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널 판타지 레조넌스(이하 파판 레조넌스)'는 외전임에도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타이틀이다. 파판 시리즈 최초로 HD-2D를 도입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여기에 더해 서비스 종료된 모바일 게임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 엑스비어스(이하 파판 엑스비어스) 시즌1의 스토리를 리메이크했다는 점 역시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파판 시리즈 최초의 HD-2D라는 점은 단순한 외전을 넘어 나름대로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스퀘어에닉스 역시 어설프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서비스 종료된 모바일 게임을 리메이크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여기에 최근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턴제 RPG 장르에서 여전히 '정통'을 고수한다는 점까지, 개인적으로는 불안하게 느껴지는 요소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파판 레조넌스'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니 그런 걱정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분명 정석적인 게임이지만, 이 정석이 꽤 마음에 들었다. 스토리는 제법 탄탄해 보였고, HD-2D로 재탄생한 연출은 단순한 리메이크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단조로울 것이라 지레짐작했던 턴제 전투에서도 나름의 속도감과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HD-2D를 넘어선 '시네마틱 픽셀'

2018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HD-2D는 그야말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딘지 낡았다고 여겨졌던 과거의 도트, 픽셀 그래픽을 단숨에 하나의 개성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스퀘어에닉스는 다양한 게임을 출시하고,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리메이크하면서 HD-2D를 꾸준히 활용해왔다.
그럼에도 파판 시리즈만큼은 유독 HD-2D와 연이 없었다. 그러던 중 등장한 '파판 레조넌스'였던 만큼 비주얼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HD-2D를 활용한 파판 시리즈의 서막을 여는 게임이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직접 시연해본 '파판 레조넌스'는 그 역할을 짊어지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처음에는 다소 시큰둥하게 바라봤던 것도 사실이다. HD-2D가 별로라기보다는 첫 등장으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립된 표현 방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전에 봐왔던 HD-2D에서 얼마나 더 발전했을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파판 레조넌스'였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푹 빠져버렸다. 현 시점에서 가장 진일보한 HD-2D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시네마틱 픽셀'이었다.

HD-2D라고 하면 다소 짜리몽땅한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컷신이나 연출에서 다소 힘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한계를 '파판 레조넌스'는 3D를 픽셀화하는 최신 도트 표현 기술인 '시네마틱 픽셀'을 통해 보완했다. 리미트기나 인게임 컷신 등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캐릭터 등신비를 활용하지만, 일부 주요 컷신에는 시네마틱 픽셀을 접목해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이번 시연에서는 메인 스토리를 초반 30분 정도만 체험할 수 있었던 만큼, 시네마틱 픽셀로 표현된 컷신 역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짧은 장면만으로 앞으로 '파판 레조넌스'가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정석적인 턴제 배틀, 여기에 '브레이크'를 곁들인

'파판 레조넌스'의 전투 시스템은 이제는 레트로라고 할 수 있는 과거 파판 시리즈와 흡사하다. 소위 말하는 정통 턴제 방식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턴제 파판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액티브 타임 배틀(ATB)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원작이라 할 수 있는 '파판 엑스비어스' 역시 마찬가지였던 만큼, 원작의 요소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비슷한 건 여기까지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브레이크 게이지다. 적에게는 체력과 함께 체력 하단에 브레이크 게이지라는 별도의 게이지가 존재하며,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깎을 수 있다. 평타나 일반적인 공격으로도 줄일 수 있지만, 상성에 맞는 약점 속성으로 공격하면 더 많은 수치를 깎아낼 수 있다. 여기에 스킬 중에는 공격력보다 브레이크 게이지를 깎는 데 특화된 것도 존재한다.
결국 적의 체력을 줄이는 데 집중할지, 브레이크 게이지를 먼저 깎을지 선택해야 한다. 브레이크 게이지를 깎아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브레이크 상태에서 적의 행동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잡몹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 강적이나 보스 몬스터는 전투 중 강력한 특수 패턴을 사용한다. 미리 대비해 방어하지 않는다면 최소 반피, 최악의 경우 한 번에 파티가 전멸할 수도 있다. 이때 적을 브레이크 상태로 만들면 해당 패턴을 강제로 끊어낼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극딜 타이밍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브레이크 상태의 적에게는 더 많은 대미지를 줄 수 있으며, 브레이크를 발생시킨 캐릭터에게는 '엑스트라 페이즈'라는 추가 턴이 주어진다. 적의 패턴을 끊는 동시에 추가 턴까지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브레이크를 노릴 필요가 있다.

여기에 '풀 브레이크'라는 요소도 있다. 모든 적을 브레이크 상태로 만들면 특정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파티 전체에 엑스트라 페이즈가 부여된다. 동시에 비전 캐릭터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레저넌스(공명)' 스킬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브레이크를 노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보스전에서는 적의 특수 패턴을 끊는 데 브레이크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빠르게 브레이크를 발생시키기보다는 적의 패턴과 전투 상황을 살펴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브레이크 게이지를 통해 정통 턴제 전투에 나름의 전략성을 더한 셈이다.


시리즈 주역들이 '비전'이라는 형태의 동료로

'파판 레조넌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비전'을 들 수 있다. 기존 파판 시리즈의 주역들이 '파판 레조넌스'의 주인공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어딘가 모바일 게임을 연상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실제 역할은 장비에 가깝다. 장비를 착용하듯 비전을 장착할 수 있으며, 어떤 비전을 장착하느냐에 따라 전용 스킬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비전 캐릭터를 살펴보면 클라우드는 브레이커, 녹티스는 어태커 등 각각 역할군이 나뉘어 있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조합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크에 특화된 캐릭터를 만들거나, 어태커 타입의 비전 캐릭터를 장착해 브레이크 이후 이어지는 극딜 타이밍에 힘을 발휘하는 식이다.
다만, 이번 시연에서는 제한된 시간과 콘텐츠만 체험할 수 있었던 만큼, 메인 캐릭터와 비전 캐릭터의 조합이 실제 전투에서 어떤 식으로 확장될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보스의 특수 패턴을 예로 들면, 디펜더 타입의 비전 캐릭터 스킬을 활용해 아군을 보호하는 식이다.
정리하자면 이번 시연에서 확인한 비전은 짧은 시연만으로도 조합에 따른 차이와 실제 전투에서의 활용 등 나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조합해 전투에 활용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될 정도였다.

첫인상은 합격! 합격이오!

직접 플레이해본 '파판 레조넌스'는 앞서 품었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시네마틱 픽셀로 한층 발전한 HD-2D부터 턴제 RP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역할군의 조합, 다양한 상황에 맞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전투 시스템까지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했던 '턴제 전투가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말끔히 해소됐다. 실제로 약 1시간 30분에 걸친 시연 내내 특별히 지루한 구간 없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단순한 이식작을 넘어 완성도 높은 리메이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파판 레조넌스'는 2026년 10월 22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파판 시리즈가 실시간 액션 RPG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과거 턴제 RPG로서의 파판 시리즈를 그리워했던 게이머라면 '파판 레조넌스'에서 꽤 만족스러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