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시된 '삼국지 클래식'을 발견했다. 코에이의 게임인가 싶었더니 개발사가 다른 이름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게다가 개발사도 아닌 1인 개발자가 만든 인디 게임이다.

요즘 물가에서는 밥 한 끼 먹기도 좀 아쉬울 가격에 구매한 게임. 짧은 플레이만으로도 깨달았다. 옛날 삼국지 시리즈는 굉장히 재밌었는데 왜 요즘은 그렇지 않았을까? 그 순수하면서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정수가, 이 '삼국지 클래식'에 있었다. 이를테면, '근본'이라 해야 할 요소가 말이다.

삼국지 클래식 Three Kingdoms Classic

삼국지 클래식의 화면은 단촐하다. 옆나라 삼국지의 과거 시리즈를 보는 듯한 화면 구성. 요즘 게임처럼 UI를 따로 빼 놓지 않고 아예 메인 지도가 작은 대신 UI와 알림창이 상시로 존재한다. 이 상태에서, 뭐 더 바뀌는 것도 없다. 전투가 벌어지면 전투 창으로 변환되긴 하지만, 그마저도 간단하기 그지없다. 이 화면 내에서, 황건 동란부터 촉한 멸망전에 이르는 약 한 세기 가량의 역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게이머는 온전히 '대전략'에만 집중하게 된다. 인물 간 교류를 통해 우정을 쌓는 과정이나, 여성 무장과 샤바샤바해 결혼에 이르는 잡다한 부분은 없다. 삼국지 클래식은 인재 등용과 내정, 외교와 전쟁을 통한 중원의 통일에만 집중할 뿐, 개인의 서사를 다루지 않는다.

삼국지 클래식 Three Kingdoms Classic
단촐하기 그지없는 메인 화면 ©INVEN

이 점이 오히려 과거 삼국지의 매력을 불러온다. 게이머가 해야 할 일은 세력을 가다듬고, 작위를 올리며 중원의 패권을 잡기 위해 계속 나아가는 일 뿐. 그렇기에 게임의 배경은 '연의'보다 '정사'에 가까운 모습을 띈다.

호로관을 향해 돌진하는 복숭아 삼형제의 무용이나, 여포의 일기당천, 장료와 손권의 일진일퇴와 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삼국지 속 세세한 사건들은 이 게임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춘추전국시대를 기록한 '사기'의 그것처럼, "XXX년, 장수 아무개가 몇 명의 병사를 이끌고 어디를 점령하다"와 같은 순수한 기록들만 화면의 오른편에 남는다.

삼국지 클래식 Three Kingdoms Classic
세력 경영은 기록의 과정이다 ©INVEN

그리고, 이 점이 바로 '삼국지 클래식'의 특징이며, 장점이자 곧 단점이 되는 지점이다.

'삼국지'라는 미디어는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어진 이후의 시대에도 꾸준히 가공되었다. '비교할 데 없이 강한 무장'이라는 심플한 표현으로 남았던 '여포'는 온갖 재해석이 가해진 끝에 '호로관 메뚜기'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고, 사실 꽤 사는 집안 출신으로 선비들을 우대하고 나름 학식이 있었던 '장비'는 두주불사의 의리파 망나니가 되었다. 이러한 왜곡들이 설령 사실과는 다를지언정, 그 자체로 재미 요소가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삼국지 클래식 Three Kingdoms Classic
관우와는 의형제지만 따로 도원결의 이벤트가 뜨진 않았다 ©INVEN

하지만, 이 모든 왜곡과 재해석들은 결국 삼국지라는 요소를 더 재미있게 꾸며주는 요소일 뿐, 삼국지 그 자체를 이르는 근본은 아니다. 나관중의 해석보다도 더 이전, 진수가 편찬한 건조한 후한 말기의 기록처럼 '삼국지 클래식'은 비교적 건조한 시선에서 중원을 바라본다. 중화통일로 이르는 과정 말이다.

이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춰지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아닐 거다. 사실에 입각한 세계관 내에서 펼쳐지는 시뮬레이션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기껍겠지만, 삼국지라는 미디어 자체를 더 깊고 풍요롭게 즐기는 이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삼국지 클래식 Three Kingdoms Classic
신무장 생성이나 If 무장 플레이도 가능, 목록이 심상치 않다 ©INVEN

하지만,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삼국지 클래식'이 조망하는 방향성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게임은 '삼국지'라는 소재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근본을 확실시하고 있을 뿐, 역량 이상의 무언가를 더하지 않는 것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삼국지 클래식'의 완성도는 무척 훌륭하다. 1인 개발 인디 게임이라는 틀 안에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보이는 아쉬운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니다. 타 세력의 AI가 너무 공격적인 점도, 외교 시스템이나 전투 시스템도 약간씩은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 아직 장수 풀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등용할 인재가 너무 없어 세력이 삐걱대는 경우도 적잖게 나타난다.

삼국지 클래식 Three Kingdoms Classic
이벤트의 일러스트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INVEN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한다 해도 '삼국지 클래식'은 충분히 좋은 게임이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에도 크게 어색함이 보이지 않는 일러스트나 고전 화풍으로 그려진 이벤트 신의 이미지,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죄다 마련해 둔 구품관인법 이전 후한의 작위 시스템,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 이뤄지는 중화 통일의 과정까지 모두 만족감을 준다.

모든 것을 담지 않았지만, '삼국지'라는 소재가 마땅히 담아야 할 필요충분 조건을 달성한 게임. 1인 개발 인디 게임이면서도 이를 훌륭하게 완수해낸 게임이 지금의 '삼국지 클래식'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