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블록체인 자회사 넥스페이스와 AI 게임 제작 플랫폼 버스에잇(Verse8)이 지난 6월 8일부터 29일까지 연 글로벌 게임잼 '메이플스토리 바이브 캠프'에서 3주 동안 693개의 게임이 만들어졌다. 그중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더 캠프파이어' 부문에 오른 작품은 다섯. '예티야, 여길 봐!(Say Cheese, Yeti!)'가 그 안에 있다.

만든 사람은 한 명, 걸린 시간은 나흘이다.

제작자 정유진 크리에이터는 개발자가 아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장애인활동보조와 게임 QA를 거쳐, 지금은 치매 어르신과 아동을 위한 인지·여가 콘텐츠를 만든다. 게임 아이디어는 늘 있었지만 번번이 기획서와 콘셉트 영상에서 멈췄다. 코딩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엔 달랐다. 육아휴직 중이던 그는 아이가 잠든 밤 10시부터 새벽 2~3시를 개발 시간으로 삼았다. 낮에는 화면을 멀리한 채 노트에 우선순위를 적었고, 게임을 만들다 말고 맵 편집기부터 만들었다. 제작에 들어간 건 마감 나흘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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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크리에이터와 아이

장애인 복지시설, 게임 QA, 치매 노인·아동 콘텐츠 디자인. 이 경로를 관통하는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며 1~2학년 때는 장애인활동보조사로 일했습니다. 휴학 중에는 게임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QA에 지원했고, 2년을 일했습니다. 복학 후 현장실습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돼, 지금은 치매 어르신과 아동을 위한 인지·여가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경력처럼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계속 같은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떻게 해야 더 편하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지요. QA에서는 남의 결과물에서 결함을 찾고 사용자 입장에서 검증하는 법을 배웠고, 디자인 업무에서는 그 문제를 실제 화면과 연출로 푸는 법을 배웠습니다.

출발점은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던 때였습니다. 담당하던 분께 게임을 설명하다 막힌 적이 있는데, 드래그나 아이템처럼 저에게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던 말이 그분께는 처음 듣는 개념이었거든요. 그 경험이 제 대상을 정해줬다기보다 제 취향을 만들어줬습니다. 규칙이 서너 개를 넘지 않고 한눈에 이해되는 콘텐츠를 좋아하게 됐으니까요.


개발 경험 없이 '만들어 보자'로 넘어간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코딩을 할 줄 몰라서,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획서와 그림, 애니메이션이나 콘셉트 영상까지 만드는 데서 끝나곤 했습니다. 프로토타입까지 갔다가 협업 개발자의 사정으로 중단된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그때 내 손을 떠나는 순간 게임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바이브 코딩을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기획부터 배포까지 제가 끝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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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작업 목록

육아휴직 중 아이가 잠든 시간을 쪼개 개발하셨다고요. 하루 리듬은 어땠나요?

당시 아이가 8개월이라 하루가 아이 기상에 맞춰 아침 6~8시에 시작됐습니다. 낮에는 아이에게 화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저도 모니터를 멀리했고, 대신 노트와 머릿속으로 규칙과 화면 흐름, 필요한 리소스처럼 중간에 끊겨도 되는 일을 정리했습니다. 밤에 미리 짜둔 프롬프트는 낮에 돌려놓고 모니터만 꺼뒀습니다. 아이를 보는 동안에도 작업은 돌아가고 있는 셈이라, 저녁에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하면서 다음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제 구현과 그래픽은 아이가 잠든 밤 10시부터 새벽 2~3시까지, 하루 평균 네다섯 시간이었습니다. 주에 서너 번은 아이가 새벽에 깨서 그마저도 통으로 쓰지 못했고요. 밤에 앉아 "뭐부터 하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그날은 없는 날이라, 낮에 우선순위를 정리해두는 일이 실제 개발만큼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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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 이후에 시작되는 개발

나흘밖에 없는데 곧장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요?

원래 '메커톤(메이플스토리 해커톤)'에 참가하면 만들어보려고 생각해둔 아이디어였습니다. '태초에 버섯이 있었다'에 맞춰 몬스터마다 미니게임을 하나씩, 열 개를 묶는 구상이었는데 메커톤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대로 접어뒀습니다.

그러다 마감 나흘 전, "코딩 없이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홍보 배너를 봤습니다. 제가 오래 막혀 있던 지점이 그대로 적혀 있더군요. 곧장 뛰어들 수 있었던 건 기획이 이미 서랍에 있었기 때문이고, 나흘이라는 조건이 열 개를 하나로 줄이게 만들었습니다.


덜어낸 기능 중 아까웠던 게 있다면요?

상호작용 기믹입니다. 맵에 놓인 눈사람이나 얼음 조각 같은 오브젝트에 예티가 부딪히면 그때마다 다른 반응이 나오게 하려던 기획이었습니다. 사진이 찍히는 순간의 포즈와 표정이 상황마다 달라지는 셈이라 같은 맵에서도 결과물이 훨씬 풍성해졌을 텐데, 핵심인 사진 촬영의 완성도를 지키려고 통째로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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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커톤 준비 당시 프로토타입(제미나이 사용)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게임으로 옮길 수 있다'고 판단하셨나요?

현장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메이플을 즐기는 연령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 지나가다 들른 사람까지 '헤네시스 점프킹'이나 '루디브리엄 미니게임' 앞에 서서 설명 없이 바로 시작하더군요. 특히 롯데월드의 '메이플 용사가 되어보자'가 인상 깊었습니다. 현장에서 인기가 제일 많았고, 같이 간 일행과 저도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저는 이게 현장이라서 되는 게 아니라 규칙이 그만큼 얇아서 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옮겨도 그대로 작동하겠다고 판단했고요.

또 하나 눈에 남은 건 거대한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거기서 '캐릭터를 조종하는 게임'이 아니라 '유저가 캐릭터의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어주는 게임'을 떠올렸습니다. 규칙의 뼈대는 테일즈런너에서 한시적으로 열렸던 '센터는 나야나' 모드와, 고양이 사진을 찍는 게임에서 가져왔습니다.


'예티는 왜 달리는가'에 답을 내기까지, 폐기한 답도 있었나요?

그 질문은 사실 원작에 답이 없어서 생겼습니다. 원작 '예티의 비밀'에는 페페가 길치인 예티 등에 타서 방향을 알려준다는 관계만 있을 뿐, 둘이 어디로 왜 가는지가 없거든요. 처음에는 '달리니까 레이싱'에서 출발해 '무서운 몬스터에게서 도망치려고'나 '맛있는 간식을 찾으려고' 같은 이유를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쫓기거나 배고파서 달리는 예티는 신나 보이지가 않더군요. 결국 '누군가에게 예쁜 사진으로 남고 싶어서 달린다'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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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에서의 체험(1)

원작에서 가져온 것과 새로 만든 것의 경계는 어떻게 그으셨나요?

원작에 있는 건 건드리지 않고, 원작이 비워둔 자리만 채웠습니다. 페페가 길치인 예티 등에 타서 방향을 알려준다는 관계는 그대로 두고, 원작에 없던 목표와 장르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단순 레이싱이었는데 제한 시간 안에 촬영 지점을 차지하는 타임어택 구조로 바꾸고, 거기에 사진 촬영을 얹었습니다.

그래픽에도 고르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기존 예티·페페 그래픽은 제가 잡은 귀여운 콘셉트와 맞지 않아서 '슈퍼 예티 x 핑크빈 월드' 이벤트의 예티 그래픽을 가져왔습니다. 대신 그 소스에는 페페가 없어서 페페만 따로 합성해 붙였습니다.


판당 사진 10장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배경 설계 방식도 궁금합니다.

사진 장수는 한 판 길이에서 역산했습니다. 현장에서 본 것처럼 짧게 끝나는 스낵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한 판을 먼저 짧게 잡고 촬영 간격으로 나눴더니 처음에는 열다섯 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판이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열 장으로 줄였습니다.

배경은 맵마다 콘셉트를 먼저 정했습니다. 예티가 사는 마을, 페페의 마을, 슈피겔만이 외계인을 소환하는 곳 같은 식이었고요. 각 콘셉트에 맞는 오브젝트를 타일 높이별로 나눠 배치한 뒤, 카메라에 잡히는 구도를 미리 그려보고 비어 보이는 자리를 채워 넣었습니다. 뒷배경과 오브젝트는 흐릿하고 회색 톤을 주어 원경이 느껴지도록 리터칭했습니다. 사진이 결과물인 게임이라, 맵을 만든다기보다 찍힐 배경을 만든다는 감각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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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스 제작 파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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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시안) 포토샵으로 맵 컨셉 및 발판 디자인 제작(1)

첫 빌드가 나오기까지 어떤 순서로 작업하셨나요? 첫날 프롬프트도 기억나시나요?

접속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머릿속에 있던 UI 레이아웃과 뷰를 화면에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시각적인 뼈대가 있어야 기획이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빈 캔버스에 캐릭터와 타일을 배치해 아트워크의 톤을 맞춘 뒤, 핵심 루프인 '캐릭터가 달린다'를 붙였습니다.

첫 입력은 짧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그동안 써둔 기획서를 통째로 넣는 것이었습니다. 요지는 이랬습니다.

[예티 등에 탄 페페를 조작하는 4인 파티게임을 만들고 싶다. 바닥에 카메라 촬영 영역이 나타나면 제한 시간 안에 중앙으로 이동하고, 사진이 찍히는 순간 중앙에 가까운 순서대로 점수를 얻는다.]

이후로는 외부 AI에 기획을 먼저 보완시키고, 개발 AI가 실행할 수 있도록 단계를 나눈 뒤 넣는 식으로 바꿨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4인 대전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예티 한 마리만 놓고 조작이 되는지, 카메라 영역이 뜨는지, 중앙에 있을 때 점수가 붙는지, 시간이 지나면 그 화면이 실제 사진으로 찍히는지를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이 핵심 루프가 도는 걸 보고 나서 스킬을 붙였고, 그다음 점수 계산과 게임 종료, 타이틀 같은 나머지 화면을 이어갔습니다.

그래픽과 UI는 제가 방향을 잡아 직접 만들었고, 기능 구현은 버스에잇과 대화하며 작은 단위로 확인했습니다. 디자인을 빼고 한 판이 끝까지 돌아가는 빌드가 나온 건 이튿날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순서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예티 한 마리로 시작해 스킬과 AI 상대까지 붙인 다음에야 멀티를 붙여봤는데, 정작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멀티였으니 그게 되는지부터 확인하고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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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프롬프트

처음엔 AI를 검색엔진처럼 쓰셨다고요. 전환 전후 프롬프트를 비교해 주세요.

처음에는 "이런 파티게임을 만들어줘", "멀티게임에는 어떤 기능이 필요해?" 처럼 답을 바로 요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AI는 일반적인 게임 기능을 잔뜩 제안했고, 그중에는 제 시간과 역량으로 손댈 수 없는 것도 섞여 있어 결과물이 기획과 겉돌았습니다.
바꾼 뒤에는 조건부터 깔았습니다.

[마감까지 4일밖에 없다. 나는 기획, UI, 그래픽, 애니메이션은 직접 할 수 있지만 전통적인 개발 경험은 없다. 새 기능을 더하지 말고, 내 기획에서 빠진 부분과 기술적으로 위험한 부분을 검수해달라.]

그러자 제안의 폭이 제 손에 닿는 범위로 좁혀졌습니다. 정리하면 순서를 바꾼 게 전부입니다. 먼저 일정 제약을 알려주고, 그다음 제가 AI 없이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그러고 나서 기획 내용을 전달한 뒤, 마지막으로 그 기획이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는지 검수를 맡기는 순서였습니다.


한 번에 잘 된 영역과 반복이 많았던 영역을 나눠주신다면요?

한 번에 잘 나온 건 캐릭터 이동과 물리, 스킬 세 가지입니다. 배경 연출이나 눈 효과처럼 보이는 것도 대체로 한 번에 나왔는데, 애먹은 건 그걸 어디에 놓느냐 쪽이었습니다.

반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건 UI입니다. 맵은 편집기를 만들어 끌어다 놓을 수 있었지만, UI는 대화창에 이동 수치를 적어야만 결과를 볼 수 있었거든요. PC 기준으로 잡은 UI가 모바일에서는 너무 작아 모바일용을 따로 만들고 배치도 다시 잡아야 했습니다. 실제 기록에는 배경 오브젝트 위치를 수정한 요청이 십 분 사이에 연달아 들어가 있습니다. UI만 놓고 보면 수십 번은 다시 돌렸을 겁니다. 그래픽도 AI로 생성한 뒤 최소 한 번씩은 제가 직접 리터칭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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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변화 전

타일 하나에 프롬프트 하나가 필요하자 맵 편집기를 직접 만드셨습니다. 결심한 시점은 언제였나요?

처음에는 오브젝트 하나를 추가하거나 위치를 바꿀 때마다 좌표를 텍스트로 설명해 프롬프트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맵 하나의 완성도를 올리려면 수십 개를 배치하고 계속 미세 조정해야 하는데, 생성마다 몇 분씩 걸렸습니다. 나흘 안에 맵 세 종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고, 도구를 만들자고 결심한 건 그 계산이 선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포토샵 같은 디자인 툴만 만져본 사람이라, 화면에서 직접 끌어다 놓고 눈으로 확인하며 배치하는 방식이 몸에 익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던 그 창에 대고 '오브젝트 목록에서 에셋을 고르고, 화면에 끌어다 놓고, 위치와 크기·회전을 저장하는 간단한 편집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게임보다 도구를 먼저 만든 셈인데, 개발 도구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제가 늘 하던 작업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려던 것이었습니다.


위치 데이터를 JSON으로 추출해 반영한 방식도 설명해 주세요.

처음 만든 편집기에는 배치를 마치고 저장을 눌러도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원인이 보이지 않아서 "안 되는데 고쳐줘" 같은 프롬프트로는 해결되지 않았고, AI와 반복해서 대화하며 어디서 끊기는지를 하나씩 좁혀갔습니다.

결국 배치 정보가 클라이언트에만 남고 서버에는 저장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저장을 누르면 X·Y 좌표와 레이어 순서가 JSON 텍스트로 추출되게 한 뒤, 그 데이터를 본 게임의 맵 로딩 로직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근본 원인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AI의 도움을 받아도 똑같더군요. 결과적으로 프롬프트를 수십 번 반복하지 않고 화면을 보며 맵을 조정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짧은 기간 안에 세 종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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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편집: 오브젝트 이동 및 위치 정보

공식 IP 에셋은 어떻게 탐색하고 고르셨나요?

맵 콘셉트가 먼저 잡혀 있어서, 중요도가 가장 높은 예티와 페페부터 검색해 괜찮아 보이는 리소스를 몇 개 추리고 거기에 맞춰 연출과 개발을 구성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캐릭터, 배경 오브젝트, 스킬 이펙트, 충돌 효과, UI 사운드, 승패 연출처럼 필요한 목록을 만들어 역할별로 나눠 탐색했습니다.

예티 스킬은 '슈퍼 예티 x 핑크빈 월드'에서 실제로 쓰였던 것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메이플 팬게임처럼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이스터에그를 넣고 싶었거든요. 아쉬웠던 건 검색이 키워드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제 기억 속 '헤네시스 마을'을 그대로 치면 버섯 같은 결과가 먼저 나오고, 정작 원하던 건 다른 결과들 사이에 섞여 있었습니다.


사운드와 이펙트를 바로 받아 쓸 수 있는 건 1인 제작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나요?

결정적이었습니다. 캐릭터와 UI는 직접 만들 수 있어도 스킬 이펙트와 사운드를 나흘 안에 같은 품질로 만드는 건 무리였고, 저작권 없는 소스를 찾아다니는 데만 시간을 다 썼을 겁니다. 공식 라이브러리에서 이펙트와 사운드를 전부 가져다 쓸 수 있었던 덕에, 나흘짜리 결과물이 임시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메이플스토리 세계 안의 게임처럼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예티 머리에 페페가 올라탄 조합은 공식 에셋에 없었습니다. 예티의 달리는 프레임과 페페 이미지를 각각 내려받아 포토샵에서 프레임 단위로 크기와 위치, 실루엣을 맞춰 합성한 뒤 하나의 스프라이트 시트로 묶어 다시 업로드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동과 스킬 동작에서 둘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지 게임 화면 안에서 반복해 확인했습니다.


배포하고 반응이 들어오기까지 어땠나요? 그 반응을 보고 고친 사례도 궁금합니다.

버스에잇에서 배포하면 버튼 하나로 링크가 나왔고, 받은 사람은 설치 없이 바로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링크를 SNS에 올려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부탁했습니다.

남편이 현업 게임 QA라 테스팅 쪽으로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셔터 카운트다운 표시는 원래 없던 기능인데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고 넣었고, 셔터존을 벗어나면 예티 머리 위에 안내 UI가 뜨는 것도 같은 경로로 만들었습니다. 촬영 카운트다운도 처음엔 7초였는데 너무 촉박해서 어렵다는 의견을 받아 10초로 늘렸습니다. 장애물 충돌 판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피드백을 받고는 충돌 박스를 보이는 이미지보다 살짝 작게 조정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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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 충돌 판정을 개선하기 위해 히트박스 시각화(초기)

모르는 이용자의 첫 반응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제가 모르는 첫 이용자는 지인의 또 다른 지인이었습니다. 게임을 거의 해본 적 없는 분이었고, 반응은 "귀엽다"였습니다. 기뻤는데 동시에 답답했습니다. 이게 아닌데, 분명 고칠 데가 있고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었고, 그래서 냉정한 피드백이 간절해졌던 것 같습니다.

사실 QA로 일할 때 저는 남의 결과물에서 문제점을 찾아 전달하는 일을 힘들어했습니다. 찾는 건 할 수 있었는데, 개발자분이 자리로 와서 재현 스텝이나 개선점을 물어보시면 내가 트집을 잡아 화나신 건 아닐까 겁부터 먹었거든요. 이번에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야 그게 화가 아니라 자기 결과물에 대한 애착이었고,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던 자세였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가장 도움이 된 피드백 한마디는요?

버스에잇 검수팀에서 받은, 맵 높이가 너무 높다는 지적입니다. 원래는 2층에 올라가려면 무조건 1층의 특정 타일을 밟고 뛰어야 해서 동선이 하나로 정해져 있었는데, 그 지적을 받고 더블점프를 넣어 바로 닿을 수 있게 했습니다. 갈 수 있는 길이 여러 개가 되면서 인게임이 훨씬 다채로워졌습니다.


친구들이 승리보다 '누가 더 웃기게 찍히는지'를 겨뤘다고요. 다음 버전에 반영하고 싶어진 게 있나요?

그걸 보고 나서는, 시간 때문에 잘라낸 포즈와 표정 변화를 다음 버전에 꼭 넣고 싶어졌습니다.


버스에잇 기능 중 '없었으면 완성하지 못했다'고 꼽을 하나와 '개선되면 좋겠다'고 느끼신 점을 말씀해 주세요.

대화만으로 기능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그 시행착오를 비용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었던 환경입니다. 개발 지식이 없다 보니 같은 말을 자연어로 여러 번 반복하거나, 감을 잡기 전까지 엉뚱한 방향으로 명령을 넣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게 허용되지 않는 조건이었다면 끝내지 못했을 겁니다.

개선되면 좋겠는 건 UI를 화면에서 직접 만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맵은 편집기를 만들어 해결했지만 UI는 끝까지 대화창에 수치를 적어야 했고, "20픽셀만큼 아래로"가 화면에서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짐작으로 넣고 확인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온라인 PVP는 매칭이 끝내 정상 작동하지 않아 공식 버그로 접수했고, 지금도 고치는 중입니다.


원작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바뀐 순간이 있었나요?

원래 제 생각은 모든 기획에는 기획자의 의도가 숨어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쪽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휴대폰 배경화면을 기본값 그대로 씁니다. 디자이너가 그 기기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디자인하려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테니, 그 의도를 그대로 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페페를 예티 머리에 합성했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만 바뀌었을 뿐 설정은 그대로였으니까요. 걸렸던 건 '예티는 왜 달리는가'에 원작에 없는 답을 붙였을 때입니다. 설정을 더한 셈이라 이래도 되나 싶었고, 지인들에게 프로토타입을 보여줄 때도 원작과 다른 방식이라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웃긴 사진을 서로 자랑하며 노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그 안에서 자기 재미를 찾고 있었거든요.


공식 IP 에셋을 쓸 수 없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공식 에셋을 쓸 수 없었다면 아마 아이디어 자체가 떠오르지 않아 만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만들었다면 오리지널 캐릭터였을 텐데, 그러면 이 게임을 왜 하는지, 이 캐릭터가 왜 사진에 찍히려 달리는지부터 설득해야 합니다. 메이플은 오래 서비스한 만큼 다양한 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어서 "아, 이런 콘셉트?" 하고 바로 넘어가 주거든요. 그 첫 고비를 건너뛰게 해주는 게 IP의 힘이라는 걸 이번에 실감했습니다.


임신·육아 기간의 단절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오셨나요?

임신 후반기부터는 바깥 활동이 거의 없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주변에 결혼이나 임신을 한 친구가 아직 적어서 이 시기의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마땅치 않다 보니 제가 먼저 사람을 안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아이를 중심으로만 돌아갔고, 가족과 남편이 정말 잘 도와주는 편인데도 마음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 싶었습니다. 돈이 들지 않고,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남은 체력만큼만 쓰면 되는 게 바이브 코딩이었습니다. 육아와 같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것뿐이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혼자 있지만 누군가와 같은 걸 하고 있다는 감각도 필요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루시(LUCY)와 플레이브, 미세스 그린 애플, 보컬로이드 곡을 틀어두고 작업했습니다. 특히 루시의 최상엽 님이 팬들과 각자 자기 공부를 하는 '엽터디'라는 라이브 방송을 하시는데, 육아 때문에 라이브 시간에는 맞추기 어려웠지만 지난 영상을 틀어놓고 댓글로 참여 인증을 꾸준히 남기면서 개발했습니다. 혼자 하면 분명 못 할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누군가에게 말해둬야 제가 해낼 것 같았거든요.

그 시기에 저를 가장 불안하게 한 건 외로움보다 "내가 아직 뭘 만들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의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제 게임을 해봤다는 소식이 필요했던 건, 위로가 아니라 확인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게임을 만들면서 피드백을 부탁하느라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것도 참 좋았습니다.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꼭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우울하면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는 말을 들으실 수도 있는데, 저는 목표 없이 나갔더니 방황하다 돌아오기만 했거든요.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해보고 싶었던 걸 각자 상황에 맞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시도해보셨으면 합니다. 어디에든 흔적을 남겨보고, 내가 예전에 뭘 좋아했는지 한번 짚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엄마이기 전에 무언가를 좋아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육아에만 올인하다 보면 오히려 갇히게 되더라고요. 방 안에 저와 아기 단둘이 있는데 아기가 울면, 그 울음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처럼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만 집중하지 말고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면, 세상에 비하면 아기는 참 쪼그맣더라고요. 저는 목표가 하나 생기면 체력을 나눠 써야 하니 육아까지 더 지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빨리 재우고 작업해야지" 하면서 힘이 났습니다. 물론 혼자 버티기 어려울 땐 주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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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움이 됐던 엽터디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예티야, 여길 봐!'는 계속 손볼 생각인데, 지금은 멀티플레이 문제를 붙들고 난항을 겪는 중입니다. 사진을 자랑하는 SNS 게시판과 랭킹은 그래픽까지 만들어둔 채 개발만 못 한 상태로 남아 있고, 그다음으로는 포즈와 표정 변화를 넣어 매 판 다른 사진이 나오게 하고 싶습니다. 저장되는 결과물이 사진이니, 그 이미지를 그대로 올리기만 해도 홍보이자 놀이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욕심을 내면 오프라인 현장에서 플레이한 사진을 인쇄해 가져가게 하는 것도 해보고 싶고요.

시즌2도 제 실력을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싶어 참가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나흘 동안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가족에게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새 게임도 이미 시작하셨다고요.

시즌2 출품작은 아니고 별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데, 이번엔 좀 실험적으로 가보려 합니다. 출발점은 이번 게임에서 아쉬웠던 두 가지입니다. 멀티는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반감된다는 점, 그리고 한 번 하고 나면 다시 들어올 이유가 약하다는 점이요. 그래서 다음은 혼자서도 되고 다시 찾게 되는 쪽으로 잡고 있습니다. 버스에잇에는 게임이 아닌 작품들도 있다 보니, 뽀모도로 앱처럼 매일 열어보게 되는 형태로 뻗어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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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빠져있는 뽀모도로 형태의 '나의 아늑한 작은방'


이번 경험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요?

저에게 개발은 늘 미지의 영역이었고, 개발자에게 넘기는 남의 몫이라 동경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코딩을 배워보겠다고 덤볐다가 헬로월드만 찍고 접은 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번에 제 손으로 끝까지 해본 게 정말 뜻깊었는데, 그러고 나니 이번엔 홍보가 만만치 않게 어려운 영역이라는 게 보이더군요.

산 넘어 산이라고, 홍보를 위해 만화도 그리고 계정도 만들고 여러 가지 시도 중입니다. 성격상 뭔가를 자랑하고 표현하는 게 너무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매일 배우고 도전할 게 자꾸 늘어나니 뭐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부끄럼이 많아 결승 마감일 3일 전까지 게임 만든 걸 주변에 이야기도 못 했어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해보기 전엔 동경이었는데, 해보고 나니 호기심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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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티' 홍보에 사용했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