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압도적인 규모만큼이나 놀랐던 점은 LPL 특유의 칼같은 ‘리그 규율’이었다. 과거 나이키에서 중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 '리닝(Li-Ning)'으로 리그 공식 후원사가 개편되면서 현재 모든 LPL 구단의 유니폼과 의류는 리닝으로 통일되어 있다. 눈길을 끈 것은 징계 수위였다. 경기장 및 공식 석상에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경쟁사 제품을 노출할 경우 부과되는 벌금이 한화로 무려 2,000만 원까지 육박한 경우도 있다. LPL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식의 벌금 만으로 1년에 억 단위의 벌금을 지불한 선수가 있을 정도"라고 말하며, 그 뒤로는 선수들 역시 사소한 거라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경 쓰고 있다.
그 외에도 과거 '빈'은 VIP 구역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입장해 (선수 언행 규범 및 무대 의무)위반으로 15만 위안(한화 약 3,1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 적도 있다. 간혹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종종 불거지는 LCK의 징계 수위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팬미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경기만 마치고 퇴근하는 게 아니라 퇴근길에 마련된 선수 및 관계자 전용 경기장 입구에서 선수들은 팬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물론, LCK에서도 경기 후 치지직 롤파크 내에 마련된 공간에서 팬미팅이 진행되지만, LPL의 팬미팅이 조금 더 자유롭고, 팬들 친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점은 중국이라는 타지, 익숙지 않은 환경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선수들이 편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하는 에이전시의 노고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스토브 리그에만 힘쓰는 것이 아닌, 시즌 중 에이전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번 출장에선 만난 '바이퍼' 박도현, '호야' 윤용호, '버돌' 노태윤, '구원' 구관모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을 보유한 쉐도우 코퍼레이션은 거의 매달 중국에 방문하며 팬미팅 후 버스에 오르기 전 건넬 수 있는 5분, 10분의 대화를 위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몇 시간을 현장에서 기다려 선수들의 상태를 빠르게 체크하고 있었다. 또한, 선수들의 기념적인 일이 있을 때는 한국에서 굿즈를 가져가 현지 팬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현재 약 5~60여 명을 보유한 쉐도우 코퍼레이션은 초기부터 꾸준히 이런 활동을 이어가며 LPL 팀들과도 거의 매달 미팅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국내 최대의 e스포츠 에이전시로서 토대를 갖추게 된 배경이다.

쑤저우에서 4박 5일간 목격한 LPL은 거대한 인프라와 엄격한 규칙으로 무장한 압도적인 무대였다. 그러나 그 화려한 대륙의 톱니바퀴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진짜 동력은 타지에서 고독하게 기량을 다지는 선수들과 단 10분의 대화를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는 조력자들의 끊임없는 열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