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란 각 시점의 산업 구조를 보여주는 결과물'

13일 간담회를 통해 2026년 지스타를 알린 지스타 사무국은 게임 전시회를 이렇게 정의했다. 도쿄게임쇼가 콘솔 게임 중심인 이유는 일본 시장은 콘솔 게임이 중심이기 때문이고, 지스타 역시 지금의 한국 게임 산업을 그대로 비춘다는 설명이었다. 스스로를 들여다본 자기 객관화치고는 나쁘지 않은 정의다. 하지만 그 정의를 오늘 발표에 그대로 되돌려 적용해보면, 오늘 지스타가 무엇을 보여주는지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지스타, 더는 찾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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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 전시장의 명단은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BTC 전시장은 비즈니스 상담 기능을 덜어낸, 관람객이 직접 보고 즐기는 공간이다. 하지만 지스타를 주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주요 회원사 중에서 BTC 제1전시장에 부스를 차리는 건 웹젠이 유일하다. 특히 호요버스, 넷이즈의 조커 스튜디오, 빌리빌리, 센추리 게임즈 등의 부스가 전시장을 채운다. 사실상 중국계 퍼블리셔의 컨벤션에 가까운 구성이다.

실제로 현장은 행사의 향방을 알리는 간담회보다는 청문회에 가까웠다. 국내 대형사 불참, 위상 퇴색 평가, 정체성 훼손 우려까지.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는 평이다.

특히 부스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장에서는 중국 게임사가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제2전시장에 시연존 형태로 참여하는 세가와 코에이테크모의 참가 이야기만 답으로 나왔을 뿐이다. 국내 참가사 역시 앞으로 더 추가될 예정이라지만, 행사까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쇼의 얼굴이 될 사전 간담회에서도 공개하지 못했는데, 지금 공개된 수준보다 더 규모 있는 국내 게임사 참가가 이루어질지도 쉬이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지스타의 모습은 올해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스타의 위상 하락과 대형 게임사 이탈 우려는 매년 행사를 할 때마다 불거져 나왔다. 조영기 조직위원장도 이런 지적을 '항상 받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늘 받는 질문이라는 표현은 다르게 읽으면 늘 같은 답을 하고,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자인으로도 읽힌다. 다시 주어진 1년의 시간,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가, 이번 간담회를 통해 나온 명단이 그 답이다.

조직위가 내놓은 해명도 정작 오늘의 지스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지스타는 신작을 최초 공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행사라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그러니 공개할 대형 신작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유치할 게임사 역시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내 대형사들은 이미 신작을 들고 글로벌 게임쇼를 찾는다. 엔씨, 크래프톤, 펄어비스는 개막 전야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에서, 또는 단독/공동 부스를 통해 게임스컴에 참가한다. 특히 도쿄게임쇼에는 넥슨, 엔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이 게임을 출품하거나, 단독 부스를 마련해 현장 팬들을 맞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TGS를 찾는 기업들이다.

붉은사막으로 참여하는 펄어비스 정도를 제외하면, 출시를 앞둔 타이틀부터 미공개 신작까지 모두 해외로 향한다.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 지스타에는 없다던 국내 대형사들의 신작들이 대거 공개된다. 신작이 없는 게 아니라, 신작을 가진 회사가 지스타를 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외연 확장'이 조직위 말처럼 전략으로 와닿지 않는다. 게임사가 비워버린 부스, 콘텐츠의 자리를 자동차 협업과 롱폼 온라인 콘텐츠로 메우는 일, 그건 확장보다는 대체, 성장이 아니라 땜질처럼 느껴진다.

컨퍼런스 행사인 G-CON의 건재함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세계적 개발자들의 합류로 컨퍼런스로서 입지가 커진 G-CON은 올해도 알찬 라인업을 예고했다. 위쳐3 개발진부터,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의 키타세 요시노리와 하마구치 나오키, 미카미 신지, 하데스의 그렉 카사빈까지 게임업계 거물들이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이병헌/장항준 감독,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 픽사 애니메이터까지 게임 바깥의 창작자까지 끌어들이며 진짜 확장을 그렸다.

이 성취가 오히려 조직위 스스로를 궁지로 몬다. 사무국은 전 세계 유수의 개발자와 창작자를 부산까지 데려올 역량과 네트워크를 이미 증명했다. 그 역량으로도 채우지 못한 게 정작 국내 게임사의 부스였다면, 화살은 행사를 만드는 조직위가 아니라 자기 회원사 하나 오게 만들지 못한 협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공식 취임한 조영기 위원장은 한국게임산업협회장과 지스타조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이번이 두 직책을 함께 맡고 치르는 두 번째 지스타인 만큼, 겸직 효과가 있다면 협회 회원사와 지스타 참가사는 겹쳐야 정상이다. 하지만 두 자리를 겸하고도 결과물은 분명하다. 연회비 1억 2000만 원짜리 부회장사 자리를 넷마블에 이어 컴투스, 위메이드가 차례로 반납하면서 12곳이던 부회장사는 9곳으로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와 에픽게임즈코리아는 아예 탈퇴했고, 이사사였던 블리자드코리아는 일반사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BTC 참가 명단엔 협회 주요 회원사 중 웹젠 하나만 남았다.

조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새로 합류한 6~7개 회원사를 성과로 내세웠다. 대형사가 등을 돌린 자리를 중소 회원사 숫자로 메우는 셈법은, 산수로는 맞을지 몰라도 리더십의 증거는 아니다. 정작 그 이탈을 묻는 질문 앞에서 돌아온 답은 '고민은 많지만 명확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였다. 부산시는 같은 자리에서 391억 원을 붓고 2030년 제3전시장 준공을 이야기했다. 한쪽은 숫자와 준공 연도까지 못 박았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산업을 대표해야 할 자리가 1년째 내놓은 답이 고민 중이라는 한 문장이라면, 겸직은 두 자리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게 아니라, 책임질 사람을 지우는 쪽으로 작동한 셈이다.

산업 구조를 보여주는 게 전시회라면, 올해 지스타는 그 일을 참으로 완벽하게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