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민 인터랙티브가 개발 중인 2.5D 느와르 액션 메트로배니아 '리전 오브 저지먼트: 폴른 엔젤(이하 리전 오브 저지먼트)'의 알파 데모가 지난 6월 29일 스팀을 통해 배포됐다. 2023년 게임을 처음 공개한 지 3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3년이라는 개발 기간은 마냥 짧은 시간은 아니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개발사라면 어느 정도 완성된 결과물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테레민 인터랙티브에 3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3명이서 기획부터 프로그래밍, 사운드, 아트, 모션까지 게임의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3년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3년의 시간을 테레민 인터랙티브는 조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개발 파이프라인을 비롯한 게임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부족한 인력과 리소스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 알파 데모다. 테레민 인터랙티브는 이번 알파 데모를 통해 '리전 오브 저지먼트'가 추구하는 전투 메커니즘을 검증할 계획이다. 3년 만에 알파 데모로 유저들에게 첫선을 보인 '리전 오브 저지먼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떨지 이번 알파 데모를 기념해 테레민 인터랙티브의 유준영 대표와 만나 게임에 대한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전히 개발에 매진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3년간 꾸준히 개발을 이어온 덕분에 개발 파이프라인은 거의 다 구축한 상태다. 지금은 이렇게 구축한 뼈대 위에 게임의 콘텐츠 등을 붙이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비주얼과 관련된 걸 들 수 있다. 소규모로 개발 중이며, 아트를 전담하는 사람이 없어서 공부하면서 개발하고 있다 보니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계속 노력한 덕분인지 이전과 비교하면 많은 발전을 이뤘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다. 우리 역시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보강할 계획이다.
뼈대 위에 살을 붙이는 단계라고 하니 개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그런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상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을 완성하는 건 당연하고 비주얼부터 모션, 연출 등 전반에 걸쳐서 어색한 부분이 없도록 다듬어야 하는데 3명이서 개발 중이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점 이해 바란다.
얼마 전에 알파 데모를 배포했는데 20분 정도 분량이어서 맛보기에 불과했던 것 같다. 너무 짧아서 의아할 정도였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는 건가.
"'리전 오브 저지먼트'는 이번 데모에서 보여준 미션, 메트로배니아 형태의 기억의 궁전, 그리고 육성과 관련된 호텔 경영까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이걸 전부 다 보여주면 되려 복잡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어떤 걸 보여주면 좋을까 고민한 결과 나온 게 바로 전투 메커니즘 검증이었다. 그런 목적으로 만든 데모인 만큼, 별다른 스토리도 없는데 너무 길게 만들면 되려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한 결과 지금 정도의 분량이 됐다.
물론,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있다. 5월에 데모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한 달 만에 만든 것으로 이런 여러 조건들이 겹치다 보니 20분 분량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피드백을 받아보니 너무 짧긴 했던 것 같다. 30분 정도로 늘려줬으면 더 좋겠다는 얘기들이 많아서 적들의 배치를 조절하는 식으로 게임의 분량을 좀 더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데모를 통해 어떤 걸 검증할 생각인가.
"전투 메커니즘을 비롯해 게임 전반에 걸쳐서 검증받고 싶다. 예를 들어 모션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조작감은 괜찮은지, 이펙트나 연출은 어떤지 이런 부분들 전부를 말이다.
사실 이런 건 내부적으로 QA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게 맞는데 아무래도 3명이서 개발하다 보니 일일이 검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진 것도 있다. 실제로 데모에서 많이 나온 피드백 중 하나가 섬광 효과였다. 우리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별로 불편하게 안 느꼈는데, 데모를 한 유저들 중 상당수가 불편해하더라. 이렇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놓쳤던 부분까지 포함해서 게임에 대한 솔직한 의견들을 듣고자 알파 데모를 진행 중이다.
알파인 만큼, 그래픽이 깨진다든가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안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도 있는데 걱정되지는 않나.
"첫인상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모션이 별로라면 모션을 다듬으면 되고 이펙트나 연출이 너무 과하다면 그걸 조절하면 된다. 그러기 위한 알파 데모인 만큼,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단순히 '덜 만든 것 같다', '별로 같다' 이런 피드백도 많지만, '이 부분의 이런 모션이 어색한 것 같다'든가 '여기 연출이나 이펙트는 너무 과한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이렇게 하니까 버그가 발생하더라' 이런 식으로 자세하게 알려주는 등 정말 도움이 되는 피드백도 적지 않다. 이렇게 모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실시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전투 메커니즘 검증을 위한 것치고는 짧지만, 컷신을 넣기도 하는 등 제법 공을 들인 느낌이다.
"다른 메트로배니아와 비교했을 때 '리전 오브 저지먼트'만의 차별점으로 뭘 내세우면 좋을까 고민한 결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스토리나 연출 측면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완성도와는 별개로 컷신을 넣었다.
소규모 개발사에게 있어서 컷신 등에 공을 들인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맞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게 언리얼 엔진5가 마커리스 모션 캡처라고 해서 센서나 마커를 부착하지 않고 비디오 영상만으로 전신 모션을 캡처하는 기능을 제공한 덕분에 적은 인원으로도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액션 게임이라고 해도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기 마련이다. 정교한 공방을 추구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패링 기반의 게임도 있고 화려한 스타일리시 액션을 목표로 하는 게임도 있다. '리전 오브 저지먼트'는 어떤가.
"굳이 분류한다면 비뎀업 스타일의 액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뎀업이라고 하면 뭔가 때리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 적에게 다가가서 때리고 싶은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지 않나. 여기서 핵심은 다가간다는 게 아니라, 때리고 싶다는 그 욕구라고 생각한다. 찰진 손맛이라고 해야 할까. '리전 오브 저지먼트' 역시 그런 의미에서 베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비뎀업과는 다른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는 Y축에 대한 걸 들 수 있다. 우리 게임은 Y축이 없는 만큼, 적을 많이 넣음으로써 비뎀업 특유의 난전을 살릴 생각이다.
전투 시스템의 경우 스킬을 기반으로 해서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리전 오브 저지먼트'의 전투 시스템은 평타, 평타 타이밍에 따라 발동하는 커맨드 스킬, 그리고 SP를 소모하는 스킬, 즉사기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평타와 커맨드 스킬로 체력을 깎고 즉사기로 적을 처치하면 SP를 획득하는데 이 SP를 써서 강력한 스킬을 쓰는 식으로 루프를 구성했다.
이외에도 알게 모르게 신경 쓴 부분이 많다. 알파 데모는 분량이 적다 보니 체감되지 않은 면이 있겠지만, 메트로배니아를 하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자주 맞닥뜨릴 수 있는데 이 역시 어떤 면에서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 게임에서는 직접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식으로 보완했다.
최근의 메트로배니아를 보면 높은 난이도로 인한 진입장벽이 제법 있던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게임에 따라서는 그게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호불호를 떠나서 '리전 오브 저지먼트'는 난이도가 극악으로 치닫는 그런 상황은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꽤 어려운 보스를 만나서 재도전해야 하는 구간이 분명 나오기도 하겠지만, 억지로 계속해서 그런 보스들을 상대하게 하는 건 피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명확한 공략 요소를 넣는 건데, 화속성 보스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든 보스로 처음 만나면 벽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 게임에서 이런 보스를 상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몇 번이고 죽으면서 도전함으로써 패턴을 익히고 깨는 식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모두가 이런 걸 추구하는 건 아니다. 그런 유저들을 위해서 마련한 게 바로 공략 요소로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 보스를 공략할 수 있는 수단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방금 화속성 보스를 예로 들자면 근처에 얼음 속성 무기가 숨겨져 있다든가 하는 식이다.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그냥 잡아도 되고, 그게 아니라면 탐험을 통해 공략할 수 있는 무기를 찾음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혈흔 효과를 더 보강하는 식으로 좀 더 어둡고 잔혹한 연출이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
"혈흔 효과는 지금도 들어가 있으며, 여기에 절단 연출 같은 것도 다 만들어 둔 상태다. 단순한 연출이 아닌 이에 따라서 변화가 생기도록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하단 공격으로 다리를 베면 기어다니거나, 주인공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하는 연출을 넣는 식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너무 잔인하다는 느낌이더라.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긴 한데 이 정도로 잔인한 게임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여기에 나라마다 심의가 다른 점 역시 고민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좀 더 조율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메트로배니아와 비교했을 때 장비 비중이 큰 것 같다. 다양한 부위의 장비마다 등급과 능력치가 다른 게 핵 앤 슬래시 장르에서 자주 보던 느낌인데 이렇게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컨트롤에 자신이 없는 유저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했다. 컨트롤로 극복하는 것도 좋지만, 몇 번을 도전해도 잘 안되는 사람도 분명 있지 않나. 그리고 그런 유저들에게 있어서 이런 도전은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유저들에게는 무턱대고 도전하기보다는 장비를 찾고 빌드를 구성함으로써 좀 더 쉽게 깨도록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과거의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것도 있다. 예전에 월하의 야상곡을 할 때였는데 그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어떤 때였는가 하면 새로운 장비를 얻은 후 이걸 어떻게 세팅할지 고민했던 때였던 것 같다. '리전 오브 저지먼트'에서도 단순히 무조건 좋은 장비를 장착하는 게 아니라, 유물을 비롯해서 이걸 어떤 장비랑 세팅하면 좋을지,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함으로써 내가 느꼈던 그런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패링 타이밍을 널널하게 만드는 패링 빌드나 회피 빌드, 혹은 흡혈 빌드 같은 다양한 빌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할까.
"빌드와 관련해서는 그걸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알파 데모에서는 회피, 패링 다 가능하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패링,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유물을 장착해야만 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크게 구분한다면 패링, 일섬, 회피(저스트 회피) 유물이 존재하며, 이 중 하나만 장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어떤 유물을 장착할지 고르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주인공을 보면 2개의 도를 차고 있는데 정작 하나만 쓰더라. 다른 하나는 장식인 건가.
"아니다. 장비와는 별개로 자세(스탠스)라고 해서 자세에 따라 다른 무기를 쓰는 시스템을 넣음으로써 전투 감각을 다르게 할 생각이다. 이번 알파 데모에서는 아무래도 자세 시스템까지 다 넣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하나만 쓰게 했다. 주인공은 일본도와 환도 2개의 무기를 들고 다니는데 현재 알파 데모의 전투 스타일이 환도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일본도 자세는 환도 자세와는 다른 스타일과 감각을 선사하며, 여기에 미션당 한 번만 쓸 수 있는 쌍검 자세까지 총 3개의 자세를 넣으려고 한다.
쌍검 자세를 쓰면 주인공이 옷을 벗어던지는데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방어력이 10% 수준으로 약해지는 대신 엄청나게 강해지는 게 특징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자세로 이를 통해 각 자세마다 다른 재미를 선사할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메트로배니아라고 하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테이지 구조가 특징인데 '리전 오브 저지먼트'는 어떤가.
"알파 데모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걸 못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미션 형태의 스테이지로 여기서는 횡스크롤 액션과 메트로배니아의 탐험 요소를 살짝만 가미했기 때문이다. 질문한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유기적인 스테이지 구조는 이 미션을 클리어한 이후 가게 되는 기억의 궁전에서 체험할 수 있다. 기억의 궁전은 비선형적 구조로 이곳에서는 자신의 잃어버린 능력과 기억을 찾을 수 있다.
피드백을 취합하고 이를 정식 출시 버전에 반영해서 개발해도 될 텐데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게 눈에 띄더라.
"유저들이 남긴 피드백을 그냥 기록으로 놔두는 게 아니라 새겨듣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물론 자잘한 부분까지 일일이 다 반영하는 건 체감되는 부분이 적은 것도 있어서, 앞으로는 치명적인 버그나 이런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피드백을 취합한 후에 한 번에 반영함으로써 개선점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현재 어느 정도 개발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까.
"개발 파이프라인을 포함해서 게임 시스템의 경우 80~90% 정도 완성된 상태다. 이제 여기에 살을 붙이고 폴리싱을 통해 퀄리티를 올리는 일만 남았다. 이 부분은 말 그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투입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붓느냐에 달린 만큼, 투자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콘텐츠 리소스의 경우 약 20~30% 정도 개발된 상태로 보고 있으며, 현재 3명이서 목표한 퀄리티만큼 끌어올리려면 한 1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내부적으로 판단한 출시 시기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나.
"현 상황에서 투자나 퍼블리싱 등이 확정되고 개발비가 확보된다면 20개월 안에 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투자 등이 예정대로 진행됐을 때의 얘기다.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테니 많은 기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