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좋아한다는 말이 '잘 한다'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해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는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다. 보병 분대 하나하나도 무장과 엄폐 위치를 잡아줘야 하고, 세열 수류탄이나 연막 등의 '가젯'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투 유닛 간의 상성도 '비교적 강한'이 아닌, 씨알도 안 먹힐 정도로 극단적으로 벌어지기에 제대로 승리하려면 적의 전략과 의도 파악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마린이 모이면 배틀크루저를 때려잡는 민속놀이와는 기본부터 다르다는 뜻이다.
때문에, 'COH3: 파이널 스탠드(이하 파이널 스탠드)'의 출시 소식을 들은 후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몰려오는 적 웨이브를 상대로 버티는 '디펜스 게임' 형태의 외전. 여기에 웨이브를 넘길 때마다 로그라이트 형태로 업그레이드까지 이뤄진다. 복잡도는 더 줄이고, 교전 그 자체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일단 듣기만 한 상황에서는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개요다.
그리고 출시된 게임, 직접 플레이 해 보니 예상과는 다소 다르다.
아쉽게도 좋은 의미는 아니다.

일단 재미는 있다. 딱 COH3 정도만
눈물을 머금고 싱글 플레이로 게임을 시작했다. 협동 모드가 있는 게임에서, 왜 협동을 하지 않고 싱글 플레이를 했는지는 추후에 설명하겠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 내 진영과 맵, 적을 다 골라야 한다. 여기서 1점 마이너스.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은 이런 형태의 PVE 콘텐츠는 개발사가 만들어 둔 콘텐츠에 도전한다는 느낌으로 플레이하지, 내가 적과 전장을 골라가며 하는 걸 굳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 거면 그냥 스커미시 게임을 하지 뭐하러 별도 모드를 하겠는가.
COH에 익숙한 이들에게, 게임 자체를 이해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처음엔 보병 위주의 적들이 몰려오지만, 웨이브가 올라갈 수록 박격포와 척탄병 -> 기갑 순으로 적 병력이 추가되니, 처음에는 대보병 위주의 방어진을 짠 후, 원거리 제압과 대기갑 전력을 준비하면 된다. 여기에 로그라이크 요소가 더해져 웨이브마다 선택지를 얻는데, 이 선택지가 참으로 골을 아프게 한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기간병 대다수가 비활성화되어 있는 상태다. 미군 기준으로 기간병중의 기간병인 '소총병' 정도는 기본으로 있겠지 생각하겠지만, 없다. 최소한의 대기갑 전력인 바주카병 하나 있더라. 여기서, 없는 기간병들을 '선택지'를 통해 골라야 한다. 초반 웨이브는 보병 위주로 몰려오는데, 보병 상대로 가장 효율이 좋은 건 기관총 분대나 저격병이고, 하다못해 소총병한테 대보병 무기(브라우닝이나 경기관총)이라도 들려 줘야 한다.
문제는, 선택지에 이녀석들이 안 뜨면 못 뽑는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흐름은 '내가 주도하고 선택지가 힘을 더해주는' 형태가 아닌, '선택지에 의존하며 기도해야 하는'형태가 된다. 후반에 이르면 적 기갑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데, 충분한 대기갑 선택지가 나오지 않으면 말 그대로 몸을 비틀어야 한다.

그래서 재미가 없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재미는 있다. 딱 COH3 만큼만. 거점을 점령할 필요도 없고, 이런 저런 건물을 지어 줄 필요도 없으며, 적들의 진격로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훨씬 단순하고 교전 중 마이크로 컨트롤만 신경 써 주면 된다는 점은 나름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억지로 생각해보자면 말이다.
하지만, COH 하면서 병력 마이크로 컨트롤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결국, 이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는 딱 COH3 정도 까지다. 그리고 그 재미는, 그냥 본편에 있는 AI 대항전을 해도 비슷하다. 이걸 돈 주고 사기에는, 이 모드만이 줄 수 있는 더 나은 재미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매치메이킹이 왜 없지...?
게임 플레이보다 앞서는, 더 큰 문제를 말해보자.
게임을 켜고 1분. 단 1분 만에 나는 중대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이널 스탠드'의 매력 중 하나는 '협동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거다. 게임에서 '협동'이라는 단어는 요리의 MSG 같은 거다. 안 뿌려도 맛있을 수는 있지만, 뿌리면 무조건 맛있어진다. 문제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라는 게임이 전형적으로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이라는 거다.
물론, 전 세계를 다 합쳐 보면 플레이어 수가 결코 적지 않고, 국내 유저들도 뒤져 보면 상당 수 나오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엔 이 게임을 하는 이들이 없다. 본작도 안 했는데, 3만 원짜리 외전을 사서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서, 협동이 있지만 할 수가 없다. 뿌리면 맛있어지는 MSG가 강철 통 안에 봉인되어 버렸다. 캔따개도 없고, 그라인더도 없는데.

상식적으로, 협동 플레이를 지원한다면 당연히 퀵매칭을 지원해 모르는 이들과도 만날 수 있게 해야 옳겠지만, 이 게임은 매치메이킹 자체가 없다. 결과적으로, 친구가 없으면 협동을 할 수가 없다. MSG가 있으면 뭘 하나. 뿌릴 수가 없는데. 공개 방을 만들고, 들어가는 형태의 다소 구시대적 방법은 있지만, 엘로 시스템이 없으니 수준에 맞는 플레이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다. 좀 다르게 생각하면, 그냥 개발사가 이걸 만들 만한 개발력이 없었겠거니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매치메이킹'이 정말 열받는 이유가 있다. COH3 본편의 'AI 대항 협동전'만 해도 멀쩡히 매치메이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몰라서 못했어요'는 참작이 될 수 있지만, '할 수 있는데 안 했어요'는 죄가 된다. 무료로 업데이트한 모드도 아니고, 엄연히 돈까지 받고 파는 스탠드 얼론 게임이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매치메이킹을 빼고 간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게임이 무슨 배틀필드마냥 수십 개의 데디케이티드 서버가 계속 돌아가는 게임도 아니고, 솔로 플레이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도 아닌데 말이다.

스타2 협동전이 선녀였다.
결론을 먼저 말하고 가자면, 이 게임은 돈 주고 살 가치가 딱히 없다. COH 시리즈의 엄청난 팬이라 라이브러리의 빈 칸을 용납하지 못하는 게이머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냥 국밥 세 그릇을 먹거나, 치킨 한 마리에 사이드메뉴까지 시켜 먹는게 더 이득이다.
스탠드 얼론으로 나오면서, 굳이 'COH3'를 기반으로 삼은 것도 사실 잘 모르겠다. COH1에는 지휘관이, COH2에는 독트린이 있었으며, COH3에는 전투단이 있다. 이걸 잘 세분화해서 각각의 진영으로 만들었으면 훨씬 재밌으면서도 다른 느낌의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당장 '스타크래프트2'의 '협동전'은 이름 그대로 RTS로 협동 콘텐츠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교과서 같은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2에는 기본적으로 3종의 진영밖에 없지만, 협동전에서는 캠페인 사양, 구작 사양의 유닛들을 추가하고 각 사령관의 컨셉을 구분해 모든 사령관이 나름의 매력을 지니게끔 만들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를 유도할 만한 '택틱스 판타지'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심지어, 협동전은 추가 사령관만 돈으로 사야 할 뿐, 기본적으로 무료 게임이다.

이걸 고대로 가져다 COH스럽게만 바꿨어도 3만 원이 아깝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조차도 못했다. 가장 열받는 건 매치메이킹이 없어 내가 원하지도 않는 난이도로 말도 안 통하고 지연 시간도 긴 외국인들과 게임을 해야 한다는 점이지만, 매치메이킹이 있다 해도 스타크래프트2의 협동전만큼 재밌을지는 모르겠다.
쓰고 보니 장대한 비판만 늘어놓은 것 같으니 좋은 말도 살짝 써 보자면, 앞서 말했듯 재미는 있다. 딱 COH3만큼만. 그렇다면, 그냥 본편을 사는게 낫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