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 링'은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다. 22년 출시된 원작은 메타크리틱 96점을 기록했고, 이후 '황금 나무의 그림자'까지 더해지며 프롬소프트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픈월드와 기존 소울 시리즈의 문법을 결합한 게임 구성이나 수많은 보스전, 빌드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이미 지난 몇 년간 충분히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렇기에 닌텐도 스위치2로 출시된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을 평가하는 기준은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임의 내용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니고, 이미 완성된 작품에 다시 점수를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쌓였다. 이번 리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닌텐도 스위치2'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그 완성도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특히 지난해 공개된 스위치2 버전은 성능 문제로 적잖은 우려를 샀다. 이후 출시를 미루면서까지 다듬은 결과는 어땠을까. 실제로 플레이해 본 '빛바랜 자 에디션'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잘 돌아간다'는 사실과 '이 버전을 선택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 사이에는 생각보다 꽤 넓은 간격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Bandai Namco Entertainment


기대 이상으로 잘 돌아가는, 내 손안의 '틈새의 땅'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휴대, 독 모드 모두에서 인상적인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준다 ©INVEN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휴대 모드다.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텍스처가 다소 거칠게 보이고, 다른 플랫폼과 비교하면 그래픽 품질의 차이도 분명하다. 그래도 '엘든 링' 정도 규모의 오픈월드가 작은 화면 안에서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광경은 꽤 인상적이었다. 기기의 한계를 감안하면 스위치2의 성능을 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인상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해 림그레이브의 금빛 들판으로 발을 내딛고, 악명 높은 환불 요정(?) 트리가드와 만나는 과정에서도 화면 움직임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스위치2 버전을 둘러싼 혹평을 기억하고 있었던 탓인지, 첫인상은 오히려 예상보다 좋았다. 적어도 필드를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로딩 시간 역시 예상보다 준수하다. SSD를 사용하는 PC나 PS5와 비교하면 분명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죽고 다시 시작하거나 축복을 탈 때마다 흐름이 끊긴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원탁처럼 작은 공간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불러왔고, 림그레이브나 호숫가의 리에니에처럼 넓은 지역으로 이동할 때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정도.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로딩이 끝나 오히려 당황했던 순간도 있었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오랜만에 정실부인(?)과 재회하기 ©INVEN

배터리 사용량도 '엘든 링'이라는 게임 규모 때문에 특별히 더 부담스럽다는 느낌은 없었다. 최근 플레이했던 '스플래툰 레이더스'와 대략 비슷한 속도로 배터리가 줄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스플래툰 레이더스' 쪽이 더 빠르게 닳는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스위치2 자체가 배터리 지속 시간이 넉넉한 기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엘든 링'만의 문제라고 지적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독 모드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화면이 커지고 별도의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어 플레이는 편해지지만, 휴대 모드와 비교해 그래픽이 크게 좋아졌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다.

여전히 비슷한 프레임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만큼, 독 모드에서 얻는 가장 큰 이점은 화면 크기와 조작 체계 정도다. TV 앞에서 '엘든 링'을 플레이하는 순간에는 과거 PC나 PS5로 즐겼던 기억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고, 그래픽과 화면 움직임 모두 스위치2 버전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기 어려웠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메뉴는 굉장히 간소한 편 ©INVEN


'안정적인' 30fps도 결국 30fps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최적화는 정말 안정적이다, 프레임의 벽이 아직 높을 뿐 ©INVEN

스위치2판 '엘든 링'에서 가장 큰 문제, 많은 빛바랜 자들이 지금도 우려하고 있는 점은 결국 프레임이다. 실제 플레이에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30fps 수준의 화면 움직임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갑작스러운 성능 저하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않았다. 지난해 공개 버전에서 제기됐던 우려를 생각하면 상당히 다듬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30fps라는 환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생물인지라 조금 더 오래 플레이하면 익숙해질 수도 있지만, 이미 PC나 PS5에서 부드러운 '엘든 링'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필드를 걸어 다니고 아이템을 줍는 정도에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다가도, 불현듯 전투가 시작되면 답답함이 다시 고개를 든다.

특히 보스전에서는 그 차이가 훨씬 선명하다. '엘든 링'은 출시 초기부터 보스들이 공격 직전 모션을 길게 끌어 플레이어의 회피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이른바 '엇박 패턴'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공격을 기다렸다가 구르고, 다시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전투의 중요한 부분이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보이지 않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게임을 하는 기분이랄까 ©INVEN

처음 멀기트와 다시 마주했을 때는 그 특유의 엇박이 전보다 더 묘하게 느껴졌다. 빛바랜 자가 구르기로 스태미나를 다 쓰길 기다렸다가 내리찍던 그 공격이 더욱 느릿하게 다가왔고, 그걸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신의 구르기조차 마찬가지로 굼뜨게 느껴졌다. 실제 게임 속 공격 속도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체감만 놓고 보면 모두가 조금씩 느려진 세상에서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프롬소프트 게임 특유의 카메라 움직임도 같은 환경에서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거대한 적에게 바짝 붙어 싸우다가 시야가 몸에 가려지거나, 보스의 움직임을 따라 카메라가 크게 흔들리는 순간에는 빠르게 시점을 돌려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스위치2에서는 이 과정에서도 한 박자씩 화면이 따라오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고, 정밀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야 하는 전투와 썩 좋은 궁합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토렌트를 타고 빠르게 움직일 때도 비슷하다.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좁은 지형에서 방향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할 때는 30fps 환경과 조이콘의 조작감이 함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봉인을 해제해야 하는 '사리아 마술 도시'에서는 원하는 곳에 정확히 착지하지 못해 몇 번이고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봐야만 했으니까.

게임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잘 돌아간다. 다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30fps는 발목에 찬 작은 모래주머니처럼 느껴진다. 뛸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지만, 오래 플레이할수록 계속해서 그 무게를 의식하게 만드는 종류의 불편함이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조이콘 특유의 조작감도 적응이 필요하다 ©INVEN


침대에서 하는 '엘든 링', 분명 매력적이지만


'휴대성'은 그래픽과 프레임에서 일정 부분을 포기한 스위치2 버전이 가진 가장 확실한 차별점이다. 소파에 기대거나 침대에 누운 채 '엘든 링'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주로 책상 앞에서만 보던 틈새의 땅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게임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

물론 강력한 보스를 상대할 때까지 누운 자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몇 번 죽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게 된다. 반대로 토렌트를 타고 아직 확인하지 못한 지역을 돌아다니거나 동굴과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탐험에서는 휴대 모드가 상당히 잘 어울렸다. '엘든 링'의 플레이 가운데 긴장을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 순간과 스위치2의 휴대성이 잘 맞아떨어지는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조작 체계 자체는 다른 콘솔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다. 전투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L1/L2와 R1/R2 버튼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고, 일반적인 전투를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의 문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L3와 R3 버튼이 다소 뻑뻑하게 느껴졌고, 작은 스틱으로 빠르게 방향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일반 컨트롤러보다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인상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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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카메라가 휙휙 돌아가는 것이 바로 적응의 영역일 것이다 ©INVEN

휴대용 게임기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프레임 이상으로 거슬리는 부분도 있다. '엘든 링'을 온라인 상태(디폴트 옵션이다)로 시작한 뒤 스위치2를 슬립 모드로 전환하면 네트워크 연결이 끊기고, 다시 기기를 켜면 게임은 자동으로 메인 메뉴까지 되돌아가게 된다. 잠깐 게임기를 덮었다가 곧바로 이어서 플레이하는 것이 휴대용 기기의 자연스러운 사용 방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꽤나 번거로운 경험이다.

옵션에서 시작 방식을 오프라인으로 변경하면 이 문제를 피할 수는 있지만, 이번에는 온라인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다시 메인 메뉴로 나갔다 와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해도 휴대용 기기의 빠른 슬립과 복귀라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가 어렵다. 휴대하기에는 좋은 게임이 됐지만, 휴대용 게임기처럼 편하게 이어서 하기에는 여전히 어색한 점이 남아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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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 설정이 온라인으로 되어 있으면, 슬립할 때마다 메뉴로 튕겨나가고 만다 ©INVEN


"그래서 굳이 스위치2로 해야 할까" 라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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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직업으로 좀 더 신선한 출발을 할 수도 있다 ©INVEN

'빛바랜 자 에디션'이라고 해서 게임 자체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시작 태생으로 '이데스의 기사'와 '중장기사'가 추가됐고, 이를 통해 초반 빌드 선택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정도다. 예를 들어 '이데스의 기사'는 '황금 나무의 그림자' 지역에 도달하기 전부터 경대검 계열 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작 단계의 작은 변화에 가깝다. 출시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정립된 '엘든 링'의 수많은 공략과 성장 방법은 스위치2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노룡 그레이오르를 처치한 뒤 빠르게 축복으로 돌아가 룬을 반복해서 얻는 유명한 방법도 여전히 이용할 수 있었다. 이미 '엘든 링'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대부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스위치2판을 평가하면서 남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비교적 낮은 프레임 환경과 그래픽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엘든 링'을 휴대해서 즐길 필요가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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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쎈 마법 쓰면 휴대 모드로도 거뜬함 ©INVEN

개인적으로는 소파와 침대에서 리뷰를 진행하며 분명 만족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넓은 지역을 탐색하거나 가볍게 성장을 이어갈 때 손에 들고 플레이하는 '엘든 링'에는 다른 플랫폼에서 얻기 어려운 편안함이 있다. 그러나 특정 상황을 제외하면 30fps라는 환경은 플레이 내내 작은 부담으로 남고, 특히 정밀한 반응이 필요한 보스전에서는 그 차이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아직 '엘든 링'을 한 번도 플레이하지 않았고, 또 다른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처음 틈새의 땅을 경험하는 쪽을 추천하고 싶다. 이미 PC나 다른 콘솔에서 게임을 즐긴 사람 역시 '언제 어디서든 엘든 링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지 않다면 스위치2판을 다시 선택할 이유가 크지는 않다. 휴대성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주지만, 그 장점이 화면 움직임과 그래픽에서 감수해야 할 희생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


좋은 게임과 좋은 플레이 환경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Bandai Namco Entertainment

프레임을 둘러싼 논쟁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십수 년 동안 이어져 왔다. 60fps와 그 이상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30fps와 60fps 사이에는 그보다 훨씬 분명한 간극이 있다. 화면 속 적의 움직임을 읽고 짧은 순간에 반응해야 하는 '엘든 링'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물론, 프레임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플레이어라면 기자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도 있다. 반대로 높은 프레임 환경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더 큰 답답함이나 멀미를 느낄 가능성이 있다.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플랫폼에 따라 경험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버전은 꽤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빛바랜 자 에디션'은 스위치2라는 기기의 한계를 생각하면 꽤 잘 만들어진 이식작이다. 지난해 공개된 모습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냈고, 손안에서 틈새의 땅을 돌아다니는 경험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엘든 링'은 역시나 스위치2에서도 여전히 훌륭한 게임이다. 다만, 훌륭한 게임과 훌륭한 플레이 환경이 언제나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도 선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엘든 링: 빛바랜 자 에디션 Elden Ring: Tarnished Edi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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