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키타입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엑소더스(EXODUS)'는 공개 당시부터 적잖은 관심을 받아온 작품이다. '매스 이펙트'를 비롯해 여러 RPG를 개발해 온 베테랑 개발자들이 참여했고 무엇보다 우주 여행에 따른 '시간 지연'을 게임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빌리빌리 퍼스트룩을 통해 공개된 데모는 약 90분 분량으로, 주인공 '준 아슬란'이 동료들과 함께 술리만이라는 인물의 부탁을 수행하는 임무를 다뤘다. 무대는 '콘수'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이곳을 관리하는 각성체 개구리들을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주된 목표다.
준은 술리만이 속한 가문인 텐진으로부터 항성 간 비행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받으려고 술리만의 부탁을 들어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여행자(Traveler)의 길을 걷기로 한 준은 게임 초반 여러 임무를 해결하며 사람과 자원, 동료를 모으고 앞으로 떠나게 될 '엑소더스'를 준비한다.
이 지점에서 '엑소더스'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주인공을 포함한 인류가 살아가는 라이돈(Lidon)은 인류가 도착하기 훨씬 이전부터 고대 셀레스티얼의 기술을 품고 있던 행성이다. 현재의 인류는 그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다루지 못한다. 여기에 '부패'라는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행성의 생존 환경마저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수십 년을 건너뛰는 여행, '엑소더스'를 준비하는 사람들

'여행자'는 이런 라이돈의 미래를 책임지는 존재다. 막대한 자원과 인력을 모아 수십 광년 떨어진 항성계로 '엑소더스'를 떠나고 그곳에서 발견한 셀레스티얼의 기술을 가져와 고향의 생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엑소더스'의 우주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무시하지 않는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며칠에 걸친 여행일 수 있지만 그들이 다시 라이돈으로 돌아왔을 때 고향에서는 수년, 때로는 수십 년이 흘러 있다. 준의 아버지 또한 위대한 여행자였지만 마지막으로 떠난 엑소더스에서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게임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선택' 역시 이러한 시간 지연과 연결된다. 플레이어가 우주로 떠나기 전에 내린 작은 결정 하나가 수십 년 동안 쌓이고 변해, 귀환했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되어 있을 수 있다. 인간관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행을 떠난 플레이어에게는 얼마 지나지 않았더라도 남겨진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세계관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안타깝게도 이번 시연에서는 '엑소더스'가 야심차게 내세운 시간 지연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대신 이번 시연은 비교적 선형적으로 구성된 콘수를 탐험하며 게임이 지향하는 빠른 페이스의 3인칭 액션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총도 바꾸고 능력도 바꾸고, 생각보다 손이 바쁜 전투

'매스 이펙트' 개발진이 참여한 작품답게 게임플레이에서도 익숙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동료와 함께 싸우고 총을 사용하며 셀레스티얼의 힘을 이어받은 주인공만의 특수 능력을 활용한다는 구조다.
이번 시연에서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임무를 진행했다. 컨트롤러 기준 LB를 누르면 동료에게 각종 스킬 사용을 지시할 수 있고 각각 두 종류의 능력을 갖는다. 이 가운데 하나는 자원을 모은 뒤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궁극기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동료를 직접 움직이거나 세세하게 위치를 지정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는 알아서 이동하며 전투하고 플레이어는 필요한 순간 스킬만 지시하면 된다. 종종 동료가 특정 적을 발견하고 '이 적에게 먼저 집중하라'며 알려주기도 했는데, 이번 시연만으로 정확한 작동 원리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전장에서 위협도가 높은 적을 알려주는 용도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기본 조작은 주인공 한 명에게 집중하는 3인칭 슈터에 가깝다. 그런데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손이 상당히 바쁘다.

손이 바쁜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이 사용하는 '리사이클러'라는 무기다. 총기 하나의 모드를 실시간으로 전환하며 서로 다른 공격 방식을 활용한다. '컨트롤'에서 연방통제국 국장이 사용하는 서비스 웨폰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컨트롤러 기준 RB를 누르면 리사이클러의 모드를 바꾸거나 건틀릿 능력, 투척 무기를 선택할 수 있다. 전투 상황에 맞춰 장비 유형을 계속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교전이 시작되면 RB를 누를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오른손에 장착한 건틀릿으로 셀레스티얼의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 탐험에서는 끊어진 길을 연결하거나 막힌 공간을 열 때 활용하며 전투에서는 각종 상태 이상을 거는 용도로 쓰인다. 예를 들어 적을 석화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리사이클러로 약점을 집중 공격하는 식이다.
다만 실제 조작에서는 조금 적응이 필요했다. 건틀릿 능력과 투척 무기가 같은 공격 버튼을 공유하다 보니 현재 무엇을 선택해뒀는지 순간적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힙파이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트리거만 눌렀다가 눈앞에 수류탄을 던진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건틀릿의 능력마다 재사용 대기시간도 제법 긴 편이었다. 하나를 사용한 뒤 곧바로 RB를 눌러 다른 능력으로 바꾸고 다시 총기 모드를 변경하거나 동료에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 처음에는 다소 정신없지만 익숙해지면 여러 수단을 빠르게 돌려 쓰는 데서 '엑소더스' 전투의 재미가 생길 듯했다.
여기에 서로 다른 속성 공격을 조합하는 시스템도 있다. 특정 공격을 연계하면 보다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시연이 게임 중반부에서 시작되는 데다 별도의 튜토리얼이 제공되지 않아 세세한 메커니즘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정식 버전에서는 동료 구성과 리사이클러의 모딩, 건틀릿 능력을 조합해 특정 속성을 중심으로 한 빌드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내린 선택이 수십 년 뒤에도 남는다면?

'엑소더스'가 중요하게 내세운 또 하나의 요소인 선택지도 시연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의를 상실하고 쓰러진 적에게 귀중한 회복약을 나눠줄 것인지 결정하는 작은 선택부터 시연 막바지에는 앞으로의 이야기에 꽤 큰 영향을 줄 것처럼 보이는 결정까지 내려야 했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이번 시연만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대신 게임은 플레이어가 마주한 선택이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그 이전의 컷신과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전달하는 편이다. 다만 이번 데모에서는 미리 만들어진 준을 플레이했기 때문에 직접 만든 캐릭터였다면 선택에 대한 몰입감도 조금 더 높지 않았을까 싶었다.
직접 시연해본 '엑소더스'는 분명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우주를 떠났다가 돌아오면 고향 강산이 정말로 변해 있다는, 게임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규칙을 세계관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부터 그렇다. 콘수 곳곳에 자리한 셀레스티얼의 유적 역시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형태로 디자인돼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일부 텍스처의 질감이나 화면을 가득 채우는 파티클은 종종 다소 지저분하게 느껴졌고 여러 시스템이 한꺼번에 제공된 이번 시연에서는 조작이 복잡하게 다가오는 순간도 있어 손볼 부분이 적지 않아 보였다. 다만 아직 개발 중인 핸즈온 빌드라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우려할 만한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전투 자체는 기대 이상으로 바빴고 그만큼 여러 선택지를 활용하는 맛도 있었다. 총기 모드를 전환하고 건틀릿 능력으로 적을 묶은 뒤 동료에게 기술을 지시해 콤보를 이어가는 과정에서는 과거 '매스 이펙트'를 플레이하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기에 정식 버전에서 보다 자유로운 캐릭터 성장과 무기 모딩, 동료 조합까지 더해져 자신만의 전투 빌드를 만들 수 있다면 액션 RPG로서의 만족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번 시연에서 확인하지 못한 '시간 지연'이 플레이어의 선택과 세계를 실제로 얼마나 크게 변화시킬지가 남아 있다. 아마도 '엑소더스'의 진짜 모습은 우주로 떠나는 순간보다, 수십 년 뒤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 때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