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무언가를 처리함에 있어 "기계적이다"라는 표현은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무언가를 시켰을 때 목표에 맞게 오차 없이 해낸다는 뜻이고, 나머지 하나는 인간미 없이 그저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주어진 틀에 따라 진행한다는 것이다.

'헤일로: 전쟁의 서막(영문명: 컴뱃 이볼브드)'의 리메이크,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가 그렇다.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해 캠페인을 현세대 경험에 걸맞게 끌어올렸지만 딱 거기까지다. 인간미와 디테일이 들어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Halo: Campaign Evolved


언리얼 엔진5로 재탄생한 마스터 치프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Halo: Campaign Evolved
현세대 비주얼로 다시 보는 존슨 원사의 일침 "언제까지고 꿀 빨 수 있을 줄 알았나?"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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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 엔진5의 힘은 대단했다. ©INVEN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가 가장 충실히 해낸 부분이자, 이 작품을 플레이해야 하는 이유를 꼽으라 했을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 바로 언리얼 엔진5에 힘입어 환골탈태한 비주얼이다.

헤일로가 FPS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IP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눈이 높아진 지금 주변인들에게 한 번 해보라고 권하기엔 비주얼적으로 연식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한 차례 리마스터링 된 헤일로: 전쟁의 서막 애니버서리 에디션이 2011년에 출시됐으니 그럴 수밖에.

반면에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는 컷신부터 인게임 구현까지 전부 언리얼 엔진5로 재구성해 기존 헤일로 시리즈의 팬들은 물론, 신규 유저들도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마스터 치프의 여정을 체험해 볼 수 있게 됐다. 원작에서 전무했던 광원이 추가되고, 비약적으로 발전된 텍스처는 눈을 즐겁게 해줌은 물론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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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치프의 슈트 역시 때깔이 고와졌다. ©INVEN


전장은 같지만 현대화된 전투 경험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Halo: Campaign Evolved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Halo: Campaign Evolved
런앤건의 재미를 깨우친 마스터 치프 ©INVEN

진일보한 비주얼과 더불어 현대화된 전투 경험도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의 강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전장은 같지만, 현대화된 전투 메커니즘으로 다른 플레이 경험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회복팩에 의존하던 체력까지 자동 회복으로 변경됐다. 원작에서는 회복팩을 획득해야 체력이 회복됐는데 캠페인 이볼브드에서는 엄폐를 통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어 압박을 덜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질주가 추가되어 마스터 치프로 런앤건이 가능했다. 덕분에 빠르게 코버넌트와의 거리를 좁혀 난사를 하거나, 반대로 적의 수류탄 투척이나 맹공도 질주로 빠져나가는 등 원작 대비 속도감 있는 교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신규 무기의 추가도 교전 경험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해줬다. 헤일로 시리즈를 익히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UNSC 무기로 임무 끝까지 교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UNSC 무기는 정직한 데 반해, 코버넌트 무기는 이런저런 기믹이 있어 강한 것도 크다. 아무튼, 원작에 없던 신규 무기를 여럿 추가해 교전에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혔고 그 덕분에 같은 무기를 반복해서 사용한다는 느낌을 덜어내어 만족스러웠다.

헤일로 캠페인의 재플레이 가치를 높여주는 임무 변주 시스템인 해골 시스템도 강화돼 돌아왔다. 해골을 활성화하면 코버넌트의 체력이 증가한다거나, 그런트 처치 시 폭발하는 등의 기믹이 있는데 이를 통해 하드코어스러운 교전 경험이나 예능 플레이 연출로 캠페인을 다르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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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해골로 캠페인 플레이 경험을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INVEN


애매한 프리퀄 임무와 아쉬운 클래식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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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과 마스터 치프의 케미를 볼 수 있는 프리퀄 임무 ©INVEN

다만,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멀티플레이어를 포기하는 대신에 선보인 3종의 프리퀄 임무는 서사적 연출에 있어 아쉬운 느낌을 준다. ODST 대원들과 스파르탄 사이의 갈등과 인정을 그려내고자 했던 것은 알겠으나 캐릭터들의 태도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작중 ODST 대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윌리엄스가 존슨과 마스터 치프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를 지속함에도 치프와 존슨의 대응이 미적지근하다거나, 적은 임무 수 안에서 갈등 해소를 그려내야 하니 후반부에 급전개가 이뤄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차라리 과감하게 프리퀄을 제외하거나, 임무 수를 조금 더 늘려 윌리엄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빌드업을 좀 더 해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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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ST와 스파르탄의 갈등을 당위성있게 그려내기엔 임무 수가 너무 적었다. ©INVEN

클래식의 현대화로서는 분명 잘 해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설정을 좀 더 신경 썼으면 좋았겠다는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스터 치프 슈트 설정이다. 에너지 실드가 탑재된 MK5 슈트는 2552년부터 실전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프리퀄 임무는 시점상 1년 전인데, 막상 인게임에서 교전을 하면 마스터 치프의 슈트 역시 에너지 실드를 가지고 있다.

설정에 관심이 없는 유저라면 모르겠으나, 헤일로 시리즈의 팬이라면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개량형이라고 자체적으로 유추하거나 그간의 사료를 기반으로 나름 분석을 해볼 수는 있겠으나 개발사 자체의 명확한 설명이 없으니 이것이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개발의 편의성을 위한 것인지 아쉬움을 남긴다.

그 밖에 원작에서 가능했던 맵 이탈과 같은 기믹 플레이도 없애기보다는 추억으로 남겨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리메이크 작품들을 보면 원작에 있던 화제가 된 버그성 플레이는 고칠 수 있음에도 이벤트성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개발사 측도 해당 버그가 작품의 일부가 됐고, 많은 이들이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기에 이런 식의 접근법을 취하는 것인데 헤일로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트릴로지 리메이크 암시, 헤일로가 처음이라면 바로 지금.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Halo: Campaign Evolved
수십 년간 쌓아온 마스터 치프의 체급이 어디 안 가긴 한다. ©INVEN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역사상 기념비적인 캐릭터 중 한 명인 '마스터 치프'의 위상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 혹은 현세대 그래픽으로 무장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는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엔딩 구간에서 존슨 원사가 "후속작에서 보자"라는 대사를 남긴 만큼 트릴로지의 리메이크가 유력한 상황. 부디 향후 리메이크에서는 기계적인 리메이크 보다는 인간미와 디테일도 더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