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쑤저우 출장이 막을 내렸다. LPL이 진행된 쑤저우 양청 국제 이스포츠 센터(LNG 홈 아레나)의 문을 들어서며 느꼈던 첫인상은 단연 '압도적인 스케일'이었다. 익숙했던 LCK 롤파크의 정돈된 아늑함과 달리, 경기장 입구부터 현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지역 연고지를 순회하는 '롤링 로드쇼'의 거대한 인프라는 중국, LPL의 크기를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 : Clash of Fates
©INVEN

그 압도적인 규모만큼이나 놀랐던 점은 LPL 특유의 칼같은 ‘리그 규율’이었다. 과거 나이키에서 중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 '리닝(Li-Ning)'으로 리그 공식 후원사가 개편되면서 현재 모든 LPL 구단의 유니폼과 의류는 리닝으로 통일되어 있다. 눈길을 끈 것은 징계 수위였다. 경기장 및 공식 석상에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경쟁사 제품을 노출할 경우 부과되는 벌금이 한화로 무려 2,000만 원까지 육박한 경우도 있다. LPL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식의 벌금 만으로 1년에 억 단위의 벌금을 지불한 선수가 있을 정도"라고 말하며, 그 뒤로는 선수들 역시 사소한 거라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경 쓰고 있다.

그 외에도 과거 '빈'은 VIP 구역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입장해 (선수 언행 규범 및 무대 의무)위반으로 15만 위안(한화 약 3,1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 적도 있다. 간혹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종종 불거지는 LCK의 징계 수위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팬미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경기만 마치고 퇴근하는 게 아니라 퇴근길에 마련된 선수 및 관계자 전용 경기장 입구에서 선수들은 팬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물론, LCK에서도 경기 후 치지직 롤파크 내에 마련된 공간에서 팬미팅이 진행되지만, LPL의 팬미팅이 조금 더 자유롭고, 팬들 친화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 : Clash of Fates
NIP 선수들의 팬미팅 현장©INVEN

그리고 또 하나 느낀 점은 중국이라는 타지, 익숙지 않은 환경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선수들이 편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하는 에이전시의 노고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스토브 리그에만 힘쓰는 것이 아닌, 시즌 중 에이전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번 출장에선 만난 '바이퍼' 박도현, '호야' 윤용호, '버돌' 노태윤, '구원' 구관모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을 보유한 쉐도우 코퍼레이션은 거의 매달 중국에 방문하며 팬미팅 후 버스에 오르기 전 건넬 수 있는 5분, 10분의 대화를 위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몇 시간을 현장에서 기다려 선수들의 상태를 빠르게 체크하고 있었다. 또한, 선수들의 기념적인 일이 있을 때는 한국에서 굿즈를 가져가 현지 팬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현재 약 5~60여 명을 보유한 쉐도우 코퍼레이션은 초기부터 꾸준히 이런 활동을 이어가며 LPL 팀들과도 거의 매달 미팅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국내 최대의 e스포츠 에이전시로서 토대를 갖추게 된 배경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 : Clash of Fates
쉐도우 측 관계자와 '바이퍼'©쉐도우 코퍼레이션

쑤저우에서 4박 5일간 목격한 LPL은 거대한 인프라와 엄격한 규칙으로 무장한 압도적인 무대였다. 그러나 그 화려한 대륙의 톱니바퀴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진짜 동력은 타지에서 고독하게 기량을 다지는 선수들과 단 10분의 대화를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는 조력자들의 끊임없는 열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