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M Lineage M

🚀[리니지, 다시 증명하다] 1998년 출시한 리니지는 국내 게임산업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IP이자, 여러방면에서 가장 뜨거운 IP다. 그런 리니지가 2026년, 다시 떠오르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은 정액제라는 역행을 택하고도 PC방 점유율 최상위권에 올랐고, 리니지M은 출시 10년차에도 모바일 매출 정상권을 지키고 있다. 향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생명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인벤이 3부에 걸쳐 짚어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는 단연 모바일 게임판이다.

분기에 한번씩 꼬박꼬박 대형 신인이 등장하고, 4~5년간 개발한 무기를 거의 3개월 안에 다 쏟아붓는다. 유저 파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버텨야 하는 라이브 게임의 운명은 그야말로 처절하다. 업데이트, 패치, 이벤트는 기본이고 현수막이라도 걸어 환상의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순위권 이탈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6월의 어느 아침,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매출 순위 최상단에 낯익은 이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니지M'이었다. 2017년에 나온 게임이다. 산전수전, 공중전, 우주전을 다 겪은 게임이 매출 1위를 다시 가져갔다.

리니지 클래식이 등장하면 리니지M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은 일단 빗나갔다. 오히려 9주년을 맞은 리니지M이, 요란한 환호 없이도 매출 정상을 되찾았다. 다만 그것이 무엇의 결과인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9년 동안 무엇을 쌓아왔는지가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9주년이라는 시점이 만들어낸 일시적 지표일 수도 있다.


# 210일 만에 되찾은 1위


리니지M Lineage M
리니지M 구글 매출 추이 ©Mobileindex

리니지M이 구글플레이 매출 1위 자리에 다시 오른 건 6월 4일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7위권에 머물러 있던 게임이, 2025년 11월 5일 정상에서 내려온 지 210일 만에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상위권으로 반등하며 양대 마켓에서 주목을 받았다.

장기 서비스 게임의 역주행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니지M의 경우는 달랐다. 반짝 화제몰이에 올라탄 것도 아니고, 9년째 서비스 중인 게임이, 매년 다수의 유사 게임이 출시되는 환경에서 라이브 운영만으로 순위 상단에 재진입한 것이다.

이 반등은 단기적인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리니지 클래식이 PC와 모바일 이용자(PURPLE ON)를 동시에 유입시키는 상황에서도 리니지M 이용자층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 사이 동일 장르 신작이 출시됐지만 주요 유저층의 이탈은 거의 없었다는 말이된다.

6월 24일 진행된 9주년 업데이트 'PHOENIX: 업화의 불새'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요정 클래스 리부트, 신규 지역 '숨겨진 결계의 숲', 신규 던전 '화염의 성소', 유일 등급 '기르타스' 무기 등이 예고된 상태였다.

다만 이 장치들의 성격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리부트 월드 이전도, 신규 서버도, 9주년 기대감도 새 이용자를 부르는 장치라기보다 있던 이용자를 다시 불러 모으는 장치에 가깝다. 이용자가 늘어난 결과인지 남아 있던 이용자가 지갑을 다시 연 결과인지, 매출 순위만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리니지M Lineage M
지난 9년간 치열하게 달려왔던 여정©INVEN


# 신작이 넘지 못한 3개월, 리니지M이 넘긴 9년


이번 반등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대목이 하나 있다. 리니지M은 퍼플을 통한 PC 결제 비중이 약 30%(KB증권 리포트)로 추정되는데,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 순위는 각 마켓의 인앱 결제만 집계한다. 자체 결제로 빠져나간 매출은 애초에 순위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 2025년 11월 자체 결제 도입 직후 리니지M은 1위에서 12위권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순위 집계에서 제외당한 채 다시 정상에 오른 셈이다. 모바일 매출 순위라는 지표가 오히려 이 게임의 실제 체급을 줄여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결과를 자처한 것도 엔씨다. PC 자체 결제를 도입한 이유는 앱 마켓에 내는 30%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순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수익성에서는 남는 선택이었고, 순위 하락을 감수하고 수수료를 아낀 뒤 다시 순위를 되찾았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라 두 번 이긴 것에 가깝다.

다만 순위 숫자 자체가 이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다.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숫자를 9년째 만들어내고 있는 방식이다.

단기적인 순위 상승은 비교적 흔하게 관찰된다. 중요한 것은 그 순위를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리니지M의 최근 1년간 구글 매출 순위 추이를 보면, 자체 결제 도입 직후 12~13위까지 하락한 시기를 빼면 대부분 톱10 구간을 유지했다.

그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라이브 서비스 운영 역량이다. 리니지M은 이 기간 주요 직업 클래스를 주기적으로 리부트해왔다. 마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듯, 분기마다 주요 콘텐츠를 크게 손질하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2년 사이에 기사, 총사, 광전사, 암흑기사, 신성검사, 요정 등 6개 직업이 대규모 리부트를 거쳤고, 주간 단위 패치와 신규 서버 개설, 리부트 월드 이전 등이 경쟁 환경을 지속적으로 바꿨다.

작은 변화를 분기마다 쌓아 올리는 이 방식이 리니지M의 지속력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작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오래된 게임이 자리를 지키는 힘은, 결국 출시 이후의 운영에서 나온다.

이 생존이 얼마나 예외적인지는 같은 기간 쏟아진 신작들과 나란히 놓으면 분명해진다. 인벤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 출시된 주요 모바일 MMORPG 신작 20종의 매출 톱10 유지 기간을 종합 추정한 결과,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구글플레이 매출 톱10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진입에 성공한 게임들도 상당수가 출시 두세 달 만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오픈 초기의 화제성이 걷히는 이른바 '3개월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톱10을 넉 달 이상 지켜낸 신작은 손에 꼽혔고, 출시 이후로도 흥행을 이어가는 사례는 아직 2종 뿐이다.

리니지M Lineage M
최근 2년간 신작 MMORPG의 성적표,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순위권에서 대부분 밀려났다 ©INVEN

주목할 것은 이들이 무너지는 지점이다. 과거 모바일 MMORPG의 승부는 출시 시점의 그래픽과 화제성에서 상당 부분 갈렸다. 지금은 다르다. 시장이 포화되고 이용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승부처가 출시 이후로 옮겨간 것이다. 오픈 초기의 관심이 걷힌 뒤에도 콘텐츠를 끊김 없이 공급하고, 밸런스를 손보고, 이용자와 호흡하는 라이브 서비스 역량이 생존을 가른다. 차트 속 신작들이 걸려 넘어진 '3개월 고비'는 대개 이 지점이다. 오픈빨은 있었으나 그 뒤를 이어받을 운영 체력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 비교에는 함정이 있다. 신작은 제로에서 출발하고, 리니지M은 9년치 과금 이력을 쌓은 이용자를 데리고 출발한다. 애초에 같은 선에서 뛴 경주가 아니다. 그럼에도 비교가 성립하는 지점은 있다. 9년 전 리니지M도 신작이었다. 그때 함께 매출 최상위권을 다투던 게임 가운데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신작들의 수명이 길어야 몇 개월 단위로 측정되는 사이, 리니지M은 2017년 출시 이래 9년째 서비스를 이어오며 대부분의 기간을 매출 최상위권에서 보냈다. 신작의 흥망을 담은 18개월짜리 시간 축으로는 눈금을 다 그릴 수조차 없다. 신작들이 번번이 걸려 넘어진 3개월 고비를, 리니지M은 9년째 넘겨오고 있다.


# 반등 이후에도 남은 지속 가능성의 조건


리니지M Lineage M

이번 1위가 9주년 이벤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이후에도 유지될 수준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늘 벼랑 끝 줄타기하는 라이브 게임의 운명은 한 달 앞을 예측할 수 없다. 실제로 6월 18일 경쟁사 신작이 출시되면서 리니지M은 다시 상위권 경쟁 구도로 돌아왔다. 반등 이후 순위가 어느 수준에서 안정화되는지는 여름 이후 추이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노장과 신예가 분기마다 격돌하는 그 처절한 전쟁터에서, 리니지M은 같은 3개월을 아홉 해째 넘겨왔다는 사실이다. 그 아홉 해는 한 번의 화려한 반전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줄타기 곡예를 아홉 해 동안 반복했다는 뜻이다.

다만 이 현란한 곡예를 이용자 쪽에서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분기마다 클래스를 재조립하고 그 위에 새 등급의 장비를 얹는 일은, 회사에는 운영이지만 이용자에게는 그때마다 다시 시작되는 경쟁이다. 리부트된 클래스는 새 스킬과 새 장비를 요구한다. 어제까지 맞춰둔 캐릭터를 분기마다 다시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가면 동기부여지만, 한 발 늦으면 스트레스다.

리니지M이 답해야 할 질문은 그래서 순위표에 있지 않다. 9년을 이어오게 해준 그 방식이, 9년을 함께해준 이용자들을 언제까지 붙잡아 둘 수 있는가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같은 시기 PC에서는 리니지 클래식이, 모바일에서는 리니지M이 나란히 정상권에 섰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이름을 달고서다. 한쪽은 20여 년 전의 원형을 되살려서, 다른 한쪽은 아홉 해를 쉼 없이 고쳐서 도달한 자리다. 이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3부에서는 두 성과를 겹쳐 놓고 리니지라는 오리지널 IP의 확장성을, 그리고 엔씨의 반등을 실제로 떠받친 축이 무엇이었는지를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