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감독이 겪은 LPL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랐다.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세분된 한국과 달리 감독 혼자 밴픽부터 선수단 관리, 행정 실무까지 도맡았다. 최 감독은 중국 내 아쉬운 스크림 문화나 문화적 차이 등, "컨디션이 전부'라고 불릴 정도로 LPL 특유의 기세가 얼만큼 중요한지는 몸소 체감했다고 말했다.
주요 길목마다 WE에 가로막히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이번 중국행은 최 감독에게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본 뜻깊은 경험이자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최우범 감독은 중국에서 자신이 얼마나 감독직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건네며 중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LNG 감독으로 스플릿2까지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시즌을 마친 뒤 중국에서 처리할 것들이 남아서 2주 정도 더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그런데 그 2주가 가장 힘들었다. 뭔가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도 아니다 보니 타지에서 가만히 있는 게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 있으면서 나는 내가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두 달 정도 지나니까 가족들 생각도 많이 나고 그러길래 이게 향수병인가 싶었다.
Q. 브리온을 떠나고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었나?
"최대한 운동을 많이 하면서 쉬었다.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게 정신, 몸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러닝을 정말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싶다.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혼자 해외 여행도 처음 가봤다. 요즘 느끼는 거지만, 내가 먼저 행복해야 주변 사람도 챙길 수 있고,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것 같다.
Q. 10년 동안 한국에서 감독직을 수행했다. 우승권을 노리던 팀에서도 있어 봤고, 하위권 팀 지휘봉도 잡고 다양한 경험을 한 셈이다. 이후 LPL로 향한 이유는?
"그렇다. 오랜 세월만큼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게 나의 장점 중 하나라 생각하고 브리온을 떠난 뒤에는 지역에 상관없이 나를 원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었다. 작년 겨울에 LNG에서 제안이 왔었고,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주변에서 LNG가 좋은 팀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가족들과 떨어지는 게 걱정되긴 했지만, 이미 아이들도 중학생이고, 어느 정도 컸다고 생각해 중국행을 도전하게 됐었다.
Q.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중국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개인적으로 팀 분위기가 경기력에 엄청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팀 분위기라는 게 당연히 중요한 요소인데, 중국은 훨씬 심하다. 물론 팀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중국 선수들 대부분이 기세, 컨디션 등 이런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스크림의 질이 정말 좋지 못하다. 대충하는 느낌이 많이 들고, 서렌도 정말 빨리 친다. 스크림에서 데이터를 얻거나 뭔가 우리가 할 전략, 플레이를 맞춰보고 그런 게 필요한데, 중국에선 그런 점을 잘 느끼지 못했다.
초기에는 적응도 쉽지 않았다. 일단 환경적으로 많이 달랐다. 한국에서는 코칭 스태프 역할도 세분화되어 있는데, 중국에선 감독 혼자서 모든걸 봐야 하는 팀이 많다. 이게 예전 감독 시절이 떠오르기도 해서 재밌기도 했는데,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고 어려웠던 부분이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기본적인 밴픽이나 선수단 관리는 물론이고, 내가 휴가 일정이나 한국에서는 사무국, 매니저들이 할 일들까지 모두 맡았다. 이런 것들까지 관리해야 하는데 소통에 있어 중간에 통역을 거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도 중국 선수들과는 어려움이 있었다.

Q. LPL을 겪으면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생각되는 점은?
"예전부터 자주 나왔던 말들인데, 선수들의 마음가짐, 승부욕 자체가 다르다. 선수 개인마다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지만, 중국에서 느낀 건 피드백에서도 의견 충돌도 거의 없고, 다수가 그냥 현 상황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현재 받는 연봉, 생활에 만족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할 동기부여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하는 선수가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개인의 성향 차이도 있지만, 분명 중국 특유의 문화가 작용하는 점도 분명히 있다. 물론 BLG 같은 최상위팀은 직접 경험한 게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중~하위권은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스플릿1때는 야간 스크림을 많이 했던 적이 있는데, 연습량을 늘리니 선수들이 힘들어하면서 경기력도 좋지 못했고, 그래서 스플릿2에서는 야간 스크림을 줄였는데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성적이 좋아졌다. 예전부터 중국 내 관계자들에게 장난식으로 '중국은 컨디션이 전부'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서야 이해했다.
실제로 상위 그룹 팀들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심할 경우에는 2주 동안이나 숙소에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만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Q. 현재 LCK와 LPL의 실력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평균 실력을 비교했을 땐 LCK가 압도적이다. 중국은 팀도 많고, 상위권과 하위권 차이가 한국보다 크다. 대신 업셋도 자주 등장한다. 게임 스타일 자체가 안정성이 떨어지고 교전을 좋아하는 팀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MSI에서는 솔직히 BLG만 우승권 경쟁 가능성이 있고, TES는 T1이나 한화생명을 상대로 이기지 못할거다. BLG와 TES의 차이도 꽤 많이 난다고 본다.(MSI 이전에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짧은 시간이지만 중국에서의 경험은 매우 좋았다. 중국에 가면서 느낀 게 기회만 된다면 더 오래 감독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도 충분하다. 중국을 다녀오면서 많은 것들은 혼자 컨트롤하면서 오히려 뿌듯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가서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도 다 시도를 해봤고, 중요 순간에 계속 WE에게 막힌 아쉬움은 있지만, WE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인터뷰를 보게 될 팬들에게도 한마디하고 싶다. 앞서 짧게 얘기했지만, 무슨 일이든 본인의 행복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나보다 주변을 더 신경 쓰고,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주변이 행복하면 그걸 선택하던 사람인데, 중국에서 느낀 건 나의 행복이 우선인 것 같다. 스스로 더 행복한 삶을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기회가 된다면 일단 해보시는 걸 추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