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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명: 토라이즌 텔레콤(Torizon Telecom)
개발사 : 스카고게임즈
주요 태그 : #FPS, #슛뎀업, #선형, #텍스트 기반 모든 것이 텍스트로 구성된 기묘한 공간, 가로막는 모든 적을 쏘며 나아가는 클래식 하이퍼 슈터
모든 3D 그래픽 에셋이 텍스트와 단어로 구성된 이색적인 비주얼의 FPS 게임이 BIC 2026 현장을 찾았습니다. 스카고게임즈(SkagoGames)가 개발 중인 '토라이즌 텔레콤(Torizon Telecom)'이 그 주인공이죠.
사실 FPS는 그 옛날 '둠' 시절부터 각종 그래픽 기술의 첨단을 달리던 장르였으니 어지간해서는 비주얼이 이색적이라는 말을 쓰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이색적이라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모든 그래픽 요소가 아스키 아트와 텍스트 타이포그래피로만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죠. 공간을 구성하는 벽과 바닥은 물론, 손에 쥐는 총기와 날아오는 탄환, 적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게임 내 모든 사물이 오직 '문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특유의 그래픽은 처음 접했을 때는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곧바로 글자를 보면서 그게 어떤 오브젝트인지, 어떤 아이템인지 바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죠. 언어 설정을 변경하면 인게임 세계를 구성하는 문자들의 언어 체계가 통째로 바뀌는 실험적인 연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체 어떻게 이런 걸 구현했을까 싶지만, 개발자가 별 거 아니라고 털어놓은 노하우는 게임개발을 겉핥기로 배운 사람은 전혀 못 알아들을 내용이었습니다. 비결을 물어본 인디 개발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걸 보면, 아마도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비결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게임에서 그래픽과 아트는 중요한 요소지만, 게임플레이 완성도 역시도 주요 관건입니다. 이 부분에서 토라이즌 텔레콤은 정말 그래픽 스타일과 혼연일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텍스트로 구성된 투박한 그래픽을 처음 봤을 때 문득 둠이나 퀘이크가 떠올랐는데, 딱 그 클래식 하이퍼 슈터의 감성을 100%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잡다한 요소는 다 집어치우고 심플하게 각 구간을 오가면서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시원하게 쏘고 달리는 것에만 집중한 런앤건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죠. 맵 구성도 지극히 단순하고 좁아서, 몇 번 트라이하면 바로바로 뚫고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지뢰나 자폭병 등 한 방에 주인공을 컷할 위협은 여기저기 널려있지만, 죽었다고 해서 별도의 페널티가 있는 건 아니라서 몇 번이고 트라이해서 뚫어버리는 쾌감도 바로 느낄 수 있었고요.
현 시연 버전에서는 돌격소총, 산탄총, 저격소총, 기관단총 네 가지 무기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적이 대량으로 등장하는 만큼 장탄수가 극히 적은 저격소총과 조금 거리가 멀어지면 위력이 급감하는 산탄총은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신 탄퍼짐이 적어서 안정적으로 난사할 수 있는 돌격소총과 기관단총은 그 옛날 하이퍼 슈터의 개틀링건 쏘던 감성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방방 뛰면서도 에임을 잡아서 상대를 집요하게 공략하던 그 느낌은, 조금 과장하면 퀘이크3의 우주공간 맵의 그 치열한 접전이 연상됐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바닥을 미처 못 보고 날뛰다가 그대로 낙사하는 감각도 비슷했고요.
세계관과 서사적 배경 역시도 90년대의 또 다른 클래식, '시스템 쇼크'의 기묘한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조금 더 플레이를 쭉 이어가다 보면, 쇼단이 장악한 우주 정거장 시타델이 연상될 정도로 기괴한 광경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죠. 기계적으로 딱딱하게 명령을 던지고 통제하는 관리자는 물론, 주인공이 죽었을 때 뜨는 문구도 그 차가운 느낌과 맞닿아 있습니다. 더군다나 모든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무한의 텍스트 세계 '텔레콤' 안에서, 감정과 자아마저 통제당한 채 작전에 투입되던 주인공이 알 수 없는 이상현상을 겪으며 세계의 진실과 '자아'의 실체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시연 버전의 엔딩도 의미심장합니다. 90년대 후반에 '시리얼 익스피리먼트 레인'이나 여러 작품을 통해서 자주 언급되던 주제들이 다시 나온 그런 느낌도 들고요.
'토라이즌 텔레콤'은 아방가르드한 텍스트 그래픽이라는 파격적인 비주얼 시도 속에서도 탄탄한 클래식 슈터의 기본기와 강렬한 타격감, 그리고 미스터리한 무드까지 꽉 잡은 수작입니다. 올해 출시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이번 BIC에서는 오프라인 온리로만 참가했으니, 만일 BIC 2026에 왔다면 이 작품은 꼭 접해보기를 권합니다. 독특한 아트에 슛뎀업-런앤건 스타일의 클래식한 슈팅 감각, 기묘한 주제 의식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기 떄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