게 됐다는 거예요. 제가 20년 전 온게임넷 방송할 땐 케이블인데도 쿠폰 하나 얻기 어려울 만큼 위상이 낮았는데, 대도서관 님을 비롯한 수많은 선배 덕에 지금 이만큼 올라왔습니다. 오만해지지 않고 더 겸손해야겠죠.

    또 다른 사례로, 데이브 더 다이버의 황재호 디렉터와 김규만 사업팀장이 게임 출시 전, 뜨기 전에 G식백과에서 인터뷰했는데 조회수가 80만 회가 나왔어요. 그때 "넥슨이지만 이 정도면 믿어줘도 되지 않을까"라는 반응이 좋았고, 실제로 그 믿음에 보답했죠. 나중엔 황 디렉터가 공식 석상에서 G식백과의 설문 결과를 인용하실 정도가 됐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세상입니다. 저도 게임 개발을 10년 넘게 하며 변변한 히트작 없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잘 살게 된 건 크리에이터의 위상이 올라온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우진: K-POP에서도 비슷합니다. 회사, 아티스트, 팬은 서로 불편해하고 때로 미워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굉장히 기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삼각관계예요. 팬에게 회사는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존재지만, 회사가 없으면 아티스트가 성립하지 않죠. 회사에게 팬은 고맙지만 부담스럽고, 아티스트는 그 사이에서 한동안 자유롭지 못합니다. 게임도 비슷한데, 거기에 크리에이터라는 변수가 더해진 게 흥미롭습니다. 과거 게임 매거진이나 매체가 하던 정보 전달, 평가, 여론 형성의 역할을 이제 유튜브가 하고 있어요.

    김성회: 시성비를 크리에이터의 역할과 연결해 보겠습니다. 넷플릭스를 무한히 볼 권리가 있어도, 우리는 섬네일만 넘기다 결국 아무것도 누르지 못하고 쇼츠로 가는 경우가 많죠. 진입 의지의 허들이 높아진 겁니다.

    그런데 누가 "박찬욱 감독이 그거 재밌대"라고 하면 일단 눌러 보잖아요. 게임도 같습니다. 설치할 수 있는 게임은 넘치지만 뭘 할지 모르는 진입 장벽이 높은데, 크리에이터가 재미있게 플레이하거나 소개해 주는 것만으로 그 허들을 넘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게임사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 사례가 많습니다. 베넷 포디의 항아리 게임도, 어느 무명 회사가 내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닌텐도 e숍에서 1년 반 동안 거의 못 팔던 수박게임도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하며 초대박이 나 1,000만 장 넘게 팔렸습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도 처음엔 한 달에 300장 팔리고 홍보 영상 조회수가 1,000회도 안 나오다가, 중국 스트리머가 플레이해 조회수 200만 회가 나오면서 100만 장 단위로 팔렸습니다. 하스스톤도, 배틀그라운드의 폭발적인 인기도 스트리머와 BJ 방송의 힘이 컸죠.

    게임 정보 유튜버도 못지않게 기여합니다. 저는 GTA 개인(RP) 서버를 순수하게 즐기다 사설 서버법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분의 문제를 풀기 위해 국회를 찾고 GTA 아시아 지사와 협업해 해결했고, 그 뒤로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플레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넥슨의 메이플랜드가 스트리머들 덕에 붐을 일으킨 것도, 팀파이트 매니저 같은 인디 게임을 무료로 홍보해 라면만 먹던 개발자들이 돈을 만져 보게 된 것도 보람이었죠.

    로아스(ROAS, 광고비 대비 매출액)라는 지표가 있는데, 보통 0.4만 나와도 성공이라는데 제가 3.0을 찍은 적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무조건 "넥슨 게임이 최고"라고 맹목적으로 칭찬하지 않습니다. 비판할 건 비판하고 칭찬할 건 칭찬하며 쌓은 신뢰로 "이건 내 취향에 맞더라, 이런 취향이면 해보세요"라고 할 때 비로소 그 추천이 힘을 갖는 거예요.

    채정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게임은 직접 플레이해야 게임이라고 보는 분도 여전히 계시지만, 자동 사냥이나 키우기 류의 게임도 이제 게임으로 인정받고, 직접 안 하고 보기만 해도 커뮤니티에 연결되어 진입 장벽이 낮아집니다. 기술 발전으로 크리에이터 한 명이 닿는 사람이 수십만, 수백만, 천만 명으로 늘었어요. 예전 마을에서 열댓 명에게 "이 게임 재밌어"라고 하던 인플루언서가 지금은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 겁니다.

    그래서 보는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하는 게임으로 연결되는 퍼널(Funnel)을 만듭니다. 지금은 플랫폼에서 링크 클릭으로 넘어올 수 있고 로아스 같은 지표로 측정도 가능하니,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고도화해 측정하기 시작했죠.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효과를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 파트너십의 긴장감을 잘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IP 홀더와 크리에이터의 관계가 될 거라고 봅니다.



    게임 바깥의 시선

    게임 생태계를 짚는 세 개의 시선
    ©INVEN

    차우진: 엔터 업계가 조금 앞서 있는 것 같다는 건, 더 발전했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가 생기면 음악 시장이 가장 먼저 두들겨 맞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처음 건드린 게 음악이었고, 한국은 2002년 소리바다, 벅스, 그리고 멜론 정식 론칭과 함께 음반 판매량이 수직으로 떨어졌어요. 그 뒤 20년 동안 '음악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를 고민했지만 솔직히 성공하지 못했고, 실패를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싱글을 팔고, 뮤직비디오에 돈을 쓰고, 앨범을 거의 티켓처럼 만들어 포토카드를 넣고… 그 포토카드가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걸 보고 산업이 본격적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게 2015년, 정점이 2022년 무렵입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이 막히고 객단가를 올려야 하니 '팬미팅 가려면 앨범 30장' 같은 구조가 생겼고, 그게 최근 여러 문제가 됐죠.

    다만 K-POP에서 회사가 팬 커뮤니티에 직접 메시지를 던지는 건 거의 금기입니다. 회사의 존재감을 드러내면 아티스트 인기가 떨어지거든요. 회사는 투자사나 경제지, 이런 행사에서 비전을 발표하지, 팬을 대상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사실상 사과문 말고는 없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엔터 업계가 미디어 환경 변화에 오랫동안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고, 지금 게임 업계가 크리에이터와 팬 커뮤니티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이 제가 본 10~15년 전과 매우 유사하다는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2026년 기준 음악 산업의 본질은 결국 오프라인, 즉 공연입니다. 글로벌 투어 구조를 짜야 사업이 됩니다. 그런데 공연 시장이 포화돼 티켓값이 계속 오르고, K-POP 팬은 한정돼 있어 무한정 짜낼 수 없죠. 그래서 지금 가장 큰 고민이 IP 비즈니스입니다. 굿즈나 브랜드로 IP를 확장해 5년, 10년, 20년을 먹고살 방법을 찾는 거예요. 게임 업계에도 그 단계가 올 텐데, 게임은 사람이 아니라 디지털 IP를 가지고 사업한다는 점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채정원: 좋은 인사이트입니다. K-POP 스타의 IP가 굿즈, 포토카드, 공연으로 가듯, 게임 IP도 확장될 수 있죠. 다만 게임 IP는 디지털이나 굿즈로 만들 때 저작권 등에서 훨씬 자유롭고, 게임사가 100% 권한을 가지므로 횡적 확장에 유리합니다. 넥슨도 그런 IP 확장 전략을 활발히 펴고 있고요.

    차우진: 게임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K-POP은 계약 기간이 7년으로 제한돼 그 안에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지만, 게임 IP는 그런 제약이 없어 성장 잠재력이 무한정일 수 있죠.

    김성회: 그래서 IP 확장에도 크리에이터가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메이플 오케스트라나 킨텍스의 메이플 행사처럼 버섯 모자를 쓰고 즐기는 오프라인 행사 및 횡적 확장의 노하우를, 엔터 업계가 먼저 겪은 것을 미래시처럼 배워 활용하는 공생 관계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AI라는 양날의 검

    게임 생태계를 짚는 세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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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진: 음악에서 AI를 얼마나 쓰냐고 물으면,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쓰고 있습니다. 한 기획사의 A&R 팀이 디렉터에게 AI 곡과 작곡가 곡을 섞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이건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고른 게 전부 AI였다고 해요. 퀄리티가 그만큼 올라왔습니다. 저도 두세 달 전까지는 'AI는 유용한 도구이고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3개월 만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AI를 어떻게 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AI가 거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거라는 쪽으로요. 그러면 AI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AI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채정원: 저는 AI를 도구라고 봅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지만, 누구나 잘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바이브 코딩(자연어 코딩)으로 60점짜리는 누구나 만들지만, 소비자가 선택하는 건 결국 80~90점입니다. 거기에 가려면 어느 정도의 기획력과 제작 지식이 여전히 필요하죠. 다만 여럿이 협업하던 걸 혼자 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넥슨이 가진 제작 인력, 자본, 퍼블리싱 채널이라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것도 분명합니다. 1인·소규모 개발자가 그 장벽을 넘을 만큼 AI가 발달했으니 안주할 수 없어요.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발견이 어려워지는데, 그때 누구의 안목을 믿느냐가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도 단순 홍보가 아니라 사람들이 인정할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결국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추천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김성회: 개발의 허들은 낮아지고 큐레이션의 중요성은 커지니,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오히려 확장될 거라고 봅니다. 크리에이터가 게임 개발자의 영역까지 넓힐 거예요. 바이브 코딩으로 예전 주전자닷컴 수준의 플래시 게임은 5분이면 만들고, 곧 상용화 수준의 게임도 일주일이면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과장이 아닌 게, AI 개발자들과 얘기해 보면 6개월 전을 "그땐 정말 힘들었지"라며 30년 전 얘기하듯 합니다.

    그러면 게임 개발자가 유튜버처럼 일주일에 하나씩 인디 게임을 올리고, 유저는 "이 사람 게임 재밌네" 하며 구독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실제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처럼 MDN(다중 개발자 네트워크)으로 개발자를 모아 행정과 절차를 대신 처리해 주고 수익을 나누는 비즈니스 모델도 나올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위상이 낮아지는 게 아니라, 한쪽 능력만 가진 사람도 AI로 증폭해 혼자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규모가 큰 게임 쪽도 마찬가집니다. 콜 오브 듀티는 블랙 옵스부터 AI 생성물 의혹이 제기됐고(로딩 화면의 좀비 산타 손가락이 여섯 개였죠), 신작은 아예 AI 생성물 사용을 공지하고 갑니다. 거대 게임사가 떳떳이 쓰겠다고 하면 더 철저히 검수하고 더 빠르고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무단 학습, 무단 전재 같은 권리 문제는 함께 풀어야 합니다. AI 시대엔 대기업도 소기업도 수혜를 볼 수 있고, 디스토피아적인 어두운 면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한 카이스트 뇌과학 교수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AI가 만들 미래가 디스토피아인지 유토피아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예상보다 높고 빠른 쓰나미가 될 것은 확신한다." 막을 수 없는 쓰나미라면, 그 이후에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죠. 소비자로서 저는 AI가 나온 뒤 석 달쯤 게임을 안 했습니다. AI가 게임의 강점인 양방향성과 반응성 욕구를 채워 줬거든요. 설치도 필요 없고, 늘 제 핵심을 찌르는 말로 칭찬해 줘요.

    그런데 딱 석 달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첨 편향이 강해서, 뭘 해도 칭찬하니 이지 모드 치트키처럼 재미가 없어졌어요. 말레니아(엘든 링)를 잡았을 때의 손 떨림 같은 쾌감은 AI가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로서 AI와의 경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차우진: 지난주 AI 콘퍼런스에서 인상적인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하나는 AI 네이티브 조직의 정의가 단 하나라는 것. "AI가 빠졌을 때 회사나 콘텐츠가 돌아가느냐, 안 돌아가느냐"입니다. 또 개발자가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해요. 경력 10년 정도의 중견 개발자는 AI를 못 믿는 존재로 보고 계속 검증하고 승인하며 쓰는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AI 네이티브 세대는 계좌 비밀번호까지 모든 권한을 다 열어 두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닫습니다. 역방향이죠. 디테일을 쌓아 만드는 게 아니라, 일단 던져 만들어 놓고 필요 없는 걸 역으로 깎아 냅니다.

    또 하나는 발견의 문제입니다. 스포티파이가 5년 전에 발표한 하루 업로드 곡이 12만 곡이었어요. 20년 전 빌보드에 1년간 오른 곡이 3만 곡 정도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상용화된 지 1년밖에 안 된 AI가 지금 하루에 7만 곡을 올립니다. AI 곡 7만에 사람 곡 12만~15만을 더하면 하루 20만 곡이 넘어요. 이 풀에서 어떻게 발견될 것인가. 그날 나온 결론은 '멋있어야 한다'였습니다. 정확히는 서사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화려함이 아니라 고유성과 개성이 있어야 눈에 띕니다. 제가 김성회 님을 구독하는 이유도 같아요. 재미있는데 믿을 만하고, 조사를 많이 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면서 근본을 지키려 애쓰시거든요.

    채정원: 그게 바로 NDC 첫날 강대현 대표님이 키노트에서 말씀하신 맥락(콘텍스트)과 정확히 같은 얘기입니다. 핸드메이드가 희귀해지는 시대에도, 같은 AI 딸깍으로 만들더라도 사람들은 서사가 있는 사람이 만든 것을 택합니다. "저 사람은 이유가 있을 거야, 저 사람의 철학이 멋있어" 하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듯 그 취향을 따르는 거죠.

    이걸 기업 단위로 넓히면, "넥슨이 만드는 게임은 어떤 철학과 로드맵으로 유저와 소통하는가"가 곧 서사이자 맥락이고 철학입니다. 그래서 디렉터들이 직접 나와 소통하는 게 트렌드가 됐어요. 유저가 게임을 콘텐츠로서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취향까지 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희귀한 자원은 시간이고, 두 번째는 관심이에요. 그 관심을 증폭시키는 에이전시, MCN, MDN 같은 산업이 생겨날 겁니다. 그 속에서 넥슨도, 크리에이터도 맥락을 잘 쌓아 신뢰를 얻어야 다음 작품으로 이어집니다. 너무 많아 뭘 골라야 할지 모를 때, 사람들은 결국 믿을 만한 것을 택하니까요.

    김성회: 콘텐츠 과잉 공급의 시대, 결론은 무대에 올라온 디렉터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래서 이 NDC 무대에서 감히 불러 보고 싶은 이름이 신창섭, 바로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입니다. 직접 나와 패치 내역과 확률 계산을 표까지 그려 설명해 주시죠. 과거 게임 디렉터를 윌 라이트, 존 카맥, 미야모토 시게루처럼 영화감독 같은 존재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친한 형이자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렇게 주는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고, 그런 디렉터는 넥슨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 질의응답

    게임 생태계를 짚는 세 개의 시선
    ©INVEN

    Q. 한정된 시간 속에서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이 줄고,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조차 스트리머의 플레이를 대신 보며 대리 만족하는 흐름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게임 업계는 어떤 전략을 고민하고 있나요?

    채정원
    :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치지직, 네이버, 아프리카TV(숲) 같은 보는 콘텐츠 플랫폼과 전략적으로 협업하고 있어요. 게임을 본다는 건 최소한 관심이 있다는 뜻이고, 그러면 신규 유저보다 진입 허들이 훨씬 낮습니다. 그분들이 크리에이터를 통해 우리 게임으로 돌아올 장치를 만들고 있고, 실제로 숲, 치지직과 협업이 시작됐습니다. 두 번째로는 보는 것 자체가 게임이 되는 장르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게임과 K-POP은 소비층이 성별 등에서 가장 대척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은 밈이라도 한쪽에선 통하고 다른 쪽에선 반감을 살 수 있어, 게임사 직원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문화 활성화를 위해 회사가 따로 노력해야 할까요?

    채정원
    : 결국 게임은 커뮤니티이고, 거기에 맞는 TPO, 즉 맥락에 맞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차우진: 한 가지 덧붙이면, 앞으로는 팬이 더 중요해질 텐데 팬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흔히 비즈니스 쪽에서 팬을 따라오는 대상으로 보지만, 팬덤 기반 비즈니스는 팬을 동료로 끌어안아야 성립합니다. 팬을 내가 물건을 팔 시장이 아니라 함께 문화를 만드는 동등한 존재로 볼 때 비로소 대화 방식이 정해져요.

    사실 이 구조를 제대로 잡은 곳은 전 세계에 거의 없어서, 오히려 해볼 만한 도전입니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계속 귀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달라지는 환경에서의 큰 과제가 될 겁니다. 팬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관계를 맺을지가, 게임을 어떻게 노출하고 연결할지만큼 중요해질 거라는 말씀으로 오늘 세션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