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즈의 첫 게임 '더 렐릭: 퍼스트 가디언(이하 더 렐릭)'의 출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 공개된 한 편의 영상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더 렐릭'은 당시 국내외 게이머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9명의 소규모 개발팀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의 비주얼과 액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영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후 여러 게임쇼에서 데모 시연을 진행하며 영상 속 모습이 허상이 아니라는 점을 직접 증명했다. 소규모 개발사가 만든 실체 있는 기대작. 그렇게 '더 렐릭'을 향한 기대감은 점점 커져갔다.
그랬던 '더 렐릭'이 약 6년간의 개발 끝에 오는 7월 31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는 정식 출시에 앞서 폴리싱 작업 등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인 상황이다. 과연 최종 결과물은 어떤 모습일까. 좋은 기회에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즈로부터 최신 빌드를 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약 6시간 동안 직접 플레이하며 씹고 뜯고 맛본 '더 렐릭'. 그 소감을 지금부터 전하고자 한다.
익숙한 콘셉트에 더해진 한국의 설화들

'더 렐릭'의 세계관은 다크 판타지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을 풍긴다. 세상에 번영을 가져온 '렐릭'이 모종의 이유로 파괴되고, 그 과정에서 공허가 태어난다. 공허의 영향을 받은 존재들은 브루탈이라는 괴물로 변모하고, 문명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여기에 파괴된 렐릭의 파편을 지닌 자들마저 브루탈로 전락하면서 세상은 더욱 혼란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성이 주인공인 최초의 수호자(퍼스트 가디언, 이하 수호자)를 깨우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을 뜬 수호자는 여인의 인도를 따라 렐릭을 재건하고, 파편을 되찾아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이처럼 세계관의 큰 틀과 이야기의 출발점은 소울라이크로 대표되는 다크 판타지 작품들과 닮아 있다. 그렇기에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세부 이야기는 꽤 다른 결을 보여준다. 특히 이벤트 형식의 퀘스트가 그렇다. 서양풍 다크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삼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한국의 민담과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도끼 은도끼와 선녀와 나무꾼 설화다. 금도끼 은도끼 이벤트는 원전 설화의 골격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한 나무꾼이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 뒤 산신령 앞에서 정직하게 답해 금도끼와 은도끼를 얻고 부자가 됐다는 소문이 퍼진다. 이를 따라 한 다른 나무꾼들은 욕심을 부리다 결국 손해만 본다는 이야기다.
반면 선녀와 나무꾼은 다크 판타지 분위기에 맞게 재해석한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 선녀는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선녀처럼 아름답다고 칭송받던 여성이 광기에 잠식된 끝에 끔찍한 괴물로 변해버린다. 서사 전개는 물론 보스전 연출까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개발진의 해석이 단순한 패러디에 그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스토리 전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NPC가 직접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나무꾼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저 연못에 도끼를 던졌다가 모두 망했다거나, 선녀라 불리던 여성이 미쳐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됐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식이다.
반대로 소울라이크 장르에서는 간접적인 서술이 주를 이룬다. 주변에 남겨진 쪽지나 보스를 처치한 뒤 얻는 아이템 설명 등을 통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야기를 유추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더 렐릭'은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있었다.
금도끼 은도끼를 예로 들면, 연못으로 향하는 길목에 남겨진 기록을 통해 이야기를 짐작하게 만든다. 여기에 마치 할아버지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연출을 더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제는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다크 판타지라는 익숙한 틀 위에 한국 설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셈이다. 이러한 변주는 국내 게이머는 물론 해외 게이머들에게도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였다.

레벨은 없다, 대신 장비에 스탯이 있다

'더 렐릭'에는 레벨 개념이 없다. 당연히 캐릭터 스탯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무기와 능력치가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레벨과 스탯은 없지만, 장비와 유물을 통해 능력치를 강화하고 자신만의 빌드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다.
플레이어가 장착할 수 있는 장비는 크게 무기, 방어구, 유물 세 종류로 나뉜다. 무기는 검과 방패, 단검(쌍검), 장검, 양손무기, 지팡이 등 다섯 개 계열이 존재하며, 각 무기군 안에서도 다시 여러 종류로 세분화된다. 이러한 구조를 채택한 이유는 각 무기가 지닌 개성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함으로 보였다.
실제로 박인혁 대표는 "보통 초반 무기는 나중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더 렐릭'에서는 초반 무기를 끝까지 사용해도 전혀 문제없다. 애초에 무기마다 능력치가 다를 뿐,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더 렐릭'에 등장하는 무기에는 뚜렷한 상하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시연에서는 단검 두 종류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하나는 공격력이 낮은 대신 독 속성이 부여된 무기였고, 다른 하나는 공격력과 치명타 확률 증가 옵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처럼 각 무기는 명확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무기군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양손무기라도 어떤 무기는 가드 시 스태미나 소모량이 큰 대신 회피 시 소모량이 적었고, 또 다른 무기는 정반대의 특성을 지녔다. 덕분에 같은 무기군 안에서도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선택지가 갈렸다. 가드를 중심으로 싸울지, 회피를 중심으로 운영할지에 따라 선호하는 무기가 달라지는 식이다.

방어구 역시 비슷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체력 +80, 받는 피해 10% 감소처럼 생존에 특화된 방어구가 있는가 하면,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나 회피 스태미나 소모량 감소처럼 공격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춘 장비도 존재했다. 실제 시연 과정에서도 상대하는 적이나 상황에 따라 장비를 바꿔가며 플레이하게 될 정도였다.
무기와 방어구가 기본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한다면, 유물은 일종의 액세서리로 전투를 보조하는 역할에 가깝다. 유물은 크게 메인 보스 처치 보상, 미니 보스 처치 보상, 탐험을 통해 획득하는 유물 등 세 종류로 나뉜다.

메인 보스를 처치하고 얻는 유물은 특히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최대 체력 증가, 적 처치 시 체력 회복, 공격 시 체력 흡수 등 유용한 옵션이 대거 붙어 있어 사실상 필수 장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다만 이번 시연에서는 이러한 고급 유물을 많아야 한두 개 정도만 획득할 수 있었기에 나머지 슬롯은 다른 유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미니 보스 보상 유물과 탐험으로 얻는 유물도 결코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양손무기 공격력을 20% 증가시키는 유물은 양손무기를 주력으로 사용한다면 사실상 필수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 밖에도 체력이나 스태미나를 증가시키는 유물부터 화염, 저주 등 각종 속성 내성을 높여주는 유물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자연스럽게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상대하는 보스에 따라 세팅을 바꿔가며 공략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선녀가 대표적이다. 선녀의 공격에 적중하면 저주 게이지가 차오르는데,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그대로 즉사한다. 문제는 게이지가 연속 공격에 매우 빠르게 누적된다는 점으로 멋모르고 덤볐을 때는 벽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랬던 게 저주 내성 유물이나 속성 내성 최대치를 높여주는 유물을 착용하자 공략 난도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유물 슬롯 역시 성장 요소 가운데 하나다. 게임 곳곳에 숨겨진 보스를 처치하면 유물 슬롯 해금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수호자를 깨운 여성에게 가져가 추가 슬롯을 개방할 수 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맵 곳곳을 탐험하게 된다. 레벨 시스템은 없지만, 숨겨진 무기와 유물 슬롯 해금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진다. 수치가 오르는 전통적인 성장과는 결이 다르지만, '더 렐릭'만의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소울라이크 아니다, 하드코어 액션 어드벤처다

'더 렐릭'에 대해 한 가지 오해한 게 있다면 바로 장르에 대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더 렐릭'은 흔히 K-소울라이크로 불리곤 했다. 하드코어 액션을 표방하는 만큼 이를 한마디로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표현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진득하게 시연해본 '더 렐릭'은 여러모로 기존 소울라이크와는 결이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소울라이크라고 하면 모든 행동에 스태미나가 소모되고, 정교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화톳불로 대표되는 휴식 지점에서 쉬면 적이 부활하는 구조를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재화이자 경험치 역할을 하는 성장 시스템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더 렐릭'은 이러한 기준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 세이브 포인트에서 쉰다고 해서 적이 다시 등장하지도 않으며, 레벨과 스탯 개념이 없는 만큼 소울과 유사한 성장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금화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 역할은 다른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전투 시스템이 비슷하긴 하지만, 이 역시 완전히 같지는 않다. 회피 시 스태미나가 소모되기에 무한정 구를 수는 없지만, 공격에는 스태미나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일일이 스태미나를 계산하며 공격 횟수를 조절하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물 마법과 스킬 역시 마찬가지다. 별도의 마나나 자원이 필요한 구조가 아니라 쿨타임만 존재한다. 스킬은 위력이 강한 대신 모션이 길고 사용 중 취소도 불가능하다. 빈틈을 노려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은 있지만, 성능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더 렐릭'의 전투는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소울라이크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전반적인 템포는 한층 빠른 편이라고 해야 할까.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가드를 올려 패링할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그로기 게이지를 누적해 적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부 공격은 가드가 불가능해 반드시 회피해야 한다.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에 비하면 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대응을 요구하지만, 소울라이크와 비교하면 훨씬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려하는 구조다.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전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전투의 흐름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소울라이크가 한두 대를 치고 빠지는 이른바 구평(구르고 평타) 위주의 운영이 효과적이라면, '더 렐릭'은 기회가 왔을 때 강하게 몰아붙이는 플레이에 더 가깝다. 유물 마법과 스킬로 체력을 깎고, 패링으로 빈틈을 만들어낸 뒤 한 번에 몰아치는 방식이다. 덕분에 전투 내내 공격과 방어가 빠르게 오가며 상당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그렇다고 '더 렐릭'의 전투가 마냥 쉬운 건 아니라는 점이다. 마법과 스킬을 연달아 사용해 초반에 보스의 체력을 빠르게 깎을 수 있지만, 반대로 보스에게 몇 대만 맞아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연타 패턴을 보유한 보스를 상대할 때는 멋모르고 덤볐다가 몇 번이나 죽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마냥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분명 쉽지 않지만, 악랄하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더 렐릭'의 보스전은 적당한 긴장감과 속도감을 동시에 갖춘 전투에 가깝다.
'더 렐릭'을 소울라이크가 아닌 하드코어 액션 어드벤처로 부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자신만의 색깔은 확실하다

장장 6시간에 걸친 시연을 통해 '더 렐릭'의 첫 번째 챕터 절반가량을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을 마무리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작품이 분명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게임이라는 점이었다. 다소 정석적인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제외하면 전투와 성장, 탐험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더 렐릭'만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안정적인 최적화와 알찬 오픈월드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시연은 의도적으로 지포스 RTX 2070 환경에서 진행했는데, 최고 옵션은 아니었지만 플레이에 불편을 느끼는 일은 없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이 최적화 문제와 높은 권장 사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가운 부분이다.
오픈월드 구성 역시 마찬가지다. 맵 곳곳에 배치된 서브 퀘스트와 성장 요소 덕분에 자연스럽게 탐험 욕구를 자극한다. 단순히 넓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돌아다닐 이유가 있는 오픈월드를 구현하고자 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더 렐릭'은 오는 7월 31일 정식 출시된다.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인디 게임이 등장하고 사라졌다. 정식 출시까지 이어지지 못한 작품도 적지 않았고, 적지 않은 기대를 모았음에도 개발이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클라우드 게임즈는 묵묵히 개발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번 시연을 통해 확인한 '더 렐릭'은 적어도 남들을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자 했던 게임에 가까웠다. 과연 6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이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 답은 오는 7월 31일 공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