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컴투스가 서울 '그래픽 바이 대신'에서 '오픈AI 게임 빌더스 서울(OpenAI Game Builders Seoul)'을 지난 8월 열었다. 오픈AI가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를 앞세워 연 첫 게임 개발 해커톤으로, 온라인 예선을 통과한 40개 팀과 국내 1세대 개발자들이 멘토로 참여했다.

행사의 구도 자체가 이번 해커톤의 성격을 드러낸다. 게임 한 편에 허용된 용량이 24KB이던 피처폰 시절 모바일 게임 시장을 연 개발자들이, 다섯 시간 만에 게임을 완성하는 창작자들 앞에 섰다. 25년을 사이에 둔 두 세대가 같은 무대에서 던진 질문은 하나로 모였다. "만드는 일이 쉬워진 시대에 게임의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오픈AI가 첫 개최지로 서울을 고른 이유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INVEN

행사는 오픈AI 올리버 제이(Oliver Jay) 인터내셔널 매니징 디렉터의 영상 환영사로 시작됐다. 올리버 제이 디렉터는 한국 게임 산업의 성장을 이끈 개발자들과 AI 시대의 새로운 빌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의미를 짚으며, 아이디어 구상에서 실체화까지 걸리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개발자들이 AI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게임성에 과감히 도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최지 선정 배경으로는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게임 개발 기술력과 역동적인 개발자 커뮤니티를 동시에 갖춘 국가로, AI와 게임이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실증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넥써쓰 송재경 고문을 비롯한 1세대 개발자들이 멘토로 참여해 참가팀의 프로젝트를 살피고 노하우를 나눴다. 컴투스는 해커톤을 주관하면서 25년간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백엔드 서비스 '하이브(Hive)' 기반 플러그인을 참가자들에게 지원했다.


송재경 "코딩 처리량 8배, AI는 도구가 아니라 참가자다"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송재경 개발자 ©INVEN

첫 키노트 주자로 나선 넥써쓰 송재경 고문은 생성형 AI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인 1인 프로젝트 'OpenMMO'의 사례를 공유했다. 깃허브에 공개한 개발 화면도 함께 띄웠다.

송 고문은 코덱스 도입 이후 코딩 처리량이 기존 대비 8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발표의 무게는 그가 AI를 규정한 방식에 실렸다. 이어 AI를 개발 보조 도구가 아니라 게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참가자(Agent)'로 정의했다. 나아가 인간과 AI가 동일한 규칙 아래 상호작용하는 게임 생태계 모델을 제시했다.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도구에서 게임 콘텐츠를 구성하는 주체로 AI의 자리를 옮긴 관점이다. MMORPG 설계를 오래 다뤄온 개발자가 내놓은 구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송병준 "24KB 시절이나 지금이나 질문은 같다"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컴투스 송병준 의장 ©INVEN

컴투스 송병준 의장은 오프닝 키노트에서 2000년대 초반 피처폰 개발 환경을 회고했다. 흑백 화면과 24KB 용량 제약 속에서 한 줄의 코드를 아껴가며 게임을 만들던 시절이다. 이후 휴대전화는 수십 GB 용량의 대작을 구동할 수준으로 발전했고, 개발 도구는 코드를 일일이 입력하던 방식에서 AI와 대화하며 구현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송 의장은 "이제는 AI와 대화하면서 생각을 코드로 만들고, 바로 실행하고, 다시 고칠 수 있다"며 누구나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만드는 '창작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들었으나 AI 등장 이후 개발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변하지 않는 축을 짚었다. 송 의장은 "극도의 제약과 싸우던 피처폰 시절이나, AI로 순식간에 구현할 수 있는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핵심이 있다"며 "기술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개발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결국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라는 본질에 있다"고 강조했다.

25년 전 '모바일'이라는 신기술이 게임 산업의 지형을 바꿨듯, AI가 산업을 어디까지 넓힐지에 대한 기대도 덧붙였다.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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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의장은 "AI 덕분에 게임 제작이 쉬워진 만큼, 완성된 프로젝트를 플레이어에게 선보이는 방식 역시 새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만드는 자유가 넓어졌다면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과정도 함께 쉬워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 지점에서 컴투스는 차세대 백엔드 플랫폼 '하이브 액실(Hive Axyl)'을 꺼냈다. 송 의장은 "이번 행사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실제 게임이 되어 전 세계 플레이어들과 만나기를 바란다"며 25년간 축적한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AI와의 협업은 1인 개발자가 감당하는 제작 범위를 넓혔지만, 게임이 완성된 뒤 계정 시스템과 결제, 푸시 알림, 데이터 분석, 서버 운영으로 이어지는 백엔드 인프라는 여전히 장벽으로 남는다. 컴투스플랫폼이 하이브 기반 AI 플러그인을 내놓은 배경이다.

하이브 액실은 자연어 명령만으로 로그인, 보안, 결제, 이용자 분석 등 게임 필수 인프라를 자동 연동하도록 설계됐다. 개발자가 코덱스에 필요한 백엔드 기능을 요청하면 AI가 SDK 코드를 구현하고, 운영자는 콘솔에서 설정과 변경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구조다.

회사에 따르면 하이브는 글로벌 250여 개 게임에 적용돼 누적 이용자 9억 명을 확보했다. 컴투스플랫폼은 1인 창작자와 소규모 팀도 프로젝트 규모에 맞춰 쓸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며, 하이브 액실은 9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컴투스플랫폼 최석원 대표는 "하이브 액실은 게임의 출시와 서비스까지 세상에 내놓을 자유를 넓히는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의 개인화를 넘어 창작의 개인화로"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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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경연에 앞서 전문가 강연이 이어졌다. 첫 강연자인 컴투스 AX허브 박상준 이사는 'BUILD FOR ONE. BUILT BY ONE.'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이사는 미디어 시장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개별 이용자의 취향에 맞춰 세분화됐듯 게임 시장도 '개인화된 창작'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2차 창작을 즐기던 팬이 직접 그래픽과 코드를 다루는 제작자로 옮겨가면서, 소비에 머물던 개인화가 '창작의 개인화' 단계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사례로는 '메챠 카멜레온(MECCHA CHAMELEON)'을 들었다. 2명이 AI 도구를 활용해 2개월 만에 만든 이 게임은 출시 후 스팀 글로벌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과거였다면 기획 단계에서 멈췄을 프로젝트가 AI를 만나 흥행작이 된 사례라는 설명이다.


김대훤 "AI는 날개일 뿐, 가치를 완성하는 건 사람의 지성"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에이버튼 김대훤 대표 ©INVEN

에이버튼 김대훤 대표는 'AI는 날개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과거 게임 개발의 장벽이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현 비용'이었다고 짚었다. AI 등장으로 아이디어를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확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발표는 여기서 방향을 틀었다. AI 도구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자 결과물이 폭증하고 서로 닮아가는 한계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쉽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며, 같은 도구를 쓰는 환경에서 독창성과 완성도를 확보하는 차별성이 곧 게임의 가치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AI가 벌어준 시간을 어디에 쓸지 판단하고, 이용자가 느낄 재미를 검증하며, 마지막 완성도를 다듬는 주체는 '사람의 지성'이라고 단언했다. AI는 개발자에게 더 넓은 선택지와 속도를 주는 날개일 뿐, 가치를 완성하는 것은 개발자의 기획과 선택이라는 조언이다.

연사들의 발표를 관통한 흐름은 병목의 이동이다. 구현 비용이라는 오랜 장벽이 낮아지자 남은 문제가 두 갈래로 갈렸다. 하나는 김대훤 대표가 지적한 차별화이고, 다른 하나는 송병준 의장이 짚은 유통과 서비스다.

컴투스가 해커톤을 주관하면서 백엔드 플랫폼을 함께 들고 나온 구조는 후자를 겨냥한다. 제작 도구는 오픈AI가 제공하고, 완성된 게임이 상용 서비스로 이어지는 구간은 컴투스가 맡는 그림이다. 25년간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과 라이브 서비스로 쌓은 자산을 AI 시대 개발자층에 다시 배치하는 시도로 읽힌다. 하이브 액실의 9월 출시 이후 1인 개발자와 소규모 팀이 실제로 유입되는지가 이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된다.


3분 피칭과 5시간 라이브 해커톤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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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2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본선 40개 팀은 사전 제출작을 소개하는 '3분 기획 발표'(트랙1)와 현장에서 공개되는 주제에 맞춰 5시간 안에 게임을 만드는 라이브 해커톤(트랙2)에 참여했다.

3분 피칭에서 참가자들은 온라인 예선 제출작의 기획 의도와 주요 기능을 발표했다. 코덱스 활용 방식과 실제 플레이 화면을 시연하며 서사와 캐릭터 디자인, AI 상호작용 등 재미 요소를 설명했다.

트랙2의 주제는 현장에서 'Go Limitless–Surprise Me.'로 공개됐다. 참가자들은 제한 시간 안에 기획부터 개발, 실행, 오류 수정까지 마치고 완성된 게임을 제출했다. 코덱스에 자연어로 지시를 내리고 결과물을 직접 플레이하며 게임 규칙을 다듬고 난이도를 조율하는 데 시간을 썼다. AI가 줄여준 시간이 코드 작성 부담이 아니라 재미 설계로 옮겨간 셈이다.

현장에 마련된 컴투스플랫폼 '하이브' 부스에서는 하이브 액실의 주요 기능 시연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자연어 명령만으로 로그인과 이용자 분석, 보안, 결제 등 백엔드 인프라가 구동되는 과정을 확인하고 실제 서비스 적용 가능성을 살폈다.

컴투스 송병준 의장 "피처폰이든 AI든 질문은 하나,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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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선 제출작을 대상으로 한 트랙1 시상에서 대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뉴럴브레이크의 '라벨렌 전기 : 겨울선'이 받았다. 최우수상은 NullByte의 '등대섬 바다 이야기', 우수상은 합의 'HAP(합)'이 차지했다. 장려상 5팀을 포함해 8개 팀에 5만 달러 상당의 오픈AI 크레딧과 챗GPT 프로 1년 이용권이 수여됐다.

현장 주제로 진행된 트랙2에서는 우마이 스튜디오의 'AFTER CLEAR-던전 사후처리반', NullByte의 'OUT OF FRAME', MKKPLAY의 '여기, 코드 꽂을 데 있나요?' 등 3개 팀이 우수작으로 뽑혀 챗GPT 프로 1년 이용권을 받았다.