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프린트 스튜디오(Pawprint Studio)가 개발 중인 오픈월드 몬스터 포획 RPG '애니모(Aniimo)'는 몬스터 수집형 게임의 기초 문법을 과감하게 비틀어버린 작품이다. 사전예약자 1,500만 명을 돌파하며 기대작으로 언급되고 있는 이 게임. 과연 어떤 모습일까?


플레이어가 애니모가 된다, 트와인 시스템
플레이어는 모험가가 되어 광활한 에이델 대륙을 탐험하게 된다. 대륙 곳곳에는 애니모라 불리는 신비로운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을 포획하고 육성하는 과정 자체는 여느 몬스터 수집형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애니모가 진짜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요소는 바로 트와인(Twine) 시스템이다. 트와인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와 애니모가 서로 얽혀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 상태가 되면 플레이어는 더 이상 애니모에게 명령을 내리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그 애니모가 되어 전투와 탐험을 진행하게 된다.

트와인 상태에서는 애니모 고유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날개가 달린 애니모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가능하고, 수영에 능한 애니모로 물속을 빠르게 이동하거나, 불을 뿜는 애니모로 나무나 풀을 태우는 등 필드를 한층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애니모로 트와인하면 필드에 있는 같은 종류의 애니모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고, 해당 애니모에게 퀘스트를 받을 수도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로 다가갔을 때는 깜짝 놀라 도망가던 애니모도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면 활짝 웃어주거나 계속 따라오는 등 반응이 달라진다. 이러한 탐험 편의성과 예측불허의 상호작용 덕분에,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플레이어 캐릭터보다는 애니모로 변신해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진다.



전투 파트에서도 트와인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평소에는 플레이어가 애니모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직접 무기를 들고 애니모와 함께 협공하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되지만, 트와인을 발동하면 그 애니모의 몸으로 직접 싸우게 된다.
기본 공격을 하며 스킬 게이지 회복을 기다리고, 스킬을 사용해 궁극기 게이지를 채운 뒤, 짧은 연출과 함께 발동되는 궁극기로 강력한 일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애니모는 저마다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고 속성 간 상성 관계가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어떤 애니모로 트와인할지 고민하는 과정 역시 전투의 한 축을 차지한다.


전투와 포획의 경계를 허물다
심리스로 전환되는 실시간 포획 방식
포획 방식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애니모는 별도의 전투 파트와 포획 파트를 구분하지 않고, 필드 위에서 곧바로 애니모를 포획할 수 있는 구조를 택했다. 포획에는 애니팟이라는 도구가 쓰이는데, 각기 다른 애니팟마다 서로 다른 포획 조건과 방식이 적용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포획 확률의 변화였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몬스터 수집형 게임의 포획 확률 시스템은 거의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냥 포획을 시도하면 실패한다고 봐야 하고, 몬스터를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린 다음 포획해야 성공하는 방식이다. 몬스터의 등급이나 희귀도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 체력 수치에 비례해 포획 확률이 조정된다.
하지만 애니모의 포획 확률은 체력 비율에 따른 확률은 물론, 플레이어와 애니모 사이의 상황에 따라서도 계속 변화한다. 잠들어 있거나 먹이를 먹는 데 정신이 팔린 애니모는 포획 확률이 올라가고, 플레이어의 위치에 따라서도 확률이 달라진다. 다만 어설프게 자리를 잡다가 애니모가 눈치를 채면 그대로 도망쳐버리기 때문에, 무작정 다가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 포획 과정에서도 애니모만의 차별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경험해 온 몬스터 수집형 게임의 포획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전투의 연장선에 가까웠다. 초반 튜토리얼 구간을 제외하면 포획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전투가 이뤄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니모는 포획과 전투가 서로 다른 판단을 요구하는 별개의 행동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통째로 놀이터가 되는 에이델 대륙
에이델 대륙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받은 인상은 '방대함'과 '입체감'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평평하게 펼쳐진 필드를 걷는 게 아니라, 언덕과 절벽, 계곡이 층층이 쌓여 있어 어느 방향으로든 길이 열려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입체적인 지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트와인 덕분이다. 활공하는 애니모로 절벽에서 뛰어내리거나, 땅을 파는 애니모로 지형지물 아래를 뒤지는 식으로, 어떤 애니모와 트와인 했느냐에 따라 필드 경험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이동 수단이 다양하다는 차원을 넘어, 대륙 곳곳에 숨겨진 장소나 보상이 특정 애니모의 능력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서 애니모 수집과 월드 탐험이 서로 간의 상호 작용으로 이뤄진다.
날씨와 시간대 역시 이 세계를 살아있게 만드는 요소다. 날씨, 시간대, 특정 환경 현상에 따라 등장하는 애니모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지역이라도 방문하는 시점에 따라 마주치는 개체가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정처 없이 대륙을 돌아다니다 보면, 예고 없이 '여정'이라는 이름의 퀘스트가 팝업으로 뜨는 순간도 만나게 된다. 특별히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걷다가, 갑자기 화면 한편에 여정 알림이 뜨면 묘하게 심장이 뛴다. 마치 우연히 지나가다 누군가의 사연에 발을 들이게 된 느낌이랄까.
여정을 따라가면 특정 인물이나 애니모의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다. 거창한 메인 스토리처럼 세계관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한 이야기가 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어떤 여정은 그저 스쳐 지나갈 법한 애니모 한 마리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또 어떤 여정은 대륙 한구석에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의 소소한 고민을 들여다보게 한다.
여정을 통해 마주치는 짧은 이야기들은, 애니모를 그저 포획 대상이 아니라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존재로 느끼게 만든다. 우연히 만난 여정 하나가 그 지역 전체를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경험은, 계획된 퀘스트 동선을 따라가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몰입감을 준다.


도감을 채우는 재미, 그 이상의 디테일
결국 몬스터 수집형 게임의 완성도는 무엇을 모으게 하느냐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애니모는 확실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테스트 빌드 기준으로 실제 도감에 채워지는 개체 수는 무려 219종에 달한다. 정식 출시 시점에는 그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진화 구조도 흥미롭다. 몬스터 수집형 게임의 진화 시스템은 거의 정해진 한 갈래로만 흘러간다. 초기 형태에서 중간 형태, 그리고 최종 형태까지 순서가 고정되어 있고 결과물도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애니모는 같은 초기형이라도 육성 방식이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최종형으로 갈라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어떤 진화는 해당 애니모를 잡는 것만으로 해금되는 반면, 또 다른 진화는 특정 퀘스트를 진행해야 해금되는 방식이다.




같은 종이라도 서식 환경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는 점도 눈에 띈다. 어떤 지역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개체가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는데, 슬쩍 보고 지나가면 단순한 색놀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다. 속성이나 등장 지역은 물론 행동까지 다른 개체들도 있어서, 이러한 어레인지 개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지루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정 조건에서만 출현하는 희귀 애니모도 존재한다. 이런 개체를 발견하고 포획하는 과정은 도감을 채우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수집 동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아직은 정리가 필요한 방대한 콘텐츠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버그나 최적화 미비, 복잡한 메뉴 구성 같은 부분은 아직 테스트 빌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전형적인 기술적 이슈이며 시간을 투자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일단 차치하고, 정작 더 눈여겨봤던 것은 게임 구조 쪽에서 느껴지는 다른 종류의 아쉬움이었다. 초반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다소 막막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이 게임에는 정말 많은 콘텐츠가 있다. 앞서 설명한 에이델 대륙에서의 탐험, 전투, 수집은 기본이고, 흔히 볼 수 있는 로그라이크 방식의 콘텐츠도 있다. 제한 시간 안에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도전형 멀티 플레이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다른 유저들과 팀을 이뤄 진행하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콘텐츠도 존재한다. 거기에 캠핑카를 중심으로 한 하우징까지, 그야말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담아놓은 게임이다.


그런데 직접 게임을 해보면 이 수많은 콘텐츠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각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는 좋지만, 이것들이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기보다는 그냥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는 식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앞서 언급한 막막함도 사실 여기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콘텐츠가 없어서 방향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이는 꽤 긍정적인 신호로도 보였다. 콘텐츠가 부족해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어떻게 잘 정리하고 배치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구조적인 결함이라기보다는 온보딩이나 UX 설계의 문제에 가까워 보이며, 정식 출시 전까지 이 부분만 잘 다듬어진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발진 역시 깊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에 직접 피드백을 전달한 결과, 다양한 콘텐츠가 오히려 유저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으며, 유저가 자신에게 맞는 플레이 스타일을 빠르게 찾고 원하는 재미를 곧바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파우프린트 스튜디오는 특정 유저층에 국한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게임을 지향한다는 방향성도 함께 전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수도동귀(殊途同歸)', 즉 결국 하나의 목적지로 향한다는 개발 철학이다. 시뮬레이션을 좋아하는 유저는 해당 콘텐츠만 즐기고, 전투와 수집을 선호하는 유저는 그쪽 이벤트만 수행해도 최종적으로는 동일한 수준의 보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유저가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든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다 갖췄다, 이제 정리만 남았다
정리해보면, 애니모는 트와인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수집형 게임의 익숙한 공식을 완전히 다르게 풀어냈다는 점이 가장 큰 인상으로 남았다. 잡고 키우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애니모가 되어 하늘을 날고 물속을 헤엄치고 전투까지 치른다는 것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로 해봤을 때 체감되는 차이가 훨씬 컸다.
포획 방식도 그렇고 서식지마다 다르게 디자인된 애니모들의 생태도 그렇고, 이 게임이 그저 유명한 장르 하나를 따라 만든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향을 갖고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물론 아직 베타 단계인 만큼 다듬어야 할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 아쉬움들이 대부분 '이미 잘 만들어놓은 것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종류의 문제였다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관건은 정식 출시 전까지 이 많은 콘텐츠와 시스템을 얼마나 매끄럽게 다듬어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몬스터 수집형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익숙한 장르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애니모는 출시 소식을 눈여겨볼 만한 게임이 분명하다.
한편, 올해 하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는 '애니모'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와 주요 플랫폼을 통해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오늘(9일)부터 국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CBT 테스트가 본격적으로 오픈되면서, 출시를 기다려온 유저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