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8월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CCP게임즈' 매각에 딸린 조건이 실렸다. 매수인에게 최대 1억 달러를 배상할 수 있는 연대보증을 2030년 5월까지 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반기말 환율 1,541.5원을 적용하면 1,542억 원이다. 매각은 4월 30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5월 6일 종결됐고, 매각 대금은 1,771억 원으로 공시됐다. 이 보증은 매각 공시 단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펄어비스, CCP 팔고도 1억 달러 보증 4년
펄어비스 과천 사옥 '홈 원' ©INVEN

기업을 팔 때 파는 쪽은 사는 쪽에 "우리가 파는 회사는 이런 상태다"라고 약속한다. 세금 문제가 없고, 걸려 있는 소송이 없고, 지식재산권에 하자가 없으며, 재무제표가 정확하다는 식이다. 나중에 그 약속과 다른 사실이 드러나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브 온라인' 개발사 CCP를 판 주체는 펄어비스 본사가 아니라 아이슬란드 자회사인 'Pearl Abyss Iceland ehf.'다. 이 자회사가 매수인 'Second Genesis ehf.'에 진술보증을 했다. 문제는 이 자회사가 6월 25일 이사회에서 해산이 결정돼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이다. 청구할 상대가 사라진다.

그래서 펄어비스 본사가 자회사를 대신해 갚겠다는 연대보증을 섰다. 보고서 채무보증 현황에 보증 금액은 1억 달러, 보증 기간은 거래 종결일인 5월 6일로부터 48개월로 기재됐다. 주석에는 "매각 대금의 100%를 보증 한도로 적용한 금액"이라고 적혀 있다.

지금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매수인이 진술과 다른 사실을 입증해야 발동하는 조건부 채무다. 재무제표에 충당부채로 잡혀 있지도 않다. 회사가 지급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뜻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146억 원과 단기금융상품 3,857억 원을 보유해 최악의 경우에도 지급 여력은 있다.

1억 달러 보증 위험은 적다. 매수인은 CCP 현 경영진이다. 자신이 몇 년간 운영한 회사를 사는 쪽이 "몰랐다"고 주장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경영진 인수에서는 진술보증 조항을 완화하거나 생략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거래는 한도를 100%로 잡았다.

중단영업 손익은 별도로 정리됐다. 상반기 CCP 관련 영업수익 315억 9,611만 원, 영업비용 483억 9,318만 원에 처분이익 304억 4,223만 원이 더해져 중단영업이익 165억 7,958만 원이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143억 5,131만 원 손실이었다. 펄어비스는 2018년 CCP를 2,550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결 이익잉여금은 7,904억 471만 원이다. 주주환원은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으로만 이루어졌고, 6월 12일 소각으로 김대일 의장의 지분율은 36.66%에서 37.48%로 올랐다. 보유 주식 수 변동은 없다.

사옥을 담보로 1,500억 원을 조달했다. 장기차입부채가 562억 원에서 712억 원으로 늘었다. 상반기에 150억 원을 새로 빌렸다. 담보로는 펄어비스 홈 원(과천) 토지와 건물에 1,500억 원, 펄어비스 아트센터(안양)에 134억 4,000만 원이 설정되어 있다.

빅게임스튜디오가 17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11월 30억 원에 취득한 지분 19.5%의 장부가액은 310억 8,200만 원이다. 이 회사의 최근 사업연도 순손실은 176억 8,200만 원, 총자산은 127억 8,900만 원이다. 손상 인식은 없다.

가상자산 보유 규모가 236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말 235억 8,949만 원이던 연결 가상자산 장부가액은 14억 195만 원이 되었다. 상반기 중 USDC 1,525만 45개를 처분했고, 테조스·이더리움·비트코인·솔라나 등은 CCP 매각으로 연결에서 빠졌다. 남은 것은 USDC 93만 478개, USDT 8만 9,206개, 그리고 장부가액이 0원인 DFA 83만 164개다. 보고서는 취득 목적을 '단순 투자'로 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