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폭스는 숨은 팬층이 두터운 시리즈로 유명하다. 슈퍼패미컴으로 첫선을 보인 초대작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3D 슈팅의 매력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알렸고, 이후 출시된 스타폭스64는 시리즈의 완성형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호평을 얻었다. 나아가 이후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도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스타폭스 어드벤처, 어설트, 커맨드, 제로, 그리고 개발이 중단됐다가 2017년 닌텐도 클래식 미니 슈퍼패미컴을 통해 세상에 나온 스타폭스2까지 명맥은 이어졌지만, 어느 작품도 스타폭스64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리즈는 점차 존재감을 잃었고,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런 만큼 이번 '스타폭스'의 등장은 더욱 뜻밖이었다. 사실상 부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졌던 시리즈가 돌아온 것은 물론, 시리즈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스타폭스64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스타폭스'가 지난 7월 2일 정식 출시됐다. 한층 진일보한 비주얼과 시원한 슈팅의 손맛을 앞세운 한편, 그 이면에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아쉬움 역시 짙게 드리운 채.

단순해 보이는 레일 슈터 속 숨겨진 깊이감

'스타폭스'를 처음 해봤다면 아마 캐주얼한 아케이드 감성의 플라이트 레일 슈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에이스컴뱃 시리즈나 워썬더 등 나름 최신 플라이트 슈팅 게임들과 비교하면 그러한 첫인상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자유 비행 모드인 올 레인지 모드가 아니라면 특정 구간을 따라가는 형태이니 플라이트 '레일 슈터'라고 보는 것 역시 마냥 틀리다고 볼 수는 없다.
아케이드에 가까운 비주얼적인 특성에 더해 이러한 구조는 얼핏 게임을 단순한 레일 슈터로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첫인상일 뿐이다. 캐주얼한 감성 속 '스타폭스'는 파고들수록 더 빠져들게 만드는 숨겨진 깊이감을 지녔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스테이지 구조부터 그렇다. 기본적으로 레일 슈터 방식을 따르지만, 그저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숨겨진 해금 요소가 존재하는데,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아군을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특정 장애물을 통과한다든가 적을 빠르게 처치하는 등 해금 요소를 충족할 경우 숨겨진 루트가 열리고 통상 루트와는 다른 보스를 만날 수 있다. 이는 클리어까지 5~6분밖에 걸리지 않는 각각의 스테이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당연히 이런 숨겨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단순히 조금 더 잘 조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게임의 비주얼과 맞물려 '스타폭스'는 얼핏 조작 자체도 캐주얼한 게임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캐주얼해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그 속에는 깊이 있는 조작 체계를 지닌 게 특징이다.
이를테면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 날개를 좌우 방향으로 기울여야 한다든가, 뒤에서 노리는 적을 따돌리기 위해서 브레이크를 걸어 적을 앞으로 보내든가 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공중제비부터 유턴, 부스트, 그리고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롤링까지, 앞서 언급한 숨겨진 목표나 고난도 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조작 체계를 완벽히 익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작 체계가 특히 빛을 발하는 건 보스전에서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적들은 공격을 차지할 경우 록온이 되고 이후 충전탄을 쏘면 자동으로 추적해서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일부 적들과 보스의 경우 록온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적을 상대하려면 기본 무기인 레이저에 의지하는 도그파이팅 방식으로 싸울 수밖에 없기에 더욱 조작 체계를 충실히 익혀야 한다.


이외에도 보스들은 다양한 공략 요소를 지녔다. 횡으로 휩쓰는 공격을 할 경우 위아래로 재빠르게 피하거나, 화면의 절반 이상을 덮는 공격을 할 때는 공중제비를 돌아 한층 위쪽으로 올라가서 피해야 하는 등 직관적이면서도 방심했다가는 당할 수밖에 없는 패턴을 지녔다. 이런 보스들을 상대할 때마다 '스타폭스'가 단순해 보이면서도 깊이감을 지닌 조작 체계를 지녔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숨겨진 루트를 해금하는 것 외에도 훈장에 대한 것도 있다. 숨겨진 루트를 해금하는 게 약간의 노력으로도 충분하다면, 훈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플레이어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군이 전부 생존해야 함은 물론이고, 일정 수치 이상의 격추 점수나 여러 조건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엑스퍼트 난이도의 경우는 더 심한데, 시간제한이 더해지거나 공중제비나 유턴 등 특정 조작을 하지 않고 처치해야 하는 조건도 있다. 사실상 이쯤되면 아케이드 감성은 사라지는 거나 마찬가지로, 그야말로 탑건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스타폭스'가 고난도의 플라이트 슈팅 게임이라는 건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일종의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는 훈장을 수집한다든가, 게임에서 몇 안 되는 고난도 적을 처치할 때의 이야기다. 탑건의 매버릭처럼 아윙을 능수능란하게 조작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도 없다. 정리하자면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파고들수록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조작 체계를 지닌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쳐 슈팅의 재미를 선사하는 '스타폭스'이지만, 여기에도 아쉬움은 있다. 바로 늘 먹던 맛이라는 점이다.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전투기 아윙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차 랜드마스터, 잠수함 블루마린에 이르기까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 그대로다. 물론 이들의 조작감이나 특징을 싹 다 뜯어고치는 건 원작 초월은커녕 원작 훼손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리메이크이자 9년 만의 신작으로서 큰 차이가 없는 이러한 모습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따름이다.
스타폭스 제로에서 새로운 기체로 자이로윙을 선보였던 걸 고려하면, 리메이크만의 새로운 기체를 하나 정도 더 넣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못내 남는다.


초대작으로부터 반발작 나아가는 데 그친 시나리오가 주는 아쉬움

스타폭스 시리즈, 그리고 원작인 스타폭스64가 주던 감성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스타폭스'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앞서 새로운 기체가 없기에 못내 아쉽다고 한 바 있는데, 이게 그저 약간 아쉽고 마는 정도에 머무른다면 1993년 출시된 초대작부터 30년이 넘도록 이어진 스테이지 구조, 그리고 변치 않는 시나리오는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잠시 '스타폭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여덟 번째 타이틀이지만 넘버링 후속작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타폭스64를 두 번째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아쉬움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리메이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스토리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초대작을 리부트한 스타폭스64, 다시 스타폭스64를 3DS로 리메이크한 스타폭스64 3DS, 여기에 또 한 번 리부트와 재해석을 시도한 Wii U의 스타폭스 제로까지, 시리즈는 지금까지 몇 차례나 리메이크와 리부트를 거듭해왔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결국 다시 스타폭스64를 리메이크한다는 선택을 한 끝에 나온 게 바로 '스타폭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리즈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정점을 찍었던 스타폭스64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선택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는 스타폭스 시리즈가 지금껏 제대로 된 다음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리즈는 몇 번이고 초대작의 성공을 되풀이하는 데 머물렀고, '스타폭스' 역시 그 굴레를 끝내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시리즈 특유의 슈팅 감각은 당연히 유지할 수밖에 없다지만, 스토리와 시나리오 구성에 이르기까지 엄밀히 말해 1993년 초대작부터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어떤 식으로 보든 좋게 보기 어렵다. 후속작을 기다려왔건만, 결국 등장한 게 늘 해왔던 그 맛, 그리고 늘 보여줬던 그 스토리라면 누구든 실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토리 자체는 리메이크라는 걸 고려하면 백보 양보해서 이해라도 할 수 있다. 애초에 완벽하게 뜯어고치는 스타일의 리메이크가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인 만큼, 약간의 변화가 더해졌다 한들 기본적인 플롯은 유지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문제는 시나리오 구성 자체도 그대로라는 점이다. '스타폭스'는 코네리아에서 시작해서 베놈에서 끝나는 기존의 구조를 좋게 말하면 충실하게, 나쁘게 말하면 답습했다. 최소한 시작과 끝이 같더라도 그 안에서 스테이지를 더 많이 추가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좀 더 풍성하게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앞서 숨겨진 루트라든가 훈장 등의 여러 요소를 통해 반복 플레이를 의도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엄밀히 말하자면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다. 어디까지나 모든 숨겨진 루트와 보스를 찾고 훈장을 클리어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게이머에게나 파고들기 요소로서 짧은 스테이지 구조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지,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게이머에게는 오히려 반복 플레이 요소가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훈장이야 일종의 도전 과제라 할 수 있으니 달성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하더라도, 특정 루트는 진 엔딩으로 이어지는 만큼 어찌 보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데, 한 끗 차이로 달성하지 못하면 재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분명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어떠한 변화도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스테이지 사이에 컷신들이 대거 추가된 점을 들 수 있다. 전작들에서는 스테이지 진행 전 페퍼 장군과 하는 짧은 브리핑이 전부였지만, '스타폭스'는 이러한 브리핑에 더해 팀원들과의 대화 등이 추가되어 캐릭터성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스토리를 보강했다.

어떤 루트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대사 등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에어리어6 스테이지를 간다고 했을 때, 거기까지 어떤 루트(스테이지)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숨겨진 목표 등을 달성했는지에 따라 대사가 달라진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게임에 좀 더 몰입하게 만든다는 건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 역시 근본적인 부분에서 개선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리메이크됨에 따라 비주얼적인 개선이 이루어진 만큼,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주얼이 눈에 띄는 개선을 이뤘다면, 시나리오는 냉정하게 말해서 연출에 힘입어 초대작으로부터 딱 반발작 정도만 나아간 셈이다.

계속된 리메이크, 이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스타폭스'는 여러모로 복잡한 심정을 느끼게 하는 그런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폭스64의 두 번째 리메이크로서 분명 원작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는 한편, '스타폭스'만의 발전된 모습 역시 없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시리즈의 오래된 팬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게임이다. 이는 입문한 게이머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번의 리부트와 리메이크를 거친 덕분인지 전작들을 안 해봤다고 하더라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기에 캐주얼한 플라이트 레일 슈터라는 점 역시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주는 요소다.
문제가 있다면 기존 팬 입장에서 '스타폭스'가 완벽한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분명 나쁘지 않은 게임이지만, 딱 거기서 멈춘다. 원작 초월이라든가 시리즈 부활의 기반이 될 리메이크라고 보기에는 '스타폭스'는 여러모로 의문이 남는다.
몇 번이나 리부트와 리메이크를 반복하면서 시나리오 자체가 더 나아가지 못했고, 여기에 더해 시나리오 구성마저 코네리아에서 시작해서 베놈에서 끝나는 게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 감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투 시스템과 비주얼을 개선한 점은 분명 원작 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리메이크지만, 그럼에도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닌텐도를 대표하는 IP 중 하나임에도 스타폭스 시리즈는 지금껏 그렇게까지 부각되지 않은 면이 있었다. 여기에는 장르가 지닌 진입장벽도 있겠지만, 그것만을 이유로 들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리부트와 리메이크의 고리가 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늘 해왔던 그 느낌, 늘 봐왔던 그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리메이크를 통해 처음으로 돌아온 스타폭스 시리즈다. 이제 리부트, 리메이크를 그만둘 때도 됐다. 매번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하는 게 스타폭스 유격대 아니던가. 스타폭스 시리즈 역시 이들을 본받아 이제는 한번쯤 가지 않았던 길로 걸어가는 모험을 할 필요가 있다. '스타폭스'가 그 발판이자 시작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