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엔터협회(ESA), "딥페이크 방지법 수정해야... 게임 산업에 악영향"
©ESA

미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무단 디지털 복제를 규제하기 위한 미국 연방법안 '노 페이크스 액트(NO FAKES Act)'에 대해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게임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일부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SA는 지난 6월 9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Senate Judiciary Committee)에 제출한 공식 서한을 통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AI를 악용한 딥페이크를 방지하려는 법안의 목적을 지지한다"면서도, 현재 심사 중인 법안의 일부 조항은 게임 산업의 제작 환경과 기술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SA는 현행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존 게임은 물론 향후 미국 게임 개발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 'NO FAKES Act'는 생성형 AI 등을 이용해 개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무단으로 복제한 이른바 '디지털 레플리카(Digital Replica)'를 규제하기 위한 초당적 법안이다. 배우와 가수 등 창작자는 물론 일반인까지 자신의 외모와 음성이 동의 없이 AI 콘텐츠에 사용되는 것을 막고, 이를 제작하거나 유통한 개인과 플랫폼에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24년 처음 발의됐으며, 회기 종료 후 2026년 수정안이 다시 제출돼 현재 상원 법사위원회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북미 엔터협회(ESA), "딥페이크 방지법 수정해야... 게임 산업에 악영향"
ESA가 상원 법사위원회에 보낸 공식 서한 일부 ©ESA

ESA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부분은 법안이 규정한 '디지털 레플리카'의 정의다. 협회는 현재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악의적인 AI 딥페이크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제작된 게임 캐릭터까지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대 게임은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NPC와 사실적인 인물 모델을 구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캐릭터가 실제 인물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ESA는 게임 제작 과정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캐릭터 생성 도구와 편집 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많은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아바타를 제작하거나 얼굴을 세밀하게 꾸밀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개발사 역시 사실적인 캐릭터 제작을 위해 AI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제작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안은 악의적인 딥페이크 제작 서비스와 일반적인 게임 개발 도구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해 개발사와 서비스 제공자가 의도하지 않은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ESA의 주장이다.

북미 엔터협회(ESA), "딥페이크 방지법 수정해야... 게임 산업에 악영향"
ESA는 커스터마이징이 닮았다는 이유로 소송 제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INVEN

ESA는 설령 게임사가 최종적으로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개발 현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디지털 레플리카의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하고, 권리 침해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와 게임 개발 과정에서 사용되는 범용 제작 도구를 구분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의견서는 게임업계가 AI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보호와 산업 혁신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성형 AI가 게임 개발 전반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NO FAKES Act'의 최종 내용은 향후 게임 캐릭터 제작과 AI 활용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