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대전Y가 새로운 확장팩 애니버서리 익스팬션 팩을 5일 출시했다. 애니버서리(Anniversary), 기념일이라는 이름처럼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35주년, 그리고 2,000만 장이라는 기록을 축하하는 확장팩이기도 하다. 35주년을 맞아 등장하는 신작이 없는 만큼, 이번 확장팩이 신작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사실상 슈퍼로봇대전Y의 마지막 확장팩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확장팩 ~가속하는 미래~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을 완결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실제로 그간 다양한 신규 참전작으로 실질적인 플레이어블 기체 늘리기에 집중했던 이전 확장팩과 달리 중간에 끊긴 수성의 마녀 시즌2 참전, 그리고 마징카이저-마징 엠페러 G-겟타 아크로 이어지는 파이널 다이나믹 스페셜과 함께 다양한 크로스오버 합체기를 오랜만에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마무리는 슈퍼로봇대전V를 시작으로 이어진 글로벌 서비스 멀티플랫폼 타이틀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팬들에게 그래도 아직 다음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35주년 기념작으로서의 가치 역시 동시에 안고 있다.

슈퍼로봇대전Y Super Robot Wars Y

슈퍼로봇대Y를 마무리하는 확장팩 - 수성의 마녀 시즌2와 크로스오버 합체기


이번 확장팩은 슈퍼로봇대전30의 확장팩이나 슈퍼로봇대전Y의 첫 확장팩 ~무한차원~과 달리 해당 세이브 파일 그대로 플레이하는 미션 추가가 아니라, 새로운 주차 이벤트 형태로 제공된다. 클리어한 데이터가 있다면 그걸 이어받아 플레이하게 되고, 미션 상황이나 강화 수치는 이어지지만, 클리어 스토리와는 다른 분기 형태로 스토리를 맞이하게 된다.

실제로 게임의 시작은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된 것처럼 멧서가 여전히 함께 있던 시절, 고질라와 싸우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분기 형태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흑막 인물의 추가로 본편과는 달라진 이야기를 체험하는 것이 주된 방향이다.

슈퍼로봇대전Y Super Robot Wars Y
새로운 빌런을 내세우고, 기존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나가는 방식으로 회차 플레이에 변주를 그렸다 ©INVEN

전체적인 작품의 느낌은 서두에 언급했듯 슈퍼로봇대전Y라는 작품을 마무리하는 느낌을 진하게 풍긴다. 35주년 기념 방송을 통해 예고됐듯 그간의 확장팩과 달리 새로운 참전작 다수가 은하와 시공, 우주를 넘어와 집결하는 그간의 방향에서 살짝 벗어났다. 시나리오는 본편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수성의 마녀 시즌2를 오리지널 스토리와 함께 이야기의 중심축 중 하나로 잡고, 그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덕분에 수성의 마녀 시즌2는 시즌1의 빠진 이야기를 더해 꽤 중요한 이벤트들이 전체 화수가 비교적 짧은 이야기 안에 비중있게 다뤄진다. 슬레타가 저지르는 충격적인 살해 장면도 구현됐고, 당연히 건담 캘리번을 비롯한 수성의 마녀 신규 기체들도 여럿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한다. 오리지널 보스로 향하는 길이 주인공 부분의 이야기를 빼면 파편화되어 있었던 기존과 달리, 비교적 집중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슈퍼로봇대전Y Super Robot Wars Y
건담 캘리번의 등장, 그리고 수성의 마녀 시즌2까지의 사건들이 한 축으로 다뤄진다 ©INVEN

원작의 이야기를 어드벤처 파트 속 대화와 게임 속 이벤트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것도 슈퍼로봇대전의 매력이다. 하지만 여러 세계관이 한 곳에서 어우러지는 데에서 슈퍼로봇대전의 재미를 느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팬들을 위한 장면 역시 이번 확장팩에는 준비됐다.

대표적인 게 바로 크로스오버 합체기다. 다른 작품 속 로봇과 합동 공격을 펼치는 합체기는 근래 시리즈에서 굉장히 부실하게 다뤄졌다. 숫자 자체는 적지만, 콤바트라와 라이딘, 빌바인과 엘가임 Mk-II의 합체기 등 슈퍼로봇대전이기에 할 수 있는 합체기 연출을 만날 수 있다. 미션 구성도 합체기와 신규 참전 기체의 쇼케이스 스팟 위주로 스테이지 전개를 구성해놨다.

슈퍼로봇대전30부터 직접 지역을 바꾸며 미션을 선택하는 택티컬 에어리어 셀렉트 시스템 덕에 에이스 파일럿 대화나, 아예 크로스오버만을 위한 어드벤처 파트 대화 등에서 여러 작품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었다. 그래도 전투 연출 자체가 주는 만족감은 분명 그 이상일 것이다. 여기에 대체적으로 기존 DLC보다는 더 힘을 준 듯한 연출 역시 대부분 만족스럽게 그려진다.

슈퍼로봇대전Y Super Robot Wars Y
©INVEN

시스템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이번 확장팩 스토리가 엔딩 기준으로는 과거로 돌아가, 별도의 이야기로 그려지는 일종의 IF 스토리에 가까운 만큼, 해당 내용은 본편을 새로 시작해도 만날 수 없다. 그나마 이번 확장팩 엔딩 이후, 다시 게임 처음으로 돌아가는 대신 확장팩 내용으로만 계속 회차 플레이를 돌릴 수 있기에 ~가속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다시 즐기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부담은 줄었다.

물론 이렇게 게임의 엔딩 이후를 완전히 상정해두고 진행되는 덕에, DLC 캐릭터들도 관련된 이야기 외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그게 슈퍼로봇대전Y라는 이야기의 종결이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어내는 역할도 한다.


V부터 이어진 단점도 여전, 그 속의 개선 - 슈퍼로봇대전이 가는 길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건담 W 5인방의 합체기 G 메테오 포메이션처럼 기체 움직임이 따로 노는 듯한 연출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V-X-T-30-Y까지 이어진 글로벌 서비스 시리즈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일러스트 중심의 컷신이 전투 연출에 많이 담겼지만, 기체 모션이나 움직임의 다양성은 PS2, PS3 시절의 게임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만이 아니라 로봇 애니메이션 업계 전반이 당면한 한계기도 하다. 로봇을 그릴 수 있는 애니메이터나 우주에 흥미를 가진 제작진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주요 고객층의 고령화와 고착화, 정형화된 구조의 반복으로 인한 매너리즘화 문제까지 겹쳐 있다. 완구 스폰서 구조 자체도 축소됐다. 로봇 완구를 대량 유통할 체력을 가진 회사는 반다이남코와 타카라토미 정도로 좁혀졌고, 로봇 애니메이션의 명가들도 장르 자체에서 발을 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로봇을 그릴 수 있는 애니메이터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인물이나 움직임이 적은 기체 컷신이 점점 전투 연출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과거와 다른 고해상도 시대에 접어들면서 작화 난이도는 더 올라갔는데, 그걸 감당할 인력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컷신 연출 자체가 일종의 해법으로 다뤄질 정도로, 빠르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슈퍼로봇대전Y Super Robot Wars Y
캐릭터 아트를 활용한 연출은 고해상도 시대에 맞춰 크게 늘었다 ©INVEN

슈퍼로봇대전Y Super Robot Wars Y
실제로 로봇 중심 연출도 정시 화상에 가까운 수준의 움직임이 크게 늘고, 이펙트로 이를 해결하는 식으로 다뤄낸다 ©INVEN

여기에 비용 증가와 한정된 수요 역시 많은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로봇 크로스오버 게임에는 수많은 로봇 작품의 판권 획득과 원작 성우 섭외 등의 비용 증가 요소가 있음에도 충분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과거 슈퍼로봇대전의 시뮬레이션 RPG 성격을 이어 반프레스토-윙키소프트가 선보인 배틀/리얼로봇전선, 반프레스토가 프롬소프트웨어와 함께 개발한 액션 어나더 센츄리 에피소드(A.C.E.) 시리즈, 선라이즈 소속 작품으로만 구성된 시뮬레이션 게임 선라이즈 영웅담 등 다양한 로봇 애니메이션 크로스오버 타이틀은 모두 그 명맥이 끊겼다.

단일 IP라고 다를 게 없다. 반다이 비주얼은 1999년 '진 겟타로보 세계 최후의 날'을 시작으로 '진 겟타로보 대 네오 겟타로보', '신 겟타로보'로 이어지는 OVA 시리즈화에 겟타를 중심으로 한 게임을 선보였다. 특히 겟타의 원작자 이시카와 켄의 데뷔 30주년이라는 시기가 맞물리며 겟타로보 시리즈만 등장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겟타로보 대결전'을 선보였다. 판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게임이지만, 결국 단일 작품으로 끝이 났다.

사실상 단일 로봇 IP로 게임 확장과 흥행을 동시에 그릴 수 있는 건 현 시대에 건담이 유일한 셈이다. 여타 과거 인기 작품이 오늘날까지 팔리리라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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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콤바트라, 보톰즈, 엘가임, 우주세기 건담 같은 과거 인기작만으로는 이제 흥행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INVEN

과거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PD였던 데라다 다카노부는 슈퍼로봇대전 30주년을 맞아 진행된 덴게키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흥행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1970~8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을 뜻하는 쇼와 작품으로만 참전작을 꾸리는 슈퍼로봇대전을 만든다면 소량 판매만 이루어지기에 가격이 5만 엔은 돼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970년대 마징가Z를 시작으로 한 슈퍼로봇 황금기, 그리고 1988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로 마무리되는 리얼로봇의 한 시대까지 쇼와 시대는 수많은 명작 로봇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게임이 나온다면 타깃층은 50대로 한정된다. 그렇기에 참전작은 과거 기억을 간직한 50대 팬들 대상의 게임은 물론, 새롭게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는 젊은 세대를 위한 작품도 추가되어야 한다. 오랜 시리즈 연혁과 달리,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수백만 장씩 팔리는 흥행하는 게임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 역시 그 어려움 속에서 나왔다. 그렇기에 팬들의 목소리와 현실적 한계 속에서 시리즈는 이어지고, 또 아쉬운 점 역시 나오고 있는 셈이다.


확장된 개발 주기와 공백을 채우는 리마스터, 그리고 미래


그러기에 이번 확장팩은 아쉬움 속에서도,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확장팩이기도 하다. 분명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가격대의 확장팩을 통해, 단순히 게임 내용을 넓혀 나가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 그리고 여러 작품이 한 세계에 그려지며 발생할 여러 상상 속 조합을 게임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부분 말이다. 그리고 그걸 보여주고자 했으면서도 동시에 100%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기도 했고.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결국 대체재가 없는 게임이다. 그게 단순히 하던 대로만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 시리즈를 떠난 팬, 그리고 로봇 애니메이션에 흥미가 없는 젊은 팬, 모두를 만족시킬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DLC로 부족한 부분을 땜질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작품이 주는 만족감을 높여야 한다.

슈퍼로봇대전Y Super Robot Wars Y
파계편 리마스터는 여러모로 슈로대 시리즈 미래에 중요한 타이틀이 됐다 ©INVEN

그리고 그런 노력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매년 출시되던 시리즈는 슈퍼로봇대전30부터 개발 주기를 늘려, 30은 3년, Y는 4년의 기간을 두고 만들어졌다. 급하게 만들지 않는 만큼, 한 작품에 쏟아부을 재원 여력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울 방법으로 꺼낸 게 리마스터다. 시리즈 처음으로 리마스터가 이루어지는 '제2차 슈퍼로봇대전Z 파계편'은 PSP로 출시돼 이제는 즐기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다양한 시대의 참전작 조합으로 새로운 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조합을 갖췄다. 그것도 리마스터라는 방식을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슈퍼로봇대전Y는 오랜 기존 엔진 대신 유니티로 엔진을 교체하며 시리즈의 장기적인 미래를 다시 다지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시리즈의 또 다른 35년을 준비하고 있다. 리마스터, 그리고 신작이 그런 노력, 또 팬들의 목소리에 직접 반영할 게임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속 기대. 그게 이번 확장팩을 끝낸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