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말 독일 쾰른에서 치러진 유럽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게임스컴 데브'에서는 크리에이터 마케팅의 민낯을 파헤치는 흥미로운 세션이 열렸다. 행사 이틀째인 25일에 진행된 '크리에이터 캠페인의 내부: 실제 이야기, 데이터, 그리고 현장에서 얻은 교훈(Inside Creator Campaigns: Real Stories, Data, and Lessons from the Trenches)' 패널 토론이다.
해당 토론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천편일률적인 마케팅 대신, 데이터와 실무 경험에 기반한 인플루언서 캠페인 전략을 조명했다. 대형 퍼블리셔의 신규 IP 론칭부터 로컬 커뮤니티 타겟의 자선 이벤트, 그리고 예산이 전무한 소규모 인디 개발사의 콜드 메일 아웃리치까지 다양한 규모와 환경에서의 실제 크리에이터 마케팅 명암을 다뤘다.
연단에는 길로틴(Guillotine)의 제이크 쿨코우스키(Jake Kulkowski),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의 사라 글뢰클러(Sarah Gloeckler)와 블랙 수프(Black Soup)의 안나 슐체(Anna Schultze), 그리고 폴든 퍼블리싱(Polden Publishing)의 키릴 아킴킨(Kirill Akimkin)이 올랐다. 이들은 각자의 캠페인에서 겪은 실패 사례와 구체적인 수치를 가감 없이 공개하며 실전 마케팅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신규 IP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의 한계와 실전 마케팅 전략

발표자 제이크 쿨코우스키는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전문 대행사 '길로틴'의 설립자 겸 디렉터다. 2019년부터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며 '발더스 게이트 3', '엘든 링', '페르소나 5' 등 250개 이상의 게임 마케팅에 참여했다.
그는 강연에서 '클레어 옵스큐어: 익스페디션 33' 캠페인 중 시기가 맞지 않아 묻혀버린 3가지 주요 마케팅 실패 사례를 공개했다. 첫째는 굿즈 배포 시점의 오류다. 보석 디자이너 한나 마틴이 수제 제작한 33개의 베르소(Verso) 목걸이는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전달됐으나 후속 확산 계획이 없어 단순 보도자료용으로 전락했다. 둘째는 너무 일찍 열린 론칭 파티다. 게임 출시 전 파티가 열린 탓에 참석한 크리에이터들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 24시간 뒤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몇 개를 남기는 데 그쳤다.
마지막 세 번째이자 그가 가장 뼈아프게 짚은 실패는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의 조기 운영이다. 신생 스튜디오의 신규 IP임에도 출시 전부터 전담 팀을 꾸려 운영한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10개월 동안 전체 인플루언서 배포 키(Key)의 91%가 이 프로그램에 사용되었지만, 론칭 시점 전체 조회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 8%에 불과했다. 반면, 상위 및 중위권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개별 연락은 배포된 키의 2.7%만으로 글로벌 오가닉 크리에이터 조회수의 71%를 견인하는 압도적인 효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제이크는 "크리에이터가 커뮤니티 전체를 의미하지 않으며, 그들은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무도 플레이해보지 않은 신규 IP에 대해 크리에이터가 무작정 팬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프로그램은 예산 소모가 큰 반면, 게임을 직접 권유하는 맞춤형 연락은 크리에이터들의 즉각적인 플레이를 유도하여 초반 '모멘텀'을 확보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그는 "아무도 아직 체감하지 못한 게임을 너무 일찍 팔려 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은 팬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팬덤을 '조직화'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신규 IP의 경우 예산을 출시 10개월 전부터 낭비하기보다 론칭 직전과 직후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발로란트 자선 대회 '프래깅 포 채리티' 5년간의 인사이트

라이엇 게임즈 소속 사라 글뢰클러와 크리에이터 마케팅 에이전시 '블랙 수프'의 안나 슐체는 2020년부터 5년간 독일에서 진행된 발로란트 자선 커뮤니티 이벤트 '프래깅 포 채리티(Fragging for Charity)' 사례를 공유했다. 초기 기획의 세 가지 핵심 목표는 '인지도 및 브랜드 인식 제고', '코어 타깃층의 신뢰도 확보', '크리에이터 권한 부여'였다.
이들은 기본 게임 모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격장 왕(King of the Range)' 같은 미니 게임을 새롭게 도입했다. 셰리프(Sheriff) 총기를 들고 훈련 봇을 처치할 때마다 50유로씩 기부금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또한 단발성 기부를 유도하는 대신 커뮤니티 기부 횟수가 늘어날수록 특정 마일스톤에 도달하는 '기부 패스(Donation Pass)' 시스템을 활용해 굿즈나 추가 기금을 잠금 해제하도록 설계했다.
초창기에는 치열한 경쟁 토너먼트와 가벼운 미니 게임을 이틀에 걸쳐 혼합하여 진행했으나, 이는 크리에이터들에게 긴 대기 시간과 운영상의 부담을 안겨주었다. 사라 글뢰클러는 "시청자들 역시 참가자의 화려한 기술을 원하는 층과 가볍게 즐기는 모습을 원하는 층으로 나뉘었음을 깨달았다"며, "차라리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이벤트를 별도로 개최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편, 무보수로 참여한 크리에이터들을 예우하기 위해 3,500유로를 들여 개인별 맞춤형 애니메이션 인트로를 제작한 것이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만족도를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누적 35만 유로 (약 5억 5,800만원 가량)의 기부금을 모금했으며, 총 44명의 스트리머가 참여해 누적 시청 48만 6,448시간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패와 교훈도 명확했다. 경쟁적인 포맷에 일반 커뮤니티를 직접 참여시키는 것은 밸런스 붕괴를 초래했고, 초기에 며칠씩 진행했던 긴 행사 기간은 시청자 이탈을 불러왔다. 특히 유쾌한 분위기 도중 무거운 주제인 '정신 건강 패널 토크'를 삽입했을 때 시청자 수가 급락한 사례를 들며, 이벤트의 성격과 분위기에 맞는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규모 인디 퍼블리셔의 콜드 메일 생존 전략

폴든 퍼블리싱의 키릴 아킴킨은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인디 퍼블리셔를 위한 실전 이메일 마케팅 전략을 제시했다. 폴든 퍼블리싱은 크리에이터 마케팅 채널에 예산을 쓰지 않고도 4개의 게임을 론칭해 총 200만 달러(약 27억 5,500만원 가량)의 총매출을 달성했다.
그는 콜드 메일의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자체 도메인 확보, SPF/DKIM/DMARC 설정, 이메일 웜업 및 검증된 리스트 관리를 거쳐 90%라는 이메일 오픈율을 만들어냈다. 특히 크리에이터에게 연락할 때는 반드시 첫 번째 이메일 본문에 스팀 키를 직접 노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링크 뒤에 키를 숨길 경우 크리에이터가 불필요한 단계를 거치게 만들어 전환율이 한 자릿수로 급감하며, 실제로 링크 클릭 방식으로 키를 제공한 캠페인에서는 단 한 건의 키 수령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키릴은 한 달에 1만 통 이상의 이메일을 발송해야 하므로 사람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메일 본문을 6~8가지 버전으로 다양화하고, 3일 간격으로 각기 다른 내용의 후속 메일(Follow-up)을 보내는 전략을 사용했다. 무작위 발송을 피하기 위해 구독자 수, 시청 시간, 최근 영상 업로드 일자 등의 명확한 조건(SQL)을 설정하여 검증된 타깃 크리에이터 리스트를 선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이면의 함정도 지적했다. 2026년 8월 출시된 신작 '스태틱 드레드(Static Dread)' 캠페인에서는 1,528통의 콜드 이메일을 발송해 3.7%인 57명이 콘텐츠를 발행했다. 하지만 이 중 29명은 어떠한 답장도 없이 조용히 키만 수령해 방송을 진행했다. 마케터가 단순히 답장률 만으로 캠페인의 성과를 판단하면 실제 발생한 결과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기존에 자사 게임을 다뤄준 크리에이터 리스트를 활용한 결과, 단순 콜드 연락 대비 7배 더 높은 전환율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