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넷플릭스는 자사 게임 스튜디오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와 문루트 게임즈의 문을 닫았다.

2014년 설립된 나이트 스쿨은 '옥센프리'로 인상적인 게임을 선보인 곳이자, 넷플릭스가 처음 인수한 게임스튜디오로도 화제를 모은 곳이다. 특히 나이트 스쿨의 마지막 작품은 '언힌지드'는 무려 데이빗 핀처와 잭 크레거가 제작하고, 조이 크레비츠-세이디 싱크-트로이 베이커의 목소리 연기 합류로 큰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 역시 '언힌지드'에 대한 기대감을 출시 전후 크게 드러내왔다. 그렉 피터스(Greg Peters) 넷플릭스 공동 CEO 역시 7월 실적발표를 통해 게임 이름을 언급하며 견고한 수치를 기록했다고 답했다. 그런 게임을 개발한, 주목받는 스튜디오가 폐쇄된 것이다. 그것도 6월 30일 언힌지드가 출시된 지 불과 6주 만의 일이다. 단순히 성과가 부족해서 잘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락스타게임즈의 'GTA6' 신규 영상을 유튜브보다 6시간 앞서 독점 공개했다. 그간 스포츠 이벤트나 자사 팬 이벤트 투둠을 넷플릭스 플랫폼 안에 라이브로 선보인 적은 있지만, 게임 영상 공개가 메인으로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시청 기록도 3,110만 뷰로 넷플릭스 콘텐츠 전체를 봐도 최상위권 성과를 냈다.

한쪽에서는 스튜디오를 접고, 다른 쪽에서는 억대를 들여 남의 게임 화제성을 사들인다. 이 두 결정을 나란히 놓고 보면, 넷플릭스가 게임을 대하는 태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GTA6 트레일러, 숫자로 본 성과와 그 이면

한국 시각으로 8월 28일, 넷플릭스는 락스타게임즈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담은 'GTA6: 더 길게 살펴보기(An Extended Look)'을 자사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했다. 약 27분 분량의 영상은 플레이스테이션5로 촬영됐고, 팬들이 기대하던 놀라운 수준의 게임 플레이와 연출력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넷플릭스의 행보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넷플릭스는 자사 팬 이벤트 투둠을 비롯해 NFL, WWE, 미국배우조합상 등 다양한 라이브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다만, 게임 자체를 보여주는 이벤트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게임 팬은 물론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는 GTA6의 사실상 첫 풀 게임 플레이 공개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그렇기에 이번 영상이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결과가 향후 스트리밍 플랫폼의 역할론, 유튜브 기반의 게임 공개의 플랫폼 전략 다변화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도 그럴게 유튜브 공개를 앞두고 단 6시간만 먼저 독점 공개되고, 넷플릭스 공개 즉시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활용하는 걸 허용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공식 소스'라는 타이틀을 잠시 선점하는 데 그친 셈이다.

성과만 놓고 보면 넷플릭스는 실리를 챙겼다. 넷플릭스가 2일 발표한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GTA6 영상은 3,110만 뷰를 기록, 영어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집계 대상 93개국 중 87개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영어 영화 1위작들의 통상 주간 성적이 1,200만~2,500만 뷰 정도로 측정되는 걸 감안하면, 최상위권 성과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분석에 따르면 공개 시점 넷플릭스의 미국 내 모바일 앱 사용량은 평소 대비 약 50%, 웹 사용량은 125% 이상 뛰었다.

GTA6 시청자 3,110만이 의미하는 '넷플릭스의 게임'
©Netflix

다만, 넷플릭스가 끼지 않았던 GTA6 자체 기록만을 두고 비교하면 결이 달라진다. 2023년 12월 공개된 1차 트레일러는 유튜브 단독 공개만으로 24시간 만에 9300만 뷰를 모으며 당시 비음악 영상 유튜브 24시간 최다 조회 기록을 새로 썼다. 2025년 5월 공개된 2차 트레일러는 여러 플랫폼에 동시 공개돼 24시간 만에 4억7500만 뷰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영상 공개로 남았다. 이와 비교하면 3,110만이라는 숫자는 분명 아쉬운 숫자다.

이번 영상을 위해 넷플릭스가 돈을 댔는지, 락스타게임즈가 넷플릭스에 비용을 지불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통상 영향력을 봤을 때 넷플릭스가 테이크투에 비용을 내고 독점 영상을 방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예상 비용은 인사이더 게이밍의 톰 헨더슨의 추정치가 흔히 쓰이는데, 그의 주장 기준에 맞춰 넷플릭스가 1억 달러를 투자했다면, 1회의 시청수당 약 3.2달러라는 높은 비용을 들였다 볼 수 있다.

이번 숫자의 성과는 단순히 넷플릭스가 최대 시청자 도달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과거 유튜브에 무료 공개된 영상들이 더 큰 조회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실패한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1억 달러를 비용으로 들였어도, 이는 넷플릭스 최고 제작비 블록버스터 영화의 1/3, 혹은 절반도 안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큰 제작 부담 없이, 만족할 수치를 달성해냈다.

또 GTA6에 온전히 쏠렸어야 할 관심을 한동안 자신들이 함께 받았다. 넷플릭스가 가진 건 이미 보장된 GTA6의 화제성을, 6시간 동안 자사 브랜드 위에 올려두는 권리였던 셈이다.

게임 축소 - 5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넷플릭스가 게임 GTA6의 6시간의 독점권으로 큰 성과를 냈지만, 자사의 게임 부문은 반대 길을 걷고 있다.

넷플릭스의 본격적인 게임 사업 확장은 2021년 EA/징가/오큘러스 등을 거친 마이크 베르두를 게임 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시작됐다. 베르두가 먼저 한 일은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 역시 이때 인수했고, 여러 스튜디오를 인수했고, 이후 몇 년에 걸쳐 누적 카탈로그도 1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콜린 맥크리어리, 게리 콕스 등 과거 EA와 징가 시절을 함께한 개발자들로부터는 뛰어난 리더라는 평가를 받은 그였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그리고 몇년 지나지 않아 넷플릭스 게임 스튜디오는 축소 길을 걸었다. 오버워치 총괄 프로듀서 출신 차코 소니와 헤일로 크리에이티브 리드 조셉 스테이튼이 합류한 팀블루가 2024년 문을 닫았다. 오징어게임 기반 게임을 개발한 보스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2025년 뒤를 이었다. 2026년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와 문루트 게임즈까지 문을 닫으며, 남은 넷플릭스 자체 소유 스튜디오는 넥스트게임즈 하나로 줄었다.

리더십 교체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2024년 7월, 넷플릭스는 에픽게임즈에서 포트나이트/로켓리그/폴가이즈 등 퍼스트파티 게임을 개발과 서비스를 총괄하던 알랭 타스칸(Alain Tascan)을 영입했다. 그의 리더십 아래 스튜디오들의 감축이 이어진 셈이다.

특이한 부분은 넷플릭스의 자체 스튜디오 축소가 단순히 성과 문제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보스파이트가 출시한 오징어게임 기반 게임 '오징어게임: 언리시드'는 출시 후 26개국에서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게임의 완성도 부분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던 '오징어게임: 언리시드'와 달리 '언힌지드'는 평도 나았다. 30분 분량의 짧은 내용이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주역 배우 연기에 대한 호평과 넷플릭스 인터랙티브의 가능성을 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긍정적인 성과를 낸 스튜디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폐쇄된 셈이다.

GTA6 시청자 3,110만이 의미하는 '넷플릭스의 게임'
인상적인 부분을 많이 남겼지만, 결국 넷플릭스 산하에서 스튜디오 마지막 작품이 된 언힌지드 ©Netflix

넷플릭스는 이번 스튜디오 정리에 있어 회사 우선순위를 재조정, 조직을 재편해 사업에 더 집중할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집중한 부문은 파티게임, 아동용 게임, 스토리 중심 게임, 그리고 리팩터 게임즈가 개발한 FIFA 월드컵 같은 대중적 흡인력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동시에 FIFA 월드컵 게임인 'FIFA 월드컵: 런치 에디션'은 부족한 완성도로 혹평을 받았다. 넷플릭스가 가장 성공적인 데뷔작이라고 평한 '언힌지드'의 개발사를 닫은 뒤, 예시로 든 게임이 FIFA 월드컵 게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이유다.

그리고 여기서 넷플릭스가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경쟁, 게임이 아니라 점유율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 뿌리는 2018년 12월 출시된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와 기묘한 이야기의 연계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실제로 자사 내부 스튜디오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넷플릭스의 행보가 이미 자체 성장이 멈추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안을 게임에서 찾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변화에 넷플릭스 실제 이용자들이 반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분석을 통해 넷플릭스 모바일 게임은 4년간 운영하고도 이용자 시청 시간에 미친 영향이 단 0.5%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가 단순히 인지도가 부족해서때문만은 아니다. 2023년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넷플릭스 게임 서비스에 대해 '어느 정도'나 '많이'들어봤다고 답한 미국 성인 비율은 17%였다. 하지만 스태티스타의 2025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구독서비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55%로 5위를 기록했다. PC 게임패스, 애플 아케이드, EA플레이, 유비소프트+, 아마존 루나, 지포스 나우보다도 높은 비율이었다. 위에는 Xbox 게임패스,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구글 플레이 패스, Xbox 게임패스 코어 정도였다.

조사 업체가 다르긴 하지만 인지도가 상승했음에도, 또 카탈로그를 늘려가도 서비스의 핵심인 스트리밍 시청 시간 증가에 마땅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해석할 수 있다.

GTA6 시청자 3,110만이 의미하는 '넷플릭스의 게임'
넷플릭스 게임 도전의 시발점 중 한 순간으로 꼽히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Netflix

여기에 게이머들은 평균 1년에 5~10개 게임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소비한다. 넷플릭스의 구독 모델은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다양하게 소비하는 행태에 최적화되어 있다. 하나의 게임에 몰입하는 소비 패턴과, 매주 새로운 영상을 찾아보는 스트리밍 소비 패턴이 같은 상품으로 묶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Xbox 게임 패스처럼 오랜 시간 가지고 놀거나 확실한 만족도를 줄 AAA급 게임이 부재한 상황에서 모바일 중심 스튜디오 중심이 해법이 되지도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넷플릭스 자체적으로도 게임 산업을 명시적으로 게임으로 경쟁하겠다 밝힌 바 없다. 흔히 넷플릭스가 게임 산업을 경쟁 대상으로 놨다고 평가받는 이야기는 2019년 실적 발표자리에서 나온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발언에서 출발한다. 당시 그는 Xbox, 포트나이트, 유튜브, HBO 등을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명확히는 단순히 게임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 시간을 공유하는 기업들을 지목한 셈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게임을 만들어 정면 승부를 보는 대신, 광고 없이 원하는대로 볼 수 있는 뛰어난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루나를 아마존 프라임에 얹는 아마존의 게임 사업 결합을 추구하기도 어렵다. 아마존은 이미 AWS, 파이어TV라는 기존 인프라 위에 게임을 얹는 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의 일련의 모습은, 과거 입장을 뒤집고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기존 노선으로 돌아오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는 셈이다.

넷플릭스가 더 잘하는 일

2024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업계 분석가들의 입을 빌려 넷플릭스가 스튜디오 인수와 게임 사업 전반에 약 1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넷플릭스 게임의 가장 큰 고점은 2023년 12월 이식된 'GTA: 산 안드레아스 - 디피니티브 에디션'이다. 2025년 12월 초 집계 내용에 따르면 넷플릭스 전체 누적 다운로드는 약 3.96억 회다. GTA: 산 안드레아스가 5,74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니, 게임 하나가 약 1/7을 홀로 담당한 셈이다. 문명6 역시 상위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이다.

두 게임 모두 넷플릭스가 만든 게 아니라, 이미 검증된 게임의 이식이었다. 반면 10억 달러를 들여 자체 스튜디오가 만든 오리지널 IP들은 이 흥행에 근접하지 못했다. 이용자들이 원한 건, 혹은 관심을 가졌던 건 넷플릭스표 신작이 아니라, 익숙하고 검증된 게임이었다.

GTA6 시청자 3,110만이 의미하는 '넷플릭스의 게임'
©Netflix

넷플릭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게임 자체보다는 익숙한 '콘텐츠'에 더 집중했다. 'GTA6: 더 길게 살펴보기'의 발표에 대한 논평은 게임 부문의 타스칸이 아니라, 논픽션 시리즈 부문 부사장 브랜든 리그(Brandon Riegg)가 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는 평이다. 그는 WWE의 주간 라이브 생중계를 넷플릭스로 가져오는 데 핵심 역할을 했고, NFL 크리스마스 경기 중계를 비롯해 F1 인기 자체를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Formula 1: Drive to Survive)' 등 넷플릭스 스포츠·논픽션 프로그래밍 전반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GTA6 플레이 공유의 순간을 단순히 게임이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순간'이라는 표현으로 수식한 것도 그런 넷플릭스의 변화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넷플릭스의 게임에 대한 관점은, 지난 수년과는 다를 것이다. 분명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게임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보여주는 게 넷플릭스가 훨씬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