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산하 플라이웨이게임즈가 개발 중인 '왈츠앤잼'은 '젤다의 전설'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게임을 책임지는 오진형 PD는 이를 두고 '클래식 젤다'의 현대화라고 설명한다. 많은 게이머가 재밌게 즐긴 과거 '젤다의 전설', 그중에서도 '신들의 트라이포스'나 '꿈꾸는 섬'에 현대적 기법을 적용해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 방식이다.

직접 플레이해 본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연령대의 게이머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낮은 진입 장벽, 시작과 끝을 이어가는 스토리, 모험 중간중간 마주하는 독창적인 퍼즐까지. '클래식 젤다의 현대화'라는 소개가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오마주에서 멈추지 않았다

왈츠 앤 잼 Waltz and Jam
묘하게 '젤다'가 떠오르는 액션들이 있다 ©INVEN

만약 '왈츠앤잼'이 고전 젤다에 대한 오마주 정도로만 느껴졌다면, 완성된 버전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젤다 라이크는 이미 검증된 문법이고, 그 문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잘 만든 모작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렵다. '왈츠앤잼'이 돋보이는 지점은 고전 젤다의 다양한 면면에 자신만의 한 끗을 추가했다는 데 있다.

본편이 기대되는 첫 번째 이유는 이야기의 완결성이다. '젤다의 전설'은 용사가 공주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따른다. 명확하면서도 단순하다. 깊은 이야기는 종종 에피소드나 맵에 놓인 오브젝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풀어내곤 한다.

'왈츠앤잼'은 다르다. 종교적으로 다루는 칠죄종에 사후세를 얹었다. 그리고 게임 초반부에 드러나듯, 플레이어 캐릭터는 어린이로 추정된다. 하얀 천을 뒤집어쓴 귀여운 외형 아래에 죽음 이후의 세계를 걷는 아이라는 설정이 깔려 있는 셈이다.

왈츠 앤 잼 Waltz and Jam
©INVEN

칠죄종, 사후세계, 어린 주인공. 이 세 가지 요소의 조합은 동화적인 아트 스타일과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향할지를 계속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번 플레이가 선행 데모라는 사실이 아쉬워지는 대목이었다. 최근 국내 패키지 게임에서 점차 나타나는 추세로, 흥미로운 세계관과 완결성을 갖춘 한 편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다만 이 게임이 이야기를 중심에 두는지, 플레이를 중심에 두는지는 선행 데모 버전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초반부는 세계관을 설명하고 조작을 익히는 구간의 비중이 커서, 둘 중 어느 쪽에 무게추가 실렸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어느 쪽이든 장단은 있다.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면 칠죄종과 사후세계라는 소재의 무게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고, 챕터마다 하나의 죄를 다루는 옴니버스 구성과도 잘 맞물린다. 대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임 특유의 호흡, 즉 플레이가 이야기의 진행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반대로 플레이가 중심이 된다면 퍼즐과 액션의 리듬은 살아나지만, 애써 쌓아 올린 세계관이 배경 장식에 그칠 위험이 있다. '왈츠앤잼'이 본편에서 이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이 게임이 '잘 만든 젤다 라이크'와 '올해의 발견' 사이 어디에 서게 될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의 뼈대, 현대의 살

왈츠 앤 잼 Waltz and Jam
전투와 액션은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INVEN

플레이할 때 고전 젤다의 현대적 재해석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부분은 카메라의 움직임이었다. 탑다운 액션 어드벤처이지만 구간에 따라 사이드뷰로 전환되는 등 시점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카메라가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탑다운 문법이 훨씬 다채롭게 느껴진다. 클래식 젤다가 하나의 시점으로 세계를 보여줬다면, '왈츠앤잼'은 장면마다 가장 보기 좋은 각도를 골라 보여주는 인상이다.

왈츠 앤 잼 Waltz and Jam
어렵지 않은 수준에서 풀어나가는 2인 1조 플레이 ©INVEN

물리 효과의 적극적인 활용도 눈에 띈다. 동반자인 잼과의 상호작용은 물론, NPC와 몬스터, 오브젝트가 물리적으로 반응하며 플레이에 개입한다. 그리고 이 게임의 정체성이라 할 만한 것이 바로 잼의 존재다. '젤다'가 링크 혼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면, '왈츠앤잼'은 잼이라는 존재를 통해 어빌리티를 둘로 분배했다. 두 캐릭터가 동시에 움직여야 풀리는 독특한 플레이가 본편에서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2인 1조 구조가 클래식 젤다와 가장 뚜렷하게 갈라지는 지점이다.

왈츠 앤 잼 Waltz and Jam
적절한 난이도의 퍼즐도 마련되어 있다 ©INVEN

반면 젤다 시리즈에 비해 퍼즐 파트는 적고, 플랫포밍 액션은 강화된 편이었다. 점프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고저차가 있는 3D 지형에서 방향을 바꿔가며 발판을 건너는 구간이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퍼즐을 곱씹는 재미를 기대한 클래식 젤다 팬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고, 반대로 손맛을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반가운 변화다. 이 부분은 유저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85점의 분위기, 그리고 그 너머

왈츠 앤 잼 Waltz and Jam
©KRAFTON

선행 데모를 마치고 남은 감정은 아쉬움보다 궁금증이었다. 도장 7개 중 이제 겨우 첫 번째 언저리를 밟았을 뿐인데, 남은 여섯 개의 챕터가 각각 어떤 죄를 어떤 퍼즐과 보스로 풀어낼지, 그리고 천국에 오르지 못한 아이의 여정이 어떤 결말에 닿을지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데모가 게임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상상하게 만들었다면, 선행 데모로서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완성될 버전의 점수를 미리 가늠해 본다면, 메타크리틱 평점 85점의 분위기다. 클래식 젤다의 검증된 문법 위에 카메라, 물리 효과, 2인 1조 구조, 편의성이라는 현대의 살을 붙인 만듦새는 이미 안정권에 들어서 있다. 여기에 칠죄종과 사후세계, 어린 주인공이라는 이야기의 씨앗이 본편에서 제대로 꽃을 피워, 고전 젤다 라이크에서 그치지 않고 한 끗 더 나아간다면 90점까지 노려볼 만한 잠재력이 있다.

한국 게임업계에서 클래식 젤다 라이크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던 장르다. 선행 데모에서 확인한 만듦새라면, '왈츠앤잼'은 국내를 넘어 젤다와 함께 자란 글로벌 유저들에게도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 잠재력이 최종적으로 어떤 완성도로 매듭지어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