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깜짝 공개된 셰이프팜의 2인 협동 게임 '오비탈스'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이제는 레트로라고 해야 할 80~90년대 애니메이션 비주얼부터 2인 협동 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징, 그리고 이 둘이 더해져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직접 플레이하는 듯한 감각까지. 당시 공개된 수많은 게임 중에서도 '오비탈스'는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론 기대와 함께 일말의 우려도 있었다. 2인 협동 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현재 이 장르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작품들과 비교를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어떤 식으로든 비교될 수밖에 없는 만큼, '오비탈스'만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오비탈스'는 이러한 걱정을 말끔히 씻어냈다. 단순한 장르적 아류작에 그치지 않고, 높은 완성도는 물론 자신만의 색깔까지 확실하게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하는' 듯한 감각

'오비탈스'의 첫인상에서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주저 없이 비주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두 주인공 마키와 오무라를 비롯한 NPC들은 80~90년대 레트로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 땀 한 땀 손으로 그린 듯한 핸드 드로잉 스타일의 비주얼과 애니메이션, 연출까지 더해지면서 레트로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주얼적 특징은 단순히 디자인과 화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프레임이다.
'오비탈스'가 추구하는 80~90년대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영상물의 상당수는 여전히 24프레임으로 제작된다. 과거에는 필름 비용을 아끼는 한편 사람의 눈에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제적인 타협점으로 24프레임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마음만 먹는다면 고프레임(HFR)으로 영상을 제작하거나 프레임 보간 기능을 활용해 24프레임 영상을 60프레임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많은 영상물이 여전히 24프레임을 고수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의 영상물이 24프레임으로 제작되는 것에 사람들의 눈이 익숙해진 데다, 감각적으로도 이를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오비탈스' 역시 이러한 익숙한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VHS(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 특유의 레트로 애니메이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 애니메이션에는 24프레임을, 환경 애니메이션에는 12프레임을 적용한 것이다. 레트로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비주얼적 방향성으로 삼은 '오비탈스'에 있어 이러한 프레임 설정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낮은 프레임이 어디까지나 영상물의 문법이라는 점이다. 콘솔 게임의 경우 성능상의 한계로 30프레임으로 고정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 역시 하드웨어 성능에 따른 선택인 만큼 영상물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결이 다르다.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프레임이 높을수록 조작감이나 화면의 부드러움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임의 프레임과 캐릭터 및 환경 애니메이션에 적용된 프레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게임 자체는 60프레임으로 구동되는데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24프레임에 불과하다면, 움직임이 서로 어긋나면서 자칫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오비탈스'는 게임으로서의 부드러움과 레트로 애니메이션 특유의 움직임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오비탈스'는 게임의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소폭 제한하는 방식으로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았다. 그 타협점이 바로 40프레임이다. 정확한 수치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플레이에서 60프레임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40프레임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낮은 프레임에서 발생하는 끊기는 듯한 느낌을 줄이는 동시에, 게임 전반에 걸쳐 레트로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각을 유지하고자 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적용된 40프레임은 지난 4월 시연 당시 30프레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띄는 변화다.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게임의 프레임을 30프레임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레트로 특유의 향취나 정겨움 같은 긍정적인 인상보다 낮은 프레임으로 인한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리뷰를 앞두고 가장 우려했던 부분 역시 바로 이 지점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40프레임으로 타협하면서 이러한 아쉬움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여전히 일반적인 게임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플레이에 불편함을 줄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와 환경 애니메이션에 적용된 특유의 움직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오비탈스'만의 비주얼적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다. 인게임 플레이와 컷신 사이의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그야말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핵심은 단순 협동이 아닌 '극복'하는 즐거움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는 그간 여러 차례 봐왔던 2인 분할 화면 협동 게임의 문법에 충실한 형태다. 여기서 협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힘을 합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마키가 가야 할 길이 막힌 상황에서 오무라가 버튼이나 발판을 눌러 길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여기에 '오비탈스'는 다양한 장비를 더했다. 함선에서 내릴 때 챙길 수 있는 장비는 지역 곳곳의 퍼즐을 해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서로 다른 장비를 하나씩 들고 같은 공간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때로는 잠시 떨어진 상태에서 각자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해결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철골로 막힌 길을 한쪽이 레이저 빔으로 달군 뒤, 다른 한쪽이 그래플링 훅을 이용해 잡아당겨 길을 뚫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방식과 비교하면 전반적인 퍼즐 난이도는 낮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직진하는 리프트에 올라탄 채 서로 좌우로 움직여 방향과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전방의 장애물까지 해결해야 하는 등, 말 그대로 두 사람의 호흡을 요구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협동 플레이의 꽃은 단연 보스전과 같은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함선을 조종할 때 한 명이 조종석에 앉아 함선의 이동과 회피를 담당한다면, 다른 한 명은 포수석에서 공격을 전담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종석에 앉은 플레이어가 전투를 지원해야 할 때도 있다. 이처럼 게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퍼즐부터 협동의 묘미가 극대화되는 보스전에 이르기까지, '오비탈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명의 플레이어가 마치 2인 3각 경기를 하듯 호흡을 맞추며 진행된다.

서로의 역할을 나눠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화면 분할 협동 게임 특유의 즐거운 소음을 만들어낸다. 리프트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구간에서는 서로 "왼쪽! 왼쪽! 다음은… 오른쪽! 오른쪽!"이라고 외치게 되고, 갑작스럽게 장애물이 등장하는 급커브 구간에서 죽고 나면 "아, 다음에는 여기서 왼쪽으로 가는 걸로 하자"며 자연스럽게 다음 공략을 의논하게 된다. 실패조차 두 사람이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도 '오비탈스'의 협동 플레이를 유쾌하게 만드는 요소다. 보통 게임에서 반복되는 실패는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비탈스'에서는 그런 부담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의 구간에서는 낙사나 함정에 걸려도 별다른 패널티 없이 바로 근처에서 부활하며, 난이도가 높은 협동 퍼즐 구간에도 세이브 포인트가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 실패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제법 난이도가 있는 퍼즐을 마주하더라도 실패에 대한 부담보다는 다시 도전해 해결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퍼즐과 플랫포머의 완급 조절 역시 훌륭한 편이다. 똑같은 퍼즐과 플랫포머가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재미가 반감될 수 있는데, '오비탈스'는 적절한 변화를 끊임없이 더해 이러한 우려를 덜어냈다. 익숙해질 법한 순간 새로운 요소를 선보이며 플레이에 신선한 자극을 더한다.




슈팅, 리듬 게임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특정 지역의 퍼즐을 풀면서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 등장하고 보스전에서도 페이즈에 따라 새로운 요소가 더해진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가 갑작스럽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요소들은 앞서 언급한 퍼즐의 변화와 맞물려 게임이 끝날 때까지 플레이의 신선함을 유지하게 만든다.
전반적인 퍼즐 난이도가 무난한 수준이라는 점도 협동 플레이의 즐거움을 유지하는 데 한몫한다. 2인 3각을 하듯 호흡을 맞춰야 하는 구간에서는 함정의 배치를 파악하고 서로의 움직임을 맞추는 과정에서 몇 번 정도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딱 그 정도다. 한두 번 실패하고 나면 대략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이 잡힌다. 다른 퍼즐 역시 마찬가지다.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구간에서는 자동으로 해당 요소에 록온되는 등 전반적으로 친절하게 구성돼 있어, 진행을 가로막는 벽처럼 느껴질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퍼즐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높은 완성도와 만족스러운 협동 플레이를 선사하는 '오비탈스'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를 꼽자면 퍼즐과 플랫포머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서로 협력해 장애물이라는 이름의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이야말로 협동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퍼즐과 플랫포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임 구조는 좀 더 적극적인 액션을 기대했던 게이머라면 다소 아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말의 아쉬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초에 '오비탈스'는 세계관과 분위기, 콘셉트부터 액션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액션이 부족하다는 점은 명확한 단점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전투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에 가깝다.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즐거움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에는 종종 '콘솔/그래픽카드를 훔쳐서라도 해야 할 게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따라붙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비탈스'는 어떻게든 친구를 구해서라도 함께해야 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표현은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오비탈스'의 경우에는 장르적인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2인 화면 분할 협동 게임인 만큼 애초에 혼자서는 온전히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퍼즐을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 역시 얼핏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조준해야 하는 요소나 눈에 잘 띄는 힌트가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간혹 몇몇 퍼즐은 둘이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아! 이거였어!" 하고 깨닫는 과정 자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얼핏 단점이나 진입장벽처럼 보이는 요소들이지만, 막상 '오비탈스'를 직접 플레이하고 나면 오히려 게임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요즘에는 디스코드 등을 통해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들면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예전 오락실에서 나란히 앉아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던 경험과는 사뭇 다르다. 즐기기 위해 하는 게임인데도 레이드에서 보스 공략법을 맞춰가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오비탈스'는 달랐다. 몇 번을 실패하더라도 부담 없이 다시 도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웃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게임을 '공략한다'기보다, 말 그대로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감각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도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테이지 구성과 부담을 덜어낸 난이도, 개성 넘치는 협동 기믹은 '오비탈스'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미 2인 협동 게임의 명작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완성도다. 여기에 몇 시간이고 플레이해도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몰입감까지 갖췄다.
온라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만큼 굳이 같은 공간에 모일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의 진면목은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반응을 직접 마주하며 플레이할 때 드러난다. 그러니 그동안 협동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온 게이머라면 이번 기회에 절친을 초대해 테이블에 맥주 한 캔씩 올려두고 함께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친구가 없다면, 어디서든 '훔쳐서라도' 한 명쯤 마련해보자. 이 게임에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