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대부분 게이머들은 이 말에 의문을 표할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레벨이 높아져도 쏟아지는 노트의 세례에 정신을 못차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 난관을 도파민으로 받아들이고 퍼펙트한 연주의 쾌감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 장벽을 못 넘고 손도 못 대는 것이 리듬 액션 게임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제 20주년을 앞둔 '리듬 천국' 시리즈는 그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말 그대로 박자에 맞게 리듬을 타는 것에만 집중했다. 물론 리듬감이라는 장벽이 있긴 해도, 여러 개의 버튼을 정확하게 쳐야 하는 테크닉은 덜어낸 만큼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7월 2일 출시한 20주년 기념작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한층 더 풍성한 구성으로 리듬 게임팬은 물론 초보까지도 만족시킬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리듬 초보도 OK, 자신감 잃지 않게 해주는 은근한 배려
그간 국내에서는 리듬 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던 만큼, 리듬 천국이라는 제목이 좀 낯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게임 화면을 보는 순간 바로 어떤 게임인지 알 만큼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그 근본을 이어오고 있다. 리듬에 맞춰서 버튼을 누르고, 노트 대신 각양각색의 미니 게임으로 리액션을 보여주면서 절묘한 비트를 자아내는 구성은 손에 착착 감겼다.
엄밀히 말하면 십자키 모두에 A키를 사용하지만, 그 모든 키들을 한 곡에 다 사용하는 법은 없다. A키를 포함해 사용하는 버튼은 다 다르긴 하지만 사전 공지가 없다면 최대 2개라는 철칙을 유지하고 있고, 이는 리믹스에서도 동일하다. 리듬 외에 버튼 입력이 헷갈려서 클리어를 못 하는 불상사는 최대한 막고, 온전히 리듬에 몸을 맡기도록 한 배려인 셈이다.

이러한 감상은 사실 이전에 리듬 세상 시절부터 해왔거나, 혹은 사전에 스트리머들이 이 시리즈를 하던 걸 본 유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의 첫 단계, '고리 통과하기'에 들어간 순간부터 아마 처음 접하는 유저들은 당혹스러울 확률이 높다. 튜토리얼에서 갑자기 별다른 소리도 없이 고리만 나오고 그걸 통과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리듬 액션 게임도 나름 즐기는 편에 피아노를 안 친지 15년이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미사 반주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대타해 줄 정도인데, 처음 몇 번을 헤맸다.
이런 구성이 다소 의아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밑밥이었다. 음악이 더해지고 앞에 거품같이 생긴 동료들이 추가되면서 놀랄 만큼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 잘 안되던 것이 약간의 도움으로 잘 되었을 때 이런 감각이었구나, 깨닫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리듬 게임에서 음악이 그냥 배경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저들에게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론적인 설명이나 길고 긴 절차 없이, 최소한의 변화로 바로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스테이지 클리어 후에 평가 문구였다. 이전에는 최고, 평범, 좀 더 열심히였지만 이번에는 전면부에서 파이팅, 좋아, 아주 좋아, 최고로 변경됐다. 사실 리듬 천국은 클리어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메달따기나 퍼펙트를 하기는 쉽지는 않다. 박자만 맞추면 되는 만큼, 판정이 굉장히 까다로워야만 그런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메달은 바로 못 따고 클리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기존의 평범 대신 좋아, 아주 좋아 같이 긍정적인 문구를 써서 격려해 주는 것이 은근히 와닿았다. 실제로 9스테이지부터는 기존 문구로 돌아오는데, 그 역체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마치 초보나 취미반에게는 선생들이 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 칭찬을 해주다가, 좀 레벨이 올라와서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면 엄격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통상 막판까지 클리어해야 나오는 스태프롤을 스테이지6 무렵에 배치한 것도 이러한 배려의 연장선상처럼 보였다. 실제로 스테이지6 정도 오면 어지간한 미니 게임의 기초는 다 뗀 상황이고, 그다음부터는 변주나 리믹스 위주로 나온다. 물론 새로운 유형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건 다 해낸 만큼 그 시기에 나온 스태프롤은 앞으로도 문제 없이 할 수 있다는 격려인 셈이다.
물론 그렇게 격려를 한다고 해서 그다음에 나오는 스테이지를 유저들이 착착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자는 똑같을지 몰라도 곡이 바뀌면서 체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론상 박자가 똑같으면 별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유저 모두가 지휘자나 드러머처럼 칼 같이 박자를 맞추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 유저들이 새로운 패턴 뿐만 아니라 기존의 패턴도 연습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 튜토리얼을 강화한 것도 한 수였다. 물론 그 모든 변수를 다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패턴과 신규 패턴을 어느 정도만 익혀도 클리어하게끔 설계했기 때문에 막힘없이 쭉쭉 플레이가 이어졌다.

보컬곡도 대거 추가에 각종 미니 게임까지 풍성한 볼륨

그렇게 초보 단계를 떼기 쉬워지면, 그때부터 점차 볼륨에 눈을 돌릴 확률이 높다. 사실 리듬 액션 게임은 그 틀이 꽤나 오래 전부터 확고히 잡힌 만큼, 그 틀을 바탕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곡을 연주하며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장르이기도 하다. 실제로 연주를 하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연주하지 못하는 곡을, 게임에서라도 그런 감각으로 즐기게 해주는 대리 만족의 수단으로도 작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리듬 천국은 상당히 아쉬운 시리즈였다. 물론 층쿠라는 저명한 음악 프로듀서가 함께하는 만큼, 음악의 퀄리티는 결코 여타 게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보다는 리듬을 느끼며 즐기는 좀 더 원초적인 분야를 강조한 나머지 유저들의 기억에 남을 법한 곡의 수가 적었다. 마치 악기를 취미로 하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자주 연주하는 것처럼 리듬 액션 게임도 점차 그렇게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는데, 리듬 천국 시리즈는 그렇게 플레이하자니 좀 허전하다고 할까.

물론 리듬 천국 시리즈의 지향점 자체가 다르기는 하다. 아예 곡을 연주하는 감각을 구현하고자 한 여타 리듬 액션 게임과 달리, 마치 미니 게임을 하는 감각으로 리듬을 자연스럽게 타는 느낌을 즐기라는 차원으로 만든 게임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초보티를 벗어난 뒤에 좀 더 코어하게 즐기고 싶은 것이 게이머의 본능이다. 이를 이미 리듬 천국 개발진들도 알고 있긴 하다. 클리어는 쉬워도 메달을 따기 어렵게 한 것이나, 메달을 딴 스테이지 중 랜덤하게 퍼펙트 달성 시 해금 과제를 주는 등 보완책은 이미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곡의 볼륨도 상당하다. 보컬곡을 12곡으로 늘렸으며, 스테이지도 총합 80스테이지다. 물론 싱글플레이 외에 멀티플레이 및 각종 미니 게임을 포함한 수이긴 하다. 그렇지만 리듬 천국 시리즈가 으레 그랬던 것처럼 미니 게임의 완성도도 결코 레귤러 스테이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대표 미니 게임 중 하나인 '비트스펠'은 독립된 타이틀에 준할 정도로 그 완성도가 높았다. '비트스펠'은 그간 리듬 천국과 다르게 박자에 맞춰서 정해진 커맨드를 누르는 방식인 대신, 박자 게이지를 시각화하는 식으로 차이점을 둔 미니게임이다. 박자에 딱딱 맞춰서 커맨드를 입력하면 주문이 발동하면서 크리티컬이 터지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아주 미약하게 나가는 식이다. 실시간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결국 스펠을 주고받게 되는 구성이라 고전적인 턴제 전투의 느낌도 살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중간에 게임 오버가 되지 않는 정규 스테이지와 달리 체력과 하트가 다 소진되면 게임 오버가 되는 만큼 긴장감도 상당했다.


협동 혹은 경쟁 구도로 진행되는 멀티플레이 게임은 그만큼 복잡하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그 재미가 더욱 직관적으로 바로 눈에 들어왔다. 날아오는 화살을 칼로 베어내는 협동 게임 '닌자들'이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퇴치하고 배달을 가야 하는 '동물 택배원'은 간단한 설명만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HP가 쭉쭉 달아 게임오버가 될 수 있는 만큼, 박자감을 어떻게든 되살려주기 위해 팀 단위로 고심하는 맛이 있었다.
반대로 경쟁 게임은 이와는 다른 쫄깃한 맛이 있었다. 가장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는 사람이 이기는 '간식' 게임 외에도 박자에 맞춰서 버튼을 눌러줘야만 스텝이 꼬이지 않고 가는 '레슬러 경주'도 마찬가지였다. 중간중간 시야가 가려질 때라던가 박자가 뒤죽박죽 바뀔 때가 있는데, 그때 상대가 실수하기를 바라면서 어떻게든 박자를 악착같이 잡으려고 소위 빡겜을 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즐겁게, 모두가 함께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

리듬 천국 시리즈는 어찌 보면 공터에 덩그러니 놓인 축구공 같은 게임이다. 화려한 그래픽도 현란한 효과도 없지만, 굉장히 직관적인 규칙과 단순한 구조가 부담 없이 언제고 꺼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게 하나가 아니고, 잊을 만하면 계속 나오니 그 미스터리함에 훅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번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분량을 늘린 것은 물론, 접근성도 한 차원 더 높인 것도 인상적이다. 몇 년 전 시각장애인 소년이 리듬 천국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었다고 닌텐도에 편지를 보냈던 일화처럼, 기존 리듬 천국도 시각 의존도가 낮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처음부터 TTS를 넣고 각종 옵션까지도 디테일하게 읊어주면서 각자의 사정에 따라 맞춤형으로 세팅할 수 있게 도왔다.

심지어 TTS 설정 중 자세히 읽기를 설정하면, 화면의 거의 모든 텍스트를 읊어주는 것은 물론 상황까지도 실시간으로 설명해준다. 일례로 '원반던지기'는 화면에 숫자 카운트를 보고 리듬을 처음에 익혀야 하는데, 그 카운트다운은 물론이고 튜토리얼 전에 여자가 원반을 던지면 강아지가 그걸 받는 게임이라는 소개도 TTS로 세세하게 소개한다. 처음에는 TTS의 기계적인 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곧 그 세심하고도 꼼꼼한 배려에 놀랄 수밖에 없다. 만일 그 음성 때문에 몰입감이 덜하다면 TTS 거의 없음 옵션을 고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협동 게임 중에 배구처럼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서 헷갈릴 수 있는 게임은 TTS를 넣어서 혼선을 줄이는 등, 누구나 쉽게 그리고 모두가 함께 리듬을 즐기는 리듬 천국의 친절한 철학이 곳곳에서 배어 나왔다.
물론 코어하게 접근하면 아직도 직관적인 미니 게임 대비 많은 곡들이 인상에 흐릿하게 남는다거나, 거치 모드의 지연 문제를 100%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점들이 아쉽기는 하다. 거치 모드 지연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해서 조정을 하는 옵션이 있지만, 몇몇 미니 게임에서는 적용이 안 됐고 그게 때에 따라서는 박자감까지 흐트러지는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이 있어도,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는 닌텐도 스위치 유저라면 구비해두면 좋을 타이틀 1순위로 꼽고 싶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완성도 높은 재미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누구나 쉽게 그리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과제를 이토록 훌륭히 해낸 게임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제고 혼자 혹은 누군가와 같이 즐길 타이틀로 '리듬 천국 미라클 스타즈'를 한 장 준비해 두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