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컴 오딧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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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전서구 #4 글로벌 게임 이벤트 게임스컴 주간을 맞아 다양한 취재 이야기부터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살짝 전해드립니다. 독일에서 비정기로 전달드리며 게임과 현장 기사가 많다면 비둘기는 더 늦게 갈지도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거의 열흘 간의 취재가 끝났다. 기사도 거진 다 쳤겠다. 독일을 뜨기 전 날인 토요일 저녁에는 옆 동네 파란색 R사이트 기자들과 모여 맥주도 한 잔 했다. 그 자리에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24시간 후면 한국 가는 비행기에 있겠다"

체크아웃 당일 아침, 강승진 기자와 조식을 먹었다. 예약한 기차는 11:45분 출발, 12:39분 도착편. 비행기가 3시 35분 출발편이니 딱 적당한, 상식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표다.

"내가 오기 전에 오디세이 보고 왔거든? 거기서 10년 전쟁하고 가는데 8년 걸렸잖아. 우리도 열흘 취재했으니 가는데 8일 걸리는 거 아니냐?"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요"


농담을 꺼내자 강승진 기자가 웃으며 대꾸했다. 내 친구 챗 GPT가 알려주길, 독일의 기차 정시 도착 확률을 무려 52%에 달한다. 지연된다 해도 한 시간 안쪽에서 해결될 확률이 98%. 남은 2%에만 안 걸리면 문제 없다. 그렇게 11시 경, 역 앞에서 이두현 기자까지 모두 모여 열차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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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날, 하필 그 날 모든 기차가 다 취소될 확률을 구하시오


다 같이 할 말을 잃은 우리. DB 어플을 켜 보니 대체편을 선택하라는 알림이 떴고, 다행히 대체편이 많았다. 바로 다음 기차가 12시 15분 출발 편. 이걸 타도 여유는 충분하다. 이 정도면 액땜이라는 생각에 플랫폼에 서 있으니, 어제 같이 한 잔 하고 헤어졌던 R사이트 기자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같은 비행기로 귀국하는데 기차만 한 타임 이후 거라고 들은 것 같다. 전광판을 보니, 기차가 문제 없이 들어오고 있다는 현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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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타면 문제 없을 거야 ©INVEN

그리고 10분 후, 갑자기 기차 밑에 '타지 마세요'가 떠 버렸다. 우리도 당황, R사이트 기자들도 당황, 그리고 플랫폼에 있던 모두가 당황. 3중 당황의 현장에서, 그래도 한 번 대체편을 찾았다고 다시 대체편을 검색했다. 그런데 맙소사, 이 대체편은 쾰른 중앙역이 아닌, 쾰른 메세 역까지 가야 한다. 어떻게든 비행기 시간은 맞춰야 하니 짐을 들고 낑낑대며 내려가 쾰른 메세행 단거리 열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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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도착한 쾰른 메세 역 11번 플랫폼. 강승진 기자는 밀린 기사를 치기 시작했다 ©INVEN

여기서부터 살짝 쫄리기 시작했다. 이번 열차(3번째 대체편)을 타면, 스케쥴 대로 도착해도 2시 19분 도착. 비행기에 짐을 부칠 수 있는 제한 시간이 2시 35분이니, 내리자마자 아이실드 21처럼 달려 짐을 부쳐야 한다. 그래도, 이때까진 희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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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INVEN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계단을 낑낑대며 다시 올라갔다. 이쯤 되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는데, 수많은 이들이 각각 수트케이스를 들고 헉헉대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 열차는 정시에 도착했다! 열차에 탄 후, 내리자마자 진행해야 할 16분의 레이스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을 때, 웬 독일 노부부가 말을 걸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가요?"

"네"

"응 제대로 탔어 이거 타면 갈거야"


다행이다 싶었다. 갑자기 알림으로 이 열차도 2시간 연착되었다는 소식이 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2시간 연착이면 비행기가 아예 뜬 후에야 공항에 도착한다. 한껏 마음을 놓은 표정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급하게 내려 다른 대체편을 검색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비행기는 틀렸다. 가장 빠른 대체편도 제 시간 안에 닿을 수 없었다. 원래 같으면 이미 공항에 도착해서 면세점 쇼핑을 하고 있을 시간에 쾰른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망했는데요..."

이두현 기자의 한 마디가 나직하게 침묵을 깨고, 수 초 간 '이제 어떡함?'의 의미가 담긴 눈빛을 교환했다.

여기서 목표를 정했다. 이미 예정되었던 비행기는 다 틀렸다. R사이트 기자들은 빠르게 다른 항공편을 찾기 시작했고, 부랴부랴 한국에 전화를 걸어 현 상황을 말한 후, 다음 대체편을 찾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목적이 변했다. 비행기는 둘째치고 일단 공항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에라도 닿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행히, 쾰른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다음 기차가 있었다. 원래 타려던 비행기는 이미 망했지만, 일단 프랑크푸르트에는 가야 하는 상황. 눈물을 머금고 다시 쾰른 중앙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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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을 피해 떠나는 난민들 같았다 ©INVEN

그렇게 도착한 쾰른 중앙역은, 말 그대로 대혼돈이 펼쳐지고 있었다. 줄줄이 이어진 취소에 공항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대체편을 찾고 플랫폼에 몰려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플랫폼 전체가 가득 차 있었다. 위에는 설 곳이 없는데 에스컬레이터는 계속 올라오니 발 디딜 곳이 없는 에스컬레이터 상단 사람들은 필사의 문워크로 살아남기 바빴고, 에스컬레이터가 비상 정차하기 전에 하마트면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어쨌든 열차는 들어왔고, 겨우 탄 상황. 여기서 아까 3번째 대체편을 타고 떠났던 노부부를 다시 만났다. 결국 그 열차도 출발하지 못했었나보다. 잠깐 이야기를 해 보니 발리로 휴가를 가려는데 막힌 상태라며, 어차피 비행기는 내일이라 오늘 내로 공항만 가면 된다고 하더라. 독일은 이런 경우가 많아 하루 전 날 공항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잦은가 싶었다.

그렇게 스몰 토크를 하며 애써 마음을 달래던 중, 네 번째 대체편마저 취소되어 버렸다. 함께 이야기하던 독일 할머니는 "택시를 타야 겠구먼"하며 쿨하게 내렸고, 사방에서 이어지는 "캔슬! 캔슬!" 소리에 모든 이들이 다시 우르르 플랫폼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에, 안 그래도 자리가 없던 플랫폼은 누구 하나 선로에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하하 진짜 오디세이가 되어 버렸네"

"주둥이 다무십쇼"


허탈하게 내뱉은 말에 아침과 달리 한껏 표독해진 강승진 기자가 날 노려보며 대꾸했다. 이 때 시간이 2시 40분. 더 이상 기차로는 답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어떡함?'하는 눈빛을 교환하던 중, 이두현 기자가 말했다.

"우버 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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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진정 답이 없어져 버렸다 ©INVEN


안되겠다. 우리는 아우토반으로 간다


한국으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항공편은 6시 50분의 저가 항공사. 현재 시각은 2시 40분. 쾰른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거리는 180km.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우버가 시속 90km를 유지하면서, 달릴 경우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그러면 아슬아슬하게 6시 50분 항공기를 탈 수 있겠지.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일단 우버를 타고 공항은 가되, 시간을 보고 될 것 같으면 항공권을 사기로 했다. 안 되면 저녁 비행기나 다음 날 비행편을 살 요량으로 말이다.

12분 쯤 기다리니 흔쾌히 프랑크푸르트까지 함께 가겠다는 기사가 나타났고, 반쯤 체념한 상태로 차에 올랐다. 기사인 '아자르'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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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를 타고 공항을 간다니... 가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INVEN

"마이 프렌, 기름 좀 넣고 가도 될까?"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이미 수틀린 상황. 그러자고 하니 자기가 아는 주유소로 빙 돌아가는 아자르. 담배도 한 대 태우고 오겠다며 능글맞게 웃으며 10분 가량을 보내고, 다시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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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르 씨와 함께 간 주유소. 속 타는 나의 뒷모습... ©INVEN

그리고, 아자르(에당 아자르 아님)의 폭풍 질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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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려줘 ©INVEN

그래 깜빡했다. 여긴 아우토반이었지. 100km 내외로 설렁설렁 달리는 대한민국하고는 결이 다르다. 속도 제한이 없다 이거야. 패밀리카로 만들어졌을 폭스바겐의 엔진이 불을 뿜고, RPM이 치솟으며 계기판의 숫자도 덩달아 오른다. 솔직히 속도야 한국에서도 간혹 200을 찍는 대단한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난 한 번도 140을 넘어 본 적이 없다), 여긴 그냥 이게 디폴트다. 왜냐고? 주변 차들도 다 비슷하게 달리고 있었으니까...

속도는 200Km/h, 안전 거리는 2M의 미칠듯한 꼬리물기와 쌍라이트 기관총으로 앞을 막는 모든 차들을 치워버리며 1차선 불꽃질주를 시작한 아자르는 말릴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진짜 드럽게 무서웠다. 200키로는 그렇다 치고, 그 속도로 달리면서 앞 차 뒷범퍼에 묻은 껌딱지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붙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그 와중에도 강승진 기자는 결국 기사를 하나 더 쳤고, 예상 도착 시간은 오히려 처음보다 더 당겨져 있었다. 비행기 표를 끊어도 되겠다 싶어 우리 중 유일하게 카드 한도가 남아 있던 강승진 기자가 손을 덜덜 떨며 세 명 분 편도표를 끊었다. 5개월 할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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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꿋꿋이 기사를 쳐내는 강승진 기자. 이게 직업 정신이다 ©INVEN

그렇게, 한시간 조금 넘게 이어진 아자르의 레이스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180키로를 1시간 20분에 왔다. 도심 구간을 다 포함해도 평균 135Km/h라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아자르에게 별 다섯개를 쾅.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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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INVEN


귀하신 분이 누추한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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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공항에 왔다... 첫 비행기는 놓쳤지만 ©INVEN

가까스로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 표도 끊었지만, 우리의 귀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단 빠르게, 분실물 센터로 향했다. 전서구 1편을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이번 출장은 이두현 기자가 아이패드를 비행기에 놓고 내리면서 정말 화려하게 시작됐다. 분실물 접수는 해 놨으니 찾아볼 시간. 분실물 센터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아이패드가 있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그 중 이두현 기자의 아이패드는 없었다. 결국 찾기는 실패...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카운터에 가서 짐을 부치고 나니, 심사 줄이 길다며 후딱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뭔지 몰라도 일단 빨리 가는게 낫겠다 싶어 보안 검색까지 쾌속으로 마치고 나자 이게 뭐람? 무슨 출국 심사 줄이 이렇게 길어... 수없이 출장과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많은 공항을 다녔지만, 입국 심사도, 보안 검색도 아닌 '출국 심사'에 줄을 이렇게 선 건 처음 봤다. 사람은 빽빽히 몰려드는데 창구는 겨우 2개. 한 시간 가량을 줄 서서 겨우 통과하고 나니, 6시가 넘어 버렸다. 비행기 탑승 시간은 6시 20분. 남은 시간이 20분 뿐이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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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아이패드가 있었으나 우리 거는 없었던 분실물 센터 ©INVEN

그렇게 가까스로 닿은 탑승 게이트에서, 이두현 기자와 마주앉아 '그래도 어찌저찌 집은 가겠다'며 마음을 놓고 있던 순간, 갑자기 이두현 기자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는 걸 봤다. 뭐 어디 업체 대표라도 왔나 싶어서 누가 있냐고 묻자 이두현 기자가 살짝 떠는 목소리로 답했다.

"차범근 감독님 계신데요...?"

뭣? 하며 뒤를 돌아보자 진짜 계셨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탑승장에서 차범근 감독님을 만날 확률을 구하시오. 영수가 영희를 제 때 만나는 것 보단 아마 적을 거다. 그것보다 눈이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게 되더라. 따로 올리지 말라 하셔서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흔쾌히 사진도 찍어 주셨다. 나중에 액자로 만들어 놔야지.

그렇게, 가까스로 탑승한 집으로 가는 비행기. LCC라 그런지 스크린이 아예 켜지질 않아 내가 어디 위를 날아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집으로 향하는 것이니 아무렴 어떠랴. 아침부터 치열하게 수트케이스를 들고 뛰어다녀서인지 11시간의 비행이 홀랑 지나갔다. 예상보다는 3시간 넘게 늦었지만, 어찌저찌 한국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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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in 공항 ©INVEN

도무지 집에 갈 힘이 없어 김치찌개와 순대국밥, 짬뽕으로 마지막 식사를 했다. 얼큰하이 딱 좋다. 거의 열흘을 고기랑 감자만 먹었는데, 목구멍에 막혀 있던 감자가 다 내려가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그거 아냐? 오디세우스도 집 거의 다 왔다가 다시 쭉 날아갔는데"

"닥치십쇼 좀"


표독함이 한층 더 강해진 강승진 기자가 떡갈비를 물고 대꾸했다.

그래도 집에 왔다. 전날 맥주 마시며 말했던 '24시간 후'보다는 조금 늦어졌지만, 어쨌거나 집에 왔다. 와이프가 마중 나왔다. 다행히 집에서 깽판을 치는 구혼자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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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홋 집이닷 ©IN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