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전술은 철저한 준비와 공세로 섬멸하는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다. 하지만 분명 전쟁 자체는 압도적인 열세를 안고, 침략한 왜군을 물리치는 방어전이었다. 문명7의 신규 컬렉션 '붓과 검'을 통해 새롭게 합류한 지도자 이순신의 전술적 능력은, 이 방어전의 이미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순신은 해군의 사령관인 전단장을 고대 시대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서, 어느 문명과 붙여도 고대 시대의 전세를 홀로 이끄는 바다의 왕이 된다. 능력 자체가 방어보다는 오히려 선제적인 해상 장악에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이 강력함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도 짚을 만하다. 문명7에는 버그성 밈으로 유명해진 '핵전쟁광 간디'처럼, 의도치 않은 결함이 캐릭터성이 되어버린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순신은 그런 우연이 아니다. 지도자 특유 능력 '삼도수군통제사'는 처음부터 '해상 장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설계된 듯한 능력이고, 그 설계가 결과적으로 강력한 수준의 초반 해상 전투 능력을 완성해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이순신이다.
검은 수염과는 다른 길, 물량이 아닌 사거리
이순신은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와 함께, 해상 전투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
티치는 해상 전투 시 금 획득과 함께 유닛 나포로 해군 수를 늘리는 물량전에 특화되어 있다. 전투로 금을 벌고, 그걸로 기반 건물을 제작해 확장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 플레이의 핵심은 나포할 해상 유닛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해상 유닛이 대항해 시대를 중심으로 확장되어가는 만큼, 고대 시대에는 특징을 살리기가 어렵다. 여기에 해군 유지 비용 증가는 후반에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지만, 금 수급이 적은 고대 시대에는 꽤 아픈 손실로 다가온다.
이순신은 숫자보다는 사거리를 두고 전략적 우위로 제해권을 가져가는 지도자다. 시민사회에서 '규율'만 배우면 항만에서 전단장을 바로 얻는다. 규율 자체가 시민사회에서 가장 먼저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인데다, 고대 시대에서 유일하게 전단장을 운용할 수 있는 점은 곧 사거리 우위로 이어진다. 전단장 레벨 두 개만 올려 정찰을 배우면, 공격 사거리가 1 증가한다. 근접 타일 너머에서 공격하는 플레이에 다른 문명 해군은 그저 화살비를 맞고 물속에 잠기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상 유닛으로 처치한 전투력은 과학으로 전환되고, 경험치는 시대당 금 증가로 이어진다. 군사력을 기반으로 과학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과학 건물을 건설하면 전단장 경험치도 얻어, 금과 과학, 그리고 전단장의 공격적 플레이에 시너지가 서로 순환하며 이점을 만들어준다.
다만, 규율을 통한 전단장 획득은 고대 시대에만 가능하다. 대항해 시대, 근대 시대를 시작 시점으로 잡는다면, 일찌감치 레벨을 올린 전단장이 없어 해상 우위를 곧장 점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과학 건물로 전단장 레벨을 올려두고 해상 유닛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면, 과학에서의 이점을 가져갈 수는 있다.
신라-고려? 이순신은 역시 조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센고쿠 일본을 제외하면 다른 일본 문명이 강조되지 않는 데 반해, 이순신은 신라, 고려, 조선 등 한국 문명 모두가 강조 문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이들 문명의 특징 전부가 이순신과 들어맞는 건 아니다.
신라는 교역-외교 중심의 문명, 고려는 문화-외교 중심의 문명이다. 여기에 이순신의 장점을 살릴 해군 중심의 특유 유닛이나 전통 조합은 부족하다. 대신 고려는 주변에도 피해를 주는 공성 유닛 화차와, 특수 지구 점령 이점을 가진 도방의 조합으로 부실한 육상전을 채우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전쟁 중심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면 고려의 영향력이 도움이 된다. 영향력으로 전쟁 피로도 우위를 가져가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은 잘 짜여진 상황에서 이순신과 완벽한 페어를 이룬다. 조선의 특유 유닛 거북선이 해안에서 전투력이 상승하기에,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며 다른 문명의 도시를 초토화시키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낮은 이동력이야 전단장에 소집시켜두면 제한이 없으니 크게 문제될 부분도 아니다.
걸리는 부분은 특유 유닛보다 조선의 성장 방식에 있다. 기본적인 생산 효과는 특유 건물인 향교와 서적원 조합의 서원이 차지하는데, 마을에 건설하면 수도의 인구가 증가하는 식이다. 전통 양법미의 역시 전문화 마을의 식량을 늘려 수도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게 가능하다. 후반에 폭발력을 가지는 문명인 만큼, 고대 시대부터 착실히 쌓아온 기반으로 성장력을 높이는 게 도움이 된다. 아니면 고대부터 조선으로 플레이하며 시간의 시련 전통으로 행복도와 전문가 관리를 하는 플레이도 좋다.
사실 지도자 이순신의 체급이 워낙 좋아, 해안 정착지가 많은 맵이라면 신라-고려-조선, 혹은 조선으로 3시대를 모두 플레이하는 것도 큰 무리가 없지만 말이다.

실전 최적 조합, 카르타고와 촐라
이런 이순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은 카르타고와 촐라다. 카르타고의 전통 '5단노선'은 중무장 해상 유닛의 사거리를 1 늘려준다. 일찌감치 전단장 보너스를 챙길 수 있는 이순신의 해군 특성에 따라, 남들은 사거리 1일 때 혼자 3사거리의 공격이 가능해진다. 해군 능력이 떨어지는 고대 시대 특성상, 3사거리를 앞세운 해군은 폭격기나 다름이 없다.
촐라는 교역 중심 문명으로 여러 옵션이 이순신과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대신 한 턴에 두 번 공격할 수 있는 칼람, 그리고 그 칼람을 소집해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이동력 높은 전단장 오트루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투 중심의 플레이가 쉬워진다.
이후 근대 시대를 조선이나 영국 문명으로 바꿔 플레이하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카르타고와 촐라 문명을 탔다면 대항해 시대에 군사 승리를 달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대신 이렇게 공격적인 문명 트리를 타면 내정 부분에서 더 높게 치고 나갈 뒷심이 부족해지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내정 중심의 문명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플레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쉬운 요소를 메우거나, 특징을 더 강화하는 방식의 플레이가 얼마든 가능한 셈이다. 문명7이 이렇게 지도자와 다양한 문명의 조합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조합하는 데서 재미를 찾는 게임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성능도 바다 위의 군신, 이순신
붓과 칼 컬렉션에 함께 포함된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그가 이끄는 센고쿠 일본 문명은 내정보다는 전쟁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모든 부분이 집중되어 있다. 주는 피해 두 배, 받는 피해도 두 배라는 지도자 특유 능력과, 행복도를 포기하는 대신 전투를 통해 얻는 군단장 경험치로 문화/과학/영향력을 얻는 점 등 모든 부분이 그렇다.

자연스럽게 키 아트부터 라이벌로 묘사된 이순신의 플레이가 이런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비해 부족했다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을 터다. 하지만 지상군에 강점을 가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달리, 해상 위주 플레이로 문명의 성장과 전투 우위를 가져오는 모습은 분명 다른 형태로 전투의 만족도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밸런스 면에서는 지나치게 성능이 좋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이순신인데, 그것 또한 좋지 아니한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