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여 만에 위메이드맥스의 전략적 투자와 카카오벤처스 등 5개 벤처캐피털의 재무적 투자가 연달아 들어왔다. 서비스 중인 게임이 하나도 없는 신생 법인이 받은 투자치고는 이례적인 속도다.
국내에서 인디게임 퍼블리싱은 오랫동안 대형 게임사의 한 부서로만 존재해 왔다. 개발자가 아닌 사업개발(BD) 담당자들이 회사를 나와 전문 퍼블리셔를 세운 사례는 사실상 처음으로 알려진다. 세 사람을 만나 왜 나왔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물었다.

붉은 벽돌집을 짓기까지
레드브릭하우스는 어떤 회사인가.
김혁진 = PC와 콘솔 인디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퍼블리셔다. 이름 짓는 데만 3주가 걸렸다. 셋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주제이기도 하고, 치열했다.
이 씬은 신뢰 쌓기가 핵심이라고 본다. 유저와의 신뢰도 그렇고 개발팀과의 신뢰도 그렇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는 퍼블리셔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결정적으로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막내가 지은 벽돌집처럼, 우리나라 인디게임 개발팀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자는 마음이었다.
아기돼지 삼형제가 나온 배경이 있나.
홍지철 = 기획해서 나온 건 아니다. 빨간 벽돌집을 봤는데 예쁘더라. 회사가 저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농담처럼 공간이 좁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랬더니 김혁진 대표가 테라스에 군용 텐트를 치겠다고 하더라. 바람 불면 날아간다고 받아치다가 아기돼지 삼형제까지 간 거다.
'하우스'를 꼭 붙이고 싶었다. 우리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뭔가 부족하다. 자금이 부족하든 팀원이 부족하든, 적은 인원으로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다. 퍼블리셔를 만나는 일이 너무 딱딱하지 않았으면 했다. 우리 회사에 오면 포근함이나 안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세 사람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나.
김혁진 = 홍 대표가 경영 전반을 맡는다. 경영 관련 의사결정과 투자자 관리, IR과 PR이 그쪽이다. 나는 퍼블리싱 사업을 총괄한다. 이민정 이사는 사업개발을 맡는데, 특히 중국 파트너십이 우리 첫 번째 아젠다여서 그쪽에 집중하고 있다.
홍지철 = 원래 같은 본부에서 일하던 세 명이다. 나는 본부장이었고 두 사람은 실장이었다. 나는 투자와 회사 내부 전략 전반을 봤고 김혁진 대표는 인디에 집중했다. 사실 나보다 레드브릭하우스 대표로 훨씬 적합한 사람이다. 나는 조금 더 투자 전문가고 이쪽은 조금 더 사업 전문가다. 이민정 이사는 한국 게임의 중국 세일즈와 중국 게임 소싱을 전반적으로 맡았던 사람이다.
팀 규모는 이제 9명이 됐다. 임원진과 경영지원 한 명, 사업실장 한 명, 나머지는 전부 브랜드매니저다.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는 담당자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계약이 늘어나는 만큼 그쪽이 계속 충원될 거다.
브랜드매니저를 뽑는 기준이 있나.
김혁진 = 우리 회사의 핵심은 브랜드매니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분들 중에 게임업계 경력이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나도 20년, 사업실장도 10년 한 사람들이라 일은 가르칠 수 있는데 게임은 가르칠 수 없다는 게 우리 모토다. 진짜 그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을 뽑아서 우리가 온보딩하는 편이 결괏값이 훨씬 좋았다. 업계에 있는 분이 일을 못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깊이 빠져드는 레벨이 다르다. 일로 오래 접한 사람과 팬으로 접한 사람의 차이다.
홍지철 = 게임업계 계신 분들은 다 바쁘다. 야근하고 나면 게임 할 시간도 없다. 오히려 진짜 게임에 빠져 사는 분들이 우리와 잘 맞는다. 개발을 못 해도 게임이 좋아서 커뮤니티 활동을 해온 분이라면 환영이다. 교수님들을 만나 보면 제자 중에 그런 학생들이 제일 취직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
창업의 이유: 인디를 위해

전 직장에서 하면 되지 않았나.
김혁진 = 의사결정 속도 때문이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고려할 사항이 많다 보니, 아무리 좋은 게임이어도 서비스 담당자가 없으면 못 가져온다. 큰 회사에서는 그렇다. 작은 회사는 일단 내가 서비스를 시작하면 되고 내가 직접 실무를 하면 된다. 그러다 이 게임에 맞는 사람을 찾아 채용하고 함께 서비스해 나갈 수도 있다. 큰 조직에서는 그렇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없다. 인디게임 퍼블리셔는 작은 조직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홍지철 = 부연하면, 큰 회사는 인디로 한정해도 소싱하는 사람과 서비스하는 사람이 나뉘어 있다. 중간에 테스트하는 팀도 있고, 의사결정 하나에 개입된 조직이 굉장히 많다. 전부 오케이를 해야 계약 하나가 성사된다. 그 부분에서 아픔이 많았다.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케이스가 너무 많았다.
결국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될 문제인데, 하고 싶은 사람과 하기 싫은 사람과 안 해도 되는 사람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으려니 안 되는 거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큰 회사에서는 인디를 못 한다에 가깝다. 다른 것도 하면서 인디도 한다가 아니라, 우리는 '인디만 한다'를 해보고 싶었다.
김혁진 = 예상 판매량이 5만 장쯤 되는 게임이 있다고 치자. 큰 건물 쓰는 회사들은 절대 못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임도 하고 싶다. 소수일지라도 열렬한 지지자가 있는 게임인데 태어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공들여 키운 프로젝트를 놓친 경험이 있었나.
김혁진 = 창업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딱 그 지점이다. 내부를 설득하는 사이에 디볼버나 후디드홀스 같은 해외 퍼블리셔에 다 뺏겼다. 공들여 컨설팅하고 키워놨는데 뺏기니 너무 열이 받았다. 그런데 할 말이 없다. 어차피 우리가 계약을 못 해준 거니까.
홍지철 = 기다린 기간이 서너 달이면 이해가 되는데, 1~2년이면 뺏길 만하다. 발굴해서 막판 테스트까지 가려면 몇 년이 걸린다. 중간중간 가이드를 주고, 이 버전으로는 안 되니 다음 버전까지 가보자고 하고.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비즈니스라고 확신했다.
막상 나와서 하니 우리만 맞으면 된다. 오늘 본 게임을 내일 계약할 수도 있다. 지금 계약을 마친 게 4건인데 올해 안에 8개 정도 될 것 같다. 이거 전 직장에서 했으면 한 건도 못 했을 거다. 큰 회사들이 보지 못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계약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 유치 규모는.
홍지철 = 100억 정도를 유치했다. 그런데 100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느냐보다, 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 인디 쪽은 지원이나 금융의 혜택, 인력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거의 못 받은 날것 그대로의 영역이다. 여기도 어느 정도 플레이어가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 레드브릭하우스 설립을 계기로 우리와 같이 움직일 자금 쪽 파트너를 모집한 셈이다.
주주 구성에 특징이 있나.
홍지철 = 위메이드맥스를 포함해 여섯 곳인데 공통점이 있다. 전부 문화펀드 계정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게임 투자를 이어갈 곳들이다. 인디게임에 투자해 성과를 낸 곳도 있고 지금 투자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분들과 약속한 게 있다. 우리 회사로 끝낼 거면 다른 데 가서 받겠다, 이 계획에 동참해 달라고 했고 흔쾌히 응해주신 분들의 투자를 받았다. 그 부분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래야 인디 업계가 살아난다는 게 그동안 느낀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투자 심사에서는 어떤 검증을 받았나.
홍지철 = BD들이 나와서 퍼블리싱 회사를 차린 케이스가 흔치 않다. 슈퍼 개발자나 슈퍼 PD가 나와 개발사를 차린 경우는 있지만, 처음부터 자체 개발 없이 퍼블리셔를 하겠다는 사례는 못 본 것 같다. 개별 업무 능력은 크게 의심받지 않았다. 우리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시장이 알고 있으니까. 대신 스팀 인디게임 전문 퍼블리셔라는 게 과연 업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 사업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국내에 없던 업태니까. 결국 그들의 판단은 할 만하다였다.
무엇을 보고 고르나, "장점 하나만 봅니다"

레드브릭하우스가 정의하는 인디게임은.
김혁진 = 셋의 생각이 조금씩 다른데, 내 기준으로는 자본이 끊겨도 완성할 수 있는 팀이냐 아니냐다. 지원사업을 받든 투자를 받든 팀을 유지해 온 원동력이 있으니 여기까지 왔을 거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마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본이 정말 바닥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완성해 내는 팀 스피릿, 그게 인디 정신이라고 본다.
홍지철 = 나는 창업하면서 인디냐 아니냐를 따진 적이 없다. 그냥 스팀 게임을 하려고 창업했다. 콘솔까지 확장되면 좋고 나중에 모바일로 가면 더 좋지만, 시작할 때 모바일을 서비스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스팀에 집중하고, 규모가 너무 큰 것은 우리가 못 한다.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작은 게임 잘 만드는 분들과 알콩달콩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 40대 50대도 만들고 대학생도 만든다. 오히려 대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무서워서 못 하는 경우가 많아 도와드리려고 한다.
김혁진 = 계약한 타이틀의 대표님들 중 가장 어린 분과 가장 나이 많은 분을 놓고 보면 아버지와 아들뻘이다.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보나.
김혁진 = 재미가 명확한 게임이다. 보통은 이것 때문에 안 될 것 같고 저것 때문에 안 될 것 같다면서 재단하고 칼질을 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된다. 우리는 장점 하나만 본다. 검토할 때 레퍼런스 타이틀이 다 있는데, 어떤 게임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게임은 안 본다. 장점을 극대화한 게임만 본다. 그게 가장 핵심이다. 그리고 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팀인지도 본다. 액션 로그라이크나 플랫포머를 만든다면서 그 장르를 50시간 해보고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이 많다. 장르 마니아라면 500시간, 1,000시간은 하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수치가 없는 단계에서 판단해야 할 텐데.
김혁진 =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이다. 프로젝트가 탁 오는 순간이 있다. 해보는데 재밌다 싶으면 그때부터 이게 왜 재밌는지를 생각한다. 정리해 보고 다음 날 다시 봤을 때도 설득력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본다. 프로젝트가 아니라 팀 자체가 매력적일 때도 있다. 이번 건 매력이 덜한데 이 팀은 계속 성장하겠다, 다음 프로젝트는 진짜 괜찮겠다 싶은 팀이 있다. 그럴 때는 차기작을 보고 이번 프로젝트를 검토하기도 한다. 특별한 파라미터를 놓고 의사결정하는 건 아니다.
홍지철 = 대신 그 과정을 전 직장에서 겪었다. 테스트했을 때 재미있었는데 지나 보니 잘됐고, 재미없었는데 지나 보니 안 되더라는 통계가 우리에게는 조금 쌓여 있다. 잘될 게임을 발굴하는 건 아무나 못 한다. 대신 이건 진짜 아니다 싶은 걸 걸러내는 일은 연습이 된다. 최소한 우리가 고르면 망하지는 않는다는 확신은 있다.
좋은 프로젝트인데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김혁진 = 좋은 프로젝트여도 바로 계약하지는 않는다. 지금 단계에서 좋을 수는 있는데 내가 그 팀을 모르지 않나.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 팀이 우상향할지 하향할지, 현재가 고점인지 저점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빌드업하는 과정을 좀 더 본다. 정말 매력적인데 그걸 보다가 놓치는 거라면 어쩔 수 없다. 팀의 활동을 보지 않고 현재 빌드만 딱 보고 결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 상태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 팀이 완성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홍지철 = 만나 보면 드러나는 문제도 있다. 게임은 좋은데 팀이 다음 달에 깨질 것 같다든지.
김혁진 = 빌드는 괜찮은데 핵심 개발자가 이미 나갔고 대표만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프로젝트도 많다. 나중에 고백하신다. 계약이 되면 다시 팀을 꾸리겠다는 식이다.
게임 외적인 문제로 무산되기도 하나.
홍지철 = 폭탄을 안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자기들끼리 수익을 n분의 1 하기로 약속해 둔 경우다. 대표가 잘 모르니까 직원들에게 회사에 돈이 들어오면 나누겠다고 오래전에 약속해 버린 거다. 그런데 우리가 MG 계약을 하면 그 돈은 나눠 먹으라고 준 돈이 아니라 개발비로 쓰라고 준 돈이다. 안 나눠준다고 해서 오히려 퍼블리싱 계약 때문에 팀이 깨진다.
김혁진 = 어떤 회사는 6개월 동안 개발팀을 다 모아놓고 저녁을 여러 번 사면서 설명했다. n분의 1을 하면 왜 안 되는지, 지분이 어떤 의미인지, 대표이사가 어떤 리스크를 지는 자리인지. 결국 개인별 인센티브 계약을 맺고 지분은 대표가 갖는 걸로 정리됐다. 6개월이 걸렸다.
우리가 다른 퍼블리셔와 가장 다른 점이 그것 같다. 팀의 자금 상황이나 회사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팀이 무슨 생각으로 모였고 무슨 생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깊게 들여다본다. 이 팀에게 필요한 게 뭔지 먼저 생각하고 맞춤 설계를 한다. 큰 회사는 회사 대 회사로 움직이니 그렇게까지 하기 어렵다. 우리는 조금 더 인간 대 인간으로 간다.
홍지철 = 김혁진 대표에 대해 업계에서 알아보실 기회가 있을 텐데, 평판 관리를 굉장히 잘해 왔다. 계약이나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어도 계속 도와줬고 그런 것들이 지금의 평판이 됐다.
김혁진 = 늘 양손 가득 빵을 들고 다닌다. 한 달에 빵값으로 200만 원 쓴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명 없을 거다. 홍 대표도 개발사에 갈 때 절대 빈손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게 우리 철칙이다.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먹을 것 사준 사람은 안 잊더라.
"모닝콜부터 임장까지 같이 하는 퍼블리셔"

투자사와 퍼블리셔, 두 역할을 겸하는 건가.
홍지철 = 투자사는 아니다. 퍼블리셔다. 투자 기능을 할 수 있고 투자도 하겠지만 전문 투자자는 아니다. 퍼블리싱을 하는 과정에서 개발사의 개발비가 부족하면, 그들이 투자받으러 돌아다니는 대신 우리가 그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같이 큰 그림을 그릴 파트너라면 지분 투자를 하며 IP를 강화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주주들이나 외부에 소개해 자금 조달을 도울 수도 있다. 결국 개발비 조달 이슈인데, 본업인 퍼블리싱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면서 남들은 안 하는 기능이다. 우리는 투자사업본부 출신이니 그 부분을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레드브릭하우스와 계약 후 첫 3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나.
김혁진 = 단계별로 다르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계약했는지, 퍼블릭 데모 버전인지, 출시를 앞두고 있는지에 따라 그 스테이지에 맞는 액션 플랜이 있다. 계약 전에 1.0 버전이냐 얼리액세스냐 넥스트 페스트 버전이냐 퍼블릭 데모냐, 버전 정의를 먼저 다 한다. 그러면 이 버전에서 저 버전까지 갈 때 검증해야 할 것들이 나온다. 마일스톤에 맞춰 하나씩 진행한다. 그 밖에 디스코드 유저를 모아야 할 때가 있고, 레딧 활동이 필요할 때가 있고,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모아 한 번에 퍼뜨려야 할 때가 있다.
홍지철 = 중간에 정부 자금 유치가 들어갈 수도 있고.
김혁진 = 글로벌 PR이 필요한 시점이 있고 온오프라인 이벤트 참여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걸 적시적소에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 퍼블리셔로서의 역할을 물으신 거라면 A부터 Z까지 다 한다. 게임 개발 빼고 다 한다.
홍지철 = 그래서 계약하면 이렇게 합니다라고 공통으로 말씀드리기가 애매하다. 어떤 회사는 자금을 도와줘야 하고, 어떤 회사는 사람 뽑아주는 게 그 순간 제일 중요하다.
김혁진 = 자취방도 구해주고 사무실도 구해주고 임장도 같이 다닌다.
홍지철 = 실제로 그렇게 했다. 같이 자취방 구하러 다녔다. 모닝콜 해달라는 분도 있다. 그것도 되게 중요하다.
어디까지 해주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힌다.
홍지철 = 우리는 좁은 업계에 같이 살고 있는 입장이다. 여러 경험이 체화된 멘토로서 조언하는 게 아니라 같이 플레이어로 뛰는 쪽이다 보니, 조금 더 디테일할 거다.
IP 소유권과 수익 배분은 어떻게 되나.
홍지철 =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원칙적으로 레드브릭하우스는 IP를 홀드하지 않는다. IP는 개발사 소유가 맞다. 영원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우리도 IP를 갖고 싶지 않을 리가 없다. 다만 정당하게 가져야 한다. 투자를 해서 같이 가든지, 리스크를 떠안아야 당당하게 공동 보유라도 하는 거다. 관심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퍼블리싱 계약에서는 원칙적으로 갖지 않는다.
다만 IP를 활용해 모바일 등으로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할 경우에는 추가사업권 형태로 권리를 확보하기도 한다. 이건 김혁진 대표가 워낙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어서 내가 따르는 거다. 나는 욕심이 있는 편이고 이쪽은 욕심이 없다.
김혁진 = 나이브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냥 잘할 자신이 있다. 내가 잘하면 주기 싫어도 주게 되지 않겠나. 인간적인 믿음에 좀 더 기대는 편이다. 그렇게 일해 왔다.
회사 자체도 스타트업이다. 생존 압박은 없나.
홍지철 = 그게 무서운 거다. 잠도 안 오고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투자를 다 마친 뒤에도 그랬다. 투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 회사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다른 스타트업들도 똑같이 겪는 일이다.
김혁진 = 다만 투자사업본부 본부장과 인디투자실장, 중국사업실장이 나와서 인디게임 사업과 중국 사업을 하고 있는 거다. 하던 일을 그대로 하는 셈이라 일반적인 스타트업보다는 안정감이 있다.
판이 바뀐 중국, "인디에서 중국을 뺄 수 없다"

이민정 이사의 경력을 소개해 달라.
이민정 = 게임이 좋아서 해외사업 PM으로 업계에 들어왔다. 카카오에서 쿵푸팬더, 음양사 같은 중국 콘텐츠를 소싱하며 현지 파트너들과 사업개발을 했고, 네오위즈에서는 반대로 아바(A.V.A)와 고양이와 스프를 세일즈하며 IP 판매와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레드브릭하우스에서는 해외 소싱과 세일즈를 통합해, 인디게임이 글로벌로 나가고 단일 게임을 넘어 IP로 확장하도록 전방위로 지원하려 한다.
인디게임에 중화권은 어떤 기회인가.
이민정 = 게임 시장의 절반이 중국 유저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한국 개발자가 독자적으로 진출하면 여러 규제와 제약이 따른다. 판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접 나가도 유저 간 문화 차이나 로컬라이징 이슈가 있어서,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와 전략적으로 협업하려 한다. 중국은 거대한 소비 시장인 동시에 신규 게임이 가장 활발하게 개발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양쪽 측면에서 중국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중국 네트워크에 자신 있다고 보는 근거는.
홍지철 = 예전에 공들였던 대상이 다 바뀌었다. 잘나가는 회사의 라인업도 바뀌었고 담당자도 바뀌었다. 지금은 다시 뚫어야 한다. 콘솔이나 스팀 쪽 중국 시장의 특수성에 맞는 커뮤니티 회사, SDK 플랫폼 회사가 새로 올라와서 커넥션을 전부 새로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그걸 몇 년 전부터 해왔다. 인디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큰 회사들조차 이제 겨우 그들과 친해지는 단계라면, 우리는 별로 다를 게 없거나 오히려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플레이 방식도 매년 달라진다. 플레이어가 달라지고 방식이 달라지고 행사도 매년 새로 생긴다. 예전에는 차이나조이가 중요했지만 요새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진출 경로로는 무엇이 현실적인가.
이민정 =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연동이 복잡해 그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되곤 한다. 현재로서는 스팀이 가장 확실하고 보편적인 통로다. 스팀 출시에 맞춰 현지 핵심 배급 파트너와 협력해 초기 판매 동력과 글로벌 노출을 극대화하는 론칭 마케팅을 전개한다.
출시 전 커뮤니티 구축은 어떻게 하나.
이민정 = 그 부분은 영업 비밀이 있어서 어렵다. 계약하시면 알려드리겠다.(웃음)
김혁진 = 인디게임 하시는 분들은 이제 다 아신다. 비밀이라고 감추는 것도 아니고 컨설팅이라며 여기저기 다 말씀드리고 다니는 중이다. 그런데 한 번은 하실 수 있어도 꾸준히를 못 하시더라.
홍지철 = 타임라인에 맞는 전략이 계속 달라진다. 세상도 달라지고. 사실 정답이 없다.
김혁진 = 그게 핵심이다. 전문가도 없고 정답도 없다. 작년의 스팀과 올해의 스팀은 완전히 다른 문법을 따르고 있다.
게이머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싶나.
김혁진 = 인디게임이다 보니 그래픽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봤을 때 저마다 고유한 재미를 가진 게임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후디드홀스는 전략성 있는 게임만 하고 플레이스택은 체감이 가벼운 게임을 주로 모으는데, 우리는 딱히 그런 특징이 없다. 특정 장르만 모으기에는 우리나라 인디씬이 너무 작기도 하다.
아주 많은 사람이 좋아하든 아주 소수만 좋아하든, 핵심 재미 하나로 만들어낸 작품들이 모인 말 그대로 하우스였으면 한다. 이 집에 가면 그래도 다 괜찮다는 느낌 말이다. 내가 존경하는 회사 중 하나가 유비소프트인데, 다들 욕해도 그 맛을 내는 게 쉽지 않다. 언제 들러도 할 만한 게임이 있는 인디 하우스였으면 좋겠다.
홍지철 = 방금 언급된 퍼블리셔들이 대부분 북미나 유럽에 있다. 인디게임 씬 랭킹에 아시아권 회사가 하나도 없다. 중국도 없고 한국도 없고 일본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색깔을 갖게 될 것 같다. 한국 게임을 많이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장르의 특색 같은 건 아직 우리에게 사치다. 지금은 우리를 믿고 가주는 분들과 갈 뿐이다.
시간이 지나 색깔을 갖고 싶어질 때가 오겠지만, 그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아시아권 퍼블리셔가 없으니 우리가 거기서 탑을 찍는다면, 아시아 색깔의 게임이 많은 곳, K-인디를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계속 차기작을 낼 수 있는 회사로

3년 뒤 어떤 회사가 되어 있어야 하나.
이민정 = 글로벌 톱10이다.
김혁진 = 톱10도 톱10인데, 솔직히 말하면 내 최애 IP 중 하나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다. 이번에 나온 올든 에라가 유비소프트 IP인데 후디드홀스가 퍼블리싱한다. 그것처럼 정말 큰 IP를 우리한테 맡길 만큼 믿음직한 퍼블리셔였으면 좋겠다.
홍지철 = 나는 영업이익 몇 퍼센트를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고 회사의 목표도 그런 게 아니다. 그냥 한국에서 제일 많이 서비스하는 회사였으면 좋겠다. 개수든 성과든, 3년이면 한국 대표는 레드브릭하우스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상장 계획은.
홍지철 = 처음 회사를 만들 때는 당연히 돈을 벌고 싶었다. 돈 안 벌고 싶으면 사업을 왜 하나. 그런데 그 계산이 지금은 안 된다. 할 수도 없을뿐더러 하고 싶지도 않다. 셋 다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주주들도 투자할 때 3년 후에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으셨다. 내가 뭐라고 답했냐면, 지금 회사 설립하느라 머리 아파 죽겠는데 왜 3년 뒤 이야기를 하시냐고 했다. 우리 회사는 시작이 중요한 회사고,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굴러갈 거라고. 발동 거는 순간 달릴 회사이니 빨리 시작하자고 했다. 개발사는 1년 걸리고 2년 걸리겠지만 우리는 아주 작은 일들을 끊임없이 매일 해야 하는 쪽이다.
첫 번째 중요한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100만 장 판매' 같은 것인가.
김혁진 = 솔직히 100만 장은 모르겠다. 내 성공의 기준은 20만 장, 30만 장이다. 거기까지는 내 설계대로 가서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은 내 재주로 못 따라간다.
홍지철 = '셰이프 오브 드림즈' 때도 처음 목표는 20만 장이었다. 출시 직전에 사업부에서 30만, 40만 장은 팔 수 있겠다고 했고, 막상 열어보니 그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그렇다고 이 사업의 목표를 100만 장으로 잡을 수는 없다. 너무 드라마틱한 일이다. 우리 목표는 앞으로도 20~30만 대일 거다.
국내에서는 100만 장이 성공의 기준처럼 인식돼 있는데.
홍지철 = 그건 큰 회사 기준이다. 우리는 20~30만 장만 팔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
김혁진 = 우리 성공의 기준은 이렇다. 개발사와 우리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해 세상에 내보냈고, 거기서 얻은 수익이 차기작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게 성공이다. 계속 같이 갈 수 있는 사업 파트너가 되고 싶은 거니까.
인디게임사를 위한 안내

프로젝트를 제안하려면 어떻게 하나.
김혁진 = 공식 홈페이지에 게임 소개서와 데모를 남겨주시면 된다. 이미 꽤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웬만한 건 내가 먼저 찾아갈 거다.
기획서 단계도 괜찮나.
김혁진 = 기획서 단계도 좋다. 다만 기획서만으로 계약까지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계약 전 단계에서도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돕고 있다.
퍼블리셔를 타진하기 좋은 시점은.
김혁진 = 커뮤니티를 통해 유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인 것 같다. 스토브의 슬기로운 데모 생활이나 자체 디스코드를 통한 클로즈드 테스트가 가능한 시점이라면, 우리뿐 아니라 다른 퍼블리셔들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거다.
계약에 이르지 않아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나.
김혁진 = 물론이다. 최대한 돕고 싶다. 확인되지 않은 낭설 때문에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팀이 간혹 있는데, 게임성에 대한 것 외에는 최대한 피드백드리고 컨설팅해 드린다.
해외 개발사도 대상인가.
김혁진 = 해외 개발사도 검토 중인 프로젝트가 많다. 다만 한국 팀을 우선한다. 한국 팀들이 좋다.
개발사들이 퍼블리셔에 대해 가장 자주 하는 오해는.
김혁진 = 거래 대상으로 보시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내가 가진 걸 내주고 남이 가진 걸 받아오는 거래 말이다. 계약서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계약 후 퍼블리셔와 개발사는 사업 파트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뛰는 아군이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지보다 함께 무엇을 할지를 더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국내 인디게임 생태계를 어떻게 보나.
김혁진 =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오래 활동해오신 분들께는 언짢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인디게임 전문 퍼블리셔가 유독 우리나라에만 없었다는 점이 이제 시작이라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유행하는 장르가 아니어도, 메이저 장르가 아니어도, 자신이 만드는 게임의 재미를 믿으며 게임을 짓고 있는 개발자분들께 작으나마 힘이 되겠다. 디스코드 0명에서 시작해 글로벌 IP가 되기까지 개발사의 사업 파트너가 되고 싶다.
고민하는 개발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김혁진 = 인디게임 개발은 매 순간 마지막 한 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일인 것 같다. 이제 곧 나아지겠지 하며 스스로 희망고문한다는 생각도 드실 거다. 다들 쉽게 가는데 나만 이러고 있나 싶으실 거고. 그런데 전 세계 절대다수의 인디게임 개발자가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오직 내 게임의 재미만 생각하며 유저들과 소통하다 보면 투자도 퍼블리싱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다. 이 게임이 완성될 수 있을까, 서비스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같이 고민할 파트너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