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롬'과 '리니지W' 사이에 실질적으로 유사한 표현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사성이 인정된 부분이 게임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선고 사실이 알려진 당시에는 결론만 전해졌을 뿐, 법원이 어떤 근거로 청구를 기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31일 확인한 판결문에 따르면, 엔씨는 리니지W의 캐릭터 외형을 바꾸는 시스템과 소환수를 대동하는 시스템, 장비 강화 시스템, 아이템 컬렉션 시스템, PvP 시스템, 각종 시각적 표현형식 등 다섯 갈래 구성요소와 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부분을 저작물이자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게임 규칙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이디어 영역이어서 창작성이 있더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개별 요소를 하나씩 검토했다.
재판부가 창작성을 인정한 부분은 네 가지에 그쳤다. 변신·소환수 카드의 등급을 방패 형태 문장으로 표시한 점, 시그니처 문양을 접목한 컬렉션 완성 연출, 오컬트·연금술·마법진 요소를 반영한 시그니처 문양과 낡은 양피지 질감, 상점 NPC 이미지 등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선행 게임에 이미 존재했다고 보았다.
카드 등급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하위 등급을 합성해 상위 등급을 얻게 하거나 특정 카드를 모으면 추가 능력치를 주는 방식은, 2019년과 2021년 출시된 선행 게임에 이미 도입되어 있었다는 점에 당사자 간 다툼이 없었다.
일정 단계까지 100% 확률로 성공하고 그 이상 단계에서 실패하면 장비가 파괴되는 강화 구조와 주문서 종류 구분은 1980년대 출시된 게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판단했다.
강화창을 좌우로 나눠 배치한 화면 구성도 2012년 이후 여러 게임에 유사하게 도입되어 있었다고 보았다.
성향치 시스템 역시 1970년대와 1990년대 게임에서 확인된다고 적시했다.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창작적 개성을 이룬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게임 규칙 등이 유기적으로 조합되어 게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으로 결합에 창작적 개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그 결합으로 다른 게임물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플레이 성향에 따라 이용자가 선택적으로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한 것은 보편적인 게임 규칙이고, 강화 등급과 컬렉션을 연동한 구조는 2006년 출시된 선행 게임의 도감 시스템에 유사하게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창작성을 인정한 부분 중 두 곳에서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롬의 코스튬·가디언 시스템이 카드 등급을 등급별로 다른 색상·디자인의 방패 형태 문장으로 표시하고 있어 차이가 세부적 형태에 그친다고 보았다. 아울러 롬의 상점 NPC도 갈색 땋은 머리에 흰색 프릴 블라우스와 T자형 벨트를 착용하고 주문서·물약이 담긴 바구니를 든 형상이라는 점에서, 리니지W의 표현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등급 표시는 해당 시스템 화면 좌측 일부에 불과하고 상점 NPC도 수많은 NPC 가운데 하나여서 게임 전체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비중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컬렉션 완성 안내 메시지와 확인 버튼의 양피지 질감은 상단 이미지와 문구, 형태가 달라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도용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선행 게임에 존재하던 요소의 선택·변형·배열·조합을 모두 성과로 인정하면 이미 공중 영역에 있던 요소에 독점권을 주는 결과가 된다며, 그 결합이 명성이나 고객흡입력을 갖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리니지W와 리니지M이 다른 게임에 비해 명성이나 고객흡입력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구성요소가 아니라 혈맹 시스템이나 성주 자리를 다투는 시스템 등 다른 구성요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무단 사용 여부에 대해서도 두 게임의 차이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리니지W는 클래스와 무관하게 카드를 사용해 캐릭터 자체가 다른 형태로 바뀌고 카드 거래가 불가능한 반면, 롬은 클래스별로 제한된 코스튬 석판을 쓰고 의상만 바뀌며 석판을 일반 아이템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자료를 인용해 리니지W 매출 가운데 해당 시스템과 연관된 매출이 절반 이상이라며, 획득 방식과 거래 가능 여부의 차이가 이용자가 투입하는 시간과 재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이 밖에 강화 결과 연출과 강화 확률표의 차이, 컬렉션 등록 시 아이템 속성 구분 유무, 성향치를 3단계로 나눈 리니지W와 5단계로 나눈 롬의 차이, 롬에만 있는 가디언 채광과 반복 공격자 구금 시스템 등을 근거로 피고들이 독자적인 제작 의도에 따라 선행 게임의 요소를 차용·변형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R2M 사건과 이번 사건을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엔씨가 R2M 항소심에서 구성요소의 결합으로 주장했던 요소 가운데 롬에 존재하는 것은 강화 시스템과 컬렉션 시스템의 연동 하나뿐이라며, 이용자가 두 게임을 혼동할 가능성은 R2M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엔씨가 소송 도중 리니지M의 핵심 구성요소를 별도의 저작물이자 성과로 추가한 부분은 기존 청구와 사실관계·법률적 구성이 달라 청구 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시리즈물의 창작성은 최초 출시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리니지M의 표현형식은 별개 저작물인 리니지W의 표현형식과 다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