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플라이웨이게임즈(대표 김수영)는 그 질문 앞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고민했고, '시간'이라는 답을 내놨다. 오는 7월 13일 글로벌 출시되는 '어센드투제로(Ascend to ZERO)'다.
물론 시간을 소재로 삼은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0초 안에 세계를 구한다'는 발상은 일찍이 PSP '용사 30'이 보여줬고, '슈퍼핫: 마인드 컨트롤 딜리트'는 시간 조작과 로그라이크의 결합을 먼저 시도했다.
'어센드투제로'가 다른 것은 시간을 쓰는 방식이다. 이 게임에서 시간은 소모하고 회복하고 투자하는 자원이자, 멈춰 세워 휘두르는 무기이자, 런을 거듭하며 강화하는 성장의 대상이다. 하나의 장치가 아니라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언어로 시간을 삼은 셈이다.
'어센드투제로'는 시간 조작을 핵심으로 내세운 액션 로그라이크다. 배경은 2225년, 지적 기계 생명체의 침략으로 멸망한 미래다. 플레이어는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지닌 생존자가 되어 과거로 돌아가 동료를 구출하고 세계를 되돌린다.
스팀과 엑스박스 시리즈 X|S, PC,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을 통해 서비스되며, ROG Ally X까지 지원한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 데이 원 제공이 확정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언리얼 엔진 5로 개발되었고, 허태욱 PD와 이영권 AD가 개발을 이끌었다.
결국, 시간이다

'어센드투제로'의 전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결국 시간이다. 1초를 남기고 보스를 잡아내는 순간의 쾌감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이 플레이어의 조작과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면, '어센드투제로'는 여기에 '제한시간'이라는 세 번째 축을 세웠다. 단순히 조작을 잘하고 캐릭터가 충분히 성장했더라도,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버텨낼 수 없다.

적을 처치하면 캐릭터가 강해지는 동시에 조건에 따라 남은 시간이 늘어나고, 시간이 바닥나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플레이가 무너진다. 화면 상단의 타이머는 체력 게이지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절박한 자원이다.
여기에 언제든 발동할 수 있는 '시간 정지'가 더해진다. 버튼 하나로 세계가 멈추면, 플레이어는 쏟아지는 탄막 사이를 유유히 걸어 최적의 위치를 잡고, 스킬칩을 조합하고, 정지가 풀리는 순간 폭발적인 화력을 쏟아붓는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짧아 부담 없이 자주 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간 정지가 아껴 써야 하는 필살기가 아니라, 호흡처럼 반복하는 기본기다. 예측하고, 정지하고, 반격하고, 섬멸한다. 이 리듬이 손에 익는 순간부터 '어센드투제로'는 단순한 뱀서류 슈터가 아니라, 매 순간이 수읽기인 전략 액션으로 변모한다.
죽음마저 시간으로 환산된다. 캐릭터가 쓰러지면 남은 제한시간의 일부를 지불하고 그 자리에서 부활할 수 있다. 시간이 곧 목숨이고, 목숨이 곧 시간이다. 보스전 막바지, 남은 시간을 태워 부활한 뒤 마지막 1초를 남기고 보스를 쓰러뜨리는 경험은 이 게임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허태욱 PD가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가'를 묻는다면, 어센드투제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고 말한 내용은 게임의 핵심을 그대로 대변한다. 같은 자동 공격 기반이라도 질문이 다르면 게임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 게임은 플레이로 증명한다.
로그라이크 문법으로 접근하는 시간 관리

처음 게임을 접하면 '30초 안에 세계를 구하라'는 슬로건 아래 플레이가 시작된다. 게임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면 '30초 안에 정말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설 법하다.
그러나 조금만 플레이해 보면 금방 알게 된다. 30초는 처음 주어진 '조건'일 뿐이고, 진짜 게임은 이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불려 나가느냐에 있다. 여타 로그라이크가 캐릭터 능력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한다면, '어센드투제로'는 여기에 '시간을 로그라이크식으로 강화하는 요소'를 하나 더 얹었다. 당장 10초의 시간을 복구할 것인지, 보스를 잡을 때마다 5초씩 돌려받는 옵션을 택할 것인지, 시간 자체가 빌드의 대상이 된다.
눈앞의 이득과 장기 투자 사이의 선택은 로그라이크의 오랜 재미지만, 그 대상이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 게임만의 긴장감이 생긴다. 시간은 결국 관리라는, 어딘가 현실적인 교훈까지 더하면서 말이다.
게임의 설계를 따라가다 보면,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플레이어가 반드시 좌절하는 구간이 있다. 지금 가진 능력으로는 도저히 뚫리지 않는 벽 앞에서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고민이 들 때쯤, 자연스럽게 새로운 NPC가 합류하고 새로운 능력과 강화 수단이 해금된다. 새 능력을 장착하고 방금 전 고전했던 구간에 다시 도전하면, 생각보다 쉽게 돌파할 수 있다.
이 좌절과 해금의 리듬은 꽤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시간을 다루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동료를 하나씩 구출하고, 구출한 동료가 벙커에 새 기능을 열어주는 세계관의 스토리 흐름과 시스템 해금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스토리가 진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서사와 게임플레이가 따로 놀지 않는다.

이 게임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처음에는 다소 의문이 들었던 요소는 성장 곡선이다. '어센드투제로'의 레벨 성장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계단식으로 차곡차곡 오르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지수함수적으로 치솟는다. 1레벨의 내가 언제 2만 레벨을 달성해 NPC를 해금하나 걱정하더라도, 몇 시간 뒤면 정말로 2만 레벨에 도달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인플레이션이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 성장이나 경제 설계를 잘못해 발생하는 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숫자를 폭발적으로 키워 성장의 쾌감을 배가시키려는, 명백히 의도된 장치로 읽힌다.
실제로 개발진은 일본의 '인플레이션 RPG'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 런에서 얻은 강력한 장비를 다음 런에 회수해 오는 시스템 역시, 매번 처음부터 시작할 때의 공허함을 덜어내려는 같은 맥락의 설계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게임의 평가를 깎아내릴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숫자가 커지는 재미를 이만큼 노골적으로, 그러나 통제된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은 흔치 않다.

덱빌딩의 폭도 여유롭다. 아바타들은 각각 고유한 무기와 스킬, 전투 스타일을 지니고 있어 '이 중에 네 취향 하나는 있겠지'라고 말하는 듯한 구성이다. 검을 휘두르는 근접 스타일부터 총기 기반의 원거리 딜러까지, 아바타의 특성을 따라가도 되고 자기 취향대로 스킬 덱을 짜도 된다.
장비와 스킬칩, 디바이스의 조합에 따라 아예 시간 정지를 포기하고 다른 이점을 취하는 극단적인 빌드까지 가능하다. '무한한 성장 그리고 무한한 조합'이라는 개발사의 문구는 충실히 구현되었다.
런과 런 사이를 잇는 벙커도 이 순환의 한 축이다. 시간이 소진되면 플레이어는 파괴된 지하 벙커로 돌아오는데, 여기서 이전 런에서 회수한 장비를 영구 자산으로 전환하고, 구출한 동료가 열어준 새 기능으로 다음 런을 준비한다.
임시 아이템을 영구 아이템으로 바꾸는 전환에는 성공 확률과 비용이 붙어, 벙커에서조차 선택의 긴장이 이어진다. 여러 아바타를 돌아가며 플레이할 유인이 충분하고, 정식 출시 이후 새 아바타 팩과 무한 모드(무한의 탑) DLC가 예고되어 있어 확장 여지도 열려 있다.

그래픽은 마인크래프트 스타일의 친숙함을 담은 고퀄리티 3D 복셀이 특징이다. 네모난 블록으로 쌓아 올린 사이버펑크 도시가 무너지고 흩어지는 연출은 복셀 특유의 물성을 잘 살렸고, 시간 정지 시 허공에 멈춘 탄환과 파편 사이를 걸어 다니는 순간의 시각적 대비도 인상적이다. 언리얼 엔진 5 기반으로 복셀의 소박한 형태 위에 현대적인 광원과 이펙트를 얹은 조합은, 도트 감성과 3D 연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
캐릭터 아트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개발 과정에서 기존 SD(2등신) 스타일을 카툰풍 등신대 일러스트로 전면 개편했는데, 그 결과 아바타 하나하나의 개성이 화면에서 훨씬 또렷하게 살아난다. 다만 화면에 적과 이펙트, 투사체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는 다소 어수선해지는 순간이 있고, 정보량이 많은 전투 UI가 이를 거들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간 부분은 휴대용 게이밍 최적화다. 명확한 탑다운 뷰와 짧은 런 단위의 플레이 루프는 휴대 기기와 궁합이 좋다. ROG Ally X 지원과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대응까지 감안하면, 이 게임은 처음부터 '들고 다니며 한 판씩' 즐기는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 30초에서 출발하는 시간제 런 구조 자체가 휴대용 세션 플레이의 문법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우연이라기보다 설계에 가까워 보인다.
'대감집 막내'가 도전하는 크래프톤의 새 문법

'어센드투제로'의 또 다른 특징은 출시까지의 과정이다. 2025년 4월 첫 데모 공개 이후 스팀 넥스트 페스트(6월), 공개 플레이테스트(12월), 그리고 2026년 들어 세 차례의 한정 데모까지, 1년 넘게 유저 테스트와 피드백 반영을 반복하며 게임을 담금질했다.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가장 많이 플레이된 데모' 65위에 올랐고, 스팀 데모 유저 평가는 '매우 긍정적'(긍정 비율 92%)을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그라인딩 축소, 난이도 시스템 추가, 온보딩 개편, 스탯 정보 리뉴얼, 도감 시스템 개편 등 피드백 기반 업데이트의 흔적은 실제 플레이에서도 체감된다. 앞서 언급한 시간 관리 옵션이나 좌절과 해금 리듬의 완성도 역시,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 반복 검증의 산물로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어센드투제로'는 게임 하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플라이웨이게임즈는 크래프톤이 2023년 신작 제안 제도 '더 크리에이티브'와 함께 설립한 소프트론칭 전문 스튜디오다. 플랫폼과 장르의 제한 없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이용자 반응으로 검증한 뒤, 통과한 프로젝트를 정식 출시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
'어센드투제로'는 그 방법론이 데모 공개부터 글로벌 정식 출시까지 온전히 한 바퀴를 돈 대표 사례다. 매출 대부분을 배틀그라운드 IP에 기대고 있는 크래프톤에게, 이런 소규모 신규 IP 실험이 하나씩 완주하며 쌓이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로 완결될지 주목할 만하다.
명확한 아쉬움, 그럼에도 확실한 자기 색깔

물론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화나 등급 체계 등 일부 시스템은 여전히 인게임 설명이 불친절해,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하는 구간이 남아 있다. 여러 차례의 온보딩 개편에도 불구하고, 장비·스킬칩·디바이스·스탯칩으로 겹겹이 쌓인 성장 시스템의 층위는 처음 접하는 이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초반 이동 템포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시간 정지의 전략적 재미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까지, 첫 한두 시간의 인상은 다소 밋밋할 수 있다. 무작위로 구성되는 전장의 편차 때문에 어떤 런은 플레이가 잘 풀리는 반면, 어떤 런은 유난히 꼬이기도 한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숙명이라고는 해도 체감상 복불복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장르 특성상 후반으로 갈수록 찾아오는 반복감도 감점 요인이다. 시간 정지라는 훅이 강력한 만큼, 그 훅에 익숙해진 뒤의 플레이를 얼마나 다채롭게 유지하느냐는 정식 출시 이후의 업데이트에 달렸다. 예고된 무한 모드와 새 아바타 팩이 그 답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센드투제로'는 여러 로그라이크 게임 속에서 자기 색깔이 확실한 게임이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멀리 가는가'라는 질문의 전환, 시간마저 성장의 대상으로 삼는 빌드 설계, 좌절과 해금이 서사와 맞물리는 리듬, 그리고 0.1초를 남기고 보스를 쓰러뜨렸을 때의 쾌감이 돋보인다.
정식판 기준 2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과 게임패스 데이 원이라는 접근성까지 감안하면, 로그라이크 팬으로서 한 번쯤 시간을 내어 플레이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어차피 이 게임 안에서라면, 그 시간은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