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한 번은 비슷한 말을 들어 보았을 거다. 인간의 미래를 다소 낙관적으로 예측한 이 주장은,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을 겪으며 '상상조차 어려운 미래'에서 '인류의 미래 가능성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미래의 낙원'에서 살아가는 삶이 과연 정말로 행복할지는 직접 이를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마루미투 게임즈가 개발한 인디 게임 'D-TOPIA'는 이 낙원에서의 삶을 그린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낙원과 같은 거주 시설 'D-TOPIA'의 단면에 비추어 말이다.

게임은 18세의 주인공 '시로'가 'D-TOPIA'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수많은 거주 시설 중에서도 낙원으로 이름 높은 'D-TOPIA'는 최첨단 AI에 의해 가동되는 대단위 거주 시설로, 모든 거주민은 주민등록 번호를 발부 받은 후, 번호와 같은 호실에서 거주하게 된다. 시로의 역할은 '시설 관리자'. '조율자'라고도 불리는 이 역할은 거주민 중에서도 드물게 부여받는 직책으로, 거주지 내의 다양한 갈등 상황을 해결하고 조율하는 일을 맡는다.
게임 내에서 비춰지는 'D-TOPIA'는 말 그대로의 낙원이다. 모든 구성원은 주택을 할당 받고, 삼시세끼 모든 끼니를 제공 받는다. 식당으로 갈 필요도 없이 그냥 집 안으로 배달해준다. 아침이 되면 학생들은 학교로 향하고, 성인들은 공장으로 향한다. 사실 이마저도 할 필요가 없지만,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불행해지고 공허해진다는 이론 하에 마련된 시설이며, 이마저도 오전이 끝나면 마무리된다. 점심부터는 자유 시간이다. 방안에서 게임을 해도 되고, 정원에 나가 멋진 조경과 함께 음식을 즐겨도 되며, 다른 이들과 교류를 해도 된다. 죽을 때까지 평안한 삶이 보장된 곳이 바로 'D-TOPIA'인 셈이다.

그리고, 이 설계된 낙원은 시로를 통해 하루하루를 보내며 들여다볼 수록, 아주 서서히 그 모순과 이면을 드러낸다.
'D-TOPIA'의 모든 요소는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는 요소에 대한 빅데이터에 의해 큐레이션되어 있으며, 이는 거주민의 '오감(五感)'에도 작용한다. 가장 큰 예시로 D-TOPIA의 새하얗고 차분한 광경은, AI에 의해 시각화된 모델로서, 실제 모습이 아니다. 공중에 둥둥 떠 거주민을 돕는 '트로이드'들은 사실 긴 장대에 매달려 있거나 프로펠러를 통해 날고 있는 드론이지만, 거주민들에게는 그냥 떠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후각화 시스템은 아직 정비가 덜 되어 냄새를 숨기지는 못하며, 낙원 전체가 현실의 이면 세계를 투영해 둔 모습이기에 간혹 물건이 그냥 사라진다거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막히는 등 현실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 '시로'는 시설 관리자로서 이 시각화 모드가 꺼져 있는 금지 구역, '블록사이드'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블록사이드'에서 바라보는 'D-TOPIA'는 또 다른 모습이다. 복잡한 전선과 칙칙한 날것의 기계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언제나 다정한 어투로 주민들을 응대하는 AI 트로이드들은 다소 까칠하고 거친 어투로 주인공을 대한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D-TOPIA'는 약간 어설퍼 보이는 모습을 넘어 상당히 수상한 면모를 보인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대놓고 설파하는 광고판, 방문 지역을 차별하고 더 모범적인 거주민이 되기를 강요하는 등급 제도. 세 번 문제를 일으키는 추방 시스템까지 말이다.
게이머는, 이 'D-TOPIA'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여러 인물들과 교류하고 이들과 관계를 쌓아나가며 낙원의 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D-TOPIA와 거주민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게임의 진행은 어드벤처와 퍼즐의 투 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를 인지하고 찾아가는 과정은 다소 전통적인 어드벤처 게임을,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캐주얼한 '퍼즐'의 형태를 따른다. 이 중에서도 게임이 초점을 맞추는 건 '어드벤처'로, 퍼즐의 경우 힌트를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인물들과 교류하고 이들의 호감을 사거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어느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흐름은 빠르지 않은 편이다. 시로의 뜀박질은 그리 빠르지 않으며, 속도 증가 음료를 먹어도 효력은 일시적이다. 빠른 이동은 극히 제한적이며, 이동 중 발견하는 이벤트가 꽤 있기에 가능하다 해도 딱히 권장되지는 않는다. 즉각적인 도파민이나 자극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D-TOPIA'는 사실 썩 어울리는 게임은 아니다. 아트 스타일이 다소 정적이기에, 더 스릴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이머들에게도 딱히 적합하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여유와 느긋함을 지니고 게임을 즐길 준비를 한 플레이어에게 'D-TOPIA'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낙원이 품고 있는 비밀과 인물들의 서사, 그리고 그 미래를 결정짓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우며, 게이머의 숙고를 요구한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도 약간이나마 앞서 말하자면, 'D-TOPIA'는 게이머에게 질문을 던지는 게임이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이며, 내가 느끼는 행복은 어떤 방향을 띄고 있는가?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D-TOPIA'는 다양한 모습을 띈다. 치밀하게 설계된 낙원(Designed Utopia)로 나아갈 수도 있으며, 개인의 의견이 거세된 채 세뇌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역이상향(Dystopia)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게이머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