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GAME
게임 너머
‘게임 너머’는 게임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게임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신화와 역사, 실제 사건과 문화, 그리고 개발자의 상상력이 하나의 게임이 되기까지. 게임 밖의 이야기를 통해 게임을 조금 더 깊게 바라봅니다.
“게임은 재미있다. 하지만, 알고 하면 더 재미있다.”

7월, 한 영화가 개봉했고, 곧장 전세계를 강타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오디세이'. 기원 전 1,200년 경, 자그마치 3천 년 전의 서사를 기반으로 만든 이 영화는 그 엄청난 제작비를 초단기간만에 모두 상환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극장에서 본 '오디세이'는 충분히 그럴 만한 작품이었다. 아이맥스는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일반관에서 보았음에도, 한 인간의 이야기에서 재미를 넘은 압도가 느껴졌다. 근거 없는 흥행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리고, 8년 전, 우리는 '오디세이'라는 이름을 다른 곳에서도 보았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중에서도 재미로는 탑 클래스에 드는 작품.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원전 '오디세이아'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일단 시대적 배경으로도, 오디세이아의 배경인 트로이 전쟁은 기원전 1194년 정도의 머나먼 과거지만,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배경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기원전 430년 경 벌어진 일로 700년 이상의 차이가 있다. 현재와 여말선초 시대 정도의 차이다.
그럼에도, 두 미디어는 '오디세이'라는 고유 명사를 공유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있다.
SPOILER WARNING
스포일러 주의
본 기사에는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핵심 전개와 결말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BEYOND GAME · 01
오디세우스의 끝에서, 카산드라는 출발한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주인공은 카산드라(혹은 알렉시오스이지만, 카산드라가 캐논이니 카산드라고 통칭)다. 스파르타 태생으로 케팔로니아 섬에서 자라난 이 청년은 케팔로니아 섬 인근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던 중 '엘페노르'라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고, 스파르타의 '늑대'에 대한 암살 임무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리스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 초반의 무대가 되는 '케팔로니아' 섬이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고향 '이타카'섬의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이타카 섬은 헤엄 쳐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그려지며, 섬에는 오디세우스의 궁전을 비롯해 에우마이오스의 돼지 농장과 멜란티오스의 염소 농장 등, 오디세이아 원전에서 영감을 얻은 중요한 장소들이 등장한다.

이 이타카 섬에 첫 발을 디디게 되는 계기 또한 '엘페노르'의 의뢰인데, 엘페노르는 중요한 임무인 '늑대 암살' 이전에 카산드라의 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한 테스트 임무로 도적들에게 빼앗긴 귀중품을 회수해달라 부탁한다. 그리고, 그 귀중품이 바로 오디세우스의 부인인 '페넬로페'가 짜던 '수의'다.
영화 '오디세이'를 본 이라면 알겠지만, 영화 속에서 페넬로페(앤 해서웨이 扮)는 러닝 타임 내내 수의를 짜고 있다. 영화 상으로는 정확히 수의의 주인이 밝혀지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오디세우스'의 수의를 짜는 것 처럼 보이지만, 원전 상으로는 시아버지인 '라에르테스'의 수의이며, 이게 바로 '페넬로페의 수의'다.

하여튼 그렇게 발을 디딘 이타카 섬에서, 카산드라는 오디세우스 궁전을 장악한 도적들에게 붙잡힌 여인 '오데사'를 만나게 된다. 자신을 오디세우스의 후손이라 믿고, 이름마저 그렇게 지어버린 '오데사'는 오디세우스와 같은 대단한 모험을 꿈꾸고 있으며, 카산드라는 그녀를 설득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퀘스트의 이름은 '작은 오디세이'다.
카산드라의 시대에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이미 너무도 먼 옛날의 지나간 전설이 되었다. 오디세우스의 궁전은 폐허가 되었고, 페넬로페의 수의는 고대 유물이 되었으며, 스스로를 오디세우스의 후손이라 믿는 여인이 머나먼 과거의 영웅처럼 되길 원하며 이타카 섬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끝난 곳에서 기나긴 카산드라의 여정이 시작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건, 페넬로페의 수의를 찾고, 오데사를 설득하는 이 간단한 퀘스트는 사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라는 작품, 그리고 '오디세이아'라는 원전의 주제를 완전히 관통하는 일종의 예고편과도 같은 퀘스트라는 점이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가족을 모두 잃은 카산드라가 복수를 위해 시작한 여정에서 오해를 풀고 다시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인 오디세우스가 10년에 걸친 모험과 방황 속에서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오데사는 오디세이를 모험담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가족에게 돌아가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오디세이아'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서사에서 중요한 것은 모험 그 자체가 아니다. 모험 끝에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는가, 그리고 그곳에 누가 기다리고 있는가다. 뭐... 그와 별개로 오데사는 선택에 따라 카산드라와 눈이 맞아 같이 여행을 떠나 버린다. 이 정도는 게임적 허용이라 봐도 될 것 같다.
BEYOND GAME · 02
유비소프트가 가져온 것. 그리스 세계로의 여정, 그리고 '크세니아'
늑대의 암살을 수주한 카산드라는 케팔로니아 섬 남부에서 패악질을 부리던 외눈박이 도적 두목 '키클롭스'를 해치우고 포로로 잡혀 있던 선장 '바르나바스'를 구출하면서 그의 배인 '아드레스티아'를 보답으로 얻게 된다.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식인 거인이던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에 비하면 좀 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거나 똑같이 키클롭스를 해치웠다.
하지만, 이후의 여정은 사실 '오디세이아' 원전과는 굉장히 다른 형태를 띈다.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온갖 모험을 겪는다. 앞서 말한 폴리페모스 외에도 라이스트뤼고네스를 만나 선원 대부분을 잃기도 하고, 키르케와 눈이 맞아 한동안 머무는가 하면 스킬라와 세이렌에게도 단단히 당한다. 모든 병사를 잃고 난 후엔 칼립소와 함께 7년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카산드라'의 여정은 오디세우스와는 사뭇 다르다. 전장인 메가리스를 거치며 '늑대'가 자신의 아버지인 '니콜라오스'임을 알게 되고, 이 니콜라오스가 자신의 친아버지가 아님을 안 후엔 델포이와 아테네, 낙소스, 스파르타, 아르카디아, 보이오티아를 여행하며 가족 구성원들을 하나씩 모은다. 오디세이아가 이미 존재하지만 너무 오래 전에 떠나온 가족에게 돌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라면,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이미 풍비박산이 나 버린 가족들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두 작품에도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수많은 섬을 항해하며 새로운 모험과 여행을 겪는다'라는 것이다.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는 정말 끊임없는 항해를 거친다. 이스마로스에서의 약탈을 시작으로, 로토파고이를 만나 환대받고, 폴리페모스를 격퇴하고,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가서 고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얻지만, 부하들의 호기심 때문에 실패하고 라이스트뤼고네스의 영역에 표류하는 등, 배를 타고 진짜 온갖 모험을 다 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카산드라'또한 똑같다. 아드레스티아를 얻은 순간부터 게이머에겐 '항해'가 열리는데, 이후의 퀘스트 흐름은 비선형적 구조를 띈다. 레벨에 따라 필드 난이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대로 다닐 수는 없지만, 그리스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쌓아간다. 그 중에는 우호적인 접근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적대적 접근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화 '오디세이'를 보면, '제우스의 법'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크세니아(Xenia)'라고도 불리는 이 관습은 사실 성문화된 법은 아닌, 그리스 세계를 관통하는 일종의 공통 규범에 해당했는데, 영화 상에서는 손님이 '모습을 숨긴 신'일 수 있으니 지킨다고 묘사된다.
이 '크세니아'에도 일종의 순서가 있었다.
제우스의 법, 크세니아(Xenia)
① 낯선 사람을 받아들인다.
②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
③ 필요하면 씻을 곳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④ 그다음에야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⑤ 떠날 때는 경우에 따라 선물과 안전한 귀로까지 제공한다.
⑥ 손님 역시 주인을 존중하고 호의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②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
③ 필요하면 씻을 곳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④ 그다음에야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⑤ 떠날 때는 경우에 따라 선물과 안전한 귀로까지 제공한다.
⑥ 손님 역시 주인을 존중하고 호의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오디세이아'는 내용 전체가 이 '크세니아'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파이아케스'의 사람들은 오디세우스를 환대하고, 오디세우스는 그 이후에 자신의 모험담과 정체를 이야기하며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는 배도 제공받는다. 반대로 '폴리페모스'와 '페넬로페의 구혼자들'은 크세니아를 어긴다. 폴리페모스는 손님으로 대접해야 할 오디세우스의 병사들을 오히려 잡아먹어 버리고, 구혼자들은 손님의 의무를 위반한다. 종막에 이르러 오디세우스는 거지 행세를 하며 귀국하고,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크세니아에 따라 거지 차림의 오디세우스를 접대하지만, 구혼자들은 오디세우스를 모욕한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이야기에서, 카산드라 또한 완벽한 이방인이다.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케팔로니아'는 초반 이후 다시 올 일이 없으며, 수많은 새로운 섬과 지역을 탐험한다. 게임은 크세니아를 게임의 시스템으로 구현하지 않았지만, 카산드라로 하여금 끊임없이 '크세니아가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으며, 게이머의 입장을 '크세니아가 중요했던 그 시대, 그 공간'에 둔다. 이방인으로 온갖 지역을 돌아다니는 카산드라의 이야기가 성립할 수 있는 배경이다.

BEYOND GAME · 03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신화 해체, '영웅'에서 '철'의 시대로
'오디세이아'의 세계는 인간과 신의 경계가 지금보다 훨씬 희미하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로서 모습을 바꿔가며 그의 귀향을 돕고, 포세이돈은 자신의 아들 폴리페모스를 눈멀게 한 오디세우스에게 분노해 바다를 뒤흔든다. 헤르메스는 키르케에게 붙잡힌 오디세우스에게 직접 나타나 마법에 저항할 방법을 알려준다.
때문에 오디세우스에게 신화는 신화가 아니다. 신은 실제로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 괴물은 바다 건너 어딘가에 실제로 살며, 인간은 때때로 신의 혈통을 이어받는다. 우리가 오늘날 그리스 신화라고 부르는 것들이 오디세우스에게는 현실의 일부다.
이 세계를 고대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헤시오도스다. 호메로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에서 인류의 역사를 황금, 은, 청동, 영웅, 철의 다섯 시대로 나눴다. 그리고 트로이와 테베에서 싸웠던 영웅들을 자신보다 앞선 ‘영웅의 시대’에 배치한다.

오디세우스는 바로 그 영웅들의 마지막 세대에 속한다. 트로이 전쟁이 끝났고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 같은 수많은 영웅은 이미 죽었다. '오디세이아'는 살아남은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이아'은 영웅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순간에 놓여 있다.
헤시오도스는 그 다음의 시대, 자신이 사는 현재를 ‘철의 시대’라고 불렀다. 신들과 가까웠던 위대한 인간들의 시대는 이미 끝났으며, 이제 인간에게 남은 것은 노동과 고통, 갈등으로 가득한 세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카산드라는 헤시오도스보다도 훨씬 뒤의 사람이다.
때문에, 카산드리가 살아가는 그리스 세계는 오디세이아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르다. 여전히 사람들은 제우스와 포세이돈, 아테나를 숭배하며, 델포이의 신탁은 개인 뿐 아니라 도시국가의 중대한 정책에도 큰 영향을 준다. 신앙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신화'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시대인 셈이다.

이 시점에, '어쌔신 크리드의 세계관'이 개입한다. 게임은 인류가 오랫동안 신이라 생각했던 존재와 기적을 선주 종족인 '이수' 문명의 기술이라는 방식으로 재해석했으며, 미노타우로스나 메두사 같은 괴물들도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닌, 선주 문명의 잔해로 묘사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신탁은 굉장히 신성한 행위였지만, 게임 내에서는 신탁에 인간 집단의 정치적 개입과 조작이 가해지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수'라는 선주 종족의 존재를 배제하고 생각한다면, 이미 게임 내 배경, 즉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기원 전 5세기 말의 그리스는 인간의 이성이 작용하는 시대다. 카산드라가 만나는 인물의 면면 또한 소크라테스와 페리클레스, 히포크라테스 등 신화가 아닌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다.
이렇게, 유비소프트는 신화의 시대가 아닌, 그보다 먼 미래인 '인간의 시대'를 배경으로 과거의 신화들을 해체하면서도, '카산드라'를 조금 특별한 위치에 두었다. 소크라테스와 대화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일각을 차지하는 '역사 속 인물'이면서도 이수 문명을 다루고, 비현실적 괴물들과 싸우는 '신화 속 영웅'처럼 다룬 것이다.
이는, 유비소프트가 어째서 이 작품의 부제를 '오디세이'로 남겼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헤시오도스의 구분에 따르면 카산드라는 '철의 시대'를 걷는 인물이지만, '영웅의 시대'의 인물들과 비슷한 경험을 겪는다. '오디세이아'라는 원전에 신의 개입과 신화적 요소들이 즐비했기에, 신화가 전설과 농담이 되어버린 시대를 배경으로 삼음에도 '카산드라'라는 인물과 세계관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오디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BEYOND GAME · 03
'Nostos', 귀향의 이야기.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가 '오디세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는 위에도 설명했지만 상당히 다양하다. 서사의 출발점이 비슷하고, 그리스 전역을 누빈다는 점도 그러하며, 이미 신화가 사라진 시대임에도 세계관과 인물의 특이성을 내세워 영웅의 시대에 걸맞는 주인공을 그려냈다는 점 또한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오디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두 작품이 모두 'Nostos(νόστος)', 즉 '귀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오디세이'는 장대한 모험담의 대명사로 쓰였다.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도 그러하며, '원피스 오디세이'도 마찬가지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좀 경우가 다르지만(이쪽은 훨씬 복잡한 무언가가 있다) 여튼 이 쪽도 원전과 서사의 줄기는 많이 다르다, 이 작품들은 각각의 서사를 담고 있지만, 사실 '오디세이아'라는 원전의 이야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디세이아가 지닌 의미 중, '수많은 세계를 넘나들며 겪는 모험담'이라는 의미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반면,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이 수많은 'XX 오디세이'중에서도 원전과 가장 비슷한 핵심을 담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앞서 말한 '귀향'이다. 차이점이라면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가는 영웅이지만, 카산드라는 집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영웅이라는 점이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플레이한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카산드라의 가족사는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스파르타의 장군집 금수저였던 카산드라는 동생 알렉시오스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신탁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 사건으로 가족은 산산이 분해된다. 여기에 알고 보니 아버지도 사실 양아버지였고, 그 슬하에 또 다른 아들(스탠토르)이 한 명 있는가 하면, 알고 보니 친아버지는 '피타고라스(중학생들이 배우는 그 정리의 피타고라스)'였고,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적들의 영웅이 되어 살아오면서 철권 못지 않은 콩가루 가족사를 보여준다. 게다가, 카산드라의 여정 시작은 애초에 가족을 찾으려고 여정을 나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정의 과정에서 카산드라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깨닫는다. 암살 대상이었던 '늑대'가 자신의 아버지 니콜라우스라는 걸 알게 되고, 죽은 줄 알았던 동생 '알렉시오스'가 '데이모스'라는 이름으로 살아 있으며, 존재를 감춘 어머니 '미리네'는 낙소스의 지도자가 되어 있고, 알고 보니 자신은 스파르타 왕가와 이수 문명을 다룰 수 있는 특수한 혈통이라는 것 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겪으며 카산드라는 여정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이 과정에는 게이머의 선택이 더해진다. 어린 시절, 타이게토스 산에서 박살나 버린 가족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과정을 겪을 수도 있고, 양아버지고 동생이고 다 없애버린 후 고독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이중 많은 이들이 선택할 굿 엔딩, '가족의 재결합'을 목표로 삼을 경우 카산드라는 그리스 전역을 누비며 이 흩어진 가족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모든 가족이 하나의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게임은 엔딩을 맞는다.
이 '식탁'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라는 작품에서 카산드라의 '집'과 같다. 스파르타에서 장군집 첫째 딸로 지내던 시절과도 다르며, 그리고 케팔로니아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던 한량 용병이었던 과거도 다르다. 타이게토스 산에서 파멸을 겪었던 가족은 그 때 그대로의 모습을 띄지 않는다. 카산드라(게이머)의 행적에 따라 식탁에 앉는 인물의 수는 달라지며, 극단적으로는 아무도 없이 카산드라 혼자 식탁에 앉는다.

어찌되었건, 수많은 여정을 거치며 카산드라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이미 존재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겪고, 박살나기 직전의 고향으로 돌아와 질서를 회복하는 '오디세이아'와 줄기는 다르지만, 시작과 종착은 같다. 가족과 헤어지고, 다시 가족과 만나는 과정.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오디세우스, 그리고 사라진 집을 다시 만들어가는 카산드라의 여정은 분명 다르지만, 그 마무리는 같다. 그렇기에,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도 '오디세이'라는 이름을 쓰기 아쉽지 않은 작품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