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하나둘 공개된 정보 역시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에 대한 기대치를 계속해서 끌어올렸다. 주인공 엠마와 쿠의 디자인부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식물과 융합한 듯한 기묘한 적과 보스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소위 '먹힐 만한' 소재로 가득했고, 공개된 전투 시스템에서는 손맛 하나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게임에 대한 평가는 여러모로 미묘하다. 과연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분명 여러모로 익숙한 요소도 보였지만, 익숙한 건 익숙한 대로 나름의 맛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그렇지 못했다. 좋은 재료를 갖췄음에도 결국 누구나 한 번쯤 맛본 듯한 요리로 완성되고 말았다.

좋은 재료도 잘 요리해야 맛이 나는 법
익숙한 스토리, 받쳐주지 못한 연출과 스토리텔링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의 여러 특징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분명 맛있는, 그것도 싱싱하고 좋은 재료로 가득하다. 멸망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그 세계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식물과 동물이 융합한 듯한 괴물 부식몬, 그리고 그런 부식몬을 처치하고 그들의 부정한 기운을 흡수하는 감정이 결여된 듯한 주인공 엠마와 파트너 부식몬 쿠까지, 매력적인 콘셉트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캐릭터의 면면도 제법 나쁘지 않다. 엠마에게만 보이는 수수께끼의 소녀 바이올렛을 비롯해, 이런 콘셉트의 작품에서 으레 등장하는 조언자 역할의 브래드, 여정의 동반자 카구라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엠마와 쿠의 여정에 함께한다.
물론 냉정하게 본다면 대체로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원래 익숙한 콘셉트라는 게 그런 법이다. 인기가 있기에 그만큼 재생산되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괜찮은 재료와 이를 받쳐줄 양념까지, 적어도 필요한 건 거의 다 갖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완성된 작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좋은 콘셉트와 내러티브를 갖췄음에도 이를 제대로 된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에는 실패한 셈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역시 플롯과 스토리텔링을 빼놓을 수 없다.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의 스토리는 엠마와 쿠가 그 이름대로 매번 부활해 인류를 위협하는 윤회의 짐승을 처치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윤회의 짐승에 맞서기 위해 둘은 여정에서 마주하는 강력한 부식몬 누시(보스)를 처치하고 그 힘을 흡수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명확한 목표와 성장의 이유까지 갖춘 만큼,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의 이러한 내러티브는 여러모로 무난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플롯이다. 모든 챕터의 전개가 거의 똑같다. A 지역에 도착하면 브래드가 근처에 누시가 있다며 찾으라고 하고, 이후 누시의 위치를 찾아 처치한 뒤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된다. 더 심각한 건 이를 보완해야 할 연출마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플롯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 연출에 변화를 줘서 챕터마다 색다른 느낌을 줘야 하지만, 연출마저 비슷하다 보니 챕터가 넘어가도 새로운 느낌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반복은 각 챕터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식물과 동물이 융합한 모습에 마치 '모노노케 히메'의 사슴신처럼 등장과 동시에 주변에 숲을 만들고, 떠난 자리에는 숲이 급격히 말라비틀어지는 등 소위 '뭔가 있어 보이는' 연출을 보여주는 보스들이지만, 정작 그 이상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임팩트 있는 첫 등장과 달리 이후로는 이러한 연출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누시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으니 처치해야 하며, 이를 통해 힘을 얻는다는 단편적인 설명만 제시될 뿐이다.
그나마 보스의 종류라도 다양했다면 이러한 아쉬움이 덜했을지 모르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 실제 보스의 종류는 고작 6~7개에 불과하다. 보스전 자체는 그 이상이지만, 이 역시 강화형이라는 명목 아래 이른바 색놀이 보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스전을 총 10번 치른다고 가정하면 같은 보스를 두 번씩 상대하는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같은 보스를 반복해서 상대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복되는 보스는 패턴이 90% 이상 그대로인 데다 처치 연출, 이른바 컷신까지 동일하다. 새로운 보스와 맞붙는다는 기대감은커녕,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또 이 보스인가'라는 생각부터 들 정도다.

이러한 아쉬움은 스토리텔링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익숙한 콘셉트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소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이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대부분 별다른 연출 없이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대사 역시 대체로 뻔한 데다 캐릭터들이 그저 가만히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매력적인 콘셉트를 전혀 살리지 못한 모습이다.
스토리와 관련해 아쉬운 점은 또 있다. 바로 번역이다. 영어를 중역한 듯한데 기본적인 대사는 대체로 큰 문제없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중역으로 인해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식몬'이다. 일본어로는 '부식체(腐食体)'라고 하는데, 이를 영어의 '블라이트 몬스터(Blight Monster)'를 기준으로 옮기면서 부식몬이라는 다소 어색한 단어가 탄생했다.


물론 영어를 중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대사와 다소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식몬이라는 번역은 볼 때마다 몰입을 방해한다. '부식'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점을 고려하면 일본어의 부식체라는 표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게임프리크가 포켓몬 개발사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어감이다. 어딘지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식체가 부식몬으로 바뀌면서 되려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준다. 센스를 살린 번역이라기엔 오히려 게임의 분위기를 해쳤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부식몬 정도는 아니지만, 이외에도 용어와 관련해 애매한 번역은 한둘이 아니다. 수도의 왕을 '수도의 관리자'라고 번역하거나, 쿠에 대해서는 '흰색의 부식체'라는 표현을 '창백한 부식몬'으로 옮기는 등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번역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번역 문제의 정점을 찍는 건 카구라와 엠마의 대화다. 매번 임무에 나서기 전 엠마는 카구라에게 '다녀올게(行ってきます)'라고 인사하고, 다시 돌아온 후에는 '다녀왔어(ただいま)'라고 말하면 카구라가 '어서 와(おかえり)'로 화답한다. 이 대화는 단순히 반복되는 인사말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오가는 말이며, 작중에서도 이를 고향이자 돌아갈 곳으로 설명하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감정의 기저로 묘사한다.

엠마는 이를 임무에 나서고 돌아왔을 때 그저 기계적으로 내뱉을 따름이지만, 이 대화는 작중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엠마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요소인 동시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사이자 장치이기 때문이다. 감정이 결여된 엠마에게 있어서 감정이라는 싹을 틔울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모판이라고 해야 할까.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대사의 번역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점이다. 단순한 인사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래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리하자면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좋은 재료를 갖췄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독특한 적 디자인, 그리고 손맛을 기대하게 만드는 전투 시스템까지, 분명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연출과 스토리텔링, 심지어 번역에 이르기까지 이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연이어 아쉬움을 남겼고, 결국 좋은 재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누구나 한 번쯤 맛본 듯한 요리로 완성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액션은 좋았다
1인 1견이 만들어내는 더블 액션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액션만큼은 제법 괜찮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패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패리에 성공할 때마다 적의 무력화 수치가 누적되고, 무력화 상태가 되면 처형 액션이 발동해 강력한 일격을 날려서 적을 처치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무력화 수치를 쌓아야 하는 건 아니다. 잡몹부터 보스에 이르기까지 적의 체력을 직접 깎아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패리를 기반으로 한 전투는 얼핏 어렵다는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액션 게임에서 가드는 몰라도 패리는 적의 공격에 맞춰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액션 RPG라는 장르에 맞춰 플레이어가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로 패리 타이밍을 절묘하게 조정했다. 손에 착착 붙는 조작감에 특유의 사운드까지 더해져, 액션만큼은 확실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전투가 패리 하나로 끝나는 건 아니다. 회피도 존재한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패리 타이밍은 제법 넉넉한 반면 회피 타이밍, 소위 무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구간은 매우 짧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액션 게임에서는 회피 시 무적 시간이 긴 편이어서 회피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오히려 반대다. 무적 시간이 워낙 짧아 평소에는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대신 패리할 수 없는 일부 특수 패턴을 피할 때 회피가 빛을 발한다.
미니보스라고 할 수 있는 강적과 보스는 평타와 함께 붉은색으로 빛나는 패리 불가 공격을 섞어 사용하는데 바로 이런 특수 패턴이 회피가 활약하는 순간이다. 재빠르게 거리를 벌려 공격을 피하거나, 패리와 마찬가지로 타이밍을 맞춰 저스트 회피를 발동한 뒤 반격기로 이어갈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액션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셈이다.

버튼 조합을 기반으로 한 엠마의 스킬 메커니즘 역시 개인적으로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엠마의 스킬, 이른바 누시 스킬(검술, 필살기)은 기본적으로 실시간 버튼 조합을 기반으로 한다. 평타 횟수에 누시 스킬을 조합해 각기 다른 기술을 발동하는 방식으로 화려한 연출만큼이나 위력도 강력하다. 제대로 적중하면 강적의 체력을 단숨에 절반 이상 깎는 것은 물론, 무력화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누시 스킬이 만능에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발동하려면 전용 자원인 결속 게이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를 채우는 게 어렵지는 않다. 패리에 성공하면 크게 차오르고, 패리에 실패해 가드가 발동하면 한 칸씩 줄어드는 방식이다. 패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이지가 차오르기 때문에, 결속 게이지가 부족해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강력한 데다 자원까지 쉽게 모을 수 있는 누시 스킬이지만, 명확한 단점도 있다.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가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화려한 액션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엠마의 체력은 꽤 낮은 편이라 잡몹의 공격 몇 대만 맞아도 쓰러질 수 있다. 잡몹을 상대로는 강력한 성능을 앞세워 손쉽게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지만, 강적이나 보스가 상대라면 빈틈을 노려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력한 성능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함께 지녔기 때문이다.

엠마가 버튼 조합을 통해 실시간으로 화려한 액션을 펼친다면, 파트너인 쿠는 자동 전투와 턴제 커맨드 방식을 기반으로 전투를 보조한다. 자동 전투 자체는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끔 잡몹 한두 마리를 알아서 처치하기도 하지만 강적을 상대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쿠의 진면목은 개화 스킬에 있다. 잡몹의 방패를 깨는 것부터 속박으로 보스의 빈틈을 만드는 것, 약점 속성을 노려 큰 대미지를 주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보조한다.
개화 스킬 역시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발동하려면 전용 자원인 FP가 필요한데, 이 역시 결속 게이지와 마찬가지로 패리에 성공하면 차오른다. 결국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의 전투는 자연스럽게 적의 공격을 패리해 결속 게이지와 FP를 채우고, 개화 스킬로 빈틈을 만든 뒤 누시 스킬로 큰 대미지를 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실시간 액션의 화려함과 턴제 RPG의 커맨드 전투 요소를 적절히 조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원거리 무기를 주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었다. 이런 콘셉트의 게임에서는 원거리 무기가 어디까지나 보조 무기에 머무르거나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달랐다. 원거리 무기 스킬을 중심으로 능력치를 올리고 각종 장비를 조합하면 원거리 무기만으로도 보스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준수한 전투 메커니즘을 갖춘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이지만, 역대급 액션으로 만개하기에는 아쉬운 점 역시 적지 않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아무리 화려한 액션이라도 이를 받아주는 적이 있어야 타격감이 살아나는 법. 괜찮은 전투 시스템과 화려한 액션 역시 다양한 적을 상대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하지만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

적과 관련된 가장 큰 아쉬움으로는 종류를 들 수 있다. 잡몹이라 할 수 있는 적은 크게 봐도 10종류가 채 되지 않으며, 그 몇 안 되는 적들마저 챕터 1~2에서 대부분 등장한다. 심지어 그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골렘 계열은 서로 간의 차이도 크지 않아 다양한 적이 등장한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점 더 강력하고 기괴한 적을 기대하게 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그나마 누시라도 다양했다면 이러한 아쉬움이 조금은 덜했을 테지만, 보스는 오히려 더 심각하다. 앞서 언급했듯 종류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패턴도 크게 어렵지 않다. 실제로 전체 보스전의 80~90%는 첫 트라이에서 처치할 수 있을 정도였고, 몇 번 죽어 재도전한다고 하더라도 5번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전투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해야 할 보스전이 이 정도이니, 나름 잘 만들어진 액션조차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보스전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난도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전투 설계 자체가 반복적이고 지루하다는 점이다. 정해진 일부 패턴을 계속 반복하는 데다 전투 도중 불필요하게 거리를 벌리는 경우도 많다. 액션을 끊임없이 이어가도 부족할 상황인데 이처럼 전투의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 잦다 보니, 기껏 잘 만들어놓은 액션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
꽉 찬 육각형이 되지 못한 게임
액션과 OST만 좋았다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띄는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도저히 즐길 수 없을 정도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엠마와 쿠를 비롯한 캐릭터의 외형은 제법 매력적이고, OST 역시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만 이런 장점을 엉성한 연출과 스토리텔링, 반복적인 구성이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탐험 요소도 장단점이 뚜렷하게 갈린다. 곳곳을 직접 탐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래플링 훅을 비롯해 나무로 된 머리카락을 뻗어 발판을 만들거나, 2단 점프 시 나무줄기로 발판을 만들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 탐험을 보조하는 요소도 나름 알차게 갖췄다.
문제는 그 결과물이다. 숨겨진 강력한 보스를 만난다거나 강력한 아이템을 얻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탐험을 유도할 명확한 동기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보상은 평범한 수준에 그친다. 굳이 지도를 펼쳐 들고 '저기에는 뭐가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좇아 찾아다닐 이유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작은 육각형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액션과 스토리, OST를 비롯한 여러 요소가 고르게 빛나는, 이른바 꽉 찬 육각형 같은 게임을 지향했으리라. 하지만 좋은 재료와 나름의 가능성을 갖췄음에도, 이를 하나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빚어내는 과정에서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각 요소가 서로의 장점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수작이 될 수 있었던 가능성만 범작 속에 흩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