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와 데이비드를 위시한 인물들의 비극적인 스토리, 매력적인 세계관과 배경, 여기에 트리거의 멋들어진 연출과 비주얼까지.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이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며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 중 누구나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성공한 작품이 됐다.

그리고 현지시간으로 7월 2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LA 애니메 엑스포에 맞춰, 후속작인 사이버펑크: 엣지러너2가 본격적인 예고편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정보를 공개했다. 뿐만 아니다. 엑스포 현장에서 비공개로 1화를 독점 상영했다.

전 세계 커뮤니티와 SNS가 들썩였다. 티저 예고편은 6월 30일 공개 이후 사이버펑크 2077 공식 유튜브에서 조회수 500만을, 넷플릭스 영문 및 애니메 유튜브를 합쳐 300만 이상을 달성했다. SNS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공개될 때마다 각 게시물이 500만, 6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비공개 상영된 1화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사이버펑크 2077 Cyberpunk 2077

엣지러너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큰 호응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리가 좋고, 연출이 좋고, 비주얼이 좋기 때문에? 물론 그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에 게임 IP를 너무나 잘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엣지러너1은 게임의 세계관을 타 매체로 어떻게 확장시키는 게 좋은지, 그 질문에 대해 정말 명확한 답을 보여줬다. 게임이라는 상호작용형 미디어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 일방향 미디어로 옮기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 그건 결국 세계관을 살리며 그 미디어에 가장 잘 맞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이미 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그 이야기, 그리고 인물들과 깊이 소통했다. 굳이 그런 동일한 경험을 ‘시청’이라는 일방 미디어로 다시금 풀어갈 필요가 있을까. 아니, 제대로 풀어나가더라도 직접 컨트롤러를 쥐고 게임 속 세상을 뛰어다녔던, 그 이상의 경험을 영상 매체가 제공하는 게 가능할까.

그렇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은 같은 세계관과 배경을 사용하더라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원작에서 깊이 경험했던 것들을 굳이 다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예 원작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 게임 속 또 다른 세상에서 분명 펼쳐졌을 법한 그런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어찌 보면 ‘스핀오프’ 작품을 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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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건, 그 미디어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들 수 있고, 생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CDPR은 이를 위해 트리거라는, 정말 작품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맞는 전문가들과 힘을 합쳤다.

엣지러너는 1편에서 이 모든 걸 완벽하게 수행했다. IP의 뿌리인 게임의 세계관 및 배경을 공유하면서, 주요 인물, 이야기, 심지어 비주얼까지 세세한 가지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미디어에 맞춰서 새롭게 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엣지러너는 게임과 별개로, 애니메이션 작품만의 팬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론 원작 게임의 팬들도 정말 많지만, 엣지러너라는 작품 자체에 빠져든 팬들이 생겼다. 게임이라는 원작 팬덤을 애니메이션으로 끌고 오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애니메이션 그 자체의 팬덤을 만들고 인정받는 것,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실제로 엣지러너2의 소식엔 게임 팬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팬덤 역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과 별개로,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애니메 엑스포를 통해 정보를 발표한 것도 엣지러너를 게임 원작 미디어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독자적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포지셔닝 한 것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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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IP를 게임과 애니메이션 양쪽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하면서, CDPR은 자연스럽게 IP 확장에서 오는 시너지도 얻게 됐다. 게임 팬들은 게임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애니메이션 팬들은 여운 아래 게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엣지러너1 이후 게임 판매량이 증가한 것 역시 같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CDPR 역시 이러한 시너지를 제대로 밀고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할 노바코프스키 공동 CEO는 최근 사이버펑크 2077의 4,000만 장 판매 돌파를 발표하며 "이번 성과가 올가을 공개될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2를 비롯해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전개될 차기 프로젝트들의 훌륭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마다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후속작은 성공을 거뒀던 1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독자적인 이야기와 인물을 메인으로 선보인다. 덕분에 굳이 1편을 다시 보지 않아도, 혹은 아예 보지 않았더라도, 후속작의 이야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애니메이션 각 시리즈와 게임에 개별적으로 유입되는 팬들이 생겨나고, 그들이 각 매체를 크로스로 즐기면서 지속적으로 IP가 자연스레 확장된다. 수많은 게임 회사들이 너무나 바라는, 그리고 하고 싶어하던 그림이다.

물론, 이 모든 건 엣지러너2가 전작만큼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내야 가능할 일이다. 성공작의 후속작이란, 게임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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