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모드] 산에서 내려온 아이. 고작해야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골 마을의 모습은 따듯한 빛으로 번져간다. 잘 정돈된 밭에는 누군가 애써 키운 양파, 당근 따위가 자라 있고, 아이는 담장을 넘어간 닭을 뒤쫓는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무너져버린 옛 신사에서 아이는 구덩이로 뛰어든다. 까마득한 구덩이 아래로 떨어진 아이는 쓰러져 있고, 선홍빛 피가 구덩이에 고여 있다. 그리고 아이의 핏빛처럼 붉은 신사의 토리이가 부서져 나뒹굴고, 기괴한 음악과 함께 로고가 뜬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안심 생활 모드] 산에서 내려온 아이. 고작해야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골 마을의 모습은 따듯한 빛으로 번져간다. 잘 정돈된 밭에는 누군가 애써 키운 양파, 당근 따위가 자라 있고, 아이는 담장을 넘어간 닭을 뒤쫓는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무너져버린 옛 신사에 들어서며 지저귀는 새들 노랫소리 사이로 로고가 뜬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똑같은 시작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는 이야기. 요마와리 제작진은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를 이렇게 두 갈래로 만들었다. 기본은 농장을 경영하는 생활 시뮬레이션으로 만들고 그 위에 그 밝은 분위기를 가져가는 게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여러 가지 종류의 공포가 뒤얽힌 비밀이 함께 담겨있는 호러까지 얹어냈다.

두 갈래의 게임 축. 이건 어느 한 쪽에 매력이 부족하다면 결국 반쪽짜리 미각만을 보여주는 결과물이 될 이야기다. 그리고 니폰이치의 새 시도는, 적어도 그런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각각의 만듦새를 보여준다. 이 두 갈래는 그저 나란히 놓여있기만 한 것도 아니다. 농장을 넓힐 열쇠가 하필, 지켜야 할 규율 너머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 개발사
: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 퍼블리셔
: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 플랫폼
: NSW, PS5, PC
🎮 플레이
: PS5

📅 출시일
: 2026.07.30
🔧 키워드
: #생활시뮬레이션 #어드벤처 #공포



요마와리' 제작진의 게임 디자인과 연출, 캐릭터 디자인은 내용 자체는 잔혹하면서도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공포 게임임에도 유독 눈에 띄는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과 배경 연출은 그런 분위기를 나름 환기시키고자 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건 생활 시뮬레이션이라는 다른 장르로 틀었을 때 분명한 강점으로 부각된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정원이야기)'의 근간인 이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의 구성에 개발진은 여러 기교 없이, 정공법을 택했다. 이는 확실한 장르 문법을 비틀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최대한 세세한 시스템을 구현해냈다는 의미다. 이미 동종 장르에서 성공한 게임들이 많고, 또 거기서 지나친 변주가 가해지면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의 농장 경영이라는 틀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원이야기의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는 우직하게 생활 콘텐츠로 채워졌다. 괭이와 낫부터 가래, 물뿌리개까지 밭과 논을 정비할 농기구가 갖춰져 있고, 씨앗이나 모종을 사서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가며 키우면 된다. 여기까지는 이 장르를 한 번이라도 해본 이라면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이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밭을 볼 때의 뿌듯함은 익숙한 감각이다 ©INVEN

다만 그 익숙한 동작을 실제로 수행하는 감각은 매끄럽지 않다. 방향을 세밀하게 돌리거나 같은 방향으로 평행 이동하는 편의 기능이 마련돼 있긴 하다. 그런데도 밭 한 칸을 정확히 겨냥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어긋난다. 초반에는 넘길 만하지만, 밭이 넓어질수록 이 뻣뻣함은 조금씩 쌓인다.

작물에는 연작 개념이 있다보니 오이처럼 한번 자라는 데 오래 걸리지만 같은 계절이라면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키울지, 생강처럼 한 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작물로 빠르게 초기 자금을 모을지도 선택할 수 있다. 밭 뿐만이 아니라 논의 개념도 있다. 논에서 키우는 작물은 물을 주지는 않아도 되지만, 잡초는 꾸준히 제거해줘야 작물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 닭, 오리, 소, 염소 등 여러 가축은 키우면서 다른 방식으로 농장 발전에 기여한다. 소는 우유를, 닭은 알을 낳는 기본적인 개념에 오리를 사육장 밖에 풀어두면 논에 떠다니며 곡식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를 제거하기도 한다. 그리고 알이나 우유는 직접 요리 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마요네즈 같은 가공품으로 또 다른 재료나 상품이 된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가축과의 교감 요소도 충실히 담겼다 ©INVEN

가공도 마찬가지다. 절임통과 풍로, 용광로를 거쳐 나온 결과물은 다시 요리와 도구 제작으로, 또 농기구의 성능을 높이는 업그레이드로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생활 시뮬레이션은 콘텐츠의 목록이라기보다 하나의 회로에 가깝다. 밭에서 거둔 작물이 요리가 되고, 요리는 체력이 되고, 체력은 산과 광산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거기서 캐낸 광물은 용광로를 거쳐 더 나은 농기구가 되어 다시 밭으로 돌아온다. 농경과 목축, 채광과 벌채가 돈과 재료라는 두 개념으로 묶여 서로의 다음 단계를 만들어주는 구조다.

그리고 이 회로는 목장이야기로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진 정통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 안에서' 성실하게 구현됐다. 뒤집어 말하면 장르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과하다는 느낌보다는, 익숙한 느낌이 먼저 온다.

그리고 이 익숙함이 정겨운 시골이라는 게임의 배경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방향을 만들어낸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의 농장 경영이라는 틀 안에서, 요마와리에서 보여준 특유의 그래픽 방향이 색다름을 내는 셈이다. 어둠을 다루기만 했던 연출력은 빛을 만나며 생각보다 더 아름답게 빛난다. 과하지 않지만 따듯한 광원, 노을이 지는 순간의 주황빛 들판, 화면 위로 날리는 나뭇잎 등 귀엽게만 보였던 세계 표현이 빛과 함께 따사함으로 확장된 셈이다. 소리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 들판을 감싸는 음악은 시종 잔잔해서, 해가 기울 때까지 손을 멈추지 않게 만든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눅눅하지만 아기자기했던 요마와리의 연출력에 낮시간의 광원과 효과를 살리며 더욱 따듯한 느낌을 낸다 ©INVEN

이게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똑같지만은 않은 생활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 만으로도 충분한 게임 밀도를 체험할 수 있다. 오이 씨앗, 오이, 오이 절임, 오이 채수 등 같은 작물의 여러 가공품이나 모종이 따로 카운트되기는 하지만, 2,400개 이상이나 되는 도감을 채워나갈 생각을 하면 플레이 타임 하나는 충분히 보장된 셈이다.

실제로 장르 특성상 규모가 커지는 중반부터 이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에 정신 놓다 메인 스토리를 밀고 나갈 생각을 잊어버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주인공보다도 어린 요우가 농장을 찾아온다. 닭이 보고 싶다고, 하필 밤에. 이튿날 아침 닭장에 닭은 없다. 다량의 혈흔과 흩어진 깃털만 남아 있다.

정원이야기가 이 탄탄한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 위에 올린 건, 기괴한 풍속이 남아있는 인습촌 호러의 감각이다. '쓰르라미 울 적에'의 히나미자와나 '간니발'의 쿠게 마을처럼,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내가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를 알아버렸을 때의 감정. 단순히 무섭게 보이는 호러가 아니라 익숙함과 역겨움 사이의 굴곡을 쓰는 공포다. 그래서 조용한 시골 마을이라는 공간이 주는 정겨움이 그대로 재료가 된다.

기억을 잃고 카가츠 마을에 들어온 아이. 마을에서 실종된 아이를 닮은 주인공은 어린 마을 촌장 린의 주도로 마을 구석 농장에서 거처하게 된다. 그리고 마을에 살게 되는 대신 규율을 어겨선 안된다.

오후 11시 이후에는 외출하지 말 것, 마을을 위해 협력할 것, 모르는 사람에게 접근하지 말 것, 타인의 비밀을 폭로하지 말 것, 마을을 나가지 말 것, 산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대답하지 말 것, 잃어버린 물건은 찾지 말 것, 소원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모든 마을사람들처럼 주인공에게도 비밀이 있고 ©INVEN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밤은 그 비밀과 공포가 실체화되는 시간이다 ©INVEN

이 규율들은 장식이 아니다. 11시 이후의 외출 금지는 하루의 플레이 시간을 그대로 자르고, 잃어버린 물건은 찾지 말라는 조항은 한 인물을 마을에 가둬둔다. 산에서 부르는 목소리는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간다. 나머지 조항들도 대체로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하나씩 묶여 있어, 규율 목록이 곧 이 마을 사람들의 목록처럼 읽힌다.

실제로 사람들은 규율에 얽매여 있다. 기억을 잃은 어린 아이가 혼자 산에서 내려와, 멀리 농장에서 혼자 살고 있어도, 또 아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도 외지 사람이라며 섣불리 대답하지 않는다. 또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설득하기 위해 마을을 찾은 시청 직원은 지갑을 잃어버린 후 어떤 수를 써도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 규율에 따라 해결의 방법이 될 잃어버린 물건은 찾지도 못하고, 마을에 임시 거처를 구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규율을 깨부수라는 산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마을에 과거 있었던 대규모 사건, 규율이라는 이름의 저주와 마을 사람들의 관계가 조용하고 아름다운 배경의 마을을 어떻게 잠식하고 있는지 깨닫는다.

마을에 적응하지 못한 소녀 토바리 정도를 빼면, 사람들은 평소에 친절하다. 다만 저마다 규율의 테두리 안에서, 그것을 어겨버릴 수 있는 비밀을 하나씩 안고 있다. 규율에 대한 집착과 언제 깨질지 모르는 비밀 사이에서, 사람들은 툭하면 눈이 돌아버린다. 그 순간 파트 초반 들판을 감싸던 그 잔잔함이 뚝 끊긴다. 자리를 대신 채우는 건 기괴하고 스산한 쪽이다. 적막 속에서 사람들이 주인공을 몰아붙인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소원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린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새끼 염소를 우물에 던져 신에게 봉납한다 ©INVEN

마을의 일원이 되기 위해 주인공은 채소를 바친다. 밭을 갈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 얻어낸, 그토록 공들인 그 작물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염소가 던져진다. 거리낌이라고는 없이. 소원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규율이 무엇을 뜻했는지가 그제야 드러난다. 목장 시뮬레이션의 귀여움이 제물의 재료로 뒤집히는 순간이다.

일종의 제약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깨부숴야 하는 규율. 그 아이러니한 과정이 게임의 핵심 서사로 작용한다. 규율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묘사된다. 단순히 해서는 안된다를 넘어, 해서 안되는 상황을 만들고, 그것을 어겼을 때 겪는 문제들을 담아내며 왜 지켜야 하는지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칫 불합리한 이 규율을 왜 지켜야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사람들 스스로 이 규율을 어겨가며 지키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함께 풀어낸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마을에서 규율은 절대적이다 ©INVEN



이런 공포 파트를 게임플레이 안에서도 완성시키는 게 첫 번째 규율인 오후 11시 이후 외출 금지다.

11시 이후 외출할 경우,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게임 이야기로 꾸준히 보여주면서 11시를 주간 게임플레이의 제약 시간으로 설정한다. 농사, 목축, 낚시, 사람들과의 교류 등 모든 주간 콘텐츠는 규율에 따라 11시까지만 이루어진다. 보통 생활 시뮬레이션의 시간 제한은 하루 행동량을 조절하기 위해 긋는 장치다. 정원이야기에서는 그게 오래전부터 지켜 온 무엇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시간 제약은 게임 중 가장 많이 깨지는 규율이기도 하다. 11시가 지난 밤, 마을 구석의 작은 오두막에는 요괴들이 찾아온다. 한참 잠에 든 주인공을 깨운 요괴는 사라지고, 이 시간에 마을에는 요괴가 등장한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마을에 나타나는 요괴는 11시 이후 등장한다 ©INVEN

그날그날 등장하는 요괴가 다르고, 대응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요마와리가 그랬듯 맞서 싸울 수단은 없으니 방법은 넷으로 갈린다. 술래잡기, 숨기, 무작정 달아나기, 그리고 빛으로 물리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규칙을 가진 다루마상 요괴는 눈을 뜨는 순간 돌 뒤에 숨어야 하고, 어떤 요괴는 붉은 양초의 불빛이 있어야 비켜간다. 낫을 휘두를 때만 나타나는 요괴가 있는가 하면, 피웅덩이에서 발을 붙잡고 화면 전체를 덮어 시야를 지워버리는 요괴도 있다.

밤에 마을에서 요괴를 피해다니는 건 일부 내러티브 요소를 가진 시기를 빼면 보통은 주물을 얻기 위해서다. 신사에서는 여러 레시피나 채집 확률 등을 높이는 성장 요소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꾸미기 아이템 뿐만 아니라, 스프링클러처럼 게임 플레이 편의성을 크게 높이는 아이템도 이 신사를 통해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재료가 주물이다.

곡옥 4종에 청동 거울과 청동 검 등의 주물은 밤에만 주울 수 있다. 생활을 편하게 만들 열쇠는 어둠 쪽에 떨어져 있으니, 플레이어 스스로 규율을 깨고, 두려운 존재들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스스로를 공포로 밀어넣는 셈.

반대 방향도 있다. 붉은 양초도, 여우 신사에 바칠 계절 공물도 낮에 산과 들을 돌며 모아야 하는 것들이다. 밤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낮에 무엇을 챙겨뒀느냐로 정해지는 셈이다. 밤에 주운 주물이 낮의 농장을 편하게 만들고, 낮에 모은 것들이 다시 밤을 버티게 한다. 주간과 야간, 생활 시뮬레이션과 공포는 그렇게 서로의 준비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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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할 수 없는 존재, 그리고 시야 방해 등이 겹치면서 생각보다 빡빡한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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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발생하는 이벤트, 성장 요소도 중요하기에 밤 플레이도 하게 된다 ©INVEN

다만 밤의 위험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요괴에게 붙잡혀 체력이 다해도 대개는 병원에서 눈을 뜬다. 덕분에 어두운 마을로 나서는 데 망설임이 없어지지만, 그만큼 반복될수록 밤이 무섭지 않아진다. 진입 문턱을 낮추는 대신 밤길의 긴장을 내준 셈이다. 그래서 이 게임의 공포는 플레이보다, 게임 곳곳에서 만나는 이형의 존재와 사람들의 섬뜩함 쪽에 실려 있다.

이 순환의 비중은 플레이어가 조절할 수 있다. 게임의 이벤트가 대개 사건 단위로 짜여 있어, 농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생활 파트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이야기만 밀고 나가도 된다. 반대로 이야기를 멈춰 세운 채 밭만 넓혀도 무방하다. 두 축이 맞물려 있으면서도 서로의 발목을 잡지 않는 이유다.



안심 생활 모드는 공포 요소를 완전히 덜어냈다. 생활 시뮬레이션 자체의 완성도가 장르 기준을 가득 채웠다보니, 아름다운 그래픽과 함께 이 파트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내러티브 부분에서의 공백은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 정원이야기는 안심 생활 모드로 덜어진 공포 파트를 단순히 빈 자리로 만들지는 않았다.

안심 생활 모드에서는 중요한 사건의 전개 방향을 다르게 묘사했다. 기본적으로 규율은 같고, 지켜야 할 큰 틀도 동일하다. 예를 들어 촌장 린은 주인공에게 규율을 어긴 벌로, 마을 사람들의 심부름을 들어줘야 한다는 강제적 심부름 티켓 전달을 지시한다. 이 심부름 티켓이 안심 생활 모드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마을 명물 쯤으로 소개된다. 자연스럽게 고압적이고, 규율에 철저한 린의 모습도, 안심 생활 모드에서는 조금은 주인공을 더 챙기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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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고요한 모드와 대사부터 분위기도 다른 안심 생활 모드 ©INVEN

큰 틀 안에서 이야기를 가다듬고, 공포 요소를 들어내 인물들의 기괴함까지 희석시킨 것이다. 여기에 게임 곳곳에는 의외의 코미디 중심의 이야기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이 부분이 더 강조되면서 완전한 힐링 시뮬레이션으로 게임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상점에서 주물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은 안심 생활 모드든 일반 모드인 고요한 모드든 모두 존재하고, 판매 숫자도 보다 넉넉하게 주어진다. 밤에 나서지 않아도,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로 성실히 자금을 불려나갔다면 그 돈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게임 전체의 공포 요소가 심각할 정도로 깊이 있지는 않아, 고요한 모드에서의 플레이 시도 역시 해봄직하다. 게임 중간에는 모드를 변경할 수 없으니 말이다.



요마와리 시리즈의 비주얼과 게임적 만듦새를 기반으로 완성된 틀 위에 생활 시뮬레이션을 올렸지만, 무게 중심은 호러 대신 이 새로운 생활 쪽에 놓였다. 덕분에 정원이야기의 공포는 플레이어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밭 가장자리에, 11시가 지난 마을 어귀에 가만히 놓여 있다가 플레이어가 제 발로 다가올 때를 기다린다.

대가가 없지는 않다. 생활 시뮬레이션 파트는 장르 문법 안에서만 성실해서, 이미 이 장르를 오래 해온 이에게 새로울 구석은 적다. 요괴에게 붙잡혀도 병원에서 눈을 뜨는 구조라, 밤길의 긴장도 반복될수록 옅어진다. 이 게임의 공포는 플레이가 아니라 분위기와 사람들 쪽에 있는 셈이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Village in the Shade
생활 시뮬레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축제 등, 익숙한 모습도 여럿 만날 수 있다 ©INVEN

그럼에도 반쪽짜리는 아니었다. 공포를 완전히 덜어낸 안심 생활 모드가 그 증거다. 한 축을 들어내도 남은 쪽이 혼자 설 만큼 채워져 있고, 들어낸 자리는 빈칸이 아니라 다시 쓴 이야기로 메워져 있으니까.

붉은 오프닝과 푸른 오프닝. 정원이야기는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하지 않는다. 노을이 주황빛으로 내려앉는 낮의 들판과, 그 들판을 가로질러 주물을 주우러 나서는 밤. 그 두 화면 사이를 오가는 일이 이 게임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