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상점 알고리즘 변화: 맞춤 캘린더가 뜬다
©Steam

스팀에서 인디 게임이 얼굴을 알릴 통로 하나가 크게 좁아졌다. 밸브가 지난 6월, 스팀 상점 '출시 예정 게임' 페이지에 있는 '인기 출시 예정 게임(Popular Upcoming)' 탭의 진입 기준을 대폭 끌어올렸다. 게임 마케팅 분석가 크리스 주코스키(Chris Zukowski)에 따르면, 예전에는 위시리스트(찜하기) 7,000개 정도면 이 탭을 노려볼 만했다. 지금은 10만 개 안팎이 있어야 한다. 문턱이 하루아침에 15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은 곧 나올 게임 가운데 관심이 몰리는 작품을 추려 보여주는 자리다. 광고비를 넉넉히 쓸 수 없는 중소 개발사에게는 출시 전 위시리스트를 끌어모을 몇 안 되는 무대이기도 했다. 밸브는 이번 변경을 두고 "다가오는 한 달 사이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게임을 더 잘 보여 달라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탭 구성을 손봤다"고 스팀웍스 공식 블로그에서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대형 게임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되면서, 인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인디 게임을 위한 창구 하나가 다른 곳에 열려 있었다. 밸브가 비슷한 시기에 조용히 선보인 '맞춤 캘린더(Personal Calendar)'가 인디 게임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데이터가 하나둘 발견되기 시작했다. 주코스키는 6월 25일 자신의 블로그 'How To Market A Game'에 개발자들이 직접 보내온 수치를 공개하며, 맞춤 캘린더가 인디 개발자에게 예상 밖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루 반짝 노출에서 두 달 상시 노출로


스팀 상점 알고리즘 변화: 맞춤 캘린더가 뜬다
스팀 맞춤 캘린더 페이지 ©Steam

맞춤 캘린더의 핵심은 이용자마다 다른 화면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모두에게 똑같은 목록을 띄우던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과 달리, 저마다의 위시리스트와 팔로우 목록, 플레이 기록을 바탕으로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신작과 출시 예정작을 달력 형태로 골라 준다.

노출 기간부터 차이가 크다. 기존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에 오르면 하루에 위시리스트 1,000개쯤을 얻을 수 있었지만, 목록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 이틀이었다. 반면 맞춤 캘린더는 하루 300~3,000개씩 위시리스트를 꾸준히 만들어 내면서, 출시 두 달 전부터 출시 뒤 한 달까지 노출이 이어진다. 잠깐 스쳐 지나가던 자리가 오래 걸어 두는 무대로 바뀐 것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인디 게임 '돈 렛 잇 스타브(Don't Let It Starve)' 개발자는 위시리스트 5,930개로 출시를 앞뒀다가, 맞춤 캘린더에 노출된 뒤 1만 1,630개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기록을 공개했다. 맞춤 캘린더가 도입되던 시점에 게임을 내 두 창구의 효과를 동시에 누린 '암즈 오브 갓(Arms of God)'은, 출시와 함께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 노출이 끊긴 뒤에도 맞춤 캘린더를 타고 한 달간 방문자가 계속 들어왔다.


노출은 10분의 1, 클릭은 30배


스팀 상점 알고리즘 변화: 맞춤 캘린더가 뜬다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은 게임 홍보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Steam

눈여겨볼 대목은 노출 수와 실제 방문 수이다. 주코스키에게 데이터를 제공한 게임 '포커스 그로브(Focus Grove)'는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에서 약 130만 회 노출됐지만 클릭률이 0.81%에 그쳐 상점 페이지 방문은 1만여 명에 머물렀다. 반면 맞춤 캘린더에서는 노출이 8만 회뿐이었는데도 클릭률이 33.83%까지 치솟아 2만 7,000명이 페이지를 찾았다. 노출은 16분의 1로 줄었는데 방문자는 2.5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스팀 상점 알고리즘 변화: 맞춤 캘린더가 뜬다
'인기 출시 예정 게임'보다 '맞춤 캘린더' 노출이 더 효과적이었다 ©INVEN

또 다른 게임 '스타포지드 레거시(Starforged Legacy)'도 흐름이 비슷했다.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에서 70만 회 노출에 클릭률 1.56%, 방문 1만 1,000명이던 것이, 맞춤 캘린더에서는 노출 10만 회에 클릭률 31.26%, 방문 3만 3,000명으로 바뀌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 백 번 들이미는 것보다, 그 장르를 즐겨 찾는 사람에게 한 번 보여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주코스키는 무작정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짚는다. 내 게임을 좋아할 만한 사람을 먼저 찾고, 그 사람에게 "이건 당신 취향에 맞는 게임"이라고 정확히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맞춤 캘린더 등록, 쉽지는 않다, 위시리스트 8천~3만은 있어야


물론 맞춤 캘린더가 아무 게임이나 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주코스키가 자신의 맞춤 캘린더에 뜬 게임 100종의 팔로워 수를 일일이 세어 본 결과, 하위 30% 지점이 팔로워 804명(위시리스트로는 약 8,000개 수준), 한가운데가 2,800명(약 2만 8,000개), 상위 30% 지점이 6,600명(약 6만 6,000개)이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맞춤 캘린더에 들어가려면 위시리스트 8,000~3만 개쯤은 필요하다고 봤다. 10만 개에 비하면 훨씬 손에 닿는 수치지만, 이 역시 착실히 사전 마케팅을 해야 넘볼 수 있는 벽이다.

'인기 출시 예정 게임' 탭이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다. 주코스키가 기준 변경 뒤인 6월 24일 목록을 살펴보니, 팔로워 500~600명 수준의 작은 게임도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다만 하루에 새로 들어오는 게임이 예전 10종에서 1~3종으로 줄었고, 대신 한번 오른 게임이 오래 머무는 쪽으로 바뀌었다. 팔로워 3만 명이 넘는 게임이 출시 두 달 전부터 첫 화면에 붙박여 있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출시일, 두 달 전에 미리 확정해야


주코스키가 꼽은 가장 큰 변화는 출시일을 언제 확정하느냐다. 맞춤 캘린더는 출시 두 달 전부터 게임을 걸어 주는데, 출시일을 정하지 않은 게임은 아예 달력에 오르지 못한다. 그런데 그가 캘린더 필터를 250종까지 넓혀 봤더니 7~8월 칸에는 하루 한두 종밖에 뜨지 않았다. 대다수 인디 개발자가 출시 2~3주 전에야 날짜를 확정하는 바람에 '맞춤 캘린더'에 게임이 등록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출시 공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상점 페이지를 최대한 일찍 열고, 데모를 빨리 내놓고, 축제와 스트리머를 통해 위시리스트를 모으는 기본기는 여전히 통한다. 여기에 맞춤 추천 시대에 맞춰, 아무에게나 두루 통할 것 같은 게임보다 한눈에 장르가 읽히는 게임이 유리하다는 조언이 붙었다. 추천 알고리즘이 게임과 이용자를 짝지어 주려면, 게임 쪽에서도 "나는 이런 장르"라는 정체성을 뚜렷이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고 없이 게임을 툭 던지듯 내놓는 이른바 '섀도우 드롭'을 두고는 한층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사전 노출 기간이 길수록 유리해진 판에서, 사전 마케팅 없이 기습 출시하는 것은 밸브가 깔아 준 노출 창구를 통째로 걷어차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기작 '파이츠 인 타이트 스페이스'의 후속작이 지난 6월 7일 '섀도우 드롭'으로 나왔다가 신통찮은 성적을 낸 사례를 들며, 이름값 있는 그들도 재미를 못 봤는데 인디가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스팀 상점 전체가 맞춤 추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볼 대목이다. 첫 화면 추천과 탐색 대기열에 이어 출시 예정작 노출까지 개인 맞춤형으로 바뀌었고, 일일 특가마저 맞춤화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날마다 수십 종씩 쏟아지는 신작을 한정된 첫 화면에 다 담을 수 없게 되자, 밸브는 '모두에게 같은 화면'을 내려놓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이용자로서는 취향에 맞는 게임을 만날 확률이 올라가고, 개발자로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내 게임을 살 사람'에게 곧장 닿을 길이 열린 것이다.

※ 위시리스트 진입 기준 수치(인기 출시 예정 게임 약 10만 개, 맞춤 캘린더 8,000~3만 개)는 밸브가 공식적으로 밝힌 규칙이 아니라 크리스 주코스키의 관측 데이터에 기반한 추정치다. (2026.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